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있는 여자에게 차단당한 남자들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여자의 심리가 뭐냐고 묻지 말자. 그 말은 진짜 연락하지 말아달라는 얘기다.
연락하지 말라는 얘기가, 싫다는 뜻이다. 가끔 저런 상황에서,
따위의 얘기를 하는 대원들도 있는데, 그건 엎질러진 물컵을 발로 차는 것과 같은 행위다. 다시 새 물을 담을 가능성마저 없애 버리는 거란 얘기다. 당장 무슨 '마지막 고백'을 한다느니, '감동 이벤트'를 한다느니 하는 대원들도 있는데, 그 열정으로 차라리 헬스클럽 등록을 하고 그럴 돈으로 종합비타민이라도 하나 더 사먹자. 그게 백배는 더 현명한 일이다.
잊지 말자. 상대는 튕기는 게 아니라, 그대에게 받혀 튕겨져 나간 거다. 그 사고로 인해 쩔뚝거리는 상대에게, 편지 쓰고 감동 음악 들려준다고 상황이 나아질 것 같은가? 아니면, 대체 왜 나에게 화를 내는지 그 이유라도 말해달라고 하면 상대가 웃으면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겠는가? 무슨 사고가 생긴 건지 먼저 알아야 수습이 가능하다. 그 이유를 먼저 알아보자.
몇 달간 상대와 연락하며 지냈는데, 왜 갑자기 차가워 졌는지 모르겠다는 대원들이 있다. 혹시 그대가 말하는 '연락'이 아래와 같은 건 아닌가?
뭐해?, 맛있게 먹어, 푹 쉬어, 잘 자, 일어났어?, 오늘도 좋은 하루, 따위의 얘기를 건네고 답을 듣는 것. 그건 '연락하며 지냈다'라기 보다는 '말을 걸었다'에 가깝다. '연락'이란 아래의 두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저런 기준을 그저 '언젠가 운이 좋으면 그런 날도 오겠지.'라고 희망만 하고 있는 상태에서, 무작정 들이대는 건 급출발이다. 종종 "급출발은 아닌 것 같은데요? 제가 고백한 것도 아니잖아요. 사귀자고 말한 것도 아니고, 좋아한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라고 말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배꼽에 손을 올려두고 생각해 보기 바란다. 말만 안 했을 뿐이지 벌써 상대가 눈치 채고도 남을 행동들을 하지 않았는가.
가끔씩 상대의 마음을 떠보려 오글거리는 질문들도 던졌고 말이다. 직구 아니라고 볼카운트 안 되는 거 아닌데, 볼 던졌으니 세지 말라고 하면 곤란하다. 그리고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남자가 그게 뭐하는 짓인가. 상대에게 만나서 밥 먹자는 얘기는 거절당할까 무서워 못하면서, 문자로만 용감하게 사랑고백이라니. 얼굴 안 볼 때만 용감해지지 말자.
하나 더. 연락하지 말라는 얘기 들었다고, 인연을 완전히 끊을 기세로 브레이크 밟는 대원들도 있다. "난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한 건데, 넌 이런 나를 차갑게 거절한 나쁜 여자야."라는 뉘앙스의 얘기를 하며 상대를 마녀로 몬다. 또 몇은 상대를 계속 추궁해 "무섭고 부담스럽다."라는 답까지 기어코 들은 뒤, "누군가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게, 무섭고 부담스러운 일이 되는 구나. 그래. 안 무섭고 안 부담스러운 남자 만나."라며 혼자 영화를 찍는다. 어느 쪽이든 무섭고 부담스러운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걸 잊지 말자.
술의 힘을 빌려 용기를 내고 싶었고, '취중진담'이라는 말처럼 좀 취한 상태에서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는 대원들이 있다. 그러지 말자. 그건 그냥 판타지다. 정말 그런 거라면 왜 회사에서 면접 볼 때 "참가자 분들은 앞으로 소주 각 일병씩 원샷하고 오세요."라고 안 하겠는가. 취한 상태에서 앞뒤 생각 안 하고 감정에 취해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물론 취중고백을 했더라도, 그 고백에 대해 책임을 질 경우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취중고백과 상대의 답 모두를 자신이 받아들인다면 말이다. 문제는 비겁해졌을 때 발생한다. 취했다는 걸 빌미로 그저 상대를 한 번 떠보려 한다든가, 상대에게 부정적인 대답을 들은 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든가, 취해서 한 얘기들을 마음대로 없던 일 취급 한다든가 할 경우 말이다.
그대는 그 '취중 사고'를 그냥 '위기를 모면한 일'로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다. 음주운전 사고를 생각해 보자. 가해자가 "어제 제가 들이 받았나요?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너무 취해있던 터라. 아무튼 죄송해요."라고 말하면 어떻겠는가? 혹은 "어제 제가 사고를 낸 건 실수였어요. 전 원래 그런 사람 아니에요. 그러니까 용서하고 넘어가 주세요."라고 말한다면?
말로는 상대가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왜 혼자 기분내가며 상대를 괴롭히는가. 평소엔 말 빙빙 돌려가며 혼란스럽게 만들고, 술에 취해선 찔러보고, 상대가 그런 행동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혔지만 또 멋대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가오는 남자. 그런 남자에게 남은 건 "연락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듣는 일 뿐이다.
이 부분은 차려진 밥상을 뒤엎는 대원들을 위한 얘기다. 그들은 처음엔 호감을 가지고 다가온 상대와 잘 지낸다. 상대도 먼저 연락을 하는 등 관심을 보인다.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고, 둘 만의 기호들을 가지게 되면 바로 연애가 시작되는데, 그 대원들은 그러지 못한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떠보기와 결합된 과한 표현 때문이다. 상대는 이쪽을 젠틀하며, 마음을 터놓고 만날 수 있는 좋은 상대라고 생각해 다가온 것인데, 이쪽에선 "뽀뽀해줘." 따위의 엉뚱한 소리들만 해대는 거다. 상대는 같이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며 속마음을 공유하려고 했는데, 이쪽에선 자꾸 만지려고만(응?) 하는 경우도 있다. 상대는 이쪽을 볼수록 별로라 생각하고, 만날수록 실망만 한다.
전에 한 번 소개한 적 있는, 노총각 H씨도 이와 같은 경우다. 작은 회사를 하나 운영하고 있는 까닭에 H씨에겐 선 자리가 많이 들어온다. 그런데도 단 한 번 길게 이어지는 일 없이 매번 삼 일을 못 넘긴다. 난 대체 뭐 때문에 그런지 궁금하기도 했고, 마침 H씨가 도움을 요청해 그의 '만남 과정'을 지켜본 적이 있다.
선을 본 첫 날은 분위기가 좋았다. H씨는 상대에게 만족했고, 상대를 소개해 준 지인을 통해 소식을 들으니 그쪽이 H씨를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 그런데 3일 후에 만나기로 한 상대가 이틀 만에 연락을 끊었다. H씨가 상대와 통화를 할 때마다 내가 옆에 있었는데, 큰 실수를 한 것도 아니었다. 따로 연락한 적이 있냐고 H씨에게 물었더니, 문자를 몇 번 보낸 것밖에 없다고 했다. 난 H씨의 '보낸 문자함'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그 안에는 손발을 로그아웃 시킬 목적으로 쓰인 글들이 가득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순정만화에서도 쓰지 않을 법한 문장들. H씨는 나름 정성을 더한다며 그 문장들에 이모티콘까지 붙여서 상대에게 보냈던 것이다. 왜 그런 짓을 했냐고 물었더니,
라고 답했다. 매뉴얼을 통해 계속해서 "그냥 친구인 이성들과도 많이 만나보세요."라고 이야기 하는 건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성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렇듯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성에 대한 환상'과 '연애에 대한 환상'을 현실에 대입시키려 한다. 현실을 살고 있는 상대는 당연히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작년 9월, 지인 하나가 위와 같은 일로 힘들어 했다. 내가 그에게 권한 건 100일간의 기다림이었다. 단, 그 기다림의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기다림의 과정 중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처음에 지인은 불안해했다.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생겨 상대가 연애를 시작하거나, 자신이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는 걸 상대가 모를까봐 말이다. "100, 99, 98 이런 숫자 찍어서 문자라도 하나씩 보내놓는 게 어떨까?"라고 묻는 지인을 겨우 말렸다.
11월이 되었을 때, 지인은 변하기 시작했다. 전보다 훨씬 차분해졌다고 할까. 상대에게 자신이 얼마나 바보처럼 보였을 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지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난 편지를 내가 먼저 읽어 본 후, 괜찮으면 상대에게 보내라고 했다. 지인이 편지를 써왔다. 읽어보니 반성문이었다. 편지는 보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약속했던 100일이 거의 다가왔을 때, 지인은 신기한 상태에 접어들어 있었다. 그는 세상에서 상대가 제일 예쁜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정말 평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왜 그녀를 좋아했는지, 연애를 시작해서 뭘 어쩌려고 했었던 건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100일의 기다림이 끝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편지를 한 통 보내고 싶다고 했다. 역시 내가 확인한 후 보내자고 했고, 그는 편지를 써서 가져왔다. 읽어보니 진술서였다. 보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며칠 전 지인이 다시 편지를 한 통 써 왔다. 읽어보니 이번엔 진짜 편지였다. 아프다고 쓴 부분은 없지만 그가 아팠다는 것이 느껴졌고, 힘들었다고 쓴 부분은 없지만 그가 힘든 걸 잘 참았다는 것이 느껴졌다. 다 읽고 나니 국밥 하나를 다 먹은 것 처럼 배가 따뜻해지는 편지였다. 보내도 좋다고 했다. 지금 둘은 다시 '아는 사이'부터 시작하고 있다. 지인이 산다고 했던 참치회는 아직 얻어먹지 못했다. 늘 이런 식이다. 끝.
▲ 씐나는 후라이데이~ 엉덩이 좀 들썩들썩 해 봅시다! 수탉이 울 때까지 신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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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하지 말라는 여자의 심리가 뭐냐고 묻지 말자. 그 말은 진짜 연락하지 말아달라는 얘기다.
"진짜 연락 안 하길 원했다면,
연락하지 말라는 얘기도 안 하고 그냥 차단하거나
싫다고 딱 말하지 않았을까요?
친구에게 물어보니, 여자가 밀당 하는 것 같다고 하던데
제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일단 미니홈피에 반성문 형식으로 다이어리를 써볼까 하는데..."
연락하지 말라는 얘기도 안 하고 그냥 차단하거나
싫다고 딱 말하지 않았을까요?
친구에게 물어보니, 여자가 밀당 하는 것 같다고 하던데
제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일단 미니홈피에 반성문 형식으로 다이어리를 써볼까 하는데..."
연락하지 말라는 얘기가, 싫다는 뜻이다. 가끔 저런 상황에서,
"연락하지 말라는 말 듣고, 물어봤거든요.
정말 인연 끊고 싶은 건지, 그렇다면 그 이유가 뭔지.
근데 답장도 하지 않더라고요.
튕기는 건지, 아니면 정말 사귈 생각 없는 건지..."
정말 인연 끊고 싶은 건지, 그렇다면 그 이유가 뭔지.
근데 답장도 하지 않더라고요.
튕기는 건지, 아니면 정말 사귈 생각 없는 건지..."
따위의 얘기를 하는 대원들도 있는데, 그건 엎질러진 물컵을 발로 차는 것과 같은 행위다. 다시 새 물을 담을 가능성마저 없애 버리는 거란 얘기다. 당장 무슨 '마지막 고백'을 한다느니, '감동 이벤트'를 한다느니 하는 대원들도 있는데, 그 열정으로 차라리 헬스클럽 등록을 하고 그럴 돈으로 종합비타민이라도 하나 더 사먹자. 그게 백배는 더 현명한 일이다.
잊지 말자. 상대는 튕기는 게 아니라, 그대에게 받혀 튕겨져 나간 거다. 그 사고로 인해 쩔뚝거리는 상대에게, 편지 쓰고 감동 음악 들려준다고 상황이 나아질 것 같은가? 아니면, 대체 왜 나에게 화를 내는지 그 이유라도 말해달라고 하면 상대가 웃으면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겠는가? 무슨 사고가 생긴 건지 먼저 알아야 수습이 가능하다. 그 이유를 먼저 알아보자.
1. 급출발, 급제동
몇 달간 상대와 연락하며 지냈는데, 왜 갑자기 차가워 졌는지 모르겠다는 대원들이 있다. 혹시 그대가 말하는 '연락'이 아래와 같은 건 아닌가?
남자 - 뭐해?
여자 - 그냥 있어요.
남자 - 집이야? 밥은 먹었어?
여자 - 네.
남자 - 그렇구나. 난 이제 밥 먹으려고.
여자 - 맛있게 드세요. ^^
남자 - 응. 푹 쉬어~
여자 - 그냥 있어요.
남자 - 집이야? 밥은 먹었어?
여자 - 네.
남자 - 그렇구나. 난 이제 밥 먹으려고.
여자 - 맛있게 드세요. ^^
남자 - 응. 푹 쉬어~
뭐해?, 맛있게 먹어, 푹 쉬어, 잘 자, 일어났어?, 오늘도 좋은 하루, 따위의 얘기를 건네고 답을 듣는 것. 그건 '연락하며 지냈다'라기 보다는 '말을 걸었다'에 가깝다. '연락'이란 아래의 두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1. 상대가 내게 먼저 안부를 묻기도 하는 관계.
2. 상대와 만나서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하는 관계.
2. 상대와 만나서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하는 관계.
저런 기준을 그저 '언젠가 운이 좋으면 그런 날도 오겠지.'라고 희망만 하고 있는 상태에서, 무작정 들이대는 건 급출발이다. 종종 "급출발은 아닌 것 같은데요? 제가 고백한 것도 아니잖아요. 사귀자고 말한 것도 아니고, 좋아한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라고 말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배꼽에 손을 올려두고 생각해 보기 바란다. 말만 안 했을 뿐이지 벌써 상대가 눈치 채고도 남을 행동들을 하지 않았는가.
가끔씩 상대의 마음을 떠보려 오글거리는 질문들도 던졌고 말이다. 직구 아니라고 볼카운트 안 되는 거 아닌데, 볼 던졌으니 세지 말라고 하면 곤란하다. 그리고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남자가 그게 뭐하는 짓인가. 상대에게 만나서 밥 먹자는 얘기는 거절당할까 무서워 못하면서, 문자로만 용감하게 사랑고백이라니. 얼굴 안 볼 때만 용감해지지 말자.
하나 더. 연락하지 말라는 얘기 들었다고, 인연을 완전히 끊을 기세로 브레이크 밟는 대원들도 있다. "난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한 건데, 넌 이런 나를 차갑게 거절한 나쁜 여자야."라는 뉘앙스의 얘기를 하며 상대를 마녀로 몬다. 또 몇은 상대를 계속 추궁해 "무섭고 부담스럽다."라는 답까지 기어코 들은 뒤, "누군가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게, 무섭고 부담스러운 일이 되는 구나. 그래. 안 무섭고 안 부담스러운 남자 만나."라며 혼자 영화를 찍는다. 어느 쪽이든 무섭고 부담스러운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걸 잊지 말자.
2. 음주운전
술의 힘을 빌려 용기를 내고 싶었고, '취중진담'이라는 말처럼 좀 취한 상태에서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는 대원들이 있다. 그러지 말자. 그건 그냥 판타지다. 정말 그런 거라면 왜 회사에서 면접 볼 때 "참가자 분들은 앞으로 소주 각 일병씩 원샷하고 오세요."라고 안 하겠는가. 취한 상태에서 앞뒤 생각 안 하고 감정에 취해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물론 취중고백을 했더라도, 그 고백에 대해 책임을 질 경우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취중고백과 상대의 답 모두를 자신이 받아들인다면 말이다. 문제는 비겁해졌을 때 발생한다. 취했다는 걸 빌미로 그저 상대를 한 번 떠보려 한다든가, 상대에게 부정적인 대답을 들은 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든가, 취해서 한 얘기들을 마음대로 없던 일 취급 한다든가 할 경우 말이다.
그대는 그 '취중 사고'를 그냥 '위기를 모면한 일'로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다. 음주운전 사고를 생각해 보자. 가해자가 "어제 제가 들이 받았나요?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너무 취해있던 터라. 아무튼 죄송해요."라고 말하면 어떻겠는가? 혹은 "어제 제가 사고를 낸 건 실수였어요. 전 원래 그런 사람 아니에요. 그러니까 용서하고 넘어가 주세요."라고 말한다면?
말로는 상대가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왜 혼자 기분내가며 상대를 괴롭히는가. 평소엔 말 빙빙 돌려가며 혼란스럽게 만들고, 술에 취해선 찔러보고, 상대가 그런 행동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혔지만 또 멋대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가오는 남자. 그런 남자에게 남은 건 "연락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듣는 일 뿐이다.
3. 운전대만 잡으면 바뀌는 사람
이 부분은 차려진 밥상을 뒤엎는 대원들을 위한 얘기다. 그들은 처음엔 호감을 가지고 다가온 상대와 잘 지낸다. 상대도 먼저 연락을 하는 등 관심을 보인다.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고, 둘 만의 기호들을 가지게 되면 바로 연애가 시작되는데, 그 대원들은 그러지 못한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떠보기와 결합된 과한 표현 때문이다. 상대는 이쪽을 젠틀하며, 마음을 터놓고 만날 수 있는 좋은 상대라고 생각해 다가온 것인데, 이쪽에선 "뽀뽀해줘." 따위의 엉뚱한 소리들만 해대는 거다. 상대는 같이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며 속마음을 공유하려고 했는데, 이쪽에선 자꾸 만지려고만(응?) 하는 경우도 있다. 상대는 이쪽을 볼수록 별로라 생각하고, 만날수록 실망만 한다.
전에 한 번 소개한 적 있는, 노총각 H씨도 이와 같은 경우다. 작은 회사를 하나 운영하고 있는 까닭에 H씨에겐 선 자리가 많이 들어온다. 그런데도 단 한 번 길게 이어지는 일 없이 매번 삼 일을 못 넘긴다. 난 대체 뭐 때문에 그런지 궁금하기도 했고, 마침 H씨가 도움을 요청해 그의 '만남 과정'을 지켜본 적이 있다.
선을 본 첫 날은 분위기가 좋았다. H씨는 상대에게 만족했고, 상대를 소개해 준 지인을 통해 소식을 들으니 그쪽이 H씨를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 그런데 3일 후에 만나기로 한 상대가 이틀 만에 연락을 끊었다. H씨가 상대와 통화를 할 때마다 내가 옆에 있었는데, 큰 실수를 한 것도 아니었다. 따로 연락한 적이 있냐고 H씨에게 물었더니, 문자를 몇 번 보낸 것밖에 없다고 했다. 난 H씨의 '보낸 문자함'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그 안에는 손발을 로그아웃 시킬 목적으로 쓰인 글들이 가득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순정만화에서도 쓰지 않을 법한 문장들. H씨는 나름 정성을 더한다며 그 문장들에 이모티콘까지 붙여서 상대에게 보냈던 것이다. 왜 그런 짓을 했냐고 물었더니,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랬지. 너도 우리 곧 사귈 것 같다며?"
라고 답했다. 매뉴얼을 통해 계속해서 "그냥 친구인 이성들과도 많이 만나보세요."라고 이야기 하는 건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성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렇듯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성에 대한 환상'과 '연애에 대한 환상'을 현실에 대입시키려 한다. 현실을 살고 있는 상대는 당연히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작년 9월, 지인 하나가 위와 같은 일로 힘들어 했다. 내가 그에게 권한 건 100일간의 기다림이었다. 단, 그 기다림의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기다림의 과정 중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처음에 지인은 불안해했다.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생겨 상대가 연애를 시작하거나, 자신이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는 걸 상대가 모를까봐 말이다. "100, 99, 98 이런 숫자 찍어서 문자라도 하나씩 보내놓는 게 어떨까?"라고 묻는 지인을 겨우 말렸다.
11월이 되었을 때, 지인은 변하기 시작했다. 전보다 훨씬 차분해졌다고 할까. 상대에게 자신이 얼마나 바보처럼 보였을 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지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난 편지를 내가 먼저 읽어 본 후, 괜찮으면 상대에게 보내라고 했다. 지인이 편지를 써왔다. 읽어보니 반성문이었다. 편지는 보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약속했던 100일이 거의 다가왔을 때, 지인은 신기한 상태에 접어들어 있었다. 그는 세상에서 상대가 제일 예쁜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정말 평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왜 그녀를 좋아했는지, 연애를 시작해서 뭘 어쩌려고 했었던 건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100일의 기다림이 끝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편지를 한 통 보내고 싶다고 했다. 역시 내가 확인한 후 보내자고 했고, 그는 편지를 써서 가져왔다. 읽어보니 진술서였다. 보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며칠 전 지인이 다시 편지를 한 통 써 왔다. 읽어보니 이번엔 진짜 편지였다. 아프다고 쓴 부분은 없지만 그가 아팠다는 것이 느껴졌고, 힘들었다고 쓴 부분은 없지만 그가 힘든 걸 잘 참았다는 것이 느껴졌다. 다 읽고 나니 국밥 하나를 다 먹은 것 처럼 배가 따뜻해지는 편지였다. 보내도 좋다고 했다. 지금 둘은 다시 '아는 사이'부터 시작하고 있다. 지인이 산다고 했던 참치회는 아직 얻어먹지 못했다. 늘 이런 식이다. 끝.
▲ 씐나는 후라이데이~ 엉덩이 좀 들썩들썩 해 봅시다! 수탉이 울 때까지 신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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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해지고 싶은 여자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찔러보는 남자와 호감 있는 남자 뭐가 다를까?
앓게되면 괴로운 병, 연애 조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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