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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소개팅에서 패배한 느낌으로 돌아오지 않으려면?

by 무한 2011. 5. 10.
그 아무것도 아닌 '소개팅'을 자꾸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니까, 소개팅이 끝난 후 패배한 느낌으로 터벅터벅 걸어 돌아오게 되는 거다. 지난 매뉴얼에서 소개한 '버스 옆자리 이론'을 잊었는가?

그냥 버스타고 가다가, 내 옆자리에 누가 앉았다는 기분으로


그렇게 소개팅에 임하는 거다. 주선자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가기 전에 상대와 연락을 하며 자꾸 간을 보려 하고, 상대의 미니홈피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찾아다니며 혼자 상대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고 있으니 골치아파진단 얘기다.

그간 연애경험이 없던 모태솔로부대원들은 남자사람, 또는 여자사람과 단둘이 밥을 먹는다는 사실 만으로도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당연하다. 자꾸 소개팅에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나 재미있는 얘기들을 물어오는데, 그런 걸로 치장을 해봐야, '어색한 침묵'이 옆자리에 와 앉는 걸 막기는 역부족이다. 그러니 즐기자. 상대방을 즐겁게 할 생각만 하지 말고, 스스로도 즐거울 수 있는 소개팅을 하잔 얘기다.

즐거운 비포였다면, 애프터는 신경 쓰지 않아도 따라온다. 그렇다면, '즐거운 소개팅'은 어떻게 해야 만들 수 있을까? 바로 '무인도'만 생각하면 된다. '무인도'로 해결하는 '즐거운 소개팅'만들기 방법, 지금 바로 살펴보자.  


1. 무인도에서 사람을 발견한 기분으로


막연히, 괜찮은 상대가 나오고 또 운이 좋아 잘되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으로 소개팅에 임하면 실망만 가득 안고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그저 재미삼아 소개팅에 나가면, 오만 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주는 사은품을 대하는 기분만 느끼다 집에 돌아올 뿐이다. 

소개팅에 나온 당신은 몇 해 동안 무인도에 표류 중이었는데 홀로 긴 시간을 보내다 지금 막 앞에 있는 상대를 발견했다고 생각하자. 몇 해 만에 처음 보는 '사람'이 반갑지 않은가? 전혀 어려울 것 없이, 바로 그 느낌으로 시작하는 거다. 

그렇게 만난 사람이라고 가정하면, 머리 굴리며 무슨 얘기를 할까 고민할 것 없이, 상대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넘쳐날 것 아닌가. 바로 그 질문들을 상대에게 던지고, '지금 네가 하는 얘기를 모두 다 외워주겠어.'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집중하는 거다. 무인도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첫 대화를 나누는 데, 딴 생각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아무리 여린마음을 지닌 솔로부대원이라고 해도 무인도에서 사람을 만났는데 쭈뼛거리고 있진 않을 것이며, 샤워하고 나와 거울을 보며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어.'라고 생각하는 솔로부대원이라고 해도 무인도에서 사람을 처음 만났는데 잘난 척을 하고 있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바로 그 기분만 생각하자. 정말 쉽지 않은가? 평소에 잘하지도 않는 농담 같은 걸 외워가 봐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끼워 넣기 어렵고,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연애의 기술은 어색한 옷을 입은 듯 행동에 불편함을 초래할 뿐이다. 상대를 만나는 그 순간 떠올리자. 여긴 내가 몇 해 동안 혼자 살아온 무인도고, 상대는 지금 내가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이다.


2. 상대를 무인도라고 생각하자


매력 없는 사람 없고, 사연 없는 사람 없다. 사람은 '섬'과 같아서 거기엔 꽃, 나무, 새, 왕눈오색나비(응?) 등 여러 가지 것들이 있다.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유는 딱 두 가지다.

상대에게 관심이 없었거나, 그런 것들을 살필 여유가 없었거나.


스스로 '심사위원'이 되어 소개팅에 나가면, 재미없을 수밖에 없다. '사귈 사람'을 찾으러 소개팅에 나가는 것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그런 마음으로 소개팅에 나갔다면 정말 괜찮은 상대를 만났다하더라도 결국 그 다음은 혼자 흠뻑 빠져 마음을 '올인'하거나, 상대에게 관심을 구걸하는 형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상대는 무인도다. 그대가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었다면, 가장 먼저 그 무인도 곳곳을 둘러볼 것 아닌가. 무인도를 둘러볼 땐, 큰 나무가 자라 빛도 들어오지 않는 숲속 보다는, 그 섬의 한적한 가장자리부터 둘러볼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대화를 이어나가면 된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지금 그 섬을 둘러보며 얻게 되는 것이나 발견하게 되는 것들은 그대의 목숨과 직결될 수 있는 것들이니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절대, 저녁 먹고 나와서 동네 공원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상대를 둘러보지 말길 권한다. 그 시간이 잠시 후 당신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나 더, 오늘은 무인도에서의 첫 날이다.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거처를 찾아내거나,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물을 발견하거나, 배를 채울 수 있는 과실나무를 하나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그대는 큰일을 한 것이다. 절대 첫 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려 하지 말길 권한다. 그런 건 내일 해가 뜨면 내일 또 할 수 있다. 많은 대원들이 첫 날 완벽한 준비를 하려하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밤이슬을 맞으며 굶는다. 꼭 기억하자. 첫 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할 수 없다. 


매뉴얼을 통해 '마음의 집'을 먼저 만들라고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이유가 바로 이 '무인도 이론'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그대의 마음에 표류하게 되었는데, 거기에 거처할 수 있는 은신처가 없고, 갈증을 채워 줄 물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금방 지치고, 결국 살 수 없는 것이다.

지금 그대와 친한 친구나 지인을 한 명 떠올리고, 그 사람과 어떻게 친해지게 되었나 생각해 보자. 그게 누구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떻게든 친해져야지.'라며 다가가거나 '친해지기 위한 기술' 같은 걸 사용하진 않았을 것이다. 어떠한 계기로 상대의 매력을 발견하고, 그 매력을 발견한 후로는 서로의 마음에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기에 만나고, 대화하며 그렇게 가까워 졌을 것이다.

딱 그 정도면 충분하다. 서두에서 이야기 했듯, 버스 옆자리에 앉게 된 누군가와 대화하는 기분으로 가는 거다. 그 대화가 무인도인 상대의 여기저기를 '발견'하는 과정이 되면 되고, 무인도에서 누군가를 처음 만난 기분으로 상대를 대하면 되는 거다.

그래도 어렵다면, 대체 뭐가 그리 어려운지 normalog@naver.com 으로 사연을 자세히 적어 보내주길 바라며, 연락 없는 상대 때문에 고민 중인 솔로부대원들은 비를 핑계 삼아 '파전에 막걸리'약속을 잡아보길 권한다. 아, 그리고 어제까지 '후즈히어'와 관련해 내게 연애사연을 보낸 모든 대원들에게는 그 어장에서 그만 헤엄치고 넓은 바다로 얼른 나오라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 비싼 밥에 고기반찬 먹으면서, 누군가에게 '심심풀이'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상대의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르면서, 너무 쉽게 사랑한다고 얘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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