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바람둥이의 '작업'에서 찾은 연애의 기술

by 무한 2011. 9. 27.
언젠가 '바람둥이'에 대한 매뉴얼을 발행했을 때, 한 남성대원이 아래와 같은 댓글을 남긴 적이 있다.

"저랑은 완전 반대되는 얘기들이네요. 제가 저렇지 않아서 안심이에요."


정말, 그냥 그렇게 마음을 놓아도 될까?

바람둥이는 사랑스러운 집이다. 누우면 잠들 것 같이 포근한 침대가 있고, 언제나 분위기를 잡을 수 있는 식탁이 있다. 또, 차 한 잔 마시며 아늑하게 쉴 수 있는 발코니가 있으며, 변덕스런 마음마저 충족시킬 수 있는 DVD컬렉션이 준비되어 있다. 

바람둥이가 문제가 되는 건 딱 한 가지 이유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에게 "여기가, 너와 내가 살 곳이야."라고 말한다는 것. 그래서 바람둥이에게 휘둘린 여성대원들은, 그 '사랑스러운 집'의 하얀 욕조에서 거품목욕을 끝내고 나오다가, 식탁에서 촛불을 켠 채 그의 옆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는 '다른 여자'를 보고 뒷목을 잡는 것 아닌가.

'여러 사람'이라는 반전만 제거하면, 바람둥이의 '작업'은 정제된 답안이 된다. 오늘은 그 '바람둥이들의 작업'이라는 답안지를 함께 들여다보자.


1. '행위'가 아닌 '본질'에 대해 묻는다.
  

관심 있는 상대에게 연락을 했는데, 상대가 영화 <도가니>를 보러 간다는 말을 한 상황이라고 해보자. '바람둥이'의 통화내용을 예상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람둥이 -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라고 하던데, 손수건은?
관심녀 - ㅎㅎ 저 잘 안 울어요.
람둥이 - 심녀씨 커피 마실 때 새끼손가락 들잖아요.
            새끼손가락 드는 사람들은 예민한 감수성을 가졌다고 하던데요?

관심녀 - 새끼손가락 드는 건 또 언제 보신 거예요.ㅋ
람둥이 - 손수건 하나 선물해 줘야 겠구나. 무슨 색이 좋아요?
관심녀 - 아니에요. 괜찮아요. ㅋ
람둥이 - 맞춰볼게요. 분홍색 아니면 주황색 둘 중 하난데...주황색!
관심녀 - 왜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세요???
람둥이 - 왜냐면 두 가지 색에 대한 심리가 심녀씨랑 비슷해요.
            분홍색은.....



영화이야기로 시작된 대화는, 자연스레 상대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갔다. '람둥이'씨는 자신이 관찰한 상대의 특징을 꺼내 놓기도 했고, '손수건'을 빌미로 상대의 '성격'과 '좋아하는 색'에 대한 힌트를 얻고자 한다. 여기서 잠시, 같은 상황에서의 조급증을 앓고 있는 '솔로남'의 대화도 한 번 예상해 보자.  

솔로남 - 혼자 보러 가는 거예요? 아님, 친구랑?
관심녀 - 아. 친구랑요. ㅋ
솔로남 - 좋겠다. 같이 영화 볼 남자친구도 있고.
관심녀 - 여자친군데;;
솔로남 - 그렇구나ㅋ 영화보고 뭐해요?
관심녀 - 글쎄요. 아마 밥 먹겠죠 ^^
솔로남 - 그럼 저녁 같이 먹을까요?
관심녀 - 저녁 친구랑 먹을 것 같아요;;
솔로남 - 아..네ㅋ  그럼 내일은 뭐해요?
관심녀 -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교회에 가야죠. ^^
솔로남 - 교회 끝나고는 뭐해요? 저녁에 시간 괜찮아요?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응?) 질문들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다 쓸어버릴 기세다. 떠보기와 밥타령, 그리고 '뭐해요?'의 향연. 상대 '본질'에 대한 질문은 하나도 없다. 모두 상대 '행위'에 대한 질문들뿐이다. 저 깊숙한 곳에 있는 이야기를 끌어내진 못하고, 계속 겉만 핥고 있다. 잊지 말자. '행위'가 아니라 '본질'이다.   


2. 거절을 할 줄도, 당할 줄도 안다.


바람둥이들은 '상대가 원하는 것'이 뭔지 끊임없이 탐구하지만, 그렇게 알아낸 것들을 모두 다 상대에게 주진 않는다. 그랬다간, 관계의 무게중심이 무너져 '하인'으로 전락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그녀가 '부탁'한 것이라고 해도, 무게중심을 무너뜨릴 것 같다면 거절한다.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이 '거절'은 매우 중요하다. 이 '거절'을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뻔한 남자'인가 아닌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뻔한 남자'에서 벗어나야, 상대가 고민하게 된다는 걸 알고 있다. '여자의 고민'이 어떤 의미인 줄 아는가? 그건, 그녀의 마음이 그에게로 한 발짝 더 내딛었다는 증거다.  

"저도 거절한 적 있는데, 그랬다가 그냥 로그아웃 되었는데요?"


그건, 거절의 '방법'에 문제가 있어서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 거절하며 "넌 나에게 부탁만 하냐?"라는 뉘앙스의 말을 할 경우, 상대는 그대가 보여준 그간의 친절과 호의를 모두 '계산적인 것'이라 생각할 위험이 있다. 뿐만 아니라, 거절로 인해 상대가 로그아웃할까 염려해 손바닥을 싹싹 비빌 경우, 그대는 상대에게 '쉬운 남자'가 되고 만다.

거절 '당하는' 방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바람둥이들은 상대의 '거절'을 '사소한 문제'로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거절의 말'을 들은 뒤에도 태연하게 양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솔로남'들은 그 '거절'을 '인생대참사'나, '생사가 걸린 문제'로 받아들인다. 자연히 '총체적 난국'으로 접어들게 되고, 결국 화를 내거나 상대의 발목을 잡고 애원하게 된다.

세련되고 절제된 거절을 하려면, 그리고 상대의 거절을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여유'가 필요하다. '거절'과 관련된 상황이 찾아오면,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라는 생각을 먼저 하자. 당장 상대의 말에 다급해져서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대답하잔 얘기다.


3. 상대를 무대 위로 올릴 줄 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에 나오는 문장을 잠시 살펴보자. 

"어떤 아가씨들에게는 설교에 대한 열정이 정말 굉장히 강렬하더군요! 난 물론 모든 것을 운명 탓으로 돌리고, 광명을 동경하며 갈망하는 척하다가, 마침내는 여성의 마음을 복종시킬 수 있는 가장 위대하고 확실한 방법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그 방법은 절대로 어느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으며,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모든 여성에게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 소설 <죄와 벌> 중에서


먼저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양해를 좀 구하고 멋대로 해석하자면, 위의 얘기는 상대의 '착한여자 콤플렉스' '모성애'를 자극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 자극을 받은 상대는, 남자에게 '구원'이 되기 위해 '여자 주인공'으로서 무대에 오르게 된다.

상대를 방청석에 앉혀 놓고,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무대 위에서 원맨쇼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하자. 상대를 무대에 올리는 거다. 그리고 그녀가 그녀의 대사를 하게 만들자. 인용한 글에서처럼 '거짓'으로 상대를 자극하란 얘기는 아니다. 누구나 '불안정한 모습'을 가지고 있으니, 그 '불안정한 모습'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 되는 거다.

자신의 장점이나 좋은 모습만 상대에게 보여주려는 일부 '솔로남'들은 꼭 기억해 두길 바란다. 박수를 칠 때보다, 등 두드릴 때 더 가까워진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을 서로 공유하는 것은, 둘 사이에 콘크리트보다 단단한 기반이 되어 줄 것이다.


이 밖에 <무슨 색 티셔츠를 사야 하는지 안다.>라는 항목도 있긴 한데, 곧 파지를 주우러 나가야 하기에 이쯤에서 생략하기로 한다. 그건 '연애의 기술'이라기보다는 '센스'에 관련된 부분이니, 거기에 대해선 기회가 닿으면 더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자.

자, 그럼, 아직 월요병이 다 낫지 않은 화요일, 기지개 한 번 펴고 시작하길 바라며!



▲ 추천을 누르기 전엔 항상 허리를 꼿꼿이 펴보세요. 그것만으로 뒤태가 아주 그냥!




<연관글>

이별을 예감한 여자가 해야 할 것들
늘 짧은 연애만 반복하게 되는 세 가지 이유
나이가 들수록 연애하기 어려운 이유는?
인기 없는 여자들이 겪게 되는 안타까운 일들
예전 여자친구에게 돌아가는 남자, 왜 그럴까?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