헤어지자고 했지만 후회되어 재회하고 싶다는 여자 외 4편
밀린 사연들이 많은 까닭에, 오늘도 '밀린사연모음'을 발행해 볼까 한다. 이전 매뉴얼에서는 대여섯 문단으로 사연을 다뤘는데, 오늘은 네 문단으로 사연을 정리해 보자.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사연을 보낸 독자 분이 이미 강을 건넌 후에 매뉴얼이 도착하는 것보다 나은 경우도 많으니 말이다.
갈 길이 머니 바로 출발해 보자.
1. 헤어지자고 했지만 후회되어 재회하고 싶다는 여자.
남친이 점점 성의 없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화가 나 이쪽에서 이별을 말했다가, 헤어지고 보니 그 남친처럼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자신을 좋아해줬던 사람은 또 없는 것 같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사연이다. 사연을 보낸 L양은, 이제 시간이 좀 지나기도 했고 자신도 많은 반성을 했으니, 다시 연락해 만나자고 해도 괜찮은지를 물었다. 어떻게 연락해서 무슨 말로 재회를 요청해야 하는지도.
난 '남친이 헤어지기 전 성의 없는 태도를 보였던 건, L양에게 맞춰 리액션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 L양은 연애 중, 남친이 카톡을 몇 개씩 보내놓곤 L양이 응답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이거 며칠 전 내가 매뉴얼을 통해 이야기 했던 거랑 똑같은 부분이다. 조별모임이라고 해보자. 다른 사람이 조장이고 L양이 조원이라고 하면, 그가 자꾸 뭔가를 시키는 것에 L양은 짜증을 낼 수 있다. 그래서 바빠 죽겠는데 자꾸 카톡을 보내는 조장에게 세 시간 지나 답변하거나, 하루 지나 답변할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런데 반대로 L양이 조장이고 다른 사람이 조원이라고 해보자. L양은 조장으로서 전달사항을 그에게 이야기 해주는데 그에게서 세 시간 지나 답변이 오거나, 하루 지나서 답변이 온다. 어떤 기분일 것 같은가?
게다가 L양은 '최악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트 중 남친 투명인간 취급하기'를 했다. 남친이랑 만나고 있던 중 분위기가 안 좋아지자, 남친이랑은 말도 하지 않은 채 폰을 붙잡곤 친구들에게
"하아, 지금 남친이랑 분위기 엄청 안 좋아. 말도 안 하고 있어."
라는 실시간 중계를 한 것이다. 그 태도에 짜증이 난 남친은 말도 없이 가 버렸는데, L양은 남친이 자신을 두고 가 버린 것에 분개하며 어떻게 자신에게 그렇게까지 무관심할 수 있는지에 혼자 화가 내고 있을 뿐이었다. 이렇듯 L양은 연애 중 오로지 관찰자, 또는 평가자의 입장에서만 서 있었던 것이다. 자신은 남친을 투명인간처럼 대하며 폰만 붙잡고 있어 놓곤, 남친이 가 버린 것에 대해서만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말한다.
L양이 이별을 말 한 이후 보인 태도 역시, 연애 중 보인 그 태도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헤어지자고 한 것은 L양이고, 또 이별통보를 한 후 L양 역시 상대에게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는데, 그래놓고는 몇 주 지나 '남친이 날 아직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상대에게
"넌 날 벌써 잊었어? 다 정리했니?"
라는 질문을 한 것이다. 이처럼 내가 발을 밟아도 네 잘못이고, 네가 발을 밟으면 당연히 네 잘못인 연애는 오래 갈 수 없다. 또한 이별 후 L양은 다른 남자와 사귀었다 헤어지고, 현재 또 다른 남친을 사귀는 중이다. 그러니 "다시 연락했을 때 구남친이 냉대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서 함부로 연락도 못 하겠어요."라는 이상한 이야기는 그만 두고, 한 사람을 만날 땐 그 한 사람에게 집중하길 바란다. 이런 식이라면 L양은 몇 달 후 또 내게 "구구남친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구남친과 연애할 때 소홀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구남친이 정말 잘해줬었는데, 그땐 전 바보같이 구구남친에게 미련을 가지고 있어서…."라는 사연을 보낼 수 있다. 좀 더 신중하게 선택을 하고, 선택을 했으면 선택한 관계에 집중하길 권한다.
2. 심남이에게 썸녀가 생겼어요!
심남이와의 관계를 '친구'로 생각하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A양이 그에게 매력을 느꼈다는 부분들이, 대개는 친구 사이에서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A양은 그에게 뭔가를 가르쳐주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 상황에서라면 그가 최대한의 호의를 보이며 A양을 접대하듯 대하게 됩니다. 보통의 관계라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일이 벌어질 수 있지만, 이건 그쪽에서 어느 정도 A양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입장이니, 갈등이나 다툼 역시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그냥 넘어가게 될 수 있습니다.
저도 만약 어느 여자 분이 제게 그림을 가르쳐 준다면, 밥도 제가 사고, 같이 카페에 갔을 때 편한 자리를 그녀에게 양보할 것입니다. 당연히 먹고 난 후 자리도 제가 치우고, 어느 날 그 여자 분이 배고프다고 하면 샌드위치라도 사다가 드릴 겁니다. 그녀가 저보다 어리다면, '오빠'인 입장에서 좀 더 호의를 베풀 수 있는 거고 말입니다.
제 생각엔 A양이, 상대가 보인 위의 저런 태도들에 너무 큰 의미들을 부여했던 것 같습니다. 저건 그가 베푸는 일종의 '서비스'라고 생각하시는 게 맞습니다. 머리를 하러 가면 헤어디자이너가, 이쪽의 강아지가 아파 동물병원에 갔다 왔다는 별 것 아닌 이야기를 해도 큰 리액션을 해주지 않습니까? 심지어 그가 강아지를 싫어해도, "전 강아지 싫어해요."라는 대답대신 "제 지인 중에도 강아지 키우는 사람이 있는데…."라면서 어떻게든 이쪽의 말과 엮어서 대답을 해주고 말입니다. 그 정도의 호의와 리액션을, A양이 '상대라는 사람의 인품이나 성격, 그리고 관심'으로 받아들이신 것 같습니다. 뭐 이게 특별히 이상하거나 잘못된 건 아닙니다. 이런 식의 오해가 '계기'가 되어 만나게 되는 커플들도 있으니 말입니다.
A양은 이성과의 교류가 별로 없었던 까닭에 저걸 쉽게 오해하게 되었고, 그 오해를 '계기'로 만드는 것에도 서툴렀던 것 같습니다. 철벽녀처럼 굴기도 했고, 또 상대 연애의 행운을 빌어주는 이야기도 몇 차례 했으니 말입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이 사람에게 고백해 볼까요?"라는 A양의 질문에 대한 대답 보다는, A양의 어떤 모습이 상대에게 철벽녀처럼 보이고 또 '이성'으로 느껴지는 마음을 접게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A양이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한 까닭에 여기까지만 적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단추가 전부 잘못 끼워진 현 상황에서 고백하는 것은 말리고 싶습니다. '친구'로 인연의 끈을 묶어 둔 채 그 안에서 친해지는 것에는 찬성합니다.
3. 연하 심남이가 절 누나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정현씨 안녕. 오늘은 네 문단으로 사연을 다루기로 했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정현씨는 그간 정현씨에게 먼저 다가오고, 또 정현씨에게 잘 해주는 사람과만 만난 거야. 때문에 사귀게 되어도 '이 사람은 나랑 맞지 않아.'라는 걸 발견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결국 헤어지게 된 거지. 이런 형태의 연애로 인해 정현씨는 '나에게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는 남자'와 사귀는 것에 길들여졌으며, 정현씨가 먼저 관심을 가지게 된 상대가 있어도 그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게 된 거야.
정현씨의 심남이는 일 년에 대여섯 번, 그것도 공적인 자리에서 행사가 있을 때에나 옆 테이블에 앉게 되는 상대야. 아직 둘은 친하지 않으며, 그에게 정현씨는 그저 '선배 누나' 중 한 명이지. 이걸 먼저 받아들여야 해. 정현씨는 그간 남자가 먼저 다가와선 정현씨 고민도 들어주고, 또 정현씨가 힘든 일이 있다고 말하면 남자가 먼저 밥이나 술을 사며 이야기를 하는 관계에 있었어. 때문에 현재 이 심남이와의 관계에서도, 정현씨가 언제 한 번 커피 마시자고 하면, 그가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고 또 계속 연락을 하며 정현씨에게 대시를 하길 바라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정현씨의 말에 심남이가 "네, 나중에 시간 되면요~"라고 대답한 것에 엄청난 상심을 하며 여기서 이 심남이와의 관계를 접어야 하나 고민하는 중이지.
이쪽에서 카톡 몇 번 보낸 걸로 상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얼른 다가와 대시까지 하길 바라는 건 너무 '손쉬운 연애'를 기대하는 거잖아. 정현씨가 한 거라곤 그저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뿐이야. 특별히 그에게 관심을 표현한 것도 아니고, 그와 친해지려 노력한 것도 아니지. 그러니 말 한 마디 던졌는데 별로 반응 없다고 해서 너무 쉽게 포기하려 하지 말고, 분기에 한 번 하던 연락을 좀 더 자주, 두세 마디 나누고 끊던 대화를 좀 더 길게, 그렇게 이어가봐.
또, 만날 약속을 잡고 싶은 거면 너무 막연하게 돌려 말하지 말고 좀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말해봐봐. 지금 정현씨가 하는 건, "어디 카페에 뭐가 맛있다고 하네."라는 수준이거든. 그러니 상대 입장에선 당연히 "아, 저도 한 번 가봐야겠네요."라는 대답을 하는 거지. 이걸 두고 그간 정현씨에게 관심 있던 남자들은 "아 그래? 그럼 같이 갈까?"라는 이야기를 해왔다고 해서, 심남이도 당연히 그래야 할 거라 생각하진 마.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당연한 일에도 정현씨는 실망하고 시무룩해지잖아. 떡밥 던지면 상대가 관심을 보이며 달려들던 레퍼토리에서 벗어나서, 이번엔 정현씨가 먼저 관심을 가지고 호의를 보이며 다가가봐. 지금처럼 너무 많은 기대를 가지고 다가가면 정현씨가 다가가다 혼자 지칠 수 있으니, 기대는 내려놓고 다가가 보자고.
4. 고백에 대한 그녀의 반응, 뭐지?
이 사연, 반전이 있다. 난 당연히 S군이 퇴짜를 맞을 거라 생각했는데, S군의 타고난 애드립이 짓궂음까지도 커버를 했다.
"내가 그런 말을 궁서체로 했을 리가 없다."
라는 S군의 애드립이, 얼어붙은 그녀의 마음을 녹인 것이다. 그래서 S군은 그녀에게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나아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운, 그런 남자가 된 것 같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여자에게
"마치 제 남자친구인 것처럼 저에게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어장관리라뇨? 저 그 카톡 보고 벙쪘어요."
라는 말을 듣고 기사회생을 하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걸
"그때의 나를, 지금의 나도 이해할 수 없다."
라고 유머로 받으며 매끄럽게 풀어갔기에, S군에게 따지려고 했던 그녀의 마음이 녹았던 것 같다. 이후 S군은 그녀에게 고백을 했는데, 그녀는 웃기만 할 뿐 확실한 대답은 주지 않았다. 조만간 여행을 가는데, 다녀와서 어디어디에 같이 갈 수 있겠냐고만 물었을 뿐이다.
축하한다. S군은 아마 지금쯤 그녀와 연애를 하느라 이 매뉴얼을 읽지 못 할 것 같은데, 여하튼 저건 철벽녀가 보내는 'OK사인'으로 봐도 무방하다. 다만 내가 걱정이 되는 건, S군이 '그녀'라는 사람 자체보다 '연애'라는 것에 더욱 관심이 많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녀를 '연애'로 이끌고자 열심히 애드립을 치고 자신의 끼를 발휘했던 것인데, 사귀고 나면 S군이 그녀에게 연애에 집중하라고 집착하거나 S군이 바라는 연애를 그녀에게 강요하다 힘들어 지는 순간이 찾아오게 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든다.
S군의 애드립으로 그녀를 웃게 만드는 것도 좋고 갈등이 생기면 유머로 푸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그녀를 존중하고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고장이 날 가능성이 많은 물건을 당장 빛나는 화술로만 팔면 결국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 S군이 그녀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난 마치 '게임 퀘스트'를 깨나가며 공략법을 묻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를 S군과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저 '공략해야 할 대상'으로 보면 연애를 하더라도 분명 문제가 생길 테니, 좀 더 진중한 태도로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기를 부탁한다. 그럼 함께 즐거운 시간 많이 보내시길.
5. 마음이 가는 남자가 있는데 그는….
어익후 유진씨, 거기서 고생 많으십니다. '연애복지사'가 되어 심남이를 돌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실 텐데, 그를 돌보며 더불어 그에게 영어 무상교육까지 시켜주고 계시니, 그 하해와 같은 봉사정신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런데 '연애'라고 한다면, 나아가 '결혼'이라고 한다면, 그저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열심히 돌볼 뿐인 관계가 되면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유진씨가 그의 장점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를 하고, 또 그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며 한 이야기들은 잘 들었습니다. 듣긴 정말 잘 들었는데, 그 이야기 중 하나라도 유진씨와 직,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게 있습니까? 놀랍게도 없습니다. 이게 중요한 겁니다. 유진씨의 입에서 나온 그에 대한 수백 마디의 말 중 유진씨와 관련이 있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아, 하나 있긴 합니다. 이렇게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에서도 스킨십을 하거나 진도를 나가는 걸 그가 전혀 이상할 것 없다고 말한 부분 말입니다. 그것 말고는 유진씨와 관련된 부분이 없습니다.
그래서 참 슬픕니다. 밖에서 보기엔 이 관계가 마치, 유진씨가 수해현장에 방문해 수재민을 도우려 하다가, 또래의 수재민이 하는 얘기들에 귀를 기울이다 친해져선 그저 그가 원하는 것들을 하나 둘 내주게 되는 모양이 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뭔가를 사달라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잘 해요."
"그는 술 마시면 외롭다는 얘기도 자주해요. 여자가 필요하다면서."
그가 계속 경제적으로는 죽는 소리를 하며 연애관에 대해서는 궤변을 늘어놓는 걸, 유진씨는 열심히 들어주고 있습니다. 보통의 여자 같으면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하며 진작 로그아웃 했을 관계인데, 유진씨에겐 남다른 배려심과 함께 상대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내가 사면 샀지 꽁하게 앉아서 눈치만 보고 있진 않는 성격이 있기에 이상하게도 이 관계에 톱니가 잘 맞아 들어갔습니다. 엄마가 되려는 여자와 보호자를 원하는 남자라고 할까요. 유진씨도 이 관계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는 그를 밀어내려 한 순간들이 있긴 한데, 그게 쉽진 않을 겁니다. 유진씨가 마음을 닫으려고 하면, 그가 '부탁만 하면 들어주는 여자'인 유진씨에게 노크를 할 때가 있으니 말입니다. 유진씨에게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어도 그가 이 관계를 지속하려 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니, 위에서 제가 한 말들로는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직설적으로 딱 두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너 지금 술 마시는 그 여자랑 (자체심의) 갈 거니?"라고 묻는 관계는 앞에서 보나 뒤에서 보나 잘못된 관계라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시궁창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존재로 만들진 마시길 권합니다. 또, 이게 대체 맞는 건지 틀린 건지를 알아보고 싶다면, 친구들에게 '답정너'를 기대하고 물었다가 반응이 부정적이라며 시무룩해하지 마시고, '내 딸, 혹은 내 여동생이 이런 상황에 있다면 나는 뭐라고 조언을 할 것인가?'라고 스스로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갖은 고생을 다 해가며 혼자만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을 '따뜻함을 베푸는 것'이라고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받는 사람이 그걸 당연하게 여기며 뭘 더 달라는 이야기를 할 뿐이라면, 그건 먼저 반한 사람이 '을'이 되어 열심히 조공을 바치는 일방적인 관계일 뿐이니 말입니다.
"그가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어요. 누구한테서나."
라는 이야기를 하시기 전에, 지금은 상대에게 피를 하도 빨려 빈혈이 생긴 유진씨 자신을 먼저 걱정해야 할 때라는 걸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많은 독자 분들께서 메일로, 또 카톡으로 직접 만드신 노멀로그 로고를 보내주고 계신다. 한 분 한 분 전부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지만 현재 시간에 쫓기는 까닭에 짧게만, 또는 마음으로만 감사인사를 드릴 수밖에 없어서 죄송하다. 위의 밀사모(밀린 사연 모음)만 하더라도, 합치면 얇은 책 한 권 분량의 사연을 읽고 그걸 또 풀어내는 작업이라 한나절이 걸린다. 게다가 난 또 내년부터 담배값이 오른다고 하니 나가서 부업으로 군고구마라도 팔아야 하는데, 다음에 발행할 사연을 읽고 메모하느라 그럴 시간이 없다. 이렇게 살다보면 훗날 내 손자가 내 아들에게
"아빠, 근데 할아버지는 왜 가난하게 되었어?"
라고 묻게 되고, 내 아들은 손자에게
"어, 할아버지는 전설의 레전드급인 오지랖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람들의 연애사연을 받아 도움의 헬프를 하려 했다는구나.
그런데 그 사람들이 읽기만 하곤 그냥 떠남의 리브를 해 버려서,
할아버지는 고구마인 스윗포테이토도 팔지 못 하고 결국…."
이라는 대답을 해야 될 수 있다. 그러니 한 분 한 분 감사의 프리허그를 해드리지 못 하는 걸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이 자리를 빌어 도움의 헬프를(응?) 주고 계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하루 종일 사연들로 하얗게 불태웠더니 허리가 아프다. 나가서 음악 들으며 한 시간 쯤 걷고 와서 다시 사연을 읽어야겠다. 다들 즐거운 불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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