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여자가 오해하기 쉬운 남자친구의 이상행동

by 무한 2012. 1. 5.

여자가 오해하기 쉬운 남자친구의 이상행동
며칠 전 공원에서 간디(애완견, 애프리푸들)와 친하게 지내는 깜둥이(애완견, 블랙푸들)를 만났다. 녀석은 세상 살기 싫다는 표정으로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녀석은,

"아 몰라. 나만 집에 놔두고 주인이 어디 나갔다 들어오더니,
갑자기 뭐라고 하면서 막 때리잖아.
아무튼 그 이후로 요 며칠 계속 공포분위기 였다가,
오늘 처음으로 공원 산책 나온 거야. 사는 게 힘들다 진짜."



라고 답했다. 대체 무슨일인가 싶어 주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주인은,

"얜 진짜 멍청해서 어따 써먹어야 될 지 모르겠어.
남들 다 하는 앉아도 못해, 손도 못해, 거기다가
며칠 전에는 집에 놔두고 나갔다 왔더니 전기장판을 다 물어 뜯어놨어.
홈쇼핑으로 사서 아직 할부도 다 안 끝난 전기장판인데. 내가 미쳐."



라는 이야기를 했다. 일을 저지르고 난 후에 매를 맞은 깜둥이는 여전히 뭐가 문젠지 모르고, 주인은 주인대로 가르쳐 준 적 없으면서 못한다고 깜둥이를 타박한다. 유치갈이를 하고 있는 깜둥이에게 장난감이나 개껌 하나만 줬어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거 없이 사료랑 물만 주며 깜둥이가 다 알아서 하길 바란다. '앉아'나 '손'도 가르쳐야 하는 법인데, 가르친 적도 없이 다른 강아지들 하는 것만큼 하길 바란다.

비슷한 일이 연애에서도 일어난다. 알려준 적 없으면서 알기를 바라는 모습, 상대가 왜 그랬을지 생각해 보지 않고 무작정 화를 내는 모습 등. 그러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그걸 '상대의 한계'라고 쉽게 말하거나, 아예 포기를 한 채 위태위태한 시간만 보낸다.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오늘은 '그는 대체 왜?'에 대한 이야기를 좀 나눠보자.


1. 싫다는 데 자꾸 같이 하자는 남친

 

PC방에서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는 남자들을 본 적이 있는가? 대화라고는 "야, 수류탄 피해." 정도가 전부지만, 그들에겐 그게 우정이다. 바로 이걸 알아야 한다. 커피숍에 들어가 몇 시간씩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전화를 붙들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을 우정이라 생각했던 그대는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같이 게임을 하거나, 당구를 치거나, 심지어 술집에서도 '누가 더 힘든 군생활을 했나?' 따위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우정이라니.

하지만 사실이다. 지겨울 정도로 회자되는 생물학적, 진화론적, 사회학적 남녀의 차이가 현실에선 바로 저런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싫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같이 게임을 하자고 하는 남자친구에 대한 사연이 있었다. 사연을 보낸 여성대원은

"둘 다 처음 해 보는 게임이라면 또 몰라요. 
자기는 이미 고레벨이면서 저보고 자꾸 같이 하자고 해요. 
싫다고 말해도 알려줄테니까 자꾸 같이 하자고 하네요. 
그냥 친구랑 같이 하라고 했더니, 실망한 표정 잠시 짓더니 
진짜 친구랑 게임하러 PC방 가는 거 있죠. 어이가 없어요."



라고 말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한다. 남자친구는 현재 타고난 속성에 이끌리고 있으며, 거기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여자친구도 좋아하게 만들려는 '균형 이론'의 영향까지 받고 있다. 그런 모습에 그저 '이상한 남자친구'라는 판결을 내리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슷한 판정을 남편에게 내린 경기도 고양시의 J씨는, 그 대가로 '주말마다 아내를 놔두고 산에 가는 남편'을 얻게 되었다.

이 때는 단순히 '거절'만 하지 말고, '새로운 문제'를 꺼내놓길 권한다. 남자친구가 제시하는 A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 대신 B를 제안하는 것이다. 그럼 '새로운 문제'를 받은 남자친구가 그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려 애쓰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단, 자신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으며 '내가 원하는 것'만 들이대다간 또다른 형태의 위기가 찾아올 수 있으니, 그 부분은 주의하기 바란다.


2. "화났어?"라고 물어 더 화나게 하는 남친

 

연애를 하며 여자친구에게 "화났어?"라고 물어 본 경험이 없는 남자도 있을까?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여자친구에게 "화났어?"라고 묻고 있을 것이다. 이건 여자의 언어와 남자의 언어가 다른 까닭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들을 보자.

여자 : 화 안났어. (각오해라. 이번엔 그냥 안 넘어간다.)
남자 : 화 안났어. (응? 나 화 안났는데?)
여자 : 난 좀 보수적이야. (우리 진도가 너무 빠른 것 같아.)
남자 : 난 좀 보수적이야. (내 정치성향은 보수적이야.)
여자 : 사고 싶은데 비싸. (사주려고?)
남자 : 사고 싶은데 비싸. (가격대 성능비가 좋지 않은 물건이야.)
여자 : 헐ㅋㅋ (할 말 없음.)
남자 : 헐ㅋㅋ (그래서 어떻게 됐어?)



이런 차이들이 갈등을 만든다. 여자친구의 "뭐해?"에 포함된 '나 이렇게 그냥 내버려 둘 거야?'라는 속뜻을 남자는 읽지 못하는 것이다. 왜? 남자들의 "뭐해?"는 말 그대로 '뭐 하고 있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자의 표정은 굳고, 목소리는 차가워진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화들짝 놀란다.

'갑자기 왜 이러지?'
'뭐하냐고 물어봐서 대답했는데, 뭐가 잘못된 거지?'
'무슨 화 나는 일 같은 게 있었나?'



저런 과정을 거쳐 나온 물음이 "화났어?" 인 것이다. 분명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알 수 없을 때 남자는 "화났어?"라고 묻는다. 하지만 그 말에 여자친구는 또 "화 안났어."라며 반어적 표현을 쓰고, 남자는 부정적인 시각신호와 긍정적인 청각신호 사이에서 방황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여자친구의

"지금 내가 왜 그러는지 몰라?"

라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까지 등장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버린다. 그렇게 궁지로 몰아봐야 "미안해."라는 말을 듣는 게 전부다. 게다가 그런 일이 반복되면 남자도 "나보고 어쩌라고?"라며 폭발하고 말 것이다. 화가 났을 때에는 엄살을 섞어 가며(가능하다면 눈물연기도) 남자에게 '부탁'해보자. 남자는 부탁에 약한 동물이다. 말 안해도 알 수 있길 바라며 궁지로 몰지 말고, 말해서 원하는 대로 바꾸길 권한다. "응. 나 지금 10 중에 7정도 화났어."라며 말문을 열면 된다.


3. 부담스러울 정도로 관심을 갖는 남친

 

몇 달만 지나도 그런 배부른 걱정 할 일 없을 거라는 건 농담이고, 사냥감이 뛰면 본능적으로 쫓아가는 맹수처럼, 대부분의 남자들은 연애를 시작하면 여자친구에게 몰두한다.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기 어려워하는 남자의 특성상 '생활'과 '연애'의 멀티태스킹을 어려워하는 것이다.

앞을 보고 달리지 않으면 넘어지는 법 아닌가. 때문에 '생활'과 연애'의 멀티태스킹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남자들이, 여자친구와 마주보려고 하다가 넘어진다. 여자친구를 못 믿기 때문에 그런 행위를 하는 남자라면 무조건 지양해야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를 도와주기 바란다. '생활'과 '연애'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서로 지켜야 할 약속들을 정하고,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우리도 남들처럼 싸우게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자. 특히 연애를 처음 하는 남자들의 경우, 자신이 꿈꾸던 '이상적인 연애'를 실현하려 애를 쓸 것이다. 갈등이나 불화가 전혀 없는 사랑과 행복만 가득한 연애. 필요하다면 볼을 꼬집어서라도 그 꿈에서 빨리 깨어나게 만들어야 한다. 그냥 두었다간 남자친구는 집착과 실망으로 지치고 만다.

둘이 함께 추구하는 목표를 만들길 권한다. 그렇게 쫓을 대상이 생기면, 남자친구는 자연히 고개를 돌릴 것이다. 여자친구가 '사냥감'이 아닌 '파트너'라는 것도 인식하게 될 거고 말이다. 남자친구를 똑똑하게 만들고 싶다면, 이 과정에서 '남자친구가 잘 모르고 있는 것'에 대해 자꾸 물어보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그 질문으로 인해 자신의 모자람을 깨달은 남자친구는 답을 내 놓기 위해 공부를 시작할 것이다. 남자친구의 집착을 집중력으로 바꿀 줄 아는 현명한 여자가 되길 바란다.


물론 위와 같은 일들이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다. 나도 간디(애완견)와 손발을 맞추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다려"를 알려줬더니 "먹어" 해도 기다리고, "손"을 알려줬더니 "기다려" 해도 손을 주고. 간디는 간디대로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답답해하고, 나는 나대로 간디가 말을 못 알아 들으니 갑갑하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천천히, 차근차근, 오래오래 포기하지 않고 시도한 결과, 지금은 배고프면 알아서 밥그릇을 물어 올 정도가 되었다. 우리 둘 만의 신호로, 목마르면 손을 핥는 것과 나가고 싶으면 앞발로 두드리는 것까지 정해두었고 말이다.(간디가 그런다는 거지, 내가 핥는다는 건 아니다.)

공쥬님(여자친구)과의 신호에 대해 얘기하면 꼭 염장을 지르는 것 같아서, 간디와의 파트너십을 예로 든 것이니 그 부분은 이해를 좀 해주시기 바란다. 솔로부대원들에겐 달나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조만간 연애를 시작하면 분명 필요하게 될 이야기니 잘 기억해 두길 권한다. 자, 하룻밤만 더 자면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다. 이까짓 목요일, 힘내서 밀어부쳐 보자.



▲ 남자의 마음속엔 꼬마가 하나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꼭 맞다. 여자의 마음속엔?




<연관글>

이별을 예감한 여자가 해야 할 것들
늘 짧은 연애만 반복하게 되는 세 가지 이유
나이가 들수록 연애하기 어려운 이유는?
인기 없는 여자들이 겪게 되는 안타까운 일들
예전 여자친구에게 돌아가는 남자, 왜 그럴까?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