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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떠보려다 떠나보내는 연애 멘트들

by 무한 2010. 9. 27.
추석 전, 그렇게 "상대에게 어리광을 부리거나, 뾰족한 가시 박힌 말을 건네거나, 너도 맛 좀 보라며 치졸한 복수극을 꾸미지 마세요."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여러명의 솔로부대원들이 상대를 향해 곤두박질 친듯 보인다.

며칠간 연락이 순조롭게 되지 않자 '가자! 정면승부다!'라며 친척들과의 담소로 정신없을 상대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실하게 말해 줬으면 좋겠어. 그 대답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난 괜찮으니까 말해줘."라는 이야기를 한 대원들도 많은 것 같다. 참 대책 없이 피곤한 일이다.

이렇게 둘의 사이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는 "소를 잃었는데, 외양간 고칠 수 있을까요? 고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라는 사연만 보내면 대체 소는 누가 키우냔 말이다.(응?) 아무튼 연휴와 함께 사랑도 끝난 대원들을 위해 오늘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를 살펴보고자 한다. 자, 그럼 월요일을 꿀꺽 삼킬 기세로 출발해 보자.


1. 연애를 해야지 왜 실험을 하는가


상대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나 역시 받을 택배가 오지 않으면 배송조회를 수시로 하고, 기사분께 "오후에는 제가 집에 없어서 그런데, 오전 중에 받을 수 없을까요?"라는 훼이크를 쓰기도 한다. 물론 난 오후에도 집에 있다.

그러나 "우리 집 이사했는데 주소는 알려드릴 수 없어요. 올 생각 있으시면 찾아오세요."라는 위험한 농담을 하진 않는다. 그런데 왜 몇몇 대원들은 이 위험한 농담을 사랑하는 연인에게 하고 있을까?

"자꾸 이런 얘기를 반복하게 되는 것 같아. 매번 고친다고 하지만 계속 이러잖아. 난 정말 진심으로 말하는 건데 넌 흘려듣기나 하고, 우리 연락하지 말고 지내보자."

"나랑 결혼할 생각은 있는 거야? 그런 거 아니라면 헤어지자. 확신도 없이 그냥 만나는 거라면 괜히 시간낭비만 될 것 같아. 헤어지자."



진지한 대화는 좋지만, 자신의 사랑을 인질로 잡아 벌이는 협상이라는 점에서 위의 멘트는 대단히 위험하다. 이처럼 '사랑'을 인질로 잡은 멘트를 상대에게 날려놓고, 나에게 "헤어지자는 말이 진심은 아니었어요."라거나 "욱하는 마음에 한 말이지, 전 정말 그 사람 없이 못 살아요."라고 말해봐야 이미 소는 떠났고, 외양간은 텅 비었다.

자, 이제 '상대 탓'을 할 차례다. "그래도 정말 마음이 있었다면 다시 연락을 해 왔겠죠."라거나 "이렇게 쉽게 헤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네요."따위의 이야기로 상대에게 '나쁜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그래, 당신 말대로, 이게 다 소 때문이라고 해두자.

"너, 레드카드야."


라고 말한 사람은 누군가? 레드카드의 데미지를 입고 경기장 밖으로 나간 사람에게 "정말 경기를 계속 하고 싶었다면 레드카드를 줬어도 다시 찾아왔겠죠."라고 말하는 사람은 누군가? 텅 빈 외양간 앞에서 상대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대원들이 있다면 곰곰이 생각해보자. 당신이 꺼낸 가슴 내려앉는 그 말이, 상대에겐 당신의 한계로 보였던 건 아닐까? 상대는 당신과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당신은 상대와 실험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2. 짝사랑과 고백, 그리고 떠보기의 상관관계


관심 있는 상대를 향해 홀로 마음을 키우고 있는 대원들 중, '고백'이라는 스트라이크는 놔두고 '떠보기'라는 볼만 던지는 대원들이 있다. 상대의 신호를 읽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면 큰 문제없겠지만, 상대가 조금 움찔하기라도 하면 희열을 느끼며 만족해하는 것 '너는 아웃'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가장 대표적인 '들이댐 -> 상대의 부담스럽다는 말 -> 사과'라는 콤보를 살펴보자. 먼저, 지나치게 상대에게 간섭을 하거나 부담 3종세트 등을 내밀어 상대를 압박한다. 그 압박에 견디다 못한 상대가 둘의 관계를 확실히 재인식 시키는 말을 하거나 정중한 거절의 말을 하고, 이쪽에선 "난 널 생각해서 그랬던 건데, 그게 부담이었다면 미안해. 이제 부담스러워 할 관심은 갖지 않을게." 따위의 이야기를 한다. 좀 더 떠보고 싶을 경우 "내 관심이 너에게 부담이라면, 이제 더는 가질 수 없을 것 같다. 앞으로 그냥 보통 사람들처럼 대할게."따위의 이야기를 한다. 저울에 달면 500kg이 넘을만한 멘트다.

최악의 경우 '연락'을 인질 내세우는 모습을 보이는데, 대략 "그럼 이제 내가 먼저 연락을 하진 않을 테니까, 언제든 네 마음이 움직이거나 내가 필요할 때면 연락해. 난 그냥 여기 있을게." 따위의 멘트를 사용한다. 이런 멘트를 남발하는 대원들에겐 영화나 드라마의 시청시간을 줄이라고 권해주고 싶다.

상대에게 감동을 주고 싶어서 그랬겠지만, 감동도 마음이 맞고 공감대가 생긴 다음에야 밀려오는 거지, 이건 뭐 서로 마음부터가 다른데 무작정 감동만 시키려고 하면 어쩌자는 건가. 계속 그 행동만 반복하면 당신은 상대에게 '스팸처리'가 되고 만다. '이렇게 하면 좋아하겠지'만 생각하지 말고, 상대가 뭘 좋아하는지 먼저 살펴보란 얘기다. 

"나 소개팅 시켜줘.""나 소개팅 하려고."따위의 멘트를 던지곤 상대의 반응을 보는 대원들도 있다. 전자의 경우, 얼굴만 보면 소개팅 시켜달라는 얘기를 던지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학생의 경우 '투망식 연애'를 노리는 낚시꾼으로 보이고, 직장인의 경우 스스로 개그감각이 뛰어나다고 착각하는 '찝쩍남'으로 보이게 된다. 후자는 여린마음동호회 회원들이 애용하는데, 그 멘트에 별 반응이 없는 상대를 보며 개미지옥으로 빠지게 된다. 혼자 만든 궁금증에 괴로워하며 "이 사람 마음은 뭔가요?"라는 질문만 울먹이며 꺼낸다.

숨어서 돌 던지는 일은 이제 그만 두자. 책임지지도 않을 말을 미끼로 왜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려 하는가. 또, 책임을 지는 척 하며 상대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지도 말자. 쿨한척 꺼낸 이야기지만, 그게 사실은 관심을 구걸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처럼 '떠보기'에는 '질문하는 사람의 마음'이 묻어있기 마련이다. 아주 기본적인 "남자친구랑 보러 안 가세요?"라는 멘트에, 상대방이 "남자친구 없어요."라는 대답을 했다고 마냥 파티를 할 게 아니란 얘기다. 바보가 아닌 이상, 당신의 멘트가 가진 '의도'를 알아낼 수 있다. 위에서 말한 짝사랑의 경우, 상대가 이미 이쪽의 마음을 눈치 채고 있기에 굳이 '떠보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멘트가 '의도적인 것'으로 오해받을 위험이 큰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선 아무리 진의를 꼭꼭 숨겨 멘트를 던진다 해도 쉽게 드러난다.

상대를 시험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거나, 내가 피해입지 않으려고 숨어서 돌 던지는 떠보기가 아니라면 마음껏 사용해도 좋다. 단, 그 떠보기로 알아낸 결과가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르다고 해서 상대를 바보로 만들지 말며, 무작정 책임을 전가하지도 말길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대의 속마음 알아내려다가 스스로 개미지옥으로 걸어 들어가지 말길 권한다. 자연스레 친해지고 있는 관계에서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응?) 대원들이 너무 많다. 떠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땐, 마음의 악셀에서 발을 떼고 잠시 주위를 둘러보자. 누군가의 관심을 받으려 애만 쓰다 정작 자신이 관심을 주지 못한 사람과 사물들이 보일 것이다. 그들에게 관심을 나눠주다 보면, 비워진 그 공간에 상대의 관심이 들어찰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명절증후군 기지개 한 번 켜며 날리세요. 몸과 마음이 한결 상쾌할 겁니다.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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