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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여자를 외롭게 만들지 않는 남자란?

by 무한 2011. 10. 28.
난 누구나 마음속에 상대를 위한 '보금자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보금자리'를 만드는 데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살아왔거나, 아무렇게나 대충 '보금자리'를 만들었거나, 만들다 만 '보금자리'를 이어서 만들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상대를 위한 '보금자리'의 필요성을 못 느껴 마음을 '자신을 위한 공간'으로만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음에 '보금자리'가 없는 사람과 만나면, 평생을 떠돌이로 살아야 한다. 수십 평짜리 집에서 철밥통을 쥐고 하는 결혼생활이라 하더라도, 마음은 떠돌이가 된단 얘기다. 상대에게 '못할 말'과 '못한 말'은 늘어가고, 오해와 갈등은 쌓여 간다. 활동적인 성격이라면 그나마 밖에 나가 모임에 참여하거나, 남들과 수다라도 떨 수 있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끔찍하지 않은가?

이렇게 끔직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상대에게 '보금자리'가 있는 지를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많은 대원들이 그저 외적인 조건이나 느낌, 운명 따위의 이야기를 근거로 연애를 시작한다. 이건 앞으로 평생 살게 될 집은 대충 살펴보고, 그저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앉아 차나 마시며 계약을 하려 하는 것과 같다. 층간 소음, 고장 난 보일러, 물이 새는 수도꼭지, 비가 새는 발코니, 막힌 하수구 등 앞으로 혼자 해결해야 하는 거대한 문제들이 있다는 것은 눈치 채지 못한 채 말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상대에게 '보금자리'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방법.


1. 들을 줄 아는 남자


상대에 대한 존중은, 대화 시 '경청'으로 드러난다. 종종 커플부대원들이 '진지한 문제에 대해서는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남자친구' '항상 말을 끊고, 자기 할 말만 하며 이해를 바라는 남자친구'에 대한 사연을 보내는데, 난 그런 사연을 볼 때마다 궁금하다. 둘은 대체 왜 사귀고 있는 건지가 말이다. 

경청하지 않는 행동은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존중이 없다면 대화, 타협, 이해가 불가능하다. 물론,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 몇 번 자극을 할 수는 있다. "아무리 말해도 달라지지 않잖아. 헤어져."따위의 말로 자극을 하면 얼마간은 다시 존중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너는 짖어라, 나는 떡을 썰 테니(응?).'의 상황이 되고 만다. 

난 십 수 년 전에 들었던 'H씨 부부의 대화'를 아직도 기억한다. 당시 난 꼬꼬마였고, H씨의 아들과 친구인 까닭에 그 집에 가서 놀고 있었다. 내가 놀고 있는 방 바로 옆에 식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식탁엔 H씨와 그의 아내가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의 주제는 H씨의 사업과 관련된 것이었다.

얼굴에 침 뱉는 것 같아서 이런 이야길 꺼내긴 좀 그렇지만, 당시 그 대화가 우리 집에서 이루어진 거라면, "아무튼, 두고 봐야지."라며 중간에 끊기거나, "그런 게 아니야. 쉬운 게 아니라니까."정도의 말로 이해의 부족을 탓하며 흐지부지 될 만한 대화였다. 하지만 H씨는, 아내의 말을 다 들어주고 있었다. 꼬꼬마인 내가 생각해도 H씨 아내의 말은 '봉창 두드리는 소리'였는데, 그걸 차분히 다 들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아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선 차분히 설명하며 이해시켰다.

타인인 내가 있었기에 H씨 부부가 그런 대화를 '연출'했다고 생각하는 대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연출'이라 하더라도, 타인이 있는 곳에서도 상대에게 함부로 대하고, 말을 끊으며, 경청하지 못하는 커플은 얼마나 많은가? 쉽게 언성을 높이고, 험한 말을 하고, 모르는 것이 당연한 부분을 모른다고 탓하는 그런 커플 말이다. '들을 줄 아는 남자'를 만나는 건, 축복이다.


2. 깊이 있는 남자


깊이 있는 남자에겐 여유가 있다. 얕은 시냇물은 재잘재잘 흐르며 '바쁘다'를 연발하지만, 깊은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르는 것과 비슷한 거다. 그는 쉽게 심각해지지 않고, 세상 모든 일에 참견하려 하지도 않는다. 설명하기 좀 애매한 부분이긴 한데,

깊이 있는 상대가 운전하는 차를 함께 타고 간다고 가정해 보자. 그의 차에 탄 당신은 편안할 것이다. 그는 몇 분 먼저 가려고 미친 듯이 악셀을 밟지 않을 것이고, 앞에서 차 한 대가 얼쩡거린다고 기다렸다는 듯 욕을 퍼붓지도 않을 것이니 말이다. 

상대에게 깊이가 있는지 꼭 살피길 권한다. 감정에 휘둘리는 상대는 처음엔 빨리 달아오르며 열정적으로 구애할지 모르지만, 훗날 자기 여자친구에게는 소주 사주고 아는 여자에게는 양주 사주는 어이없는 짓 같은 걸 벌일 확률이 높다. 또, 난폭한 상대는 그 난폭함을 연애에서도 보일 것이고, 비관적인 상대는 연애도 비관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여담이지만, 지난 매뉴얼에 달린 댓글 중, "소심한 남자에게는 거절하기 어려워요. 한 번만 거절해도 그냥 튕겨 나가버리더라구요."라는 댓글이 있었다. 선약이 있다는 말에 튕겨나갈 정도라면, 그냥 튕겨나가도록 놔두는 것이 좋다. 그건 '소심한 남자'라기 보다는 정신적인 '독립'을 하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파도처럼 밀려왔다 또 금방 물러가는 질풍노도의 '연애사춘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정신적인 독립을 하지 못한 상대는 계속 기대려고만 할 것이다.


3. 책임감과 생활력이 있는 남자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면, 가장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 상대의 '책임감''생활력'이다. 이 두 개가 부족한 남자는 여자를 궁지로 몬다. '자유로운 영혼' 운운하며 무책임을 합리화 하려는 너구리들이 많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그 너구리들은 '의무'는 하나도 행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한다. 말과 행동이 다른 부분들을 지적하면, 너구리들은 미리 만들어 놓은 구멍으로 빠져나간다. 책임은 남아 있는 사람이 몽땅 다 지게 된다.

책임감이 없으니 생활력이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대단한 성공이나 많은 재산을 모으는 것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아주 기본적인, 지극히 기본적인 부분에 대한 얘기다. 이런 부분에 대한 좋은 예는 가깝게는 가족, 멀게는 외가나 친가의 친척들 중 꼭 한 명씩 있기 마련이니 차분히 떠올려 보길 바란다.

책임감과 생활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잡기(잡스러운 여러 가지 노름)에 쉽게 빠진다. 전에 한 번 소개한 'PC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3개월 된 아이를 굶겨 죽인 부부'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책임감과 생활력이 결여된 상대와 함께 있다 보면 악만 남는다. 끊어질 듯한 신경만 남아 악으로 살고 있는 사람도 주변에서 찾아보길 바란다.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며칠 전 공원에 광합성을 하러 나가 벤치에 앉아 있었다. 양말을 벗어 내 발에도 햇볕을 좀 쬐여주고 싶었는데, 옆 벤치에 여자사람 둘이 앉는 바람에 그러질 못했다. 그녀들이 가길 기다리고 있다가 난 대화를 엿들어 버렸다. 삼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말했다.

"딴 거 없어. 그 사람 집 재력이랑 시댁 식구들이 어떤지만 봐.
나 관상까지 봐 가면서 고른 거 알지? 근데 관상도 다 필요 없어.
결혼하면 다 변하니까. 딴 거 보지 말구, 얼마나 괜찮은지만 봐."



그건, 마음이 떠돌이가 된 그녀의 간증이었다. 떠돌이로 살기로 마음먹고 하는 결혼이라면, 저 조언은 분명 좋은 조언이다. '취직'해야 할 시댁의 사람들을 살피고, '거래'해야 할 남자의 재력을 알아야 하는 건 필요충분조건 아닌가. 그런 결혼이 무조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죄다 형편없는 것 보다는 하나라도 멀쩡한 게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노멀로그의 독자들이 겨우 한두 개로 만족하지 말고, 열까지 꿈꿨으면 한다. 마음에 '보금자리'가 있는 남자를 만나면 가능한 일이다. '보금자리'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에 대해선 오늘 길게 이야기 했으니, 눈 크게 뜨고 잘 살핀 뒤 그 보금자리에 사뿐, 내려앉길!



"무한님 전 비밀연애를 하고 있는데,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에게..." 이 싸람아!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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