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어필하고 싶다면 알아야 할 3S 법칙

여성대원들에게 이 질문을 하는 것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군에 입대한 남자들이 꼭 알아야 할 3S 법칙을 아는가? 이등병이 하기 쉬운 '무개념 행동'을 막아주고, 군생활을 꼬이게 만들기 쉬운 위험요소들을 제거해 주는 바로 그 법칙.

<군생활의 3S 법칙>
Speed, Sound, Sense

무조건 빨리 빨리 움직이고, 언제든 큰 목소리로 대답하며, 자신의 일이 다 끝났어도 아직 고참의 일이 다 끝나지 않았을 땐 절대 먼저 쉬지 않는 센스 정도만 가지고 있다면 'A급 신병'이란 소리를 들으며 콧물 좀 닦을 수 있다. (미스터리한 일이지만, 이등병들은 계절, 나이 등과 관계없이 콧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연애에서도, 관심 있는 남자에게 어필하기 위한 법칙 같은 걸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법칙을 알아내기 위해 부킹대학 해병대 전우회에 문의를 해 봤지만 "몇 기십니까?"란 대답만 돌아왔다. 육군출신인 난 대답을 할 수 없었기에 다시 부킹대학 의정부 연구소에 문의를 했다. (의정부는 부대찌개로 유명하다.) 그리고 그 연구소에서 일하고 계신 김스팸(78세, 커플생활 60년차)할머니께 '연애의 3S 법칙'을 들을 수 있었다.

열심히 한다곤 하는데 언제나 연애에서 '을'의 입장에 놓여 휘둘리게 되는 대원, 남자와 손 잡아본 것은 초등학교 시절 포크댄스 시간이 전부인 대원, 그리고 뜻대로 되지 않는 연애에 괴로워하다 이젠 엄마도 모르는 알콜중독의 길로 접어든 대원들을 위해 이 '3S 법칙'을 바친다.

1. Slow

우선, 천천히 걷자.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에 보물을 숨겨둔 것도 아닌데, 내가 자전거 타고 가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속도로 걷는 여성대원들이 있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파워워킹 하는 게 아니라면, 고개를 들고 또각또각, 정도의 느낌으로 걷자.

솔로의 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오로지 '목적지-목적지'의 생활만 하다 보니 퇴근하고 나서도 '다음 목적지는 즐거운 나의 집입니다.'라고 다짐하며 미칠듯한 스피드로 걷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연애는 '정지'된 순간에서 시작하는 것 아닌가.

김스팸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걸음이 느린 아이>라는 노래는 있어도 <걸음이 빠른 아이>라는 노래는 없죠? 남자들이란 다 그래요. 연애란 느림의 미학입니다. 남자들이 빨리 걸을 때는 전부 이상한 짓을 하고 있을 때에요. 봐봐요. <하늘을 달리다>라는 노래가 있죠? 쓸데없이 하늘을 왜 달리나요? 그 이상한 곳을 쫓아갈 필요가 없어요. 땅으로 내려오게 해야죠. 뭐, <하늘 위로>라며 쫓아가려는 여자들도 보입니다만, 그 여자 어떻게 됐나요? 요즘 TV에 안 나오죠? 이건 까는 게 아니에요. 그냥 그렇단 얘기지."

여기까진 웃자고 한 소리고, "왜 제 연애는 늘 짝사랑이 되거나 빨리 끝나 버리죠?"라고 묻는 대원들에게 이원규 시인의 <느림의 미학>이란 글을 소개해 주고 싶다. 그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느리게, 천천히, 여유롭게, 한가하게, 둘러보며, 만만디 걸어가다 보면 비로소 꽃이 피고 새가 웁니다. 빨리, 서둘러, 정신없이, 앞만 보고 가는 길에 자주 붉은 신호등만 켜질 뿐이지요."

- 이원규, <느림의 미학> 중에서

마음은 행동을 통해 물리적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행동들이 모여 습관이 되고, 그 습관들이 당신의 운명을 결정한다. 그러니 운명이 왜 이러냐며 술만 퍼서는 해결되지 않는단 얘기다. 연애에서 '붉은 신호등'을 자주 접하게 된다면 그간 너무 빨리 걸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마음과 몸 둘 다 말이다.

2. Smile

지금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가? 삶이 어려운 영어 독해 문제를 푸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장 사전이 없어 애를 먹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혹시 당신도 지구의 평화를 혼자 책임지고 있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진 않은가?

'미소'가 가지고 있는 놀라운 힘을 살펴보기 위해, 우선 짝사랑 진행 중인 여성대원들이 자주 하는 질문을 하나 보자. 

"제가 그런 실수를 해 버렸으니, 그 사람도 이제 절 보기 싫어하겠죠?"

바로 이 상황에서 미소가 필요하다. 심각해서 도저히 웃을 수 없는가? 심각한 건 심각한 것대로 놔두고, 일단 미소지어보자. 즐거울 때 자연히 미소가 나오는 것처럼, 미소를 지었을 뿐인데 마음이 즐거워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돈 드는 것도 아니니 그냥 한 번 미소지어보길 바란다. '엄마마음'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게 당신의 여러 가지 마음 중, 오른 손 엄지손가락 같은 역할을 하는 '여유로움'이다. 

이걸 알았다고 해서 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건 마치 카메라를 다루는 일과 같아서 오랜 기간 연습으로 익혀두지 않으면 필요한 '결정적 순간'에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미소는 '결정적 순간'을 담은 사진가의 사진이 그 사진을 보는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미소를 짓는 당신 자신뿐만 아니라 그 미소를 보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미소 짓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신도 미소 짓게 되는 그런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은가. 당신의 미소 역시 상대에게 '호의적인 사람'이란 감정을 갖게 할 것이다. 

공짜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이 좋은 '미소'를 놔두고, 근심과 걱정만 가득한 얼굴을 하지 말자.

3. Self

자, 위의 두 가지를 잘 하더라도 이 'Self'가 빠지면 끝장이다. 'Self'가 없는 'Slow'는 길을 잃기 쉽고, 'Self'가 없는 'Smile'은 실없는 사람이 되기 쉽다. 이 'Self'는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알아가고, 갱신하고, 탐구해야 하는 것이기에 모든 부분을 다 얘기하는 것은 무리고, 여기서는 'Self-regard'에 관한 부분만 얘길 해보자.

누군가와 관련되어 있거나 행운이 따라야만 가능한 일들 말고, 지금 그대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혹은 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답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거나 되기 위해 지금 그대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에 대한 인지와 실천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Self-regard'다.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서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기면 허우적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다 누군가를 발견하면 본능적으로 그 사람을 붙잡으려는 모습. 혹시 그동안 '구애'가 아닌 '구조요청'을 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매뉴얼을 통해 지겹도록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먼저 일어서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흐르고 있는 이 시간은 사실 당신 허리정도의 높이밖에 되질 않는다. 당신이 일어서기만 한다면, 그 난해하게 보이던 연애가, '다른그림찾기'와 '숨은그림찾기'정도의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기대려 하는 습관부터 버리자. 누군가에게 의지하려 하거나, 뭔가가 필요한 일들에만 신경을 쏟지 말자. 지금 그대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들부터 하잔 얘기다.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면, 스스로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하려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그 일들부터 하는 거다. 여행도 좋고, 공부도 좋고, 취미생활도 좋다. 그 일들을 먼저 시작하자.

그럼 그대에게 빛이 나기 시작할 것이고, 그 빛을 향해 자신의 전부를 걸고 날아드는 '불나방'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날벌레'가 아닌, 진짜 '불나방'을 만나고 싶지 않은가?


위의 이야기를 읽고 뭔가를 느끼더라도, 그냥 느낌만으로 놔둔다면 오늘 아침에 쾌변을 해서 기분이 좋은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노멀로그에서는 지난 달 23일 부터 'D-80'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참가신청을 받거나 공식적인 약속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 매뉴얼을 읽고 마음이 동한 대원들은 벌써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대도 마음이 동한다면 6월 10일, 자신이 어떻게 -혹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참여해 살펴보길 권한다. 웹에 접속해 '맛집이 어디인가?'를 알아보려 시간을 죽이는 것 보다 자신에게 도움 되는 일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다. 중간에 포기하거나 실패해도 괜찮다. 그럼 6월 10일에 다시 'D-80'을 진행하면 되고, 그 때 또 참여하면 된다. 그래도 안 되면 그 후에 계속 다시 하면 된다. 

중요한 건, 당신과 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거다. 급류같은 시간에 밀려 계속 떠내려 오다가 이젠 두 다리에 힘주고 일어나기로 했으니, 이것만으로도 저 멀리까지 떠내려 갈 일은 없어진 것 아닌가. 시간의 물살을 버티고 서 있는 서로를 위안 삼으며 한 발짝, 또 내딛어 보자.



▲ 익숙한 해변에서 눈을 뗄 용기가 없다면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지 못한다. - 앙드레 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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