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 그녀에게 헌신과 희생으로 다가갔는데, 왜 그녀는 더 멀어지기만 할까? 그 답은 아주 간단하다. '연애 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연애 용법'에 대해선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니, 우선 '어서'와 '빨리'라는 우리말의 두 부사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이 부사들이 "어서 해."와 "빨리 해."라고 쓰일 때는 그 차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어서'라는 말이 '지체 없이 빨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영의 뜻을 나타낼 때에는 "어서 오십시오."라고 하지, "빨리 오십시오."라고는 하지 않는다. '빨리'라는 부사가 '걸리는 시간이 짧게'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빨리 오십시오."는 말 그대로 그냥 빨리 오라는 얘기가 되어 버린다. 이 얘기를 하면 또,
이렇게 얘기하는 대원들이 있겠지만, 뭐 나도 잘 모르니 너무 긴장하진 말길 바란다. 어쨌든 그대는 "어서 오세요."와 "빨리 오세요."라는 두 문장의 차이를 오랜 시간 생각하지 않고도 한눈에 알 수 있지 않은가. "양이 적어서."와 "어서 오세요"에 쓰인 '어서'의 차이도 거의 본능적으로 구별할 수 있고 말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한국어를 배우며 저런 차이들에 곤란을 겪기 마련이다. 우리가 'find'를 '찾다'로만 외운 까닭에 "I find it easy to learn cooking."이란 문장이 나오면, "대체 뭘 찾아냈단 거야!!"라며 혼란스러워 한 후, "난 문법이 약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걸 가지고 열심히 문법 공부를 해봐야 find의 다른 용법을 모르면 여전히 해석이 힘들어진다.
그럼 연애를 이제 막 배워가기 시작했을 때에도 위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준비했다. "어, 연애가 원래 그래."라거나 "야, 여자들 다 그래."라며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넘어갔던 문제들, 오늘은 그 중 "여자를 멀어지게 만드는 남자의 행동"에 대해 살펴보자.
식당에 가서 메뉴를 정해 권하고, 먼저 약속을 잡고, 과감하게 사귀자는 얘기를 꺼내고, 뭐 이따위 것들은 절대 '리더십'이 아니다. 그건 그냥 활발하고 적극적이며, 사교적인 성격을 가진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남성대원들이 '내 생각대로 밀어 붙이는 것'을 '리더십'으로 착각하고 있다.
본래 성격이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앞서 나서기 보다는 뒤에서 침착하게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며, 감수성이 예민한 편인 대원이 있다고 해 보자. 그런 대원들도 남들이 다 "연애에선 남자의 리더십이 중요해."라고 하니까, 맞지도 않는 투구를 쓰고 전장에 나가는 것이다.
어찌 사람이 다들 활발하고, 적극적이며, 사교적일 수 있겠는가. 한 무리의 사람이 모이면 그 중 뭔가를 먼저 제시하는 사람도 있고, 그 의견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사람도 있으며, 분란을 싫어하기에 자신이 조금 양보하는 사람도 있고, 아웃사이더의 기질을 발휘해 그 모임에서 마음을 한 발짝 떨어뜨려 놓는 사람도 있는 것 아닌가.
자신의 생각대로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건 자칫 잘못하면 '독재'가 될 수 있다. 학창시절을 생각해 보자. 누구나 정말 싫었던 선생님이 하나쯤 있기 마련인데, 대부분 그런 선생님의 모습은 무조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시키고, 그에 따르지 않으면 체벌을 가하며, 정신 차리게 만들겠다며 평생 상처가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던 사람이다.
뭐, 시간이 지나서 격한 마음이 풍화작용을 겪으면 '그래도 그 때 날 바로잡아 준 것은 바로 그 선생님의 귀싸대기 였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당신이 몸담고 있던 과거의 그 순간, 그 수업이 행복하고 즐거웠는가? 종종 나에게 "무한님 이런 저에게 욕을 해 주세요."라든가 "제가 정신을 차릴 수 있게 과감하게 비판을 해 주세요."라는 마조히스트 대원들이 메일을 보내 깜짝깜짝 놀라긴 하지만, 당신 역시 누군가의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누군가의 행동은 싫지 않은가. 그런데 왜 그걸 '리더십'이라고 착각하는가?
진정한 리더십은 '이해'에서 출발한다. 나를 이해할 수 있고, 남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단 얘기다. 또한,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망설임 없이 사과할 수 있고, 누군가 내 생각과 다른 얘기를 한다면 그걸 '야, 넌 틀렸어.'가 아니라 '저 사람 생각은 저렇구나.'정도로 생각하며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길게 얘기할 것도 없이, '정신적 지주'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자. 그들이 '내 생각대로 해.'라고 강요하는가?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히 공감하게 되는 까닭에 그 사람을 닮으려 하고, 그 사람의 말을 신뢰하며, 당신의 마음에 그 사람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 둔 것이 아닌가.
힘들어 하는 그녀를 자신이 위로하겠다든가, 잘못된 길을 가는 그녀를 바로잡겠다든가, 별 반응이 없는 그녀에게 더 과감히 들이대겠다든가, 우물쭈물 하지 않고 그녀에게 마음을 직접 이야기하겠다든가, 다시 말하지만 그런 것들은 '리더십'이 아니다. 그냥 적극적이고 활발하며 사교적인 사람의 외향을 흉내 내는 일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외향만 흉내 내려 했다간, 상대에게 정말 짜증나고 피곤한 사람이 되기 마련이다. 자신에게 '리더십'이 부족한 것 같다고 사연을 보낼 것이 아니라, '리더십의 개념'부터 먼저 확립하길 바란다.
이것 부터 확실히 해 두자. 연애는 반드시 일상에 뿌리를 둬야 한다. 그대의 일상이 먼저 있고, 그 위에 연애가 궂은 바람에도 뽑히지 않도록 서서히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당신이 도피하고 싶은 일상을 가지고 있다면, 연애도 그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음 모습을 하게 된다. 그래서, 무료하고 재미없고 짜증나며 왜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연애를 일상이 아닌 환상에 뿌리내리게 만든다.
환상의 사전적 의미가 무엇인가?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아닌가. 말 그대로 '상상연애'만 하고 있는 거다. 그녀가 내 여자친구가 되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을 느끼도록 만들겠다든지, 해외여행을 다니며 그녀가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든지, 내가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면 그녀가 내 마음을 알아주고 평생 함께하길 약속할 것 같다든지, 그런 상상들을 하고 앉아 있으면 마음만은 흐뭇한 까닭에 온라인 게임하듯 그 환상 속에 자리 잡고 상상연애를 '플레이'하고 있는 거다.
그게 그냥 혼자만 플레이 하는 거면 괜찮은데, 그 환상의 세계를 일상과 혼돈 하는 순간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일상에서 상대를 떠보며 하나하나 얻어낸 조각들을 환상의 세계로 가지고 가 다시 조립 하는 것이다. 그리곤 거기서 마음대로 만든 결과물을 가지고 와 일상에 적용시키려 한다. 당신은 하지도 않는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같은 걸 하며, 당신에게 늘 그 게임 얘기만 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그래, 그녀도 환상에서 만든 결과물들만 내미는 당신에게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안되나요'나 '좋은사람'류의 노래를 부르며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그 마음을 그녀도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그 후엔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답변을 찾는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축적되었다고 생각하면 고백을 한다. 거절당하면 "아, 그래^^ 그럼 좋은 친구로 지내자. 난 괜찮아."라며 일상에 쉼표를 찍고 다시 환상의 세계에 로그인을 한다. 그리곤 환상의 세계에서 얻어 온 감정들을 가지고 이런 얘기들을 꺼낸다.
그래, 환상의 세계와 일상의 차이를 느낄 때는 원래 아픈 법이다.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 어디 안 아픈 곳이 없이 다 아프다. 그 아픔을 혼자만 겪고 있을 순 없으니 또 그녀에게 문자를 보낸다.
아, 그렇게, 그녀의 손발은 오그라들고, 너무 오그라든 까닭에 답장도 보내기 어려워진다. 왜 그녀에게 답장이 없는지 이제 알겠는가? 오그라든 손으론 핸드폰 문자를 보낼 수 없다. 그 환상의 세계에서 어서 로그아웃 하길 권한다.
남성대원들이 잘못 알고 있는 '연애 용법'에 대해서는 2부에서 더 살펴보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살펴보자.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이 감춰두고 싶었던 '흑역사'가 떠오르는 대원도 있을 것이고, 아직도 저 사이클을 버리지 못하고 누굴 만나든 계속해서 위와 같은 모습으로 들이대고 있을 대원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연재를 진행하며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틀렸습니다."가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라는 거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나오면 동굴로 들어가거나 욕을 하는 남자의 특성상, 이 매뉴얼을 읽으며 언제나처럼 "내가 만약 현빈이라면 어쩌구 저쩌구..."하는 대원들이 있겠지만, 무작정 화만 내지 말고 곰곰이 생각해보자. 지금은 당장 쑥스럽거나 불쾌할 지 몰라도 위의 모습들을 지금이라도 알고 다시 벌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누군가를 또 만나 같은 실수를 벌이며 알게 되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오늘 이야기 한 두 가지의 행동을 모두 벌인다고 해서 꼭 연애나 결혼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학업을 포기하고 살았는데 마침 지원한 대학에 미달이 나서 입학하거나, 과속하며 달리다가 단속카메라를 지났는데 마침 그 카메라가 고장 나서 벌금을 물게 되지 않은 것처럼 연애나 결혼을 할 수도 있다.
단, 그런 행운이 계속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다. '독재자 남편'이나 '독재자 남친'에게서 벗어나려 상대는 늘 애쓸 것이고, 결국 사랑하는 사람마저 자신을 증오하게 될 것이다. 환상을 계속 간직하고 있는 사람 역시 "내가 생각하던 연애가 아니야."라거나 "넌 내가 생각하던 사람이 아니야."라고 쉽게 말하며 사랑의 파멸을 위해 달려가지 않는가. 그 환상에 상대를 맞추려 하는 당신을 상대가 견디지 못해 이별을 선언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일들을 방지해 보자는 거다.
예방접종을 맞을 땐 잠깐 따끔하지만, 그 잠깐의 따끔함이 훗날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는 질병에서 자신을 구해주듯, 연재되는 이 글이 당신의 연애와 사랑에 '이별 예방접종'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아무도 겪지 못한 희귀한 케이스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은 normalog@naver.com 으로 사연을 보내주시길 바라며 오늘 매뉴얼은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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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환영의 뜻을 나타낼 때에는 "어서 오십시오."라고 하지, "빨리 오십시오."라고는 하지 않는다. '빨리'라는 부사가 '걸리는 시간이 짧게'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빨리 오십시오."는 말 그대로 그냥 빨리 오라는 얘기가 되어 버린다. 이 얘기를 하면 또,
"부사는 사과 아닌가요?"
"난 부사, 형용사, 관형사, 이런 거 잘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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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얘기하는 대원들이 있겠지만, 뭐 나도 잘 모르니 너무 긴장하진 말길 바란다. 어쨌든 그대는 "어서 오세요."와 "빨리 오세요."라는 두 문장의 차이를 오랜 시간 생각하지 않고도 한눈에 알 수 있지 않은가. "양이 적어서."와 "어서 오세요"에 쓰인 '어서'의 차이도 거의 본능적으로 구별할 수 있고 말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한국어를 배우며 저런 차이들에 곤란을 겪기 마련이다. 우리가 'find'를 '찾다'로만 외운 까닭에 "I find it easy to learn cooking."이란 문장이 나오면, "대체 뭘 찾아냈단 거야!!"라며 혼란스러워 한 후, "난 문법이 약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걸 가지고 열심히 문법 공부를 해봐야 find의 다른 용법을 모르면 여전히 해석이 힘들어진다.
그럼 연애를 이제 막 배워가기 시작했을 때에도 위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준비했다. "어, 연애가 원래 그래."라거나 "야, 여자들 다 그래."라며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넘어갔던 문제들, 오늘은 그 중 "여자를 멀어지게 만드는 남자의 행동"에 대해 살펴보자.
1. 리더십 강박과 싫은 선생님
식당에 가서 메뉴를 정해 권하고, 먼저 약속을 잡고, 과감하게 사귀자는 얘기를 꺼내고, 뭐 이따위 것들은 절대 '리더십'이 아니다. 그건 그냥 활발하고 적극적이며, 사교적인 성격을 가진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남성대원들이 '내 생각대로 밀어 붙이는 것'을 '리더십'으로 착각하고 있다.
본래 성격이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앞서 나서기 보다는 뒤에서 침착하게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며, 감수성이 예민한 편인 대원이 있다고 해 보자. 그런 대원들도 남들이 다 "연애에선 남자의 리더십이 중요해."라고 하니까, 맞지도 않는 투구를 쓰고 전장에 나가는 것이다.
어찌 사람이 다들 활발하고, 적극적이며, 사교적일 수 있겠는가. 한 무리의 사람이 모이면 그 중 뭔가를 먼저 제시하는 사람도 있고, 그 의견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사람도 있으며, 분란을 싫어하기에 자신이 조금 양보하는 사람도 있고, 아웃사이더의 기질을 발휘해 그 모임에서 마음을 한 발짝 떨어뜨려 놓는 사람도 있는 것 아닌가.
자신의 생각대로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건 자칫 잘못하면 '독재'가 될 수 있다. 학창시절을 생각해 보자. 누구나 정말 싫었던 선생님이 하나쯤 있기 마련인데, 대부분 그런 선생님의 모습은 무조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시키고, 그에 따르지 않으면 체벌을 가하며, 정신 차리게 만들겠다며 평생 상처가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던 사람이다.
"그건 다 그 애가 잘 되라고 했던 일들일세."
뭐, 시간이 지나서 격한 마음이 풍화작용을 겪으면 '그래도 그 때 날 바로잡아 준 것은 바로 그 선생님의 귀싸대기 였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당신이 몸담고 있던 과거의 그 순간, 그 수업이 행복하고 즐거웠는가? 종종 나에게 "무한님 이런 저에게 욕을 해 주세요."라든가 "제가 정신을 차릴 수 있게 과감하게 비판을 해 주세요."라는 마조히스트 대원들이 메일을 보내 깜짝깜짝 놀라긴 하지만, 당신 역시 누군가의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누군가의 행동은 싫지 않은가. 그런데 왜 그걸 '리더십'이라고 착각하는가?
진정한 리더십은 '이해'에서 출발한다. 나를 이해할 수 있고, 남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단 얘기다. 또한,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망설임 없이 사과할 수 있고, 누군가 내 생각과 다른 얘기를 한다면 그걸 '야, 넌 틀렸어.'가 아니라 '저 사람 생각은 저렇구나.'정도로 생각하며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길게 얘기할 것도 없이, '정신적 지주'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자. 그들이 '내 생각대로 해.'라고 강요하는가?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히 공감하게 되는 까닭에 그 사람을 닮으려 하고, 그 사람의 말을 신뢰하며, 당신의 마음에 그 사람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 둔 것이 아닌가.
힘들어 하는 그녀를 자신이 위로하겠다든가, 잘못된 길을 가는 그녀를 바로잡겠다든가, 별 반응이 없는 그녀에게 더 과감히 들이대겠다든가, 우물쭈물 하지 않고 그녀에게 마음을 직접 이야기하겠다든가, 다시 말하지만 그런 것들은 '리더십'이 아니다. 그냥 적극적이고 활발하며 사교적인 사람의 외향을 흉내 내는 일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외향만 흉내 내려 했다간, 상대에게 정말 짜증나고 피곤한 사람이 되기 마련이다. 자신에게 '리더십'이 부족한 것 같다고 사연을 보낼 것이 아니라, '리더십의 개념'부터 먼저 확립하길 바란다.
2. 일상과 환상, 그리고 연애
이것 부터 확실히 해 두자. 연애는 반드시 일상에 뿌리를 둬야 한다. 그대의 일상이 먼저 있고, 그 위에 연애가 궂은 바람에도 뽑히지 않도록 서서히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당신이 도피하고 싶은 일상을 가지고 있다면, 연애도 그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음 모습을 하게 된다. 그래서, 무료하고 재미없고 짜증나며 왜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연애를 일상이 아닌 환상에 뿌리내리게 만든다.
환상의 사전적 의미가 무엇인가?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아닌가. 말 그대로 '상상연애'만 하고 있는 거다. 그녀가 내 여자친구가 되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을 느끼도록 만들겠다든지, 해외여행을 다니며 그녀가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든지, 내가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면 그녀가 내 마음을 알아주고 평생 함께하길 약속할 것 같다든지, 그런 상상들을 하고 앉아 있으면 마음만은 흐뭇한 까닭에 온라인 게임하듯 그 환상 속에 자리 잡고 상상연애를 '플레이'하고 있는 거다.
그게 그냥 혼자만 플레이 하는 거면 괜찮은데, 그 환상의 세계를 일상과 혼돈 하는 순간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일상에서 상대를 떠보며 하나하나 얻어낸 조각들을 환상의 세계로 가지고 가 다시 조립 하는 것이다. 그리곤 거기서 마음대로 만든 결과물을 가지고 와 일상에 적용시키려 한다. 당신은 하지도 않는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같은 걸 하며, 당신에게 늘 그 게임 얘기만 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그래, 그녀도 환상에서 만든 결과물들만 내미는 당신에게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안되나요'나 '좋은사람'류의 노래를 부르며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그 마음을 그녀도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그 후엔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답변을 찾는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축적되었다고 생각하면 고백을 한다. 거절당하면 "아, 그래^^ 그럼 좋은 친구로 지내자. 난 괜찮아."라며 일상에 쉼표를 찍고 다시 환상의 세계에 로그인을 한다. 그리곤 환상의 세계에서 얻어 온 감정들을 가지고 이런 얘기들을 꺼낸다.
"아프다. 어디가 아픈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다 아프다. 마음도 아프고 가슴도 아프고 열도 좀 나는 것 같고, 아파서 그런지 눈물도 나고..."
그래, 환상의 세계와 일상의 차이를 느낄 때는 원래 아픈 법이다.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 어디 안 아픈 곳이 없이 다 아프다. 그 아픔을 혼자만 겪고 있을 순 없으니 또 그녀에게 문자를 보낸다.
"잘 지내지?... 난 좀 아프네.. 넌 아프지 말고 잘 지내.."
아, 그렇게, 그녀의 손발은 오그라들고, 너무 오그라든 까닭에 답장도 보내기 어려워진다. 왜 그녀에게 답장이 없는지 이제 알겠는가? 오그라든 손으론 핸드폰 문자를 보낼 수 없다. 그 환상의 세계에서 어서 로그아웃 하길 권한다.
남성대원들이 잘못 알고 있는 '연애 용법'에 대해서는 2부에서 더 살펴보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살펴보자.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이 감춰두고 싶었던 '흑역사'가 떠오르는 대원도 있을 것이고, 아직도 저 사이클을 버리지 못하고 누굴 만나든 계속해서 위와 같은 모습으로 들이대고 있을 대원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연재를 진행하며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틀렸습니다."가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라는 거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나오면 동굴로 들어가거나 욕을 하는 남자의 특성상, 이 매뉴얼을 읽으며 언제나처럼 "내가 만약 현빈이라면 어쩌구 저쩌구..."하는 대원들이 있겠지만, 무작정 화만 내지 말고 곰곰이 생각해보자. 지금은 당장 쑥스럽거나 불쾌할 지 몰라도 위의 모습들을 지금이라도 알고 다시 벌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누군가를 또 만나 같은 실수를 벌이며 알게 되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오늘 이야기 한 두 가지의 행동을 모두 벌인다고 해서 꼭 연애나 결혼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학업을 포기하고 살았는데 마침 지원한 대학에 미달이 나서 입학하거나, 과속하며 달리다가 단속카메라를 지났는데 마침 그 카메라가 고장 나서 벌금을 물게 되지 않은 것처럼 연애나 결혼을 할 수도 있다.
단, 그런 행운이 계속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다. '독재자 남편'이나 '독재자 남친'에게서 벗어나려 상대는 늘 애쓸 것이고, 결국 사랑하는 사람마저 자신을 증오하게 될 것이다. 환상을 계속 간직하고 있는 사람 역시 "내가 생각하던 연애가 아니야."라거나 "넌 내가 생각하던 사람이 아니야."라고 쉽게 말하며 사랑의 파멸을 위해 달려가지 않는가. 그 환상에 상대를 맞추려 하는 당신을 상대가 견디지 못해 이별을 선언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일들을 방지해 보자는 거다.
예방접종을 맞을 땐 잠깐 따끔하지만, 그 잠깐의 따끔함이 훗날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는 질병에서 자신을 구해주듯, 연재되는 이 글이 당신의 연애와 사랑에 '이별 예방접종'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아무도 겪지 못한 희귀한 케이스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은 normalog@naver.com 으로 사연을 보내주시길 바라며 오늘 매뉴얼은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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