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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여자에게 지겨운 남자가 되는 결정적 이유들

by 무한 2011. 11. 22.
이럴 줄 알았다. L군이 보낸 사연에선 상대가 '바빠서 연락도 제대로 안 하는 여자'로, L군 자신은 '기다리다 지쳐 곧 바스라질 것 같은 사람'으로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L군이 사연에 첨부한 '카톡대화'엔,

"이런 짓을 하고 있으니까, 지겨워지는 건 당연하잖아!"


라고 외치고 싶은 장면들이 수두룩했다. L군은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욕심 내지 않으려 애썼다."고 말했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L군은 그냥 '상대를 이해하는 척'한 거였고, '욕심 내지 않는 척'한 거였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에 커버를 씌워놓으면, 자동차가 거기 있다는 사실이 감춰지는가? L군의 그 '척'이란 커버로 불만과 욕심을 덮어 놓고 있을 뿐이었다.

L군은 필요 이상으로 씩씩하고, 지루할 정도로 양보한다. 사람이라면 '희로애락'이 있을 텐데, L군은 '희희희희'만 있는 것 같다. 왼쪽 뺨을 맞으면 알아서 엎드려뻗치기까지 할 것 같다. 그게 진심이라면 L군은 성자다. 하지만 사연에 적어 보낸 얘기는 어떤가? 상대 앞에선 '희희희희'하지만, 뒤에선 불만에 가득 찬 표정을 하고 있지 않은가.

저 앞에 '끝'이 보이는 것 같다. 그 '끝'에 도달하기 전 빠져나갈 수 있는 마지막 갈림길, L군이 핸들을 힘차게 돌릴 수 있도록 함께 살펴보자.


1. 연락 강박증
 

만족을 사전에서 찾으면 아래와 같이 설명되어 있다.

만족(滿足)
①마음에 흡족함.
②모자람이 없이 충분하고 넉넉함.

-표준국어대사전


연락 강박증은 상대의 연락에 만족하지 못할 때 찾아온다. 결벽에 시달리며 수시로 손을 씻는 사람처럼, 연락 강박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휴대폰을 확인한다. 그들에겐 '연락하고 있지 않은 순간'이 곧 괴로움이다. 글로 적어 놓으니까 별로 심각하지 않은 듯 보이는데, 그들의 심정을 느끼고 싶다면 한 삼 일쯤 굶고 뷔페에 들어가 음식 냄새만 맡아보길 바란다. 먹지는 않고 냄새만 맡는 거다. 그게 딱 그들의 심정이다.

L군은 연락 강박증 중기에 접어든 듯하다. L군이 첨부한 '카톡대화'를 보면, 상대가 먼저 연락을 해 오는 횟수가 적지 않다. 하루에 2~3번 정도 먼저 말을 걸어오는 건 절대 적은 연락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군이 상대의 연락을 적게 생각하는 건, 자신이 상대의 2~3배 되는 연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4:3이란 스코어는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9:3이란 스코어는 큰 차이가 있어 보이는 것 아닌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출근준비를 하며, 출근 중에, 회사에 도착해서, 점심 먹기 전에, 점심 먹고 나서, 퇴근하기 전에, 퇴근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저녁 먹기 전에, 저녁 먹고 나서, 씻기 전에, 씻고 나서, 잠들기 전에, 잠자리에 들며. 설마, 이런 순간순간 모두 연락하길 바라는 건가?

매 순간 연락하길 바라며 상대에게 보채고 매달리던 대원들은, 모두 '지겨운 남자'라는 판정을 받은 후 스팸처리 되었다는 걸 잊지 말자.


2. 죽은 귀신들


못 만나서 죽은 귀신 얘기부터 해보자. 이 귀신에 씌면 모든 대화가 '만남'에 관한 것이 된다. 오로지 '만남'을 위해 연락하는 사람처럼 하얗게 불타오른다.

"오늘 늦게 끝나? 끝나고 잠깐 볼 수 있을까?"
"뭐해? 집이야? 집 앞으로 나올 수 있어?"
"주말에 뭐해? 약속 없으면 만날까?"



상대에게 선약이 있거나 상대가 만남을 거절할 경우, 이 '못 만나서 죽은 귀신'이 씌인 대원들은 더욱 강하게 들이댄다.

"그럼 내일은? 모레는? 글피는? 주말에는? 언제 가능해?"


마늘과 십자가를 선물해 주고 싶을 정도다. 영화 못 봐서 죽은 귀신에 씐 대원들도 있다. 이들 역시 오로지 영화 보기 위해 연락하는 사람처럼, 끊임없이 영화를 앞세워 상대를 찔러댄다.

"<완득이>재밌다고 하던데, 주말에 같이 볼까?"


상대가 거절 할 경우, 그들은 장르를 바꿔가며 "그럼 <머니볼> 볼래?" 따위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영화를 보는 것 말고도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참 많은데, 오로지 '영화'만 앞세운 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 외에도 '맛집 못 가서 죽은 귀신'이나 '여행 못 가서 죽은 귀신'등에 씐 대원들의 이야기도 있는데, 내용은 위의 다른 귀신들에 씐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으니 생략하자.

말하고 싶은 것은, 뭘 앞세워 상대를 만나든 그게 해답이 되진 않을 거라는 거다. 영화 같이 봤다고, 맛집 같이 갔다고, 드라이브 같이 했다고 모든 일이 다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가? 자꾸 '구실'만 만들려고 하지 말자. L군의 대화를 보며 답답했던 것도, L군이 자꾸 '구실'만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L군도 만남은 그저 '구실'이고 진짜 목적은 '친해지는 것'으로 두고 있었는데, 나중엔 만남을 '목적'으로 둔 사람처럼 들이대는 것이 안타까웠다.


3. 겉핥기 대화들


L군은 전생에 다이어리였던 걸까? 한 달 치의 대화가 모두 상대의 일과 확인이다.

"일어났어?"
"밥 먹었어?"
"피곤하지?"
"집에 왔어?"
"얼른 쉬어."
"잘 자."



대단하다. 일어났다고 하면 "오늘 날씨 춥다. 따뜻하게 입고 출근해~", 밥 먹고 있다고 하면 "맛있게 많이 먹어~" 등등. 안부인사 나누는 거 말고, 대화는 언제쯤 할 수 있는 건가?

1.안부인사 - 50%
2.귀신 씌여서 하는 얘기 - 30%
3."ㅋㅋㅋ" - 10%
4.기타(주로 "ㅠ.ㅠ") - 10%



상대의 학창시절 에피소드나 미래계획,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나 친한 친구 이름 같은 건 전혀 안 궁금한가? 이런 아무 영양가 없는 대화를 주고받고, 친해지는 건 '구실'을 앞세워 해결하려 하고, 그런 와중에 또 '쟨 왜 나만큼 연락하지 않아?'라며 연락 결핍증을 앓고 있고. 참담하다.

이렇게 써 놓으면 무슨 얘긴지 모를까봐, "언니랑 운동하고 왔어."라는 상대의 말을 가지고 대화하는 방법을 좀 적어둘까 한다. "언니랑 운동하고 왔어."라는 상대의 말에 L군은 "밖에 엄청 춥지? 얼른 몸 녹여~ 고생했어."라고 대답했다. 더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재갈' 같은 답변이다. 굴러온 연락(응?)을 싸커킥으로 날리지 말고, 받아보자.

ⓐ오, 놀라운 자매애! 언니랑 같이 운동하다니, 부럽다. 언니가(응?).
-> 서로의 형제 이야기로 이어짐. 또는 내 가족 소개.
ⓑ무슨 운동? 설마...
-> '설마'를 활용한 호기심 자극. 운동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짐.
ⓒ야식의 면죄부 받아 온 거야?  
-> 무한 스타일.



여하튼 중요한 건, '나중에 제대로'가 아니라 '지금 제대로'여야 한다는 거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연락을 영양가 없는 대화로 소비하지 말자. 겉만 핥는 대화는 당장 그만둬야 한다. 1층만 오르락내리락 하면 언제 10층까지 올라가겠는가. 오늘 1층, 다음엔 2층, 또 그 다음엔 3층, 그렇게 차근차근 올라가 보자.


마지막으로, 맹목적인 '착한 남자'가 되려 하진 말길 권한다. 그건 '지겨운 남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여자들은 "내가 뭘 하든 웃어주고, 이해해 주며, 늘 웃어주는 남자가 좋아요."라고 말하지만, 그건 그녀들의 '바람'이지 '진심'이 아니다. 꼬꼬마들이 "공부하라고 안 하고, 게임할 수 있게 내버려 두는 부모님이 좋아요."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거란 얘기다. 꼬꼬마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건, "부모님의 방목"이 아니라, "억압하지 않고, 내 얘기에 귀 기울여 주는 부모님"이 아닐까?

상대가 실망하게 만든다면 실망하자. 그래도 괜찮다. 약속을 갑자기 취소한 상대에게 마냥 웃지만 말고, 기분이 상했다는 걸 드러내잔 얘기다. 단, 그 방법에만 주의하면 된다. 나라면,

"취소는 안 돼.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취소하고 싶으면 내 변호사랑 말해."


정도로 얘기한 뒤, 웃으며 양보해 줄 것 같다. 실망한 거 뻔히 아는데, 그걸 억지로 숨기며 괜찮은 척 하진 않을 거란 얘기다. 난 이 방법이, 꾹꾹 쌓아두고 있다가 나중에 폭발하는 것보단 나을 거라 생각한다.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애정전선'의 영향을 받고 있으면서 왜 부족하다고만 생각하고 있는가? 얼른 핸들을 돌려 가슴 벅찬 행복의 길로 접어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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