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의 진심을 상대방에게 90% 이상 전달할 수 있는가?
너무 뜬금 없는 질문이었다면 미안하다. 그냥 좀 임팩트 있게 시작하고 싶어서 던진 질문이니 너무 신경쓰지 말길 바란다. 난 괜찮다. 아무튼, "왜 제 마음을 모를까요?" 라거나 "저에 대해서 오해하는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하며 늘 비슷한 내용의 '연애 시나리오'만 쓰고 있는 솔로부대원들을 위해, 오늘은 '의도한 것'을 '의도하지 않은 것'으로 만드는 나쁜 습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한 마음으로 '노래방에서 녹음한 노래 다시 듣기'라고 생각하며 읽으면 되겠다. 마이크 잡고 부를 때에는 '그래도 내가 노래는 보통 이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녹음된 노래를 트는 순간 내 속의 또다른 내가 노랠 부른 듯한 낯선 목소리를 경험하지 않는가. '내가 생각하는 나'와 '상대에게 보여지는 나'사이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작업이니, 아래에 등장하는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오늘부로 툭툭 털어버리길 권한다. 자, 그럼 달려보자.
매뉴얼에서도 몇 번 다루었던 '연애 조급증'과 관련 있는 부분이다. 마음 속에 강렬한 욕구가 찾아왔을 때, 당장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모습을 '열정적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연애에 '열정'만 가지고 뛰어들었다가는 혼자 하얗게 타올라 재가 되거나 상대에 대한 이상한 집착증세를 보일 수 있다.
소개팅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서로 연락하다 말을 놓게 되었고, 이제 '다음 만남'을 위해 애프터신청을 하는 한 남자의 대화를 살펴보자.
대화를 더 옮겨적다간 내가 짜증날 것 같으니 여기까지만 적자. 이 정도만 적어도 무슨 말인지 알 거라 생각한다. 뭐, 이 사연을 보내신 남자분 처럼 "저한테 관심이 없어서 거절한 걸까요? 마음이 있었다면 핑계를 대서라도 나올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는 대원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오늘만 날로 생각하고, 하고 싶은 것을 꼭 해야 직성이 풀린다면 연애를 하기 위해 만나는 것인지 만나기 위해 연애를 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힘든 '주객전도'증상을 보일 위험이 있다. 위의 사연에서 '공연'은 부수적인 것이었고 '연애'가 주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분은 집요하게 '공연'이야기만 하고 있다.
"잠깐만 집 앞으로 나와봐. 잠깐이면 돼. 정말 잠깐 만나서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아무거나 입고 나와도 돼. 그냥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전화로 말하긴 힘들고, 잠깐만 나와봐. 진짜 잠깐만."
상대를 집 앞으로 불러내기 위해 애걸복걸하는 모습이 보이는가? 상대에게 고백하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어느 남자분이 사용한 멘트다. 밤 12시에 집 앞 놀이터로 상대를 겨우 불러낸 이 남자분은, 숨겨왔던 마음을 고백하며 사귀자고 했고, 상대에겐 "너 많이 취했어. 일단 얼른 집에 들어가."라는 대답밖에 듣지 못했다.
"더는 못 기다리겠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전 이번에 고백할 겁니다."라고 메일을 보내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그냥 "전 지금 배가 너무 고파서, 밥 뜸 들일 시간 기다릴 수 없습니다. 지금 밥솥 뚜껑을 열 겁니다."라는 얘기와 별 다를 것 없다. 그걸 어찌 '열정'이라 할 수 있겠는가. 설익은 밥만 앞에 있을 게 뻔한데 말이다. 열정과 객기와 집착은 구별하자.
오래 전에 읽은 문장이라 출처를 정확히 밝히긴 힘들지만, "침묵은 금이다. 그러나 대인관계는 침묵 때문에 금간다."라는 뜻의 문장이 있다. '한 마디'의 차이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 지 예문을 보자.
A에서 여자분이 한 대답은 상대에게 별 관심이 없을 때나 사용하는 말이다. 상대에게 관심이 있다면, B의 경우처럼 '모범답안'을 던져줘야 한다. 주로 '철벽녀'로 알려진 여성대원들이 이 '한 마디'를 생략하기로 유명하다. 왜 '한마디'를 하지 않을까?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표현하는 일이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넣어주는 추임새를 '자존심'때문에 생략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상대도 그대로 느낄거라 생각해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동성친구들과 있을 때는 마음 편히 "그래?", "진짜? 완전 대박." 등의 이야기를 하지만 이성 앞에서는 "너는 썰을 풀어라, 나는 떡을 썰테니."라며 한석봉 어머니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마음은 꽁꽁 숨겨둔 채 상대에 대해 파악하려는 까닭에 이 '한 마디'를 생략하거나, 당연히 남자가 리드해야 한다는 생각에 수동적인 모습만 보이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당신이 이 '한 마디'를 하지 않는다면, 상대는 당신에 대해 '추측'하는 것 말고는 당신에 대해 알 방법이 없다. 게다가 당신의 침묵은 상대에게 '오해'를 선물할 수 있고, 무엇보다 그 '오해'로 인해 발생한 2차적인 오해를 당신이 하게 될 위험이 있다. 당신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대를 보며, 당신은 더 혼란스러워 질 수 있단 얘기다.
연애 뿐만 아니라 어느 인간관계에서든 이 '한 마디'는 정말 중요하다. 그게 형식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더라도 분명 중요하다. 고마우면 고맙다고 말하고,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말하자. 상대의 제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다른 제안을 해 보고, 반갑다, 즐겁다, 재미있다, 이런 말들을 아끼지 말자. 말 하지 않으면 가장 친한 친구도 당신의 진심을 모를 수 있으니 말이다.
대학에 입학하고 첫 수업, 아니면 회사에 들어가 첫 출근 하던 날을 기억하는가? 누가 누군지 헷갈리고 당신이 배정받은 자리는 낯설기만 했을 것이다. 지금처럼 여유롭게 다리를 떨거나 코 만지는 척 하며 코를 팔 수 없었단 얘기다.
연애도 이제 막 가까워지거나 애정전선이 형성되기 시작할 때에는 상대가 커 보이는 착시현상이 발생하거나, 상대가 한 행동이나 말에 101가지 의미를 부여하거나, 문자를 보내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라며 햄릿보다 더 괴로워하기 마련이다. 이런 과정이 지난 후 서로 BG와 TR도 터 가며 익숙해지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 적응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부분에 몰두하거나 변화에 겁을 먹는 솔로부대원들이 있다.
상대에 대한 호감은, 당신이 '영어완전정복'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전자사전을 살 때 드는 마음과 같다. 전자사전만 생기면 당신의 영어실력에 엄청난 향상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사 놓고 전자사전을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모셔두면 결국 당신의 영어실력은 "파인, 땡큐, 앤드 유."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처럼 연애도 시작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 같지만, 마음에 들어찬 바람이 빠지는 건 시간문제다. "그래, 우린 인연이 아닌가봐."라며 '나의 영어실력을 향상시켜줄 영어사전'만 찾는 대원들이 있다. 그 중 한 사람인 K양(39세, 회사원)은 내년에 불혹의 나이가 된다.
연애를 시작한 후 찾아오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부분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낯설었던 사무실이 곧 몇 십년 일한 직장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연애중인 상대에게 느낀 설렘도 익숙함과 편안함으로 변한다. 이 자연스러운 변화에 대해 "마음이 변했어."라거나 "사랑이 식었어."라는 얘길하며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둘이 나눌 얘기는 '이별'에 대한 것 밖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상상 속의 연애와 비교하지 말고, 현실의 연애에 맞춰가자. 헤어진 후에도 유효기간 지난 옛 이야기만 붙잡고 되새김질 하다간 소 된다.
연애가 가져온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대원은, 이별이 가져온 변화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인다. 갑자기 인터넷이 안 되면 랜 선을 확인하거나 모뎀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으면 고객센터에 전화해 사정을 알린 뒤 도움을 받으면 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앉아서 "어제 이 시간엔 맞고를 쳤었지..." 또는 "인터넷 창을 계속 띄우다 보면 연결 되지 않을까.."라는 이상한 얘기만 하고 있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거 지금은 힘들고 마음 아파도 자꾸 상처를 손으로 후벼파지 않으면 저절로 아물고 더 이상 아프지 않은 흉터로 변한다. 올해 초 당신이 열정적으로 시청했던 TV프로그램이 뭐 였는지 지금 생각도 잘 안 나는 것 처럼 말이다. 당장 견딜 수 없기에 이별 후 모든 것을 일시정지 시켜놓은 마음으로 살고 있더라도, 시간은 흐른다. 봄 여름 가고, 이제 가을이 오고 있지 않은가.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별표 해 놓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듯, 그렇게 한 번 넘어가 보자. 그 문제만 붙잡고 있다간 당신이 쉽게 풀 수 있는 다른 문제들도 놓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외에 이성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경우도 있었다. 스스로를 '그동안 난 못 생기고 뚱뚱했다'고 소개했던 어느 대원은, 그런 모습을 한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이 그저 '동정심' 때문에,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아 모든 사람을 밀어냈다고 한다. 그 후 그녀가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의학의 도움을 받아 길거리에서 헌팅당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 그땐 다가오는 남자들이 그저 자신의 '외모'만 보고 다가오는 것 같아서 역시 모두 밀어냈다고 한다.
비슷한 내용으로, 남자분이 보낸 사연도 있었다. 여자들이 자신의 '진심'을 보고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연봉'과 '직업명'을 보고 다가오는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혐의를 두기 시작하면 모든 사람들이 의심되는 법이다. 그런 논리라면, 당신을 보고 짖은 개도 당신의 '연봉'과 '직업명' 때문에 짖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사람을 보자. 마음 속에서 착한 편, 나쁜 편 나누지 말고 '그 사람'으로 받아들이자.
연애를, 밤이 되면 잠이 오는 것 처럼 받아들이자. "잠이 안 오면 어쩌지?"라며 아침부터 앞선 걱정으로 하루를 날리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지구에서의 오늘 하루도 살아보잔 거다. 2099년만 되어도 지금 이 글을 읽는 거의 모든 사람은 지구에 없을테니 말이다. 평균 수명을 근거로 얘기하자면, 아직 우리에겐 살아 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더 많으니 여름 철 잠깐 찾아 온 장마 때문에 가을까지 시무룩해져 있진 말자. 툭툭, 털고 다음페이지로 넘어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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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뜬금 없는 질문이었다면 미안하다. 그냥 좀 임팩트 있게 시작하고 싶어서 던진 질문이니 너무 신경쓰지 말길 바란다. 난 괜찮다. 아무튼, "왜 제 마음을 모를까요?" 라거나 "저에 대해서 오해하는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하며 늘 비슷한 내용의 '연애 시나리오'만 쓰고 있는 솔로부대원들을 위해, 오늘은 '의도한 것'을 '의도하지 않은 것'으로 만드는 나쁜 습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한 마음으로 '노래방에서 녹음한 노래 다시 듣기'라고 생각하며 읽으면 되겠다. 마이크 잡고 부를 때에는 '그래도 내가 노래는 보통 이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녹음된 노래를 트는 순간 내 속의 또다른 내가 노랠 부른 듯한 낯선 목소리를 경험하지 않는가. '내가 생각하는 나'와 '상대에게 보여지는 나'사이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작업이니, 아래에 등장하는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오늘부로 툭툭 털어버리길 권한다. 자, 그럼 달려보자.
1. 오늘만 날로 생각하는 습관
매뉴얼에서도 몇 번 다루었던 '연애 조급증'과 관련 있는 부분이다. 마음 속에 강렬한 욕구가 찾아왔을 때, 당장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모습을 '열정적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연애에 '열정'만 가지고 뛰어들었다가는 혼자 하얗게 타올라 재가 되거나 상대에 대한 이상한 집착증세를 보일 수 있다.
소개팅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서로 연락하다 말을 놓게 되었고, 이제 '다음 만남'을 위해 애프터신청을 하는 한 남자의 대화를 살펴보자.
남자 - 토요일에 시간 돼?
여자 - 으.. 이번 주 토요일은 놀토 아닌데.
남자 - 회사 몇시에 끝나는데?
여자 - 원래 4시에 끝나는데, 더 늦어질 수도 있고.
남자 - 좀 일찍 퇴근할 수는 없어?
여자 - 왜?
남자 - 4시에 공연이 있는데.. 그거 같이 보려고.
여자 - 4시면 곤란하겠다... 퇴근해서 이동하는 시간도 걸릴거고..
남자 - 사정이 있다고 얘기하고 일찍 나올 순 없나?
여자 - 요즘 우리 회사가 시즌이라 너무 눈치보여..
남자 - 친구가 다쳤다거나.. 뭐.. 그런 핑계도 안 되나?
여자 - 그러기가 좀 그래;;
남자 - 정말 괜찮은 공연인데.. 공연이 별로 안 땡겨?
여자 - 아니;; 그게 아니라 회사 때문에;;
여자 - 으.. 이번 주 토요일은 놀토 아닌데.
남자 - 회사 몇시에 끝나는데?
여자 - 원래 4시에 끝나는데, 더 늦어질 수도 있고.
남자 - 좀 일찍 퇴근할 수는 없어?
여자 - 왜?
남자 - 4시에 공연이 있는데.. 그거 같이 보려고.
여자 - 4시면 곤란하겠다... 퇴근해서 이동하는 시간도 걸릴거고..
남자 - 사정이 있다고 얘기하고 일찍 나올 순 없나?
여자 - 요즘 우리 회사가 시즌이라 너무 눈치보여..
남자 - 친구가 다쳤다거나.. 뭐.. 그런 핑계도 안 되나?
여자 - 그러기가 좀 그래;;
남자 - 정말 괜찮은 공연인데.. 공연이 별로 안 땡겨?
여자 - 아니;; 그게 아니라 회사 때문에;;
대화를 더 옮겨적다간 내가 짜증날 것 같으니 여기까지만 적자. 이 정도만 적어도 무슨 말인지 알 거라 생각한다. 뭐, 이 사연을 보내신 남자분 처럼 "저한테 관심이 없어서 거절한 걸까요? 마음이 있었다면 핑계를 대서라도 나올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는 대원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오늘만 날로 생각하고, 하고 싶은 것을 꼭 해야 직성이 풀린다면 연애를 하기 위해 만나는 것인지 만나기 위해 연애를 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힘든 '주객전도'증상을 보일 위험이 있다. 위의 사연에서 '공연'은 부수적인 것이었고 '연애'가 주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분은 집요하게 '공연'이야기만 하고 있다.
"잠깐만 집 앞으로 나와봐. 잠깐이면 돼. 정말 잠깐 만나서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아무거나 입고 나와도 돼. 그냥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전화로 말하긴 힘들고, 잠깐만 나와봐. 진짜 잠깐만."
상대를 집 앞으로 불러내기 위해 애걸복걸하는 모습이 보이는가? 상대에게 고백하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어느 남자분이 사용한 멘트다. 밤 12시에 집 앞 놀이터로 상대를 겨우 불러낸 이 남자분은, 숨겨왔던 마음을 고백하며 사귀자고 했고, 상대에겐 "너 많이 취했어. 일단 얼른 집에 들어가."라는 대답밖에 듣지 못했다.
"더는 못 기다리겠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전 이번에 고백할 겁니다."라고 메일을 보내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그냥 "전 지금 배가 너무 고파서, 밥 뜸 들일 시간 기다릴 수 없습니다. 지금 밥솥 뚜껑을 열 겁니다."라는 얘기와 별 다를 것 없다. 그걸 어찌 '열정'이라 할 수 있겠는가. 설익은 밥만 앞에 있을 게 뻔한데 말이다. 열정과 객기와 집착은 구별하자.
2. 해야 할 말 '한 마디'를 안 하는 습관
오래 전에 읽은 문장이라 출처를 정확히 밝히긴 힘들지만, "침묵은 금이다. 그러나 대인관계는 침묵 때문에 금간다."라는 뜻의 문장이 있다. '한 마디'의 차이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 지 예문을 보자.
A.
남자 - 회사 끝나고 맥주 한 잔 어때요?
여자 - 저 술 안 마시는데...
B.
남자 - 회사 끝나고 맥주 한 잔 어때요?
여자 - 저 술은 안 마시는데, 팥빙수 먹어요~
남자 - 회사 끝나고 맥주 한 잔 어때요?
여자 - 저 술 안 마시는데...
B.
남자 - 회사 끝나고 맥주 한 잔 어때요?
여자 - 저 술은 안 마시는데, 팥빙수 먹어요~
A에서 여자분이 한 대답은 상대에게 별 관심이 없을 때나 사용하는 말이다. 상대에게 관심이 있다면, B의 경우처럼 '모범답안'을 던져줘야 한다. 주로 '철벽녀'로 알려진 여성대원들이 이 '한 마디'를 생략하기로 유명하다. 왜 '한마디'를 하지 않을까?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표현하는 일이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넣어주는 추임새를 '자존심'때문에 생략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상대도 그대로 느낄거라 생각해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동성친구들과 있을 때는 마음 편히 "그래?", "진짜? 완전 대박." 등의 이야기를 하지만 이성 앞에서는 "너는 썰을 풀어라, 나는 떡을 썰테니."라며 한석봉 어머니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마음은 꽁꽁 숨겨둔 채 상대에 대해 파악하려는 까닭에 이 '한 마디'를 생략하거나, 당연히 남자가 리드해야 한다는 생각에 수동적인 모습만 보이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당신이 이 '한 마디'를 하지 않는다면, 상대는 당신에 대해 '추측'하는 것 말고는 당신에 대해 알 방법이 없다. 게다가 당신의 침묵은 상대에게 '오해'를 선물할 수 있고, 무엇보다 그 '오해'로 인해 발생한 2차적인 오해를 당신이 하게 될 위험이 있다. 당신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대를 보며, 당신은 더 혼란스러워 질 수 있단 얘기다.
연애 뿐만 아니라 어느 인간관계에서든 이 '한 마디'는 정말 중요하다. 그게 형식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더라도 분명 중요하다. 고마우면 고맙다고 말하고,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말하자. 상대의 제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다른 제안을 해 보고, 반갑다, 즐겁다, 재미있다, 이런 말들을 아끼지 말자. 말 하지 않으면 가장 친한 친구도 당신의 진심을 모를 수 있으니 말이다.
3. 익숙한 것만 찾는, 혹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습관
대학에 입학하고 첫 수업, 아니면 회사에 들어가 첫 출근 하던 날을 기억하는가? 누가 누군지 헷갈리고 당신이 배정받은 자리는 낯설기만 했을 것이다. 지금처럼 여유롭게 다리를 떨거나 코 만지는 척 하며 코를 팔 수 없었단 얘기다.
연애도 이제 막 가까워지거나 애정전선이 형성되기 시작할 때에는 상대가 커 보이는 착시현상이 발생하거나, 상대가 한 행동이나 말에 101가지 의미를 부여하거나, 문자를 보내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라며 햄릿보다 더 괴로워하기 마련이다. 이런 과정이 지난 후 서로 BG와 TR도 터 가며 익숙해지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 적응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부분에 몰두하거나 변화에 겁을 먹는 솔로부대원들이 있다.
상대에 대한 호감은, 당신이 '영어완전정복'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전자사전을 살 때 드는 마음과 같다. 전자사전만 생기면 당신의 영어실력에 엄청난 향상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사 놓고 전자사전을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모셔두면 결국 당신의 영어실력은 "파인, 땡큐, 앤드 유."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처럼 연애도 시작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 같지만, 마음에 들어찬 바람이 빠지는 건 시간문제다. "그래, 우린 인연이 아닌가봐."라며 '나의 영어실력을 향상시켜줄 영어사전'만 찾는 대원들이 있다. 그 중 한 사람인 K양(39세, 회사원)은 내년에 불혹의 나이가 된다.
연애를 시작한 후 찾아오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부분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낯설었던 사무실이 곧 몇 십년 일한 직장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연애중인 상대에게 느낀 설렘도 익숙함과 편안함으로 변한다. 이 자연스러운 변화에 대해 "마음이 변했어."라거나 "사랑이 식었어."라는 얘길하며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둘이 나눌 얘기는 '이별'에 대한 것 밖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상상 속의 연애와 비교하지 말고, 현실의 연애에 맞춰가자. 헤어진 후에도 유효기간 지난 옛 이야기만 붙잡고 되새김질 하다간 소 된다.
연애가 가져온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대원은, 이별이 가져온 변화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인다. 갑자기 인터넷이 안 되면 랜 선을 확인하거나 모뎀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으면 고객센터에 전화해 사정을 알린 뒤 도움을 받으면 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앉아서 "어제 이 시간엔 맞고를 쳤었지..." 또는 "인터넷 창을 계속 띄우다 보면 연결 되지 않을까.."라는 이상한 얘기만 하고 있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거 지금은 힘들고 마음 아파도 자꾸 상처를 손으로 후벼파지 않으면 저절로 아물고 더 이상 아프지 않은 흉터로 변한다. 올해 초 당신이 열정적으로 시청했던 TV프로그램이 뭐 였는지 지금 생각도 잘 안 나는 것 처럼 말이다. 당장 견딜 수 없기에 이별 후 모든 것을 일시정지 시켜놓은 마음으로 살고 있더라도, 시간은 흐른다. 봄 여름 가고, 이제 가을이 오고 있지 않은가.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별표 해 놓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듯, 그렇게 한 번 넘어가 보자. 그 문제만 붙잡고 있다간 당신이 쉽게 풀 수 있는 다른 문제들도 놓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외에 이성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경우도 있었다. 스스로를 '그동안 난 못 생기고 뚱뚱했다'고 소개했던 어느 대원은, 그런 모습을 한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이 그저 '동정심' 때문에,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아 모든 사람을 밀어냈다고 한다. 그 후 그녀가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의학의 도움을 받아 길거리에서 헌팅당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 그땐 다가오는 남자들이 그저 자신의 '외모'만 보고 다가오는 것 같아서 역시 모두 밀어냈다고 한다.
비슷한 내용으로, 남자분이 보낸 사연도 있었다. 여자들이 자신의 '진심'을 보고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연봉'과 '직업명'을 보고 다가오는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혐의를 두기 시작하면 모든 사람들이 의심되는 법이다. 그런 논리라면, 당신을 보고 짖은 개도 당신의 '연봉'과 '직업명' 때문에 짖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사람을 보자. 마음 속에서 착한 편, 나쁜 편 나누지 말고 '그 사람'으로 받아들이자.
연애를, 밤이 되면 잠이 오는 것 처럼 받아들이자. "잠이 안 오면 어쩌지?"라며 아침부터 앞선 걱정으로 하루를 날리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지구에서의 오늘 하루도 살아보잔 거다. 2099년만 되어도 지금 이 글을 읽는 거의 모든 사람은 지구에 없을테니 말이다. 평균 수명을 근거로 얘기하자면, 아직 우리에겐 살아 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더 많으니 여름 철 잠깐 찾아 온 장마 때문에 가을까지 시무룩해져 있진 말자. 툭툭, 털고 다음페이지로 넘어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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