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매뉴얼 [다시 고백하려고 준비할 때 알아야 할 것들]을 발행하고 난 뒤, 댓글로, 메일로, 방명록 비밀글로 솔로부대원들의 고해성사와 경험담이 줄을 이었다.
지금이야 웃을 수 있지만, 당시엔 새 옷을 입고 나가면 사람들이 모두 주목할 거라는 중2병에 시달리고 있던 시절일 수 있으니 손발 로그아웃하게 만들던 자아의 트라우마 정도로 남겨두자. 후회야 아무리 빨리 해도 늦는 것이니 거기에 더 마음쓸 필요 없이, 우린 또 깃털같이 많이 남은 우리의 나날들을 살아보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여자가 연애를 하려면 꼭 지워야 하는 세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볼 생각이다. 그동안의 매뉴얼을 통해 깔짝깔짝 들춰본 정도라면, 오늘은 자리펴고 앉아서 좀 자세히 살펴보자. 김형사, 준비해.
심장이 없으면 죽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심장이 없다고 노래를 부르는 대원들이 있다. 당신, 좌심방 우심실 뭐 하나 빠짐없이 다 있고, 심장도 잘 뛰고 있다. 아무도 당신에게 그 폐허같은 기억속에 들어가서 살라고 말한 적 없으나, 당신은 당신을 끄집어 내려는 그 모든 시도에도 문을 닫고 잠시만이라도 더 그곳에 머물러 있게 해달라며 울 뿐이다.
슬픔은 슬픔을 낳고, 그 슬픔은 또 슬픔을 낳는다. 과거의 모든 기억들은 부서져서 이상한 모양으로 합쳐지고, 상대의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의 시간이 흘러도 당신에겐 그 '버림받은' 상처가 그대로 있다. 자연히 두었다면 흉터로 변했을 텐데, 매번 그 자리를 확인하느라 딱지를 뜯고, 아물 것 같으면 또 뜯고, 그러다보니 시간은 내가 책임질 수 없을 만큼 흘렀는데 마음은 아직도 예전 그 자리 어디쯤에서 길을 잃고 있다.
괜찮으면 안 될 것 같고, 괜찮지도 않은 것 같고,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아무 일도 없어서 그러는 상태. 그 상태에 있는 당신을 내가 이렇게 구하러 오지 않았는가. 걱정말고 이 손만 잡으면 된다. 당신은 잘못된 것도 아니고 이상하지도 않다. 그냥, 좀, 지쳤을 뿐이다.
소설가 박완서씨는 불혹이 가까운 나이에 등단을 했다. 그 이야기를 떠올릴 때 마다, 그녀가 '나도 한 때는 문학소녀 였지'라며 부서진 나날들만 맨 손으로 추스릴 뿐이었다면 그녀의 많은 소설들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지금 당신이 열정적으로 매달렸던 옛 사랑을 그리워 하거나, 자신의 전부인 것 같았던 그 사람이 떠나간 후 너무 울어 얼이 빠져버린 상태로 계속 지낸다면 당신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이제 부서진 나날들은 지우고, 당신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차례다.
'민감증'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보자. 특히 대기업에 다니는 남자사람들과 소개팅 한 일부 여성대원들이 보내온 '멘트'를 묶어 보았다.
물론, 위의 얘기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뉘앙스로 했는가에 따라 '헛발질'이냐, '본래 인격'이냐가 판가름 되겠지만 이번 시간엔 '민감증'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헛발질'로 해석해 보자.
그 '헛발질'을 남자의 입장에서 해석하자면, 회사이름을 강조하는 건 내세울 것이 그것 말곤 별로 없다는 걸 뜻하고, 주변에서 뭐라고 한다는 이야기는 그냥 남들의 립서비스를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는 여린마음 동호회 회원인 경우가 많다. 회사에 대해 묻는 것은, 소개팅에 나가서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질문 아닌가? 삼십대 후반의 어느 남자분과 소개팅을 한 여성대원의 사연에 나온,
이런 조카 크레파스 같은 소리를 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연관지어 생각해 볼 것은, 반대의 경우도 '민감증'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한국에서 이름 대면 알만한 사람들은 알 회사를 운영하는 여사장 솔로부대원이 있었다. 이 대원은 모태솔로부대원으로 "미쿡에선 공부만 했고, 한쿡에선 일만 해서 그런가봐요, A-HAHAHA." 이런 소리를 해 댔는데, 다른 대원들과 달리 소개팅이나 선을 마련해 주겠다는 요청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와 연애를 하기 힘든 이유는, 소개받아 만나는 남자들이 자신의 재력이나 스펙만을 보고 달려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대원들이 들으면 "아오 저걸 콱."이라며 거친소리를 내뿜겠지만, "진심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는 그녀의 고민은 '풍요 속 빈곤'이었다.
이런 상황을 겪고 있는 대원들이 있다면, 전에 한 번 인용한 적 있는 양귀자의 <모순>에 나오는 말을 다시 한 번 들려주고 싶다.
마음에 있는 저울의 눈금을 0으로 맞춰두길 바란다.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 그 누구를 만나든 그가 '용의자'로 보일 것이다. 정말 괜찮은 사람인데 애정결핍이 좀 있을 수도 있고,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러 당신에게 잘 보이고자 허풍을 좀 떠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당신에게 확인 받아야 마음이 놓이는 여린마음 동호회 회원일 수도 있고 말이다.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은 이 민감증을 지워보자.
지금의 나를 지우라니 이게 뭔 소린가 하겠지만, 몇 가지 유형을 살짝 이야기 할 테니 자신이 해당되는 것을 찾아서 '리모델링' 해 나가면 되겠다. 좀 빨리 달릴 생각이니까 똥꼬에 힘 꽉 주고 잘 따라오길 바란다.
A. 사람들이 친해지면 무시해요.
그건 그동안 당신이 보여준 여러가지 말, 행동, 상황 대처 들이 그렇게 보였기 때문이다. 하나만 예를 들어 보자, 당신이 늘 어디서든 "나 그거 잘 못 하는데." 라거나, "아 그래요? 아닌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그 이야기가 누적되어 당신은 '별볼일 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 참고로 주변에 '푼수'로 알려진 사람을 떠올려 보길 바란다. 웃기는 사람이 되려다가 우스워지는 수가 있으니 말이다.
B. 차가워서 다가가기 힘들대요.
미안하지만 이 얘기는 그냥 "안녕하세요?"랑 비슷한 거다. 그걸 '남자들이 생각하는 나'로 정의해 두진 말길 바란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생각해 보자. 당신에게 반했다면 당신이 차갑건 뜨겁건 그 따위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이야기를 자주 듣는 것이 그닥 좋은 건 아니다. 그 '평가'를 신봉하는 것도 문제가 있고 말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자신의 두 검지 손가락을 입술 양 끝에 대고, 대각선 위로 올려보기 바란다. 그거면 충분하다. (손은 떼야지 계속 그러고 있으면 곤란해진다.)
C. 제 이상형은...
알았으니까 넣어 두길 바란다. 지금 뭐 이상형 같은 게 문제가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북극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데 이상형 찾고 있을 땐가? 전에도 한 번 이야기 했지만, "무한님, 전 외모 같은 거 안 봐요. 그냥 키가 저보다 크고 유머러스하고, 센스있고 자상한 남자면 좋을 것 같아요." 김형사, 체포해. 왕자 탄 백마(응?)는 그만 기다리고 현실세계로 돌아와 보자. 이상형이라며 쫓아가서 희망고문 당하는 솔로부대원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의미부여를 위해 들고 있는 팔레트를 그만 내려놓자.
이제 뭘 지워야 하는 지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가? 어렵다고 투정부릴 대원들이 있는 걸 알기에 간단히 요약하자면, 자존감을 가지고, 미소를 지으며, 현실세계에서 연애를 시작하라는 얘기다. 자존감이 바닥이라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주변을 신경쓰느라 정작 자신의 삶의 핸들을 놓을 때가 있을 것이고, 미소를 짓지 않는 것은 상대에게 초대장을 주지 않는 것과 같다. 당신 마음에 누군가가 들어오길 바란다면 초대장을 줘야 할 것 아닌가? 현실세계로 오라는 말은 그 지독한 의미부여의 함정에서 벗어나라는 얘기임을 알 거라 생각한다.
매뉴얼을 써 놓고 보니, 정말 중요한 얘기를 하나 빼먹었다. 바로 '남자 울렁증'을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별 거 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이거 정말 심각한 거다. 이성들 사이에서는 성격 좋고, 활발하며, 긍정적이기로 유명하지만 유독 남자 앞에서는 울렁증을 겪는 사람이 있다.
주로 여중-여고-여대의 솔로부대 엘리트코스를 밟은 대원들에게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증상인데, 누군가 자기를 좋아하는 것 같은 낌새만 보여도 질색을 하거나 자로 그은 듯 둘 사이에 완벽한 선을 지워지지 않는 볼펜으로 그어버리는 일 등을 저지른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순정만화에 빠진 듯한 연애를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개인적으로 이건 나이와 상관없이 사람의 어떤 '특징'이라고 생각하는데, 주로 외계인을 기다리는 20대의 일부 소녀나, 자신을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는 24살의 몇몇 소녀들의 '그것'과 비슷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추후 매뉴얼을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그럼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부킹대학 연구진들과 상의를 해 볼 생각이니 그 기구한 사연을 normalog@naver.com 으로 주시기 바라며, 개별 답장 없이 적절한 사연을 선별해 매뉴얼로 함께 살펴보자. 꼭 연애 사연이 아니라도 괜찮다. 자, 그럼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가 되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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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전에 '내가 없어도 넌 행복하겠지.. 잘지내'라고 문자 보냈습니다..만..
◎ 짝사랑만 7번째인데, 제가 8번째 주인공이라는 남자가 있었죠..
지금은 어디서 9번째 짝사랑 하고 있으려나?
◎ 애매한 태도는 정말 못할 짓이다 싶어 매몰차게 거절했지만
'나 신경쓰지마. 부담주지 않고 옆에만 있을게.' 라더니
술 마시고 새벽 세 시에 전화, 주위 사람들에게 소문내기,
원망... 부담 3종 세트를 가득 안겨주더니
부담줘서 미안하다고 하며 떠나더군요.
나중에 라디오를 듣는데 제 얘기 같은 사연이 나와서 들어보니
사연을 보낸 사람은 그 사람...
"저를 너무나 힘들게 했던 그 사람을 이제 용서하려 합니다..."라더군요.
용서(응?)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짝사랑만 7번째인데, 제가 8번째 주인공이라는 남자가 있었죠..
지금은 어디서 9번째 짝사랑 하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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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 부담 3종 세트를 가득 안겨주더니
부담줘서 미안하다고 하며 떠나더군요.
나중에 라디오를 듣는데 제 얘기 같은 사연이 나와서 들어보니
사연을 보낸 사람은 그 사람...
"저를 너무나 힘들게 했던 그 사람을 이제 용서하려 합니다..."라더군요.
용서(응?)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지금이야 웃을 수 있지만, 당시엔 새 옷을 입고 나가면 사람들이 모두 주목할 거라는 중2병에 시달리고 있던 시절일 수 있으니 손발 로그아웃하게 만들던 자아의 트라우마 정도로 남겨두자. 후회야 아무리 빨리 해도 늦는 것이니 거기에 더 마음쓸 필요 없이, 우린 또 깃털같이 많이 남은 우리의 나날들을 살아보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여자가 연애를 하려면 꼭 지워야 하는 세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볼 생각이다. 그동안의 매뉴얼을 통해 깔짝깔짝 들춰본 정도라면, 오늘은 자리펴고 앉아서 좀 자세히 살펴보자. 김형사, 준비해.
1. 부서진 나날들
심장이 없으면 죽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심장이 없다고 노래를 부르는 대원들이 있다. 당신, 좌심방 우심실 뭐 하나 빠짐없이 다 있고, 심장도 잘 뛰고 있다. 아무도 당신에게 그 폐허같은 기억속에 들어가서 살라고 말한 적 없으나, 당신은 당신을 끄집어 내려는 그 모든 시도에도 문을 닫고 잠시만이라도 더 그곳에 머물러 있게 해달라며 울 뿐이다.
슬픔은 슬픔을 낳고, 그 슬픔은 또 슬픔을 낳는다. 과거의 모든 기억들은 부서져서 이상한 모양으로 합쳐지고, 상대의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의 시간이 흘러도 당신에겐 그 '버림받은' 상처가 그대로 있다. 자연히 두었다면 흉터로 변했을 텐데, 매번 그 자리를 확인하느라 딱지를 뜯고, 아물 것 같으면 또 뜯고, 그러다보니 시간은 내가 책임질 수 없을 만큼 흘렀는데 마음은 아직도 예전 그 자리 어디쯤에서 길을 잃고 있다.
괜찮으면 안 될 것 같고, 괜찮지도 않은 것 같고,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아무 일도 없어서 그러는 상태. 그 상태에 있는 당신을 내가 이렇게 구하러 오지 않았는가. 걱정말고 이 손만 잡으면 된다. 당신은 잘못된 것도 아니고 이상하지도 않다. 그냥, 좀, 지쳤을 뿐이다.
소설가 박완서씨는 불혹이 가까운 나이에 등단을 했다. 그 이야기를 떠올릴 때 마다, 그녀가 '나도 한 때는 문학소녀 였지'라며 부서진 나날들만 맨 손으로 추스릴 뿐이었다면 그녀의 많은 소설들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지금 당신이 열정적으로 매달렸던 옛 사랑을 그리워 하거나, 자신의 전부인 것 같았던 그 사람이 떠나간 후 너무 울어 얼이 빠져버린 상태로 계속 지낸다면 당신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이제 부서진 나날들은 지우고, 당신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차례다.
2. 상대에 대한 민감증
'민감증'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보자. 특히 대기업에 다니는 남자사람들과 소개팅 한 일부 여성대원들이 보내온 '멘트'를 묶어 보았다.
"대화 하는 내내 자기 회사 이름을 강조해서 말하는게 짜증났어요."
"주변에서 왜 자기같은 사람이 미녀랑 안사귀는지 모르겠다고 한다네요."
"제가 다니는 회사에 대해 묻더군요. 자긴 꿀릴 거 없다는 건가요?"
"주변에서 왜 자기같은 사람이 미녀랑 안사귀는지 모르겠다고 한다네요."
"제가 다니는 회사에 대해 묻더군요. 자긴 꿀릴 거 없다는 건가요?"
물론, 위의 얘기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뉘앙스로 했는가에 따라 '헛발질'이냐, '본래 인격'이냐가 판가름 되겠지만 이번 시간엔 '민감증'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헛발질'로 해석해 보자.
그 '헛발질'을 남자의 입장에서 해석하자면, 회사이름을 강조하는 건 내세울 것이 그것 말곤 별로 없다는 걸 뜻하고, 주변에서 뭐라고 한다는 이야기는 그냥 남들의 립서비스를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는 여린마음 동호회 회원인 경우가 많다. 회사에 대해 묻는 것은, 소개팅에 나가서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질문 아닌가? 삼십대 후반의 어느 남자분과 소개팅을 한 여성대원의 사연에 나온,
"여자나이 서른 넷이면 적은 것도 아니고, 더 나이들면 애를 낳아도 건강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뭐 이것저것 따지지말고 저랑 만나보시는 건 어때요?"
이런 조카 크레파스 같은 소리를 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연관지어 생각해 볼 것은, 반대의 경우도 '민감증'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한국에서 이름 대면 알만한 사람들은 알 회사를 운영하는 여사장 솔로부대원이 있었다. 이 대원은 모태솔로부대원으로 "미쿡에선 공부만 했고, 한쿡에선 일만 해서 그런가봐요, A-HAHAHA." 이런 소리를 해 댔는데, 다른 대원들과 달리 소개팅이나 선을 마련해 주겠다는 요청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와 연애를 하기 힘든 이유는, 소개받아 만나는 남자들이 자신의 재력이나 스펙만을 보고 달려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대원들이 들으면 "아오 저걸 콱."이라며 거친소리를 내뿜겠지만, "진심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는 그녀의 고민은 '풍요 속 빈곤'이었다.
이런 상황을 겪고 있는 대원들이 있다면, 전에 한 번 인용한 적 있는 양귀자의 <모순>에 나오는 말을 다시 한 번 들려주고 싶다.
"인생은 탐구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며 탐구하는 것이다."
마음에 있는 저울의 눈금을 0으로 맞춰두길 바란다.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 그 누구를 만나든 그가 '용의자'로 보일 것이다. 정말 괜찮은 사람인데 애정결핍이 좀 있을 수도 있고,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러 당신에게 잘 보이고자 허풍을 좀 떠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당신에게 확인 받아야 마음이 놓이는 여린마음 동호회 회원일 수도 있고 말이다.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은 이 민감증을 지워보자.
3. 지금의 나
지금의 나를 지우라니 이게 뭔 소린가 하겠지만, 몇 가지 유형을 살짝 이야기 할 테니 자신이 해당되는 것을 찾아서 '리모델링' 해 나가면 되겠다. 좀 빨리 달릴 생각이니까 똥꼬에 힘 꽉 주고 잘 따라오길 바란다.
A. 사람들이 친해지면 무시해요.
그건 그동안 당신이 보여준 여러가지 말, 행동, 상황 대처 들이 그렇게 보였기 때문이다. 하나만 예를 들어 보자, 당신이 늘 어디서든 "나 그거 잘 못 하는데." 라거나, "아 그래요? 아닌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그 이야기가 누적되어 당신은 '별볼일 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 참고로 주변에 '푼수'로 알려진 사람을 떠올려 보길 바란다. 웃기는 사람이 되려다가 우스워지는 수가 있으니 말이다.
B. 차가워서 다가가기 힘들대요.
미안하지만 이 얘기는 그냥 "안녕하세요?"랑 비슷한 거다. 그걸 '남자들이 생각하는 나'로 정의해 두진 말길 바란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생각해 보자. 당신에게 반했다면 당신이 차갑건 뜨겁건 그 따위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이야기를 자주 듣는 것이 그닥 좋은 건 아니다. 그 '평가'를 신봉하는 것도 문제가 있고 말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자신의 두 검지 손가락을 입술 양 끝에 대고, 대각선 위로 올려보기 바란다. 그거면 충분하다. (손은 떼야지 계속 그러고 있으면 곤란해진다.)
C. 제 이상형은...
알았으니까 넣어 두길 바란다. 지금 뭐 이상형 같은 게 문제가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북극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데 이상형 찾고 있을 땐가? 전에도 한 번 이야기 했지만, "무한님, 전 외모 같은 거 안 봐요. 그냥 키가 저보다 크고 유머러스하고, 센스있고 자상한 남자면 좋을 것 같아요." 김형사, 체포해. 왕자 탄 백마(응?)는 그만 기다리고 현실세계로 돌아와 보자. 이상형이라며 쫓아가서 희망고문 당하는 솔로부대원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의미부여를 위해 들고 있는 팔레트를 그만 내려놓자.
이제 뭘 지워야 하는 지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가? 어렵다고 투정부릴 대원들이 있는 걸 알기에 간단히 요약하자면, 자존감을 가지고, 미소를 지으며, 현실세계에서 연애를 시작하라는 얘기다. 자존감이 바닥이라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주변을 신경쓰느라 정작 자신의 삶의 핸들을 놓을 때가 있을 것이고, 미소를 짓지 않는 것은 상대에게 초대장을 주지 않는 것과 같다. 당신 마음에 누군가가 들어오길 바란다면 초대장을 줘야 할 것 아닌가? 현실세계로 오라는 말은 그 지독한 의미부여의 함정에서 벗어나라는 얘기임을 알 거라 생각한다.
매뉴얼을 써 놓고 보니, 정말 중요한 얘기를 하나 빼먹었다. 바로 '남자 울렁증'을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별 거 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이거 정말 심각한 거다. 이성들 사이에서는 성격 좋고, 활발하며, 긍정적이기로 유명하지만 유독 남자 앞에서는 울렁증을 겪는 사람이 있다.
주로 여중-여고-여대의 솔로부대 엘리트코스를 밟은 대원들에게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증상인데, 누군가 자기를 좋아하는 것 같은 낌새만 보여도 질색을 하거나 자로 그은 듯 둘 사이에 완벽한 선을 지워지지 않는 볼펜으로 그어버리는 일 등을 저지른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순정만화에 빠진 듯한 연애를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개인적으로 이건 나이와 상관없이 사람의 어떤 '특징'이라고 생각하는데, 주로 외계인을 기다리는 20대의 일부 소녀나, 자신을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는 24살의 몇몇 소녀들의 '그것'과 비슷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추후 매뉴얼을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저는 위의 이야기에 해당되는 거 없는데도 솔로인데요?"
그럼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부킹대학 연구진들과 상의를 해 볼 생각이니 그 기구한 사연을 normalog@naver.com 으로 주시기 바라며, 개별 답장 없이 적절한 사연을 선별해 매뉴얼로 함께 살펴보자. 꼭 연애 사연이 아니라도 괜찮다. 자, 그럼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가 되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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