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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첫 연애를 지속하기 어려운 세 가지 이유

by 무한 2011. 3. 28.
난 운전면허 기능시험에서 두 번 불합격했다. 그것도 둘 다 1번 '언덕에서 멈췄다 가기'코스에서 떨어졌다. 난 운전을 "야, 뭐 하러 학원을 다녀? 나한테 배워. 밥 한 번 사. 몇 번 타보면 바로 합격이야."라고 장담하는 친구에게 배웠는데, 그 친구에게 강습을 받던 공터엔 언덕이 없었다. 

1번 코스에 대해 그 친구는 "가 보면 언덕이 있을 거야. 거기 선이 두 개 있는데, 그 사이에 잠깐 멈춰. 앞 선이 차체에 가려서 잘 안 보이니까, 사이드미러로 뒷 선을 보면서 정지해. 그리고 잠깐 그렇게 있다가, 신호가 바뀌면 클러치에서 살살 발을 떼. 그럼 차가 달달달, 거릴 거야. 바로 그 달달달 하는 순간에 액셀을 천천히 밟아. 달달달, 만 기억하면 끝이야."라고 말했다. 달달달, 공터에서 연습할 땐 잘 했다.

그런데 달달달, 기능시험장에 있는 차는 왜 자꾸 뒤로 가는 가. 분명 공터에서 연습할 때처럼 알맞은 달달달,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차는 회귀본능을 가진 생명체처럼 출발선으로 돌아가려 했다. 차가 계속 뒤로 가자 그곳 직원이 달려와 나에게 내리라고 했다. 차에서 내린 난 지상에 처음 나온 두더지처럼 현기증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게 첫 번째 불합격 이었다.

처음이야 언덕을 경험한 적 없으니 그렇다 손 치더라도, 두 번째는 너무 허망하게 불합격을 했다. 친구의 '언덕길 일주일 특강'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실패했다는 '공포심'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기할 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긴장한 탓에 입이 바싹 말랐는데, 다른 사람들도 입이 말랐는지 다들 물을 엄청 마셔댄 까닭에 대기실 정수기에 물이 없었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종이컵들이 마치 '복선'으로 작용했는지, 난 언덕에서 두 번 시동을 꺼트렸다. 그리고 다시 두더지가 되어 집에 돌아왔다.

이 재미없는 내 면허시험 간증(응?)을 길게 써 놓은 이유는, 사랑을 처음 하는 사람들 역시 면허를 딸 때와 다르지 않게 누구나 서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면허시험 얘기를 좀 더 하자면, 난 세 번째 시험에선 여유롭게 코스를 다 돌았고, 그 후에 치른 도로주행도 어려움 없이 해내 면허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른 나이에 차를 몰게 된 까닭에 친구와 가족들의 기사 노릇을 했고, 지금은 클러치 조절로 언덕에서 정지와 전진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다.

첫사랑를 비극적으로 마친 후 '연애'라면 겁부터 집어 먹는 대원들이나, 자신의 '흑역사' 때문에 연애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대원들. 그리고 현재 첫 연애 진행 중인데, 생각지도 못했던 암초들을 만나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대원들. 그런 대원들을 위해 오늘은 '첫 연애를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살펴보자. 결과를 바꾸려면 원인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원인'에 대한 심층탐구, 시작해 보자.


1. 연애와 생활의 불균형

하루는 24시간 인데, 그 중 8시간 자고, 3시간 밥 먹고, 2시간 게으름 피우고, 1시간 씻고, 3시간 통화하고, 2시간 싸우고, 2시간 화해하고, 3시간 만나면 일이든 공부든 살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하는 시간은 남질 않는다.

연애를 시작하게 되면, 방금 만나고 들어왔는데도 또 만나고 싶은 게 당연하다. 전화기가 뜨거워 질 때 까지 대화를 해 놓곤, 다시 메신저나 문자, 메일 등으로 또 얘기를 나누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계속 그렇게 지내다 보면 소는 누가 키우는가?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 달달한 마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과 마주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닥 진지하게 만날 생각 없이 잠깐 만나 조기졸업(응?)을 하는 상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 '현실화'의 시점이 둘 다 같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현실화'의 시점은 상행선과 하행선의 열차시각만큼이나 다르기 마련이다.

바로 이 차이가 그 무서운 '집착'과 '조급증'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증상들은, 두 사람 중 여유로운 시간을 더 많이 가진 쪽에 고통을 더 부여한다. 난 상대를 위해 얼마든 시간을 낼 수 있고, 이 여유로운 시간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데, 상대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스스로를 다급하게 만드는 것이다. 학창시절, 정말 재미없는 과목을 들을 땐 시간이 더 천천히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는가. 그와 마찬가지로 연애를 하며 기대하거나 기다리는 입장이 되면, '집착'과 '조급증'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이쯤에서 또 착각하는 대원들이 있을 듯하니,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해 두자. 이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생활을 찾아가게 되더라도, 며칠간 연락이 없거나 하루 한 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상대가 군대에 가 있거나, 연락을 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산가족처럼 서로 상상 속에서만 만나야 하는 것은 고문이다.

이해해 달라며 당신과의 사이에 38선을 긋는 상대에겐 한 발짝 물러나길 권한다. 서로를 '디딤돌'로 생각하며 힘을 내 살아가는 것이 연애 아닌가. 그런데 상대가 당신을 '걸림돌'로 생각한다면, 당신의 절박한 애원과 호소는 더 큰 걸림돌로 느껴질 뿐이다. 그럴 땐 관심과 사랑의 수도꼭지를 잠그자. 그게 밖에서 세차를 하느라 당신을 집안에 홀로 남겨 둔 상대를, 집 안으로 불러 들이는 가장 손 쉬운 방법이다.


2. 스킨십, 또 너냐
 

보수적인 여자친구에 대해선 답답해하고, 개방적인 여자친구에 대해선 의심하는 남성대원들의 사연이 많다. 이런 남성대원들에겐, "답답해 하는 편이, 의심하는 것 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그대가 자발적으로 '공부'를 하게 되는 때는 언제인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무언가가 알고 싶거나 궁금할 때 공부를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그대가 느끼는 그 '답답함'이 상대에 대해서 더욱 공부하도록 만든다는 얘기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그 공부의 과정을 우리는 '연애'라 부른다.

상대와 가볍게 만나고 헤어지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절대 '스킨십'의 노예가 되지 말길 권한다. 왜 상대의 애정을 입을 맞추거나 몸을 더듬는 것으로 확인하려 하는가. 시간이 흐르고 난 후 돌아보면 아무 것도 아닐 이 '스킨십' 때문에, '이별'을 인질로 삼아 상대를 위협하거나 싸우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남자들이 왜 그런 데 가는 줄 알아? 아무튼, 넌 그게 싫다고 하니 내가 알아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겠다. 나중에 나한테 뭐라고 하지 마."

이런 멘트가 나오는 사연들이 내 메일함에 차고 넘친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이런 멘트를 당신의 여동생이 남자친구에게 듣고 왔다면, 당신은 뭐라고 얘기하겠는가? 

"야, 그 색히랑 당장 헤어져."

라고 할 것 아닌가. 여자친구를 그저 풀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 여러 방면으로 들이대지 말고, 아주 간단히 '누군가의 여동생'으로 생각해 보자. 그리고 당신의 행동을 그 '누군가'의 입장에서 바라보자. 그럼 '스킨십'말고도 당신이 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3. 이별은 끝이라는 생각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남자는 76.4세, 여자는 82.9세 인 걸로 아는데, 그 쯤 되어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하게 되었다면, 그 이별에 대해 위로를 해 줄 순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저 나이에 미치지 못한 대원들이라면, 그대에게 찾아온 '이별'에 대해선 '끝'이라고 생각하기 말길 권해주고 싶다. 

헤어지잔 얘기를 들었다고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혹은 곧 죽을 것처럼 메일을 보내는 대원들이 있는데 아플 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아픔'을 느낀다고 해서 둘의 관계에 침을 뱉거나 저주하지 말자. 난 '진짜 이별'을 만드는 원인이 바로 이 후자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귀다보면 싸우거나 헤어질 수 있다. 마냥 받기만 하는 부모님의 사랑에도 불만이 쌓여 집을 나갈 수 있는 법인데, 어찌 서로 나눠야 하는 연인들의 사랑에 가출이 없겠는가. 

처음 경험하는 연애가 즐겁고 행복했던 것만큼, 처음 경험하는 이별 역시 실망, 분노, 배신감 등의 감정을 극한까지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해서는 안 되는 말'까지도 하게 만든다. 그건 컴퓨터 부팅이 안 되거나, 인터넷 연결이 안 된다고 컴퓨터를 부숴버리는 것과 같은 행위다. 

부서진 컴퓨터를 들고 와서 "이거 왜 부팅이 안 되죠?"라거나 "인터넷 연결이 안 돼서 그러는데, 고칠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봐야 무슨 소용 있겠는가. 핸드폰이 물에 빠졌을 때, 일단 전원을 켜지 말고 물기부터 말려야 하는 것처럼, 그대의 첫 연애에 이별이 찾아오거든,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일단 그 당시의 격한 감정들이 날아갈 수 있게 두자. '이별'을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정말 '끝'이 되니 말이다. 


연애를 하다보면, '실패'라고 생각되는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 마치 내가 운전면허 기능시험에서 두 번이나 두더지로 빙의되었던 것처럼 그대도 연애를 하다보면 강한 태양에 눈을 감고 싶거나, 어두운 곳을 찾아 들어가 숨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땐 그래도 좋다. 눈을 감거나 어두운 곳에 잠시 숨어 있는다고 해서 지구가 자전을 멈추는 것도 아니다. 단, 너무 오래 숨어 있거나, 다시 밝은 곳으로 나갈 의지마저 잃지는 말자. 아무도 발견할 수 없는 곳에 꼭꼭 숨어선, 찾는 사람 없다고 홀로 슬퍼하지 말잔 얘기다. 

시동이 꺼지고, 차가 뒤로 밀리고, 다시 한 번 도전한 언덕에서 똑같이 "내리세요."란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두더지가 되는 법이다. 그래도 그만두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 다시 접수를 하고, 저 무시무시한 언덕을 올라가 보는 거다. 이번엔 내 환상적인 클러치 컨트롤을 보여주겠다며 차에 올라 타는 거다. 그 마음만 있다면, 운전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 보여주자. 그대의 환상적인 클러치 컨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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