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달력이나 다이어리를 새로 바꾸는 즐거움도 없이, '연락 없는 남자'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대원들이 있어 가슴이 아프다. 만약, 내 여동생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라는 스커드급 미사일 발언으로, 땅에 발붙이지 못하고 방황하며 떠 있는 마음을 좀 격추시켜 줬을 것 같다. 여동생이야 마음을 격추한 뒤에 양념 반, 후라이드 반으로 달래줄 수 있으니 괜찮지만, 그대에겐 함께 치킨을 먹으며 "이 집 닭은 생체실험 한 연구소에서 받아 온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가끔 날개가 세 개 들어있거나, 다리가 네 개 들어있기도 합니다. 너무 신경 쓰진 마세요. 먹어도 죽진 않으니까요."라는 개그도 할 수 없으니 이렇게 매뉴얼로 이야기를 나눠보자.
연락 없는 남자와 관련된 사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연락 왜 안하냐는 말로만 연락하는 남자'의 사연이다. 자신도 하루 종일 연락을 하지 않았으면서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니 "기다렸는데 하루 종일 연락이 없으시네요. 잘 자요." 따위의 문자를 보내거나, 며칠 동안 소식이 없다가 "요즘 바쁘신가 봐요? 통 연락도 없고. 잘 지내시죠?" 따위의 문자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으아니, 한줄 짜리 "뭐해요?"라는 문자에 사십 자 꽉꽉 채워서 답장 보냈을 땐 우걱우걱 잘 먹어 놓곤, 이제 와서 "왜 연락이 없어요?"라니. 게다가, 혹시 크리스마스에 만나자는 말을 하진 않을까 하는 심정에 크리스마스 인사를 문자로 했을 땐 죽었는지 살았는지 답장도 없던 사람이 이제 와서 "요즘 바쁘신가 봐요?"라니.
믿기 어렵겠지만, 여린마음동호회 회원인 까닭에 위의 일을 벌이는 대원들도 있다. 당신의 답장만으로도 '충전완료'가 될 수 있단 얘기다. 자신감이든 자존감이든 연애에 대한 기대든 '충전완료'가 되었으면 그 에너지를 이용해 뭔가를 해야 하는데 상대는 그냥 '만족' 해 버린다. 이들의 특징으론, 계속해서 당신에게 확인 받으려 하고, 당신의 속마음을 문자로 전해 들으려 하며, 만나자는 얘기는 별로 하지 않으면서 문자나 전화는 꾸준히 하는 모습이 있다.
이 특징은 '소심남' 뿐만 아니라 '어장관리남'도 가지고 있다. 당신과 연락을 하며 당신의 속마음을 하나씩 들춰보는 것에만 흥미를 느끼는 남자는,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또한, 당신을 '킬링타임용'으로 생각하는 남자 역시 자신이 외롭거나 심심한 경우에만 당신에게 연락한다. 사람마다 다르기에 정확한 기준을 세울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삼칠일(3주)이 넘도록 만날 수 없는 상대라면 당신은 그에게 '순위권 밖'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인다고 해서 모두 '나쁘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그에 대한 당신의 마음은 '애정'이지만, 당신에 대한 그의 마음은 '인맥'인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대원들이 있다면, 상대에게 어서 뛰어 오라며 재촉하기 보단 걸음을 늦춰 상대와 발걸음을 맞춰서 걷길 권한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으면, 대책 없이 분위기 잡는 남자들이 있다.
"내가 연락하는 게 너에게 부담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나에게 관심이 있으면 연락이 올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아닌가 보네."
한 없이 오글거리는 멘트도 있고, 쿨한 척 하면서 실속을 챙기려는 멘트도 있다. 상대의 이런 멘트에 대해선 "그랬구나... 난 몰랐어."라며 같이 진지를 먹지 말고(응?), 때로는 정곡을 찔러주고, 또 때로는 부드럽게 타이르며 대처하자.
위의 멘트들를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 정도 해서 별 반응이 없다면, 난 더 이상의 노력은 할 생각이 없다.'라거나 '결과가 확실하지 않은데 에너지를 쏟긴 싫고, 결과를 먼저 얘기해주면 노력할 생각이 있다.'라는 의미를 읽을 수 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당신을 향한 상대의 마음이 딱 그 정도일 가능성이 크단 얘기다.
상대의 진심을 알고 싶다면, 상대의 '말'보다는 '행동'에 무게를 두고 상대를 바라보길 권한다. 진심은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드러난다. 문자로 연애하는 남자와 관련된 매뉴얼에서 "문자로 연애하는 남자와는 문자로만 만나주는 것이 답이다."라고 한 얘기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
역시 믿기 어렵겠지만, 여린마음동호회 간부급 대원들은 '소심함' 때문에 연락을 못하기도 한다. 회사에 있을 땐 혹시 회사에서 전화벨이나 문자알림음이 들려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퇴근길에는 지쳐서 쉬고 있는데 혹시 연락을 했다가 방해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집에 돌아와서는 씻고 잘 준비 할 텐데 혹시 연락을 귀찮게 생각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연락을 못했다는 사연이 실제로 존재한다.
이런 대원들의 경우, "혼자라도 좋아할 수 있어서 2010년이 행복했습니다. 계속 좋아해도 될까요?" 따위의 멘트로 고백한다고 혼자 불타오르는데, 말리느라 내가 아주 그냥 힘들어 죽겠다. 사연을 읽어보면, 상대방은 그냥 평범한 여자사람인데, 그 상대를 두곤 '철벽녀'로 지칭하며 상대가 '전화 용무'를 묻기만 해도 놀라서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대원이라면, 위에서 이야기 한 멘트들 정말 진지하게 할 수도 있다. 별 노력을 하기 싫은 상대가 49%의 마음으로 위의 멘트를 했다면, 이 소심한 상대는 100%의 마음으로 위의 멘트를 한다는 얘기다.
상대가 이런 남자라면, 가르쳐 주자. 그가 비틀비틀 찔끔찔끔 이끌어가는 걸음을 따라 걷지 말고, 당신에 대한 힌트들을 하나씩 알려주자. 당신을 어장관리 하거나 킬링타임용으로 생각하는 상대가 아닌, 소심남이라면 당신이 말해준 힌트들에 귀를 기울일 것이고 그 힌트들을 이용해 당신에게 한걸음 더 다가올 것이다.
상대가 소심한 까닭에 연락이 없다면, 친한 언니 애기를 잠깐 해 주는 것도 괜찮다. "저랑 친한 언니가 연애를 시작했거든요. 상대방 남자가 매일 아침마다 일기예보를 보내줬대요. 멋있죠?" 정도의 이야기만 해도 당신은 내일부터 기상청 예보관 따귀를 때릴 정도로 상세한 일기예보를 그에게서 받아보게 될 것이다.
정리하자면, 당신에게 연락이 없는 그 남자는 대부분 당신에게 딱 그만큼의 관심밖에 없어서 그러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연락이 닿을 때 마다 곧 연애할 기세로 '말'만 하는 남자는, 더 이상의 노력은 하기 싫고 그냥 알아서 당신이 다가오길 바라거나, 당신이 고백을 하면 받아 줄 의사 정도만 가지고 있고 말이다.
아주 드물게 정말 소심해서 연락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도 한데, 그 경우는 상대에게 당신에 대한 힌트를 주는 방법으로 둘의 관계를 가꿔나갈 수 있다. 힌트를 줘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듣는 상대에겐, 그의 가벼운 처세에 대해 정곡을 찌르거나, 그의 '말'과 '행동'이 다름을 부드럽게 지적해 주는 방법으로 대처하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상대가 어장관리남이든 소심남이든 당신의 연락에는 답을 하지 않다가 어느 날 뜬금없이 다시 말을 걸어온다면, 그 행위에 대해서는 확실히 지적하는 것이 좋다. 혹시 지적했다가 상대가 연락을 하지 않을까 걱정돼 그냥 넘어 간다면, 그건 '연락두절'의 허용이 되고 당신은 대답 없는 상대에 대한 기다림의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될 것이다. 새해에는 '연락 없는 남자'에 관한 사연이 줄어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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