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자에게 작업 거는 남친, 어떡해?
충격과 공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연을 보낸 S양은 괄약근에 힘을 꽉 주고 이 글을 보기로 합니다. 대충 "남자가 나쁜 놈이네요. 똥차는 보냅시다. 토닥토닥."할 수도 있지만, S양의 나이가 나이인 만큼 지금과 같은 상태로 내버려두면 이대로 열 살 더 먹는 건 일도 아니기에 이렇게 적게 되었음을 밝힙니다.
S양의 "좋은 사람 만나고 싶다, 평범한 연애 하고 싶다."라는 바람이 이루어지기 힘든 이유가 있습니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 S양이 '좋은 여자'가 아니라는 것.
입니다. 남에게 피해준 적 없고 썸을 타든 연애를 하든 바람 한 번 핀 적 없으며, 오히려 상대를 위해 배려와 희생과 헌신을 했는데 왜 '좋은 여자'가 아닌 것인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그 대답과 더불어 S양이 꼭 알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 아래에 적도록 하겠습니다.
1. 그건 연애가 아니었습니다.
우선, 남친과의 문제부터 정리하겠습니다. S양이 한 건 연애가 아닙니다. 너무 직설적으로 말해서 죄송하지만, 그건 연애라기보다는 '원나잇의 연장'에 훨씬 더 가까웠습니다.
"처음 본 날부터 그가 사귀자고 조르길래,
전 그게 좀 가벼워 보여서 싫다고 했어요.
그런데도 그는 계속 졸랐기에 받아줬죠.
그리고 연애 이후 전 아직 공부 하는 중이고,
또 그는 결혼까지 생각하며 만나야 할 나이라서
그래도 상관없냐 했더니 자기 잘 번다면서 상관없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가 좀 여유가 있나, 하고 생각했죠."
그는 S양의 '답정너'에 충실히 리액션만을 해줬을 뿐입니다. 애초에 그는 이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S양의 사정이 어떻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S양이 "난 문맹인데 괜찮냐? 난 콧구멍이 짝짝이인데 괜찮냐? 나 밥을 엄청 많이 먹는데 괜찮냐?"라고 물었어도 그는 그저 "다 괜찮다. 다 이해한다."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어차피 그에겐 이 관계를 오래 끌고 갈 생각이 없었으니 말입니다.
사실 이건, 카톡대화만 봐도 쉽게 눈치를 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단순화 시켜서 옮겨와 보겠습니다.
S양 - 오빠 나 어쩌구저쩌구 했어~
남친 - 어, 그래.
S양 - 나 잘했지?
남친 - 어, 잘했어.
S양 - 오빠 나 보고 싶어?
남친 - 어, 보고 싶어.
S양 - ㅎㅎ 나도 오빠 보고 싶어~
남친 - 응. 나 운동하고 올게.
S양 - 응응. 잘 하고 와~
연애 극초반의 카톡대화 입니다. 딱 봐도 곧 나가리가 될 관계라는 게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S양도 그 정도의 눈치는 챌 줄 알았기에 상대에게 저 성의 없고 무뚝뚝한 카톡은 뭐냐는 식으로 말을 꺼내긴 했습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선 늘 등장하곤 하는 "나 원래 그래. 무뚝뚝해. 누구한테나 다 그래."라고 대답했고 말입니다. S양은 뭐, 그 말을 믿는 것 말고는 딱히 어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믿기로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S양은
"아파? 감기? 난 이제 퇴근하고 운동 가려고."
라고 말하는 남자는 '무뚝뚝'한 게 아니라 '무관심' 한 거라는 걸 몰랐던 것입니다. 그리고 웃기지 않습니까? 모텔 앞에서는 한 시간 넘게 열정적으로 S양을 설득하며 "너의 이상향에 맞는 남자가 되겠다. 난 남녀 사이에 불꽃이 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라는 이야기를 했던 남자가, 태도를 싹 바꿔서는 "나 원래 무뚝뚝해."라고 말한다는 것이.
깨가 쏟아져야 할 연애 극초반이 이 정도였습니다. 그 이후는 뭐, 여기에 적는 게 처참할 정도의 가시밭길 이었고 말입니다. 그의 여성편력 역시 미스나 골드미스, 유부녀를 가리지 않고 찝쩍거릴 정도였기에 마찬가지로 여기다 더 적지는 않겠습니다. 여하튼 이걸 두고 "제가 그걸 몰래 보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이 안 일어났을 거란 생각도 들고…."라는 이야기를 하는 S양이, 저는 참….
2. S양 지인들의 조언, 그리고 남친의 행태.
S양은 말합니다.
"제 주위사람들은 절 위로해주느라, 그가 쓰레기라고.
그리고 어떻게 여친에게 상처 받을 거 뻔히 알면서 그런 얘기를 하냐고.
인성이 글러먹은 거라고 말합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은 '상처 받을 거 뻔히 알면서 그런 얘기를 한 것'에 대해 잘 모르실 테니, 그것에 대해 먼저 짧게 적겠습니다. 저건 S양의 남자친구가 헤어질 마음을 먹은 지금,
- S양이 아직 대학원생이며 정규직이 아닌 것.
이라는 걸 이별사유로 들고 있는 걸 의미합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소개팅을 부탁할 때에도 '정규직'이라는 단어를 꼭 넣어서 말하던데, 아무튼 그가 자긴 대기업 정규직이지만 S양은 이렇다 할 직업을 가진 게 아니란 소리 한 걸 말합니다. S양이 그와 사귀기 직전에 "나 이러이러한데 괜찮냐?"고 물어 "나 잘 번다. 그런 거 아무 상관없다."라는 대답을 들었던 것이, 이제는 부메랑이 되어 "너 이러이러하지 않냐. 그래서 너한테 확신이 안 들고, 결혼할 여자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라는 말로 돌아온 것입니다.
S양의 지인들이 그에 대해 '쓰레기'라든가 '인성이 글러먹은'이라는 평가를 내린 걸, 저는 S양이 '위로해 주려고 한 말'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위로하려고 한 말'이라기보다는 '사실'에 가까운 평가니 말입니다. 이게 S양의 일이 아니라 친구의 일이라면, S양은 그 남자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시겠습니까? 폰을 두 번 봤는데 두 번 다 다른 이성에게 찝쩍거리거나 소개팅을 부탁한 카톡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걸 봤다고 말하지 않은 채 돌려 묻자 "능력문제로 인해 확신이 안 들고, 결혼할 여자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라고 대답했고 말입니다. 이 사람이 S양 친구의 남친이라면, S양은 친구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하나 더. 그는 눈치를 챘는지 자신의 폰을 보는 것에 대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라고 했는데, '판도라의 상자'라는 건 그런 의미로 쓰이는 말이 아닙니다. 그건 서로를 알기 전 그가 했던 행동들을 알게 된다는 의미로 쓰는 말입니다. 구여친과의 기록이라든가, 아니면 다른 이성과 썸을 탔던 일 들을 이쪽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 말입니다. 그건 분명 유효기간이 다 지난 이야기들이지만, 그와 연애를 하던 중 그걸 다시 확인하게 되는 건 이쪽의 질투와 시기, 분노, 미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일이라 '판도라의 상자'라고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만나는 와중에 다른 이성에게 찝쩍거리고 소개팅 부탁하는 걸 들키는 건, 범죄 행위가 발각되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게 아니라, '물증'이 잡힌 거란 얘깁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그가 궤변을 늘어놓으며 이 관계를 '엔조이'로 돌리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안 그런 남자가 없다느니,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지면 이야기하겠다느니, 같이 있는 게 좋고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느니 하면서 밑밥을 깔고 있습니다. 그는 S양이 이 관계를 아쉬워 한다는 걸 알고는, 확답하지 않은 채 애매하게 돌려 말하며 질질 끌고 있을 뿐입니다. 그로서는 '물증을 전부 봐 놓고도 여전히 매달리고 있는 S양'을 굳이 쫓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의 입장에선 5순위로 나눠도 가끔 불평만 할 뿐 여전히 매달리고 있으며, 음식도 만들어 오고 청소도 하는 S양을 내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 그의 자취방 찾아가서 가사도우미 활동하는 건 그만두고, 어서 나오시길 권합니다.
3. S양은 5년 후, 뭐가 되고 싶으십니까?
이 부분이 바로 이번 매뉴얼에서 제가 제일 하고 싶었던 이야깁니다. 조금 따끔 할 수 있으나 몸에는 좋을 테니, 조금만 참고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이 시점에 누군가 이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면, 언제든 허물어질 토대 위에서 꿈만 꾸는 모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원도 도피처가 됩니다. 정말 학문에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학위를 따 놓으면 나쁠 것 없고 또 당장 사회에서 딱히 마음에 드는 할 것도 없으니까 대학원을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은 교수들이 꼬셔서 대학원 졸업만 하면 어디에 추천해주겠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던데, 그렇다 하더라도 나이에 걸리거나 상황에 맞지 않아 좌절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제 주변에도 돈은 돈대로 들였지만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게 된 것도 아니고, 대학원에서 배운 것을 활용하는 것도 아닌, 그저 '친목'의 형태로만 그 졸업장을 지니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계신 분들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라, '대학원'에 대한 환상만으로, 또는 확실하지도 않은 구두보장 만으로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일이 없도록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길 권하고자 드리는 말씀입니다.
"진짜 제가 번듯한 직장에 다니기 전까진 누굴 만날 여력이 안 되는 걸까요?
지인들은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남자집이 여유로우면 그런 거 상관없다고 하는데…."
뭐 하는 지인들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지인들의 그 말이 달콤하게는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있으니 '아빠 카드'를 사용하는 게 눈치 보여 '오빠 카드'를 사용하려고 하는 경우, 결국 그 일방적인 부양이 드러나게 되고 결국 기생충 취급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S양은
"티격태격 하다가, 그래도 난 오빠랑 연봉 차이 엄청 나는데도
데이트 비용 잘 내지 않았냐고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렇게 온 힘을 다해 '데이트 비용'을 지불해가며 겨우 결혼에 성공하더라도, 그 이후 차마 말하기도 힘들 정도의 하대를 받으며 결혼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남들이 보기엔 '남자 잘 만난 여자'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주에 50만원 씩 받아가며 가계부 쓰고, 남편에게 '꼴통'소리 들어가며 잉여인간 취급을 받는 사례가 있습니다. 할 줄 아는 게 있으면 인건비 안 들이고 사무실에서 일이라도 시킬 수 있는데, 간단한 컴퓨터 작업도 못 한다며 강제로 컴퓨터 학원에 보내지기도 했고 말입니다. 제게 도착하는 사연 중에도 이런 사연들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조건 좋은 남자를 만났지만, 결국 그에게 "공무원 시험을 보는 게 어떻겠냐? 아니면 무슨 자격증이라도 좀 따라."라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들 말입니다.
"남친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남들은 남자가 없어서 고민하는데,
난 남친이 있어도 돈이 없어서, 만약 남자 쪽에서 결혼하려고 해도
남자 쪽에서 다 대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그냥 연애를 하다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 부모님께서 집 해주시거나 결혼자금 대주시는 주변의 사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습니다. 이쪽에선 당장 번 돈을 학비로 모두 써버린데다가 만에 하나 일이 생기면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인데, 어느 친구들은 그냥 나이 먹으면 중학교 올라가고 고등학교 올라가듯이 결혼까지도 그렇게 해 버리니 말입니다.
하지만 S양도 이제 이십대 후반이지 않습니까? 이십대 후반이라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특히 누군가와의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이상, 독립해서 살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은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력은 한 달 벌어 겨우 집세와 생활비로 다 써버리곤 남는 거 없는 생활이 아니라, 적게라도 돈을 모아가며 내년, 내후년이 될수록 더 나아지는 생활을 의미합니다. 가능하십니까? 이게 불가능하다면 백업이 든든하지 못 해서 이지경이라는 얘기는 징징거림에 불과할 뿐입니다.
S양은 5년 후, 뭐가 되고 싶으십니까? 누군가가 꼭 도와줘야만 이루어지는 거 말고, 스스로 이룰 수 있는 것 중에 무엇이 있습니까? 아무 것도 생각나는 게 없다면, 5년 후에도 지금처럼 동아줄을 기다리듯 남친에게 '보호자'가 되어 줄 수 있기를 바라고만 있게 될 것입니다. '동반자'가 필요한 남자들은 그런 S양을 밀어낼 것이고 말입니다. 당장 오는 차 아무 거나 잡아타는 연애는 그만하시고, S양의 목적지부터 설정하시길 권합니다.
안 그래도 남친으로부터 '능력 없다'는 의미의 말을 들어 자존감이 바닥을 드러낸 S양에게, 이런 직구들을 던지게 되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전 지금까지 연애하면서, 한 번도 남친들의 친구를 만난 적이 없어요."
라는 고백을 하시는 S양의 저주를 끊기 위해선, 날이 잘 선 도끼로 힘 있게 내리칠 수밖엔 없었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내 지인 중엔 남편이 다른 여자랑 만나거나 뭘 하더라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여자가 있다.
어차피 남자들은 다 그런 거 아니까 눈감아준다고 하더라.
넌 어떻게 생각하냐? 무슨 의도를 갖고 묻는 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거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남자에게,
"한 번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한 번 걸렸다고 해서 바로 이혼하거나 하진 않겠지."
라는 대답을 해주고 있는 건 '시간낭비'가 맞습니다. 그는 "한 여자랑만 50년 이상 관계하는 건 좀 그런 거 아닌가?" 따위의 이야기도 한 적 있는 남자 아닙니까? 이런 와중에
"그가 제게 매달리게 만들어 복수하고 싶어요."
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진 마시길 권합니다. 똥파리를 잡겠다고 똥통에 뛰어드는 건 바보 같은 짓 아니겠습니까? 그의 저 따위 소리를 여기서 딱 보면 미친 소리라는 게 분명히 드러나지만, 저걸 두고 '정말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네….'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죽음의 계곡으로 걸어 들어가게 되는 법입니다. 강아지가 앞에 놓인 소시지만 따라 가다 함정에 빠지고 마는 것처럼 말입니다. 말 섞는 것도 시간이 아깝습니다. 당장 차단하시고, 그가 뭐라고 감언이설을 늘어놓든 다시는 그와 한 마디도 섞지 마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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