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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결정적인 순간에 퇴짜 맞는 여자의 공통점

by 무한 2011. 5. 5.
그 사람과 잘 될 거라 아무 의심 없이 행복한 꿈만 꾸다가 뒤통수를 맞은 것도 서러운데, 왜 결정적인 순간에 퇴짜 맞는 여자들의 공통점 같은 걸 굳이 찾으려 하냐고 할 지 모르지만, 뭐가 문제인지 알아야 다음번에 또 뒤통수를 안 맞을 것 아닌가.

더욱 중요한 건, 이 시기에 '퇴짜 맞은 이유'에 대해

"그 남자가 만나자고 했을 때, 제가 선약이 있다고 한 적 있는데, 그것 때문일까요?"
"제가 너무 마음을 표현하지 않아서 그가 마음을 접은 걸까요?"
"지금이라도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고 고백하면, 잘 될 수 있을까요?"



라고 생각하며, '사은품'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거다.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내 구매의사와 상관없이, 그리고 아무 노력이나 대가도 들이지 않고 얻은 것들에 대해서는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가. 좀 잔인한 얘기가 될지 모르지만,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상대는 당신에게 딱 그만큼의 의미밖에 두지 않았다고 생각하길 권한다.

종종 "그 사람이 제 마음을 시험해 보는 게 아닐까요?"라고 묻는 대원들도 있는데,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치는 녀석이야 말로 '만나지 말아야 할 남자' 1순위다. 정답을 알고자 당신을 거친 사막으로 내 몬 녀석이라면 스팸처리 하길 권한다. 그런 녀석과 사귀어봤자 느는 건 눈물과 주름 밖에 없다. 자, 그럼 서론은 이만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퇴짜 맞은 이유'는 대체 뭐 였는지, 지금 바로 살펴보자.


1. 확인과 확신의 구걸


보채면 끝장이라고 지난 시간에 한 이야기가 이 부분에도 적용된다. 소개팅 한 후 다섯 번을 만났든, 연락처를 알게 된 후 열 번을 만났든, 보채면 끝장이다.

"여자는 원래 말로 확인을 받고 싶어 하잖아요."
"그렇게 아무 관계도 아닌 채 계속 만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사귀려면 저도 준비를 해야 하니까, 사귈 건지를 물어본 거죠."



그렇게 끝을 향해 걸어간 거다. 그나마 상대가 '나쁜 남자'가 아니었기에 다행이지, '나쁜 남자'였다면 보채기 시작하는 당신을 어장에 추가한 뒤 가끔 떡밥이나 던져주며 배고프게 만들었을 것이다.

사귄다는 것에 굉장히 큰 의미를 부여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사귄다는 건 그냥 버스에서 누군가의 옆자리에 앉는다는 것 정도로 생각하길 권한다. 앉았다가 자리가 불편하거나 어색함을 견딜 수 없다면, 빈자리가 났을 때 다른 곳으로 가서 앉을 수도 있는 거고, 빈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서 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서서 갈 수도 있는 거다.

옆 자리에 누가 앉았다고 해서,

"버스에서 내리실 때 까지 여기 앉아 계실 건가요?"
"다른 자리도 많은데 굳이 이 자리에 앉으신 이유가 뭐죠?"



라고 묻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렇게 앉아 있다가 한 두 마디를 주고받고, 그게 길어져 대화가 되고, 버스를 타고 가는 여정이 당신과의 함께 있음으로 인해 행복하다면 붙잡지 않아도 상대는 계속 그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다. 그게 연애 아닌가.

상대가 당신의 근처로 왔다고 해서 "여기 앉으실 건가요?"라고 묻거나, 당신 옆 자리에 앉았다고 해서 "계속 앉아 계실 거죠? 다른 곳에 자리가 나도 여기 앉아 계실 거죠?"라며 쓸데없는 질문을 하지 말라는 거다. 확인이나 확신은 말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건 오랜 시간 행동을 통해 증명되는 거다.

누군가를 다시 만난다면, '버스 옆자리'만 기억하길 바란다. 그럼 "사귀려면 저도 준비를 해야 하니까."라는 참치김밥 마요네즈 흘리는 소리도 하지 않게 될 것이고, "아무 관계도 아닌 채 계속 만나는 건 예의가 어쩌고."하는 소리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2. 모든 걸 다 주니까 떠난다는 그 남자?


몇 년 전, 바이브의 <그 남자 그 여자>라는 노래가 나왔을 때, 그 노래의 "모든 걸 다 주니까 떠난다는..."이라는 후렴 부분을 들으며 생각했다.

"모든 걸 다 주니까 당연히 떠나지."


뭐, 이 노래를 뒤통수를 맞은 상황에서 들으면 구구절절 다 내 얘기 같고, 뒤통수를 맞을 때의 그 느낌이 다시 떠오르며 눈에 습기가 차겠지만, 수강신청만 해 놓으면 출석이나 시험 성적과 관련 없이 무조건 A+ 을 주는 과목이 있다면 그 과목에 성실히 임할 사람은 몇이나 될까?

느낌이 좋다거나, 그간 상대가 한 이야기들로 인해 상대에 대한 확신이 든다거나, 이건 분명 연애와 결혼으로 이어질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하더라도 절대 '올인'하지 말길 권한다. 그간의 외로움을 보상받으려 연애에 목숨을 걸지도 말길 바란다.

위에서 예를 들었던 '버스'에 비유해 좀 더 얘기하자면, 누군가가 그대의 옆자리에 앉았다고 해서 가방을 열어 상대에게 모두 보여주지 말란 얘기다. 그 가방에 뭐가 들어있는지 몰라야 궁금함도 생기는 것이고, 당신에 대해 몰라야 더 알고 싶은 법 아닌가.

자신의 스포일러가 되지 말라고 2년 전부터 이야기를 해 왔지만, 많은 여성대원들이 '잘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부터 '올인'을 해 버린다.

"그는 항상 절 만날 때마다 뭘 줬어요. 사소한 거라도."
"저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게 보였어요."
"그와 함께 있는 순간엔 제가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역시 사람마다 차이는 좀 있지만, 다정하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남자는 그대가 말한 저 이야기들이 습관처럼 박혀 있을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좀 큰 규모의 수영장이나 휘트니스 클럽을 찾아가 보기 바란다. 아니면 이성인 펀드매니저나 보험설계사에게 자산관리나 보험설계를 받아보자. 그들의 몸에 벤 '서비스'가 바로 그대가 이야기 한 '사랑'과 똑같이 생겼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늘 얘기하지만, 누가 그대에게 보이는 호의나 친절, 배려에 익숙해지자. 그건 그냥 '감사함'으로 받으면 되는 거라고 한 열 두 번쯤 이야기 하지 않았는가. 그 호의나 친절, 배려에 정신줄을 놓고 '올인'하지 말란 얘기다. 쩔쩔매며 올인 하는 순간, 그대의 'VIP'지위는 박탈당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3. 거절, 당하지만 말고 당신도 해라


참 슬픔 일은, 위와 같은 고백과 거절이 이루어진 후 많은 대원들이 상대에게 질질 끌려가는 모습을 보인다는 거다. 거절당할 때 듣게 되는 멘트는 대략,

"널 그냥 친구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난 지금 이대로가 좋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누군가와 사귀는 것은 아직 자신이 없다."
"마음은 고맙지만, 연애를 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이런 대화로 '거절'을 당한 후엔 상대에게 그저 '날 좋아하는 여자'로 낙인찍혀 '만나자면 나오고, 손잡자면 손잡는 여자'가 되어 버리는 일이 많다는 거다. 계속 '잘 될 수 있다는 여지'만 가지고 관계를 이어가며, 연인들이 할 만한 일들을 다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거절을 당할 줄 만 알고, 할 줄 모르는 여자는 '완구'가 되기 쉽다. 심심하면 가지고 놀다가 심심하지 않으면 아무데나 던져두는 장난감이 될 수 있단 얘기다. "당분간 연락하지 말자, 나도 마음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절대 거절이 아니다. 그건 그냥 '나 너한테 완전히 빠져있어.'라며 보내는 구조요청이다.

제발, 질질 끌려가며 "아직도 마음을 모르겠어? 나와 사귀고 싶다는 마음은 전혀 안 들어?"라는 이야기로 구걸하지 말자. 비싼 밥에 고기반찬 먹으면서 이게 무슨 짓인가. 남자 바짓가랑이 붙잡고 애원하고 있다는 걸 부모님이 아시면 뭐라고 하시겠는가.

"못 난 것."


우리, 멋진 사람이 되기 어렵더라도 못난 사람은 되지 말자. 복수를 한답시고, 마음이 없다면서 연인처럼 지내려는 상대에게 "마음이 없으면 감정정리 하게 두지, 왜 자꾸 붙잡아? 갖기는 싫은데 남 주기도 싫고, 그냥 킵 해놓고 싶다는 거야?"라며 비명을 지르지도 말자. 그 말을 꺼낼수록 초라해지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걸 그대도 알고 있지 않은가.

물론, 쉽지 않은 것이다. 하이에나 같은 상대를 만나면, 당신이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냄새를 맡고는 계속해서 당신을 아쉽게 만드는 이야기를 할 것이고, 뜬금없이 "보고 싶은데, 보기가 힘드네."따위의 문자를 보내기도 할 것이다. 그가 뭐라고 얘기를 하든, 절대 정신줄 놓고 맨발로 달려 나가지 말길 권한다. 그가 혹시나 손잡아 줄 까봐 그의 곁에서 알짱알짱 대지만 말고,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서 있으란 얘기다. 정말 마음이 있으면 부르거나 부탁하지 않아도 그가 찾아올 것이고, 당신의 손을 잡을 것이다. 그대 마음의 해답지를 보여주는 것은, 그만하면 충분히 한 것이다. 그만 넣어두자.


긴 이야기를 읽느라 또 앞에서 이야기 한 것들을 다 잊었을 수도 있으니, 친절한 무한씨는 그대를 위해 세 줄로 요약하기로 했다.

1. '버스 옆자리'라고 생각하면 보챌 일 없다. 보채면 끝장이다.
2. 모든 걸 다 주면 떠날 일 밖에 남지 않는다. 올인 하지 말자.
3. 거절당할 줄 만 알고, 할 줄 모르는 여자는 '장난감'이 되기 쉽다.



지금은 그대가 상대와 반대로 뛰어야 할 순간이다. 뜬금없지만, 초원에서 사자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가? 절대 도망가지 말고, 제 자리에 서서 두 팔을 벌린 채 소리를 질러야 한다. 사자가 당신을 해칠 마음이 없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도망가기 시작하면 사자는 본능적으로 당신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도망가는 것을 쫓게 되는 동물의 본능이다.

그걸 이용하자. 도망가는 거다. 당신이 가까이 갈수록 상대가 도망간다면, 이번엔 당신이 멀리 도망가 보는 거다. 상대에게 등을 돌린 채 반대로 뛴다고 해서, 언제나 상대가 당신을 쫓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멀리까지 도망간 곳에서 그대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멋진 세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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