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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남자친구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여자들의 공통점

by 무한 2011. 12. 21.
남자친구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여자들의 공통점
껄끄러운 얘기지만, 오늘 한 번 다뤄야겠다.

"그가 절 좋아한다는 건 분명한데, 확신을 갖기가 어려워요.
터놓고 대화를 하려고 하면 싸우기 싫다며 피하고, 
자기한테 맞추라는 요구는 점점 많아지네요.
그만큼밖에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일까요?"



라고 묻는 대원들이 많으니 말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건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존중하지 않아서 그렇다. 존중이 사라진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오늘은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세 가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1. 늘 지는 엄마.


좋아함과 존중이 어떻게 다른가를 쉽게 볼 수 있는 예가 있다. 엄마에게 "아 놔둬. 내가 알아서 한다고."라고 외치는 꼬마를 보자. 녀석은 분명, 누군가 자신의 엄마를 흉보면 목숨을 걸고 싸울 정도로 엄마를 좋아한다. 하지만 '존중'하지 않기에 상처가 되는 말을 하고, 투정을 부리는 등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엄마가 아이의 투정을 다 받아주고 늘 져줄 때, 꼬마의 '엄마에 대한 존중'은 거의 바닥을 드러낸다. 뭐, 이 상태는 다들 경험해 본 적 있지 않은가. 방전된 존중이 파리채나 옷걸이 따위로 맞은 뒤 다시 충전된 경험 말이다. 여하튼 이러한 일은 연인사이에서도 일어난다. 

상대가 '나 아니면 안 되는 상태'가 된 경우, 존중이 전혀 없이도 관계는 지속된다. 그 상태에서 더 나빠지지 않고 지속이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은 끝없이 나빠진다. 연인관계라기보다는 주종관계에 가까워진다. 이 상황에서

"사랑에는 노력이 필요한 거겠죠.
그 사람을 더 이해하고, 제가 더 맞춰가야 겠어요."



라고 말하는 대원들이 있다. 그게 참 훌륭하고 성스러운 태도긴 하지만, 그 큰 뜻을 알아차리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70세쯤 되어서 "내가 참 당신한테 못할 짓 많이 했어. 그치?" 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는 있겠지만, 청춘의 시절은 기울어진 채로 다 보내야 한다. 

아이의 반찬투정에 그저 미안해하는 엄마는, 아이를 망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그랬다간 녀석이 매일 짜장면을 시켜달라고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응?)


2.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는 여자.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남에게서도 존중을 받지 못한다. 물론 서로에 대해 막 알아가는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존중 받을 수 있다. 음,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하나 들어보자. 우리는 '노멀로그 채팅방'에 들어와 있다. 처음엔 다들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사는 곳을 묻는다. 이때는 모두 '호의'로 가득한 까닭에 서로를 존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며 변화가 생긴다. 사람에 따라 말의 무게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건 바로 자존감 때문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분위기에 혼자 들떠 산만해지거나, 반대로 작은 농담에도 쉽게 심각해진다. 스스로를 조연이라 생각하고 있으니, 남들도 그를 조연으로 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게 그저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 사람들이 짜증나기 시작하면 모임에 안 가면 될 것이고, 어느 땐 그렇게 조연의 자리에서 부담 없이 관람을 하는 것이 마음 편할 때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연애 중에 그런 일이 벌어지면,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전에 한 번 말한 적 있는 '깨끗한 방' 얘기를 기억하는가? 내 방을 깨끗이 치워두면, 놀러 온 친구가 바나나를 먹고도 "이거, 바나나 다 먹었는데 껍질 어디다 버려야 해?"라고 묻지만, 내 방이 난장판이면 친구는 바나나 껍질을 대충 아무데나 던져둔다는 얘기. 여기서 '내 방'을 '나'로 바꿔 생각해 보기 바란다. 

'자존감이 없는 여자는 완구에 지나지 않다'는 얘기도 질리도록 했는데, 여전히 "남자친구가 절 별로 안 좋아해서 이러는 건가요?"라고 묻고만 있으니 안타깝다.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다들 장난감을 좋아한다. 하지만 장난감은 그냥 장난감 아닌가. 놀 때는 만지작거리며 열심을 내지만, 그렇지 않을 땐 그냥 장난감 통에 넣어두는. 


3. 말 안 하는, 혹은 못 하는 여자.
 

아니, 사연에는 뭐가 불만인지 딱딱 정리해서 색까지 넣어가며 보내면서, 왜 남자친구에게는 아무 말도 못하고 별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잔소리만 해 대는가. 

"난 마음에 보호필름 떼고 오빠랑 만나는 중인데,
오빠는 날 지문방지 필름까지 붙이고 만나는 것 같네?
오빠가 재미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 우린 다 안 해야 하잖아.
오빠가 바라는 거 나한테 요구하기 전에, 
난 뭘 바라는 지 나한테 물어 본 적 있어?"



라고 말은 못하고, 전화를 받았네 안 받았네, 친구랑 만났네 안 만났네 뭐 요따위 얘기들로 싸움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자신의 생활과 가치관에 대해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남자친구. 그런 남자친구에겐 한 마디도 못하고,

"오빠의 마음이 딱 거기까지인 것 같아요."


라는 우울한 사연만 보내진 말잔 얘기다. 결론만 얘기하지 말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과정을 꺼내 말하길 권한다. 왜 그랬냐고, 혹은 분명 잘못한 거 아니냐고 무조건 상대를 궁지에 모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그래봐야 상대에겐 반발심밖에 안 생기고, 지지 않기 위해 억지를 동원해 극단적인 말들까지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일들을 겪다가 헤어진 J양. J양은 이걸 꾹꾹 참고 있다가 헤어졌다. 헤어진 뒤 상대에게 전화가 와 한 번 보자고 했을 때에도 그저 "싫어."라는 결론만 전달했다. 진짜 이유인 "오빠의 마음을 내가 알아서 다 읽어야 하고, 오빠의 떠보기에 내가 항상 만점을 받아야 하고, 무엇보다 오빠에게 모두 맞추지 않으면 남보다 더 차갑게 구는 그 행동 때문에"라는 말은 하지 않고 말이다. J양이 그렇게 침묵한 덕분에(응?), 상대는 여전히 자신이 친구랑 당구장에 자주 가서 헤어진 줄로 알고 있다.


내 메일함엔 종종 헤어진 부부대원들의 사연이 도착한다. 그 사연 중에는 위의 상황이 계속 진행되어 극한에 도달한 이야기들이 있다. 한 남성대원의 사연을 보자.

"힘들게 가정을 위해서 돈 벌어 오는데, 집에 와선 잔소리까지 들어야 합니까?
말투나 행동까지 트집을 잡아서 뭐라고 하는데 정말 미칠 것 같았습니다.
그냥 저는 저대로 돈 잘 벌어오고, 아내는 아내대로 절 좀 편하게 해 주면 될 텐데...
열정적으로 맞추는 건 20대 때에나 가능하지, 나이 들면 다 변하잖아요.
그런데 계속해서 연애할 때처럼 해주길 바라길래, 헤어졌습니다."



위의 이야기에서 아내에 대한 존중을 찾을 수 있는가? 저 사연에서 아내는 그저 '가사 도우미 아줌마'의 역할을 맡은 존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연 속 아내가 바라는 건 '존중'인 것 같다. 하지만 그녀도 그걸 명확히 전달하진 못하고, 그저 투정과 트집이란 방법만 사용하는 듯 보인다. 

세상에 그대와 같은 여자는 한 사람이고, 바로 그런 그대가 지금 옆에 있고, 소중히 대하지 않으면 멀리 날아갈 지도 모른다는 것. 그걸 알면서도 그대를 존중하지 않을 남자는 이 세상에 없다. "남자는 정말 그런가요?", "사랑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없나요?"라고 그만 묻고, 알리자.



▲ '무시'도 스킨십과 비슷해서, 한 번 하기 시작하면 후진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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