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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이성과의 오랜 단절이 연애에 미치는 영향

by 무한 2011. 4. 29.
32년간 여자친구 없이 지내던 최씨에게 최근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 최씨 말로는 운명이라는데, 최씨에게 운명이라는 소리를 하루 이틀 들은 것도 아니고, 이번엔 또 어떤 '최후'를 맞이한 후,

"술 한 잔 하자."


라는 이야기를 꺼낼지 궁금하다. 최씨는 이미 같은 회사에 다니는 '남자친구 있는 여직원'에게 "기다릴게."따위의 이야기를 했다가 대화역 우리은행 앞에서 그 여직원 남자친구에게 맞은 적이 있고, 지하철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발견하고 따라갔다가 치한으로 몰린 적이 있다. 최씨는,

"안 되는 놈은, 안 되나봐."


라고 이야기 하지만, 내 생각에 최씨는 '안 되는 놈'이라기보다는 '모르는 놈'에 더 가깝다. 근 일주일간 날 파멸로 몰아갔던 내 프린터처럼, 본래 드라이버만으로는 전자문서를 인쇄하지 못하기에 '호환드라이버'를 깔아서 사용해야 하는데, 그 정보를 얻지 못한 채 프린터기 살 때 받은 CD로만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으니 포맷을 수십 번 해도 해결이 안 되는 것이다.

최씨에게 '업데이트'가 필요한 그 이야기들, 이 시간 하나하나 꺼내 살펴보자.  


1. 십대에서 멈춘 이성감각


이성감각이라는 건, 그림실력 같은 거다. 고등학교 때까진 '미술시간'에  의무적으로 뭔갈 그려야 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그림을 그릴 일이 없어진다. 그래서 내 '그림실력'도 고등학교 미술시간 정도에서 멈춰있다. 물론, 그 '그림실력'이란 게 왼발로 그린 듯한 수준이지만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림을 계속 그리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듯, 이성을 대하는 것도 계속되는 대화, 만남, 어울림 없이는 딱 마지막으로 만난 이성을 대할 때 정도의 수준으로 남아있게 된다. 남중-남고-군대의 솔로부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최씨의 경우, 초등학생시절 관심있는 여자아이에게 못된 장난이나 치던 수준의 이성감각에서 더 발전이 없다.

최씨가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문자 보내는 걸 좀 도와달라고 했던 어느 날, 나는 최씨에게 일단 문자의 '초안'을 먼저 작성해 보라고 권했다.

도발

최씨도 노멀로그를 보고 있기에 내용을 모두 옮길 수는 없지만, 그 때 최씨가 내게 보여준 문자는 '도발'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남자끼리는 "또 당구장 가있냐? 당구에 미쳤구만."이라는 문장이 '친근감의 표현'이 될 수 있겠지만, 여자에게 "또 별다방 가있냐? 완전 된장녀구만."이라는 문자를 보내는 건 그냥 '도발'이다.

최씨가 상대의 미니홈피에 올렸다며 보여준 '리플'들 역시 '도발' 투성이었다. 그게 '멋있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상대의 셀카에는 비아냥거리는 리플을 달아놨고, 상대가 찍은 사진에는 구도가 어떻다느니 화이트밸런스 설정을 잘못했다느니 하는 리플만 달아놨다. 정말 이해가 안 가는 건,

그 말에 상대가 '발끈'하는 모습을 보곤, 그게 '반응'이라고 생각한 거였다. 그렇게 계속해서 상대를 도발하곤, 상대가 화를 내면 싹싹 빌며 사과한다. 물론, 이런 식으로 상대에게 접근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 단, 그것은 20%정도가 '도발'이고, 80%정도가 '리드'였을 때 성공하는 접근방법이다. 상대가 '도발'에 대해  '이 남자가 저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속뜻은 이러이러한 거겠지.'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지 않는 이상, 그냥 '짜증나는 인간'이나 '찌질이'로 전락해 버린다. 상대가 화를 내면 작아지는 최씨의 경우, 이 전략을 사용하는 건 '짜증나는 찌질이'로 가는 지름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 '이성감각'이라는 건 계속해서 갱신해 나가는 것인 까닭에 '뭐는 뭐다.'라고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 솔로부대원이 아닌 커플부대원이라고 해도 "내 여자에겐 판사가 아닌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라는 것이나, "남자에게 친구 남자친구의 얘기를 꺼내면 난감한 일이 벌어진다."따위의 것들을 계속해서 배워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성감각'에 대해서는 노멀로그에 연재 중인 매뉴얼을 통해 계속해서 얘기하고 있으니, '어? 이거 내 얘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매뉴얼을 볼 때마다 조금씩 갱신, 수정 해 나가면 좋을 거라 생각한다.


2. '소유'라고 생각하는 순간, 연애는 끝난다


이건 뭐 길게 말할 것도 없이,

"대체 언제 들어갈라고? 왜 아직도 거기 있어?"
"친구들이랑 무슨 얘기를 하는데? 그게 중요한 얘기야?"
"핸드폰에 이 남자 번호는 왜 저장해 놨어? 이 남자가 왜 문자보내?"



이렇게 되는 순간, 당신에게 날아왔던 상대는 새장에 갇힌 새가 된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스스로 자신의 '보금자리'를 꾸밀 텐데, 그대의 설레발과 조급증, 그리고 집착으로 인해 상대에겐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애써 상대를 '방목'하라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회식자리 등에 가서 늦게까지 있을 경우 잠을 못 이루며 불안이 찾아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단, "오랜만에 친구들하고 만났으니 즐거운 시간 만끽해."라든가 "노래방에서 회사 사람들한테 노래 실력 좀 보여줘." 정도의 얘기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갖자는 거다. 단, 이와 같은 멘트를 하며 목소리에 실망을 덕지덕지 바르거나, '난 외로운데 넌 즐겁지?'라는 뜻을 전달하는 것은 최악이라는 것을 적어둔다. 그럴 바엔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상대가 그 모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준 뒤, 그 시간을 다 보내고 상대를 데리러 간다거나 하는 정도의 일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집중할 시간'을 주지도 않고 계속해서 연락해 상대를 들들 볶은 후 오락실에 있는 아이 손목 붙잡아 끌고 가듯 데리고 간다는 거다. 

모임에만 관련된 얘기가 아니다. 상대의 하루 전부를 소유하려 하거나, 상대의 인생계획 등을 자신이 작성하려는 태도도 문제다. 뭐가 더 나을 것 같다는 것은 그대의 생각이지, 상대의 생각이 아니지 않은가. 상대와 대화가 잘 안 통한다거나, 상대와의 의견조율이 어렵다는 사연을 보면 대부분 상대가 '내 의견'을 안 들어 줬기에 심통이 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런 대원들에게 묻고 싶다. 그럼 그대는 '상대의 의견'에 얼마만큼의 존중을 보였는가?

언제든 손바닥 위에 올려 둘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하거든, 이성과 연애하기 보다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이 나을 것이다. 명심하자. 이성과의 관계엔 '목줄'과 '선물'이 아니라, '신뢰'와 '존중'이 필요하다는 걸 말이다.


3. 모든 이성을 연애 상대로만 보진 말자


전에도 한 번 얘기했지만, 이게 제일 심각하다. 이성과의 오랜 단절이 모든 이성을 연애상대로 생각하게 만드는 증상을 부른 것이다. 연애가 모두 '호감'이나 '관심'에서 출발하는 까닭에 "이러이러한 이성이라면 연애상대로 보시고, 이러이러한 이성은 연애상대로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순 없지만, 누군가에게 '좋은 느낌'을 느꼈다고 해서 무작정 목숨 바칠 각오로는 임하지 말자.

최씨에게 미안하지만, 최씨가 그렇다. 지인의 결혼식장에 가서는 "저쪽 테이블 흰옷, 딱 내 스타일인데."라는 이야기를 하고, 헬스클럽에 가서는 "저기 다리 운동하는 여자, 뭐라고 말 걸어볼까?"라고 얘기하고, 회사에 여직원이 새로 들어오면 "소문 안 나게 접근하는 방법 없을까?"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런 얘길하면 최씨를 바람둥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최씨는 그냥 '호감꾸러기'다.

이성과의 교류가 거의 없었기에 여자를 무슨 판도라 행성에 있는 나비족처럼 생각한다는 것이 문제다.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여자의 향수냄새만 맡아도 두근두근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 두근거림을 모두 '호감'이라 생각하게 되고, 상대가 말이라도 걸어 올 경우엔 한 달 내로 상대와 결혼 할 사람처럼 군다.

보고 싶다거나, 생각나서 잠을 못 자겠다거나, 내 여자친구였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집에 사다 놓은 우유 한 통을 다 마시기도 전에 꺼낸다. 인천상륙작전하듯 치고 들어오는 최씨에게 상대가 겁을 먹거나 거부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한 수순이기에 그렇게 퇴짜를 맞고, 최씨에게 그나마 손톱만큼 남아있던 자신감도 반 토막이 난다.

이제 최씨에게 연애는 '판타지'가 되어 버렸고, 사랑은 상대에게 '구걸'해야 하는 것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래놓곤 또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했지.'라며 눈에 띄는 이성에겐 모두 들이대고 있으니 인생이 험난해지고, 술 마실 일은 많아지고, 간은 나빠지고, 피로한 간 때문에 피곤해지고, 안색이 안 좋아지고, 피부는 거칠어지며, 탈모와 고혈압, 당뇨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아무리 총을 잘 쏘는 저격수라고 해도 사정거리 밖에 있는 목표물은 맞출 수 없는 법이다. 위에서 말한 보고 싶다거나, 생각나서 잠을 못 자겠다거나 하는 얘기는 상대가 사정거리 안에 들어 온 후에 해도 절대 늦지 않다. 길게 보고, 넓게 생각하자.


과거의 헛발질 따위는 잊어도 좋다. 지금 그게 헛발질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다시 헛발질을 하지 않으면 되는 거다. 과거에 질질 끌려 다니며 감상에 젖어 축축한 나날을 보내지 말고, 그런 과거 따위는 집어치워 버리자. 나도 텍스트파일로 1기가 정도 될 만한 흑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흑역사는 그냥 흑역사로 두었다.

아직 충분한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는 것 빼고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대는 마치 긁지 않은 복권 같기에 하나 둘 긁어 나가다보면, 그대가 '최악'이라고 생각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그대의 반짝반짝한 모습이 나타날 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그대의 반짝반짝한 모습을 찾는 과정이다. 긴장 풀고 천천히 긁어보자. 그대가 '대박'이라는 걸, 내가 입아프게 얘기하지 않아도 그대 스스로 알고 있지 않은가. 긁지 않은 복권의 모습으로 인생을 살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긁는 거다. 그대와 나의 블링블링을 위하여!



▲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보내시고, 80일 프로젝트 참여하시는 분은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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