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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자의식 강한 여자가 짧은 연애만 하는 이유는?

by 무한 2012. 1. 3.
자의식 강한 여자가 짧은 연애만 하는 이유는?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연애를 시작한 대원들의 이별소식이 들린다.
 아니, 무슨 연애 속성 코스를 밟기에 일주일간 폭풍처럼 사귀다 헤어지는가.

물론 그런 결말이 예정되어있던 관계도 있다. 상대가 그저 연말연시의 외로움을 달래 줄 사람을 잠시 고용했을 뿐이라거나, 마음에 담고 있던 사람에게 대시해도 반응이 없어 대충 연애를 시작했는데 뒤늦게 반응이 왔다거나, '누구든 일단 만나보자'라며 사귀었는데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자기가 아까운 것 같다거나 하는 경우들 말이다. 상대가 저런 상황인 줄 모르고 만났다가 뒤통수를 맞는 여성대원들이 많다. 

오늘은 위와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다른 이유들로 인해 헤어진 사례들을 좀 살펴보자.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채점하다 헤어진 대원, 사귀는 걸 택시에 올라 타는 것 정도로 생각하다 헤어진 대원, 로미오와 줄리엣 놀이 하다 그들처럼 일주일만에 헤어진 대원의 이야기. 시작해 보자.


1. 반품 준비


늘 짧은 연애를 반복했다는 여성대원이 있었다. 그녀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는데, 이번에도 일주일을 못 넘기고 헤어졌다. 헤어진 이유에 대해 그녀는

"그가 진지한 사람이며, 제가 존중해도 좋은 사람이라 생각해 사귄 건데,
만나보니 스킨십이나 하려고 하던 남자더군요.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끝났네요."



라고 말했다. 저 말만 놓고 보면, 그녀가 음흉한 목적으로 다가온 남자를 뿌리친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이게 '음흉한 목적'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긴 한데, 크리스마스에 뽀뽀를 하려고 한 남자친구는 음흉한 것일까? 뭐, 답이 상황에 따라 바뀌는 문제니 여기선 우선 그렇다고 해보자. 

그녀는 상대가 어떻게 하나 보려고 일부러 손잡을 때도 아무 저항을 안 하고, 몇 번의 포옹을 해도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일종의 함정수사다. 아무튼 그녀는 그 일 이후 상대와의 모든 연결고리를 끊었다. 상대를 '스팸처리'하는 일이 처음이라면 그러려니 하며 넘길 일이지만, 그녀는 그간 모든 연애를 그렇게 마무리 지었다.

"자기 옛 연애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더군요."
"저녁에 동네로 찾아온다고 하던 어이없는 남자였어요."
"전 영화를 집중해서 보는 스타일인데 손을 잡으려 하더군요."



대략 위와 같은 이유들로, 그녀는 연애 상대들을 모두 '반품처리' 했다. 걱정이 된다. 그녀의 그 엄격한 채점표를 통과할 남자사람이 과연 있을지가 말이다. 그것도 '나의 노력'은 완전히 배제 한 상태에서 '함정수사'로 점수를 매기는 채점표를. 

연애는 '내 스타일'만 강조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스타일'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과정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혼자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으니, 다가오는 사람들이 모두 오디션 보러 온 사람 정도로만 보이는 것 아닌가. 남자친구는 '모집'하는 게 아니라 '초대'하는 거다.  


2. 철벽녀의 바리케이트


대체 왜 사귀신 겁니까? 라고 묻고 싶어지는 사연들이 있다. '철벽녀'라고 불리는 여성대원들의 사연인데, 그녀들은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도 바리케이트를 거두지 않는다.

남자친구 : 뭐해?
철벽녀 : 그냥 있어요.
남자친구 : 우리 눈꽃 보러 갈까?
철벽녀 : 아뇨.



보는 내가 다 민망해지는 대화다.

"정말 그냥 있어서 그냥 있다고 한 건데요?
그리고 눈꽃은 별로 보고 싶지 않아서 보고 싶지 않다고 한 건데..."



대화를 해야지 왜 문제를 풀고 있는가. 상대의 물음에 예/아니요로 답하려고 연락하는 거 아닌데 말이다. 단답형으로 답하고 싶다면 최소한 '오빠는?' 정도의 부가의문문 정도는 달아주는 게 예의인데, 오랜 기간 철벽을 두르고 있던 그녀들은 습관적으로 짧은 대답만을 전송한다.

그러다 차일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 반대다. 그녀의 철벽이 이상한 형태의 '밀당'으로 연애에 작용한다. 때문에 상대는 '내가 뭘 잘못해서 저러나?'하는 고민에 빠진다. 조급증과 보챔과 징징거림의 영역에 발을 들여 놓는 것이다. 상대가 그럴수록 철벽녀는 더욱 굳건한 방어라인을 구축한다.

"너무 부담스러워서 헤어지자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런 얘기는 만나서 하자고 하더라구요.
사양했지만, 택시타고 집 앞까지 왔다길래 만났어요.
밖에서 이야기하자니까 차를 시켜놨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카페에서 만났어요.
(중략)
자기는 사실 제 마음을 돌리려고 왔다고 하더라구요.
제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하는데, 저도 잘 모르는 제 마음을
어떻게 이해한다는 건지..."



뭐라고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저 다음 연애부터는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사람'과 함께 하길 바란다고 적어두겠다. 콩깍지가 효과를 발휘하면 "제가 참을성이 없는 건가요? 까다로운 편인가요? 아니면 남자를 안 좋아하는 성향인 걸까요?"라는 고민은 할 일이 없을 테니 말이다.


3. 로미오가 아니라 한국 분이세요.


좀 다른 방향으로 너무 멀리 가 버린 대원들도 있다. 문학소녀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 대원들인데, 그녀들은 연애를 시작하며 현실과는 좀 거리가 있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 사람과 만난 건 운명이었어요...
우린 아주 오래도록 서로를 그리워 하던 사람들처럼 사랑하기 시작했죠...
그 수 많은 인파 속에서 단 둘만 있는 듯했던 느낌...
(중략)
목숨도 아깝지 않은 사랑이었는데...
그는 자신이 제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만 남기고...
전 그가 어떤 사람이라고 해도 다 이해할 수 있는데...
그는 미안하다고만 말하네요..."



내가 잘 이해한 게 맞다면, 상대는 '내가 못나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 게 아니라 '네가 겁나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여기다 다 옮겨 적지 못하는 '중략' 부분의 이야기엔, 솔직히 일반적인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둘이 비슷한 성향을 지닌 까닭에 서로 로미오, 줄리엣, 하며 사귀면 문제가 없는데, 그게 아니라면 상대는

'난 김춘식인데 쟨 왜 자꾸 로미오라고 부르는 거야?'


라며 당황스러워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둘이 함께 해야 할 의미부여를 혼자 해버리는 모습과, 자신이 마음대로 상대의 캐릭터를 정하고 그 캐릭터에 사랑을 올인 하는 모습은 상대를 부담스럽게 만든다. 그러다가 결국 이별이 찾아오고, 그녀는 이별 후에도 계속 김춘식씨가 아니라 로미오를 그리워한다.

위와 같은 증상은 이십대가 꺾이거나, 현실의 연애를 경험하고 난 뒤 자연히 나아지는 경우가 많기에 별다른 해결책은 적어두지 않아도 될 듯싶다. 현재 위의 과정을 겪고 있는 대원들은 상대에게 '요구' 해선 안 된다는 것만 명심하길 바란다. 대개 김춘식씨에게 "얼른 로미오답게 행동해."라고 요구하다 헤어지니 말이다.


편지를 쓸 때, 오탈자를 내지 않으려 펜 잡은 손에 잔뜩 힘을 주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편지를 쓰는 건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상대에게 전하기 위함인데, 글자에만 신경을 쓰면 마음 속 얘기는 뒷전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쓴 편지는 '보기 예쁜 편지'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감동이 있는 편지'는 되기 어렵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일점일획도 실수하지 않으려 잔뜩 긴장한 채로는 연애를 하기 어렵다. 연애를 하다가 실수를 하면 슥슥 긋고 다시 쓰듯 하면 되고, 부족하다 싶으면 끼움표를 넣어 추가하듯 하면 된다. 혼자 써내려가는 '보기 좋은 연애'를 할 것인가, 아니면 함께 써내려가는 '행복한 연애'를 할 것인가. 후자를 원한다면, 혼자만 앉아 있지 말고 상대를 위한 의자 하나 얼른 내어주길!



▲ 그게 첫 사랑이었다고 너무 상심 마세요, 두 번째 세 번째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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