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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갑자기 연락 안하는 그 남자, 완전분석

by 무한 2011. 7. 12.

새벽에 일어나 보니, 문자메시지가 하나 도착해 있었다. 지난 주 금요일, 카메라 직거래를 두고 문자로 대화를 나눴던 판매자였다.

"시청에서 보는 걸로 하죠. 오늘 시간 괜찮으세요? ^^"

아니, 지난 주 금요일엔 내가 아무리 부탁을 해도 "노원에서 직거래해야 그 가격에 드릴 수 있습니다. 노원 직거래 조건으로 산다는 사람 많아요."라며 차갑게 자르곤 답문을 안 보내더니, 판매가 잘되지 않았는지 뜬금없이 햇볕정책을 펴고 있었다. 난 이미 다른 판매자에게 카메라를 구입한 까닭에,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북한산 정상에서 직거래 하는 거 아니면 안사겠습니다."

라는 답장으로 복수를 해 주었다. 뭐, 위의 판매자야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밝혔기에 나도 쉽게 단념할 수 있었지만, 다른 몇몇 판매자는 이렇다 할 답변도 없이 연락을 끊어 버렸기에 여린마음 동호회 회장인 나는 '내 어떤 말이 저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방바닥에 동그라미를 그리기도 했다.

이렇게 카메라 하나 사는 걸 가지고도 대화를 나누다 갑자기 연락이 끊기면 별 생각이 다 들며 답답해지기 마련인데, 곧 연애 할 기세로 가까워지던 상대가 갑자기 연락을 안 하면 어떻겠는가. 새카맣게 속만 태우고 있는 대원들을 위해 오늘은 '갑자기 연락 안 하는 그 남자'에 대해 분석을 해 보자.


1. 생활 vs 이벤트


소개팅을 하고 와서 "괜찮은 사람이긴 한데, 내 스타일은 아니야."라고 말한 지인이 있었다. 그렇게 말 하길래 앞으로 그 여자 분과 더 만날 생각이 없는 줄 알았는데, 내가 그 지인에게 연락을 할 때마다 그는 그녀와 함께 있었다. 그 지인의 심리상태에 대해 알맞은 답을 골라보자.  

① 만나다 보니 상대의 괜찮은 면을 발견하게 되었다. 
② 말만 그렇게 했지, 사실은 그녀에게 관심이 있었다. 
③ 남자는 다 늑대(응?).



뭐, 셋 다 '정답'이 될 가능성이 충분한 이야기들이지만, 그 지인의 정답은 위의 보기에 없었다. 훗날 그 지인에게 '사귈 생각이 없으면서 왜 연락하고 데이트를 했는지'를 물었을 때, 지인은 이렇게 답했다.

"그건, 그냥 친하게 지낸 거지.
친하게 지낸다고 다 사귀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어차피 둘 다 솔로고, 혼자 영화 보기 좀 그러니까 같이 가기도 하고,
밥도 먹고, 술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그러니까, 상대를 '생활'에 들여 놓을 생각이 없더라도 '이벤트'라 생각하며 얼마든 만날 수 있단 얘기다. 이러한 모습은 내게 연애사연을 보내는 솔로부대원들에게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별 직후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주말에 소개팅을 할 생각이라는 사연이나, 오랫동안 짝사랑한 상대에게 마지막 고백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지난주에는 소개팅을 하고 왔다는(응?) 황당한 사연 등으로 말이다.

이성과의 만남이나 연락에 너무 거대한 의미를 두지 말라고 계속해서 강조하는 까닭이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연락하고 지내는 이성이 많지 않은 솔로부대원의 경우, 상대도 자신과 같은 상황일 거라 생각하며 세상에 남자와 여자라곤 단 둘 뿐인 듯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그러니 덜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쉽게 말하지 말고, '아는 사람'에서부터 시작하자.


2. 스포일러


그대는 요즘 무슨책을 읽고 있는가? 읽는 책이 없다면, 오늘 당장 서점에 가서 그대의 손길이 가는 책을 잡아 들길 권한다. 자, 그 책을 골랐다면, 그 책을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결론은 버킹검 '책의 내용이 궁금해서'일 거라 생각한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상대의 마음이, 그리고 앞으로의 둘의 관계가 궁금하니까 계속 연락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대가 말, 표정, 행동 등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모두 상대에게 알려줬다면, 상대의 연락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난 그대와 연락이 좀 안 될 때도 있었으면 좋겠고, 그대에게 선약이 있는 까닭에 약속을 못 잡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고, 그대와 술을 마시더라도 아직 취하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그만 마시자고 하는 날도 있었으면 좋겠다. 신데렐라가 열두 시 땡, 하는 순간에 후다닥 뛰쳐나가지 않았다면 왕자는 유리구두를 들고 찾으러 다니지도 않았을 거고, 그렇게 찾아다니는 수고스러움 없이 신데렐라를 금방 찾았다면, 아마 신데렐라는 내게 이런 사연을 보내왔을 것이다.

"제 유리구두까지 찾아주면서 관심을 보였던 사람인데,
유리구두 돌려주고 나선 연락이 없네요. 이거 밀당하는 건가요?
친구 콩쥐한테 물어봤더니 자긴 결혼까지 했다며 걱정하지 말라는데,
제가 먼저 연락해도 될까요? 남자들은 먼저 연락하면 쉽게 보나요?"



신데렐라는 왕자와 새벽 네 시까지 술 마시다가 해장국 먹으러 가지 않았다. 잊지 말자.


3. 소멸남 분포표


편의상, 소멸남(갑자기 연락 안하는 남자)을 네 단계로 분류하자면 아래와 같다.



▲ 소멸남 (갑자기 연락 안하는 남자) 분포표.


바쁜 남자는 말 그대로 바빠서 연락을 할 시간이 없는 남자다.

"마음이 있으면 화장실 갈 시간이나, 밥을 먹을 시간에라도 연락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뭐,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 마음이 없다는 얘기네요? 접어야 하는 거죠?"라고는 말하지 말길 권한다. 남자가 폴더도 아니고 그렇게 접었다 폈다 하는 거 아니다. 지금은 둘의 관계가 딱 그 정도라고 생각하자. 이 상황을 '상대가 연락하고 싶어 안달이 나는' 상황으로 바꾸는 건, 그대의 몫이다.

소심한 남자는 '이쪽에선 보내지도 않은 신호'를 혼자 받았다고 착각하며 갑자기 연락을 끊곤 한다. '아까 같이 밥을 먹을 때 친구에게 걸려 온 전화를 오래 통화하는 걸 보니, 나랑 만나는 것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해. 이렇게 밥셔틀이 되느니, 모질게 마음 먹고 인연의 끈을 끊는 것이 좋겠어.' 따위의 생각을 하며 연락을 끊는 경우도 있다.

급한 남자를 정의하기가 좀 어려운데, '소심한 남자'와 '나쁜 남자' 모두 이 '급한 남자'의 특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좀 다른 것은, 소심한 남자에 비해 급한 남자는 매우 저돌적으로 들이대곤 한다. 만난 지 삼 일 만에 부활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거나, 아침부터 "쉬다 갈까?"라는 대사를 치기도 한다는 점이다. '본능'에 충실한 이 급한 남자들은 상대가 요구조건을 들어 줄 경우 금방 간이라도 빼 줄 것처럼 헌신적이다가, 욕구를 충족하거나 아니다 싶음을 감지했을 때 광속으로 사라진다.

나쁜 남자는 소멸남계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로 '바쁜 남자'로 위장하며, 그 위장으로 해결이 안 될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면 '소심한 남자'로 가장해 모성애를 자극하는 방법을 쓴다. '급한 남자'로 위장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그들은 구걸해야 할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여유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급한 남자가 "제발 백 원만 줘."라며 들이대는 것과 달리, 나쁜 남자는 "백 원짜리 있어? 있으면 하나만 줘봐."라고 말할 줄 안다.


연락두절로 그대의 속을 태우고 있는 그 남자가, '급한 남자'나 '나쁜 남자'가 아닐 경우 그대가 먼저 연락하길 권한다. 어쩌면 상대도 '이렇게 연락 하지 않아도 잘 살고 있나보네.'라며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지 모르는 것 아닌가. 단, 연락을 해서 상대에게 왜 그간 연락이 없었냐는 질문을 하며 스포일러가 되는 일은 하지 않길 바란다.

"야, 밥 먹었어? 저녁에 쭈꾸미 먹으러 가자."


정도의 느낌으로 다가가면 된다. 마침 오늘 비도 오고 하니, 파전엔 막걸리와 동동주 중 어느 것이 더 잘 어울리는 지 물어봐도 좋은 것 아닌가.

"물어보고 같이 파전에 한 잔 하자고 말해야 하나요?"


파전에 한 잔을 하든, 두 잔을 하든 그런 게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연락의 물꼬를 다시 튼다는 거고, 하늘에서 동아줄을 안 내려주니 내가 알아서 꼬기 시작한 다는 거다. 상대가,

"왜요? 파전 먹고 싶어요?"

라고 말하면, "아뇨."라고 대답하자. "심남씨한테 파전에 막걸리 사 주고 싶어요."라는 멘트로 그대는 '사랑하고 싶은 여자'가 되어야 하니 말이다. 비 내리는 화요일, 웃으며 파전에 막걸리를 먹는 많은 커플들이 탄생하길 바라며 오늘 매뉴얼은 여기서 마친다.



▲ 내가 배고플 때, 누가 내게 파전에 막걸리를 쏴 주지? 바로 여러분! 나는 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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