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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소개팅, 주선자와 멀어져야 성공한다.

by 무한 2011. 11. 23.
'주선자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소개팅에 나온 상대를 보면 알 수 있다, 는 얘기는 이미 한 적이 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주선자가 소개해 주려는 한 쪽에게 애정을 갖고 있을 때에도 참담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난 얼마 전에도 그러한 '애정'이 소개팅에 미치는 영향을 목격했다. 공쥬님(여자친구)이 자신의 학교 여자후배를, 내 친구에게 소개시켜 주려고 했을 때였다.

"얘 봐봐. 어때? **이랑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아?
아주 예쁜 건 아니지만, 정말 순수하고 착한 애야.
그, 뭐라고 하지? 초식녀? 그런 스타일이야."



난 공쥬님이 내민 폰 속에 있는 사진을 봤다.



▲ 초식녀라며. 이건 그냥 초식동물이잖아.(출처-이미지검색)
  

사진을 본 후, 난 짧은 말로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착하게 생겼네. 근데, 사람을 물거나 해치진 않지?"


농담이고, 오늘은 소개팅 '주선자'와 관련된 얘기를 좀 해보자. 주선자가 소개팅에 미치는 영향과 주선자와 멀어져야 하는 이유들. 이번 주엔 주말에 소개팅을 한다는 대원들이 유난히 많은데, 그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며, 출발해 보자.


1.필터링 된 정보와 선입견


누군가를 새로 만난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그것도 '연인'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때문에 소개를 받기로 한 이후부터는 상대에 대해 알고 싶어진다. 그 궁금증은 상대와 만나 풀어야 하는 것인데, 그걸 못 참고 주선자에게 궁금증을 풀어달라고 하는 대원들이 있다. 바로 이때,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 과한 필터링을 거친 잘못된 정보로 인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 정보는 실망으로 이어질 것이 뻔한 기대를 높인다. 분명 주선자가 "가수 '거미' 닮았어."라고 말했는데, 나가보니 '집 왕거미'를 닮은 여자사람이 앉아 있다거나 하는, 뭐 그런 경우들로 말이다. 외모뿐만 아니라, 주선자가 상대에 대한 '장점'만 나열한 것도 문제가 된다. 둘이 잘 되길 바라며 한 얘기겠지만, 그런 정보들은 직접 만나 '단점'을 알아가면서 너무나 쉽게 빛을 잃는다.

두 번째로 '말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말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장 흔한 예로, 알아서 좋을 것 하나 없는 '연애사'까지 말해버리는 것이다. 몇몇 주선자는, 상대가 남자에게 인기가 없어 모태솔로로 지내왔다는 얘기나, 얼마 전 누구랑 사귀다가 무슨 이유로 헤어졌다는 얘기까지 다 누설한다. '연애사'뿐만 아니라 가족, 학교, 직장에 대한 '과거사'까지 다 말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사'와 '연애사'로 만든 색안경을 끼고 소개팅에 임하는데, 어찌 '좋은 만남'이 될 수 있겠는가.

남은 문제들이 더 있지만, 더 짚어봐야 비슷비슷한 얘기니 이쯤하자. 소개팅을 제의 받았다면, 주선자에겐 '연락처' 이외에는 묻지 말길 권한다. 그거면 충분하다. 주선자가 늘어 놓는 상대에 대한 칭찬을 듣고 있거나, 알 필요 없는 상대의 과거사 등을 전해 들었다간 훗날 '실망'밖에 할 게 없다. 

주선자가 '이성'이라면, 더욱 주의하길 바란다. 그 주선자가 하는 얘기는 대부분 '동성일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니 말이다.

"걔 진짜 착하고 의리 있는 애야."


라는 얘기가 "나랑 저녁 내내 술 먹고, PC방에서 밤새는 친구야."라는 뜻일 수도 있단 얘기다. 만나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을, 미리 알려고 하다 망치지 말자.


2.주선자의 설레발


소개팅에서 주선자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중 8할은 '주선자의 설레발'이 원인이다. 둘을 이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벌이는 행동이겠지만, 그 행동으로 인해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새싹들이 뿌리 뽑히는 경우가 많다.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문제는 주선자가,

"그 사람 어때? 괜찮은 것 같아?"


라고 물으며 발생한다. 그러곤 그렇게 물어 얻은 대답을 다른 상대와 공유하거나, 그 대답을 토대로 자신이 둘을 지휘하려 한다. 중간에서 이야기를 부풀려 전달하고, 둘을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템포에 맞추려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 하지 않아도 잘 알 거라 생각한다.

무슨 생각으로 소개팅을 주선한 것인지 의심이 가는 경우도 있다. 내게 도착한 사연 중, 이런 주선자에 대한 얘기가 있었다.

"소개팅 끝나고, 주선자가 전화해서 그 사람 어떠냐고 묻더라구요.
그래서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거든요.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라 재미있었다고.
근데, 전화 끊고 잠시 후에 주선자가 또 전화를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그 사람은 제가 별로라고 했다네요. 황당하기도 하고, 아무튼 좀 그래서
물어봤어요. 그 사람한테도 제 얘기 했냐구요. 그랬더니 얘기 했다네요.
저는 계속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보인다고.... 이게 이해되시나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이해하긴 어렵지만, 자신이 그 만남에 대해 모든 권한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내가 이어줬으니, 끝내는 것도 내가 한다." 같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주선자의 '적극적인 개입'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또 있다. '충실한 조언자'가 되려는 주선자가 그런 문제를 발생시킨다.

ⓐ걔 원래 연락 잘 안 하는 스타일이야. 네가 먼저 해봐.
ⓑ빼빼로데이에 빼빼로 선물 해 보는 건 어때?
ⓒ걘 너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던데? 몇 번 더 만나봐.



내게 도착한 사연에 나오는 '충실한 조언자'가 되려는 주선자들의 멘트다. 는 관심이 없어서 연락이 없던 것으로 드러났고, 는 주선자와 함께 설레발을 치다가 망했다. 는 둘 다 서로 별로라고 생각해서 연락을 안 했던 건데, 주선자가 억지로 이어주려고 하다가 결국 오해로 인해 '안 해도 될 경험'을 하며 끝났다.


3.정말 위험한 10%의 주선자들


소개팅으로 만난 상대와 잘 만나고 있는데, 느닷없이 방해를 하는 주선자들이 있다. 그 중엔 '푼수'인 까닭에 이상한 폭로 같은 걸 하며 관계를 망치는 주선자도 있지만, 그건 극소수다. 그보단 주선자가 '의도'를 가지고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질투? 물론, 질투도 답이 될 수 있다. 며느리에게 아들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일부 시어머니들이 그러는 것처럼, 주선자가 이상한 질투심을 갖고 훼방을 놓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그건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한 특수한 경우다. 난 그 이상한 '의도'를 가진 주선자들이 등장하는 사연에서 공통점을 찾았다.

-주선자는 솔로. 소개해준 사람은 자기와 친하게 지내던 이성인 경우.
-소개해 준 이성이, 주선자가 좋아하던(또는 썸씽이 있었던) 이성인 경우.



이 '이상한 주선자'를 '짝사랑'과 관련된 사연에 대입시키면, 딱 맞아 떨어진다. '짝사랑'과 관련된 사연의 주인공들이 종종 상대를 떠보기 위해 소개팅을 시켜주는 경우가 있다. 친구보다 가깝고 그렇다고 연인은 아닌 상황의 답을 구하기 위해 소개팅을 제의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사연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소개팅을 주선해 놓고 두 사람이 잘 만나는 듯 보이면 혼란스러워 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택했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배신감을 느끼거나, 시험은 여기까지 하고 지금은 상대를 되찾아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주 큰 감정이 있던 건 아니었는데 둘이 잘 되는 걸 보자 상대에 대한 감정이 깊어진 경우도 있다. 자신이 판 물건을, 더 큰 돈을 주고 다시 사오는 사람의 마음이 되는 거다.

소개팅 상대에 대한 정보를 주겠다는 핑계나, 둘의 상황을 듣고 조언을 주겠다는 핑계로 개인적인 만남을 갖기도 한다. 소개해준 친구의 입을 통해 상대에 대한 정보를 캐내는 경우도 있다. '알고 보니 그는 주선자의 옛 남친'이나 '언니가 소개해 준 남자가 언니의 짝사랑'같은 이야기가 내 메일함에 종종 도착한다.

꼭 고민이 있어서 보낸 사연에서가 아니라도 '주선자와 소개남이 엔조이 관계'라거나 '소개녀가 주선자를 좋아해 연락하고 지내던 관계'따위의 일은 내 주변에서도 종종 벌어진다. 며칠 전 내 친구도 자신을 좋아하던 여자사람을, 아니다. 이건 쓰면 안 되겠다. 아무튼 소개 받으려다가 이상한 관계에 빠지는 대원들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


누군가를 소개받았다면, 그 이후는 상대와 그대 둘이서 이어나가자. 상대에게 물으면 알 수 있는 걸, 주선자를 통해 들으려 하지 말자. 그리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걸 주선자에게 부탁하지도 말자. 지금까지 애프터서비스를 주선자에게 부탁한 대원들은 대부분 '수리불가' 판정을 받았다는 걸 잊지 말길 권한다.

"주선자가 만남 당일까지 상대방 연락처를 안 가르쳐 줄 거래요.
그래야 소개팅이 재미있다나? 시간이랑 장소만 알려주고,
연락처는 당일에 문자로 알려주겠다고 하네요.
근데,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 지 정도는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래야 뭘 먹을지 정하기라도 할 텐데."



금요일 저녁에 소개팅을 한다는 한 남성대원이 보낸 질문이다. 왜 똥꼬에 힘을 잔뜩 준 채 긴장하고 있는가. 어깨 딱 펴고, 상대를 만나 그리스 신화의 영웅 아킬레우스처럼 말하자.

"뭘 좋아하시는지 몰라서, 식당 세 군데를 예약해 뒀어요.
이거, 저거, 그거 중에 뭐가 제일 괜찮으세요?"



아킬레우스는 발뒤꿈치가 약하다. 상대가 힐을 신고 나왔으면 동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자. 그레이트 한 소개팅이 되길 바라며!



"오빠 차 있어요?" "차 있으면 너 만나러 나왔겠냐." 이건 언제 들어도 웃기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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