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난 물생활(집에 어항을 두고 물고기를 키우는 것)을 하며 물고기를 참 많이 죽였다. 처음엔 몰라서 그랬다. 물고기에게도 산소가 필요하다는 걸 몰랐기에 그냥 통에다 물을 채워 고기를 넣어 줬다. 녀석들은 며칠간 열심히 버티다가, 결국 배를 하늘 쪽으로 돌린 채 물에 둥둥 떴다.
그 후엔 급한 마음 때문에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 물고기를 어항에 넣긴 전엔, 온도 차이나 수질 차이로 인한 쇼크를 받지 않도록 '물 맞댐'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난 어항에서 헤엄치는 고기가 빨리 보고 싶었고, '괜찮겠지 뭐.'하는 생각으로 고기들을 넣었다. 역시 녀석들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물생활에 대한 지식을 늘리고, 조급증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을 때에도 일을 저질렀다. 한 어항엔 해치거나 괴롭힐 위험이 없는 녀석들을 넣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저런 물고기를 다 보고 싶은 까닭에, 온순한 녀석들과 육식어를 한 어항에 넣기도 했다. 그 욕심 때문에 또 많은 녀석들이 요단강을 건넜다.
그 외에도 개인적인 실험을 하기 위해, 아 이 얘기는 빼도록 하자. 아직 공소시효가 다 지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으니(응?). 아무튼 '물고기를 살 수 없게 만드는 사육자'의 문제를 '여자를 질리게 만드는 소개팅남'도 가지고 있다. 몰라서, 못해서, 그리고 알지만 벌이는 일들. 함께 살펴보자.
같이 걷기 민망한 차림의 소개팅남에 대한 사연이 꽤 있지만, 옷이나 헤어스타일은 취향이니까 접어두자. 그것 말고도 '영화나 드라마 따라하는 남자'와 '강한 척 하는 남자' 등의 사연은 많다. 주로 연애경험이 없으며, 연애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대원들이 주로 벌이는 일이다.
라는 생각으로는 아무 일도 벌이지 말길 권한다. 여자는 바보가 아니다. 상대에게 팝송을 불러주면 (시쳇말로) '뻑갈거야'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소개팅녀를 우격다짐으로 노래방에 데리고 갔다. 그들의 두 번째 만남에서였다. 그 소개팅녀는 내게 사연을 보냈다. 사연에서 그녀는 이런 말을 했다.
과거분사가 나왔는데 그냥 원형으로 부르기도 하고,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은근슬쩍 넘기기도 했어요.
저보고 예약하라고 계속 권해서 부담스럽기도 했고,
아무튼 전 멍하니 앉아 있는데 그는 '신청곡 없어요?'라면서
혼자 콘서트를 하고 있더라고요.
이 '팝송 사연'을 비롯해 쎈 척, 강한 척, 아는 척 하려고 하다가 넘어지거나, 다치거나, 형편없음을 드러낸 남성대원들에 관한 사연이 정말 많다. 슬픈 일이다. 상대에게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좀 더 잘 보이려고 하다가 벌인 일들이라 더 슬프다. 자신의 총싸움 게임 계급이 높다며 열을 올렸다는 그 남성대원은 알고 있을까. 상대는 겉으론 열심히 리액션을 취해줬지만, 속으로는 혀를 차고 있었다는 걸.
소개팅을 안 했으면, 대체 어떻게 살 생각이었는지 궁금한 남자들도 있다. 심심함과 외로움에 지쳐있었던 걸까. 그들은 이제 막 옹알이가 터진 꼬꼬마처럼 쉴 새 없이 말을 해 댄다. 무슨 색 좋아하냐고 물었다가, 차 얘기 하다가, 어디 가봤냐고 물었다가, 어떤 음식 좋아하냐고 물었다가, 영화 보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가, 술 좋아하냐고 물었다가, 친구 얘기 하다가, 이건 뭐 네버엔딩 스토리다.
차라리 그렇게 묻고, 답하고, 말하고의 형식으로 이어지면 좀 나은 편이다. 몇몇 남성대원들은 묻지도 않은 자신의 얘기를 끊임없이 늘어놓는다. 지금 어디에 뭘 하려 왔다며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 웹서핑을 하다 알게 된 심리테스트를 했다며 자신의 심리테스트 결과를 보내고, 점심을 먹었는데 맛이 없었다며 음식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 그냥 트위터를 해!
저런 행위들은 '서로가 서로에 대해 궁금해 하는 상황'에서 '아주 가끔씩' 일어나야 하는 것들이다.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음식점 사진을 찍어, 상대에게 "혹시 여기서 먹어 봤어요? 대체 뭘로 만들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매일 줄을 서는 걸까요. 주말에 호기심 해결 할 생각인데, 같이 출동 하실래요?" 정도의 멘트와 함께 보내면 되는 거다. '한 집이라도 시켜먹겠지'라는 생각으로 음식점 홍보물 붙이든 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간 심심하고 외로웠더라도, 상대가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수다는 떨지 말자.
노멀로그에서는 '택시 할증이 붙는 시간에는 연락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그 시간엔 '감정 과잉'이 될 위험이 있으며, 그렇게 혼자 부푼 감정은 공감하기 힘든 말들을 쏟아내게 한다. 그 말들은 모두 상대에게 부담으로 치환되고 말이다.
위와 같은 얘기가 듣고 싶은 게 아니라면,
"잘 자고 있어? 보고 싶다고는 말 못하고 엉뚱한 얘기만 하는 내 마음을 알까..."
"내일 아침에 후회 할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말해야겠다..."
이런 멘트를 택시 할증이 붙는 시간에는 하지 말자. 그것도 상대가 자고 있는 시간에 혼자 휠(Feel, 시캐고 발음)받아서 막 쏟아내진 말자. 늦은 시간의 고백이란 건, 상대도 당신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있을 때 해야 온전히 전달되는 법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감정의 배설 밖에는 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그 배설물을 본 상대는 당연히 부담스러움을 느낄 거고 말이다.
위의 '잠 좀 잠시다'와도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만나서 얼굴 보며 말하지 못하고, 그냥 눈 질끈 감고 저지르는 행위들. 이런 행위는 여린마음동호회 회원인 남자대원들에게는 구원이다. 할렐루야. 덜덜 떨거나 머뭇거리는 걸 들키지 않고도 대화를 할 수 있다니. 아멘.
그런 까닭에 마음이 여린 대원들은 문자로 모든 걸 다 하려 한다. 이쪽에선 이미 상대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으니, 상대를 더 만나기보다는 빨리 연애로 이어지길 바란다. 그래서 '넘어 와라, 넘어 와라' 주문을 걸며 문자공세를 하고, '이쯤이면 되었겠지?' 싶을 때 고백도 문자로 한다. 물론 중간에 상대의 마음을 떠보는 행위도 모두 문자로 이뤄진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퇴짜도
문자로 전송받는다.
그대의 용기는 전송 버튼을 누를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과감히 통화버튼을 누르기 바란다. 권장 비율에 대해서는 이전 매뉴얼에서 소개한 적 있으니 생략한다.
사실 이 부분은,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걸 미리 밝힌다. 서두에 있는 '그거, 안 멋있거든요.'와도 연관이 있는 부분인데, 개성이나 취향, 그리고 사상이 아주 극단까지 가 버린 대원들이 있다. 상상을 초월해서 일어나는 사건들이라 정리하기는 쉽지 않은데, 예를 들자면
라는 생각을 가진 대원들이 있다. 이들의 마음 한 가운데는 '최악의 경우'라는 것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리고 그걸 감추고자 상대를 유난스레 더 밝고, 긍정적인 태도로 대한다. 그 시기에 이 사람의 모습을 보면 '정말 한 없이 착하기만 한 사람이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뭔가 일이 틀어졌다 싶으면 이들은 돌변한다. 그간 보여줬던 밝고 긍정적인 태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가득한 증오와 복수심을 볼 수 있다. 선약이 있다는 말을 했을 뿐인데, 비아냥을 가득 담아 거짓말 하지 말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무섭지 않은가?
연애를 하려고 들이대는 건지, 싸우자는 건지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일부 대원들은 상대와의 대화를 안부인사로 시작해 시비로 마무리 한다. 일이 많아서 바쁘다는 얘기를 한 것뿐인데, 좋은 직장 다닌다고 사람 무시하는 거냐고 묻는다든지 하며 말이다. 물론, 저 이야긴 지나가는 말로 농담처럼 건넬 수 있다. 하지만 '답을 꼭 들어야겠어.'라는 기세로 진지하게 묻는데, 웃을 수 있을까?
이 외에도 소개팅이 아니라 100분 토론에 나가야 하는 대원이나, "나랑 사귈 마음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확실하게 밝혀라. 답을 듣고 나도 더 만나볼 지를 결정하겠다."라는 말을 하는 대원, 전자 발찌를 채워줘야 할 것 같은 성추행 대원 등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니 생략하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마지막 사연을 제외하고는 이게 무슨 악의를 가지고 저지르는 일은 아니다. 대부분 몰라서, 못해서, 그리고 알지만 벌이는 일들이다. 저런 행동이 부르는 연락두절. 그 후에 혼자 남아,
라는 질문을 하는 대원이 더는 없었으면 한다. 처음엔
라고 상냥한 답변을 하던 그녀를, 궁지로 몬 것이 누군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간간히 '처음 오는 손님'들만 있고 '단골손님'이 없는 식당은, 분명 뭔가 문제가 있는 거다. 다시 찾지 않는 손님들을 욕하기 전에, 식당부터 점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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