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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무관심, 무개념, 무책임한 연애의 마지막 모습

by 무한 2012. 3. 6.
무관심, 무개념, 무책임한 연애의 마지막 모습
차곡차곡 돈을 모아 차를 한 대 샀는데, 차가 감기에 걸린 듯 덜덜 떨고, 문의 마감이 제대로 안 되어 바람이 새어 들어오고, 종종 정차 시 시동이 꺼진다면 어떨까?
정비소에 가니 기계적인 문제는 없다 하고, 영업소에선 남들은 잘 타고 다니는 찬데 왜 유독 예민하게 구느냐고 하며, 이미 계약 끝난 일이라 자기들은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면?



▲ 비슷한 문제로 영업소 앞에서 자신의 새 차를 부순 분의 차량사진 (출처-이미지검색)


흔히 발생하는 고장들이야, 고쳐서 타면 된다. 하지만 차량 자체의 심각한 결함은 다른 문제들까지 차례로 불러오며 운전자의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을 빼앗는다. 겉보기엔 멀쩡한데 차에서 계속 고주파음 같은 게 들릴 경우, 운전자는 신경이 말라 비틀어져 손으로 집으면 바사삭, 하며 부서질 위기에 놓일 수 있단 얘기다.

연애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 무관심, 무개념, 무책임한 상대와 연애를 한 대원들. 물론, 서로 다른 점들을 맞춰가는 게 연애인데, 맞지 않는다고 해서 무관심, 무개념, 무책임하다고 말할 순 없지 않느냐고 물을 대원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맞는 말이지만, 어느 대원의 사연에 등장하는 코멘트를 빌려와 답하자면,

"그것도 어느 정도껏이죠! 정도껏!"


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관심, 무개념, 무책임한 상대에게 애원하고 부탁하고 화내다가 청춘을 다 보낸 대원들의 연애 이야기들. 꽃다운 그 시절을 비슷한 시나리오로 허비하는 대원들이 더는 없길 바라며, 함께 살펴보자.


1. 무심한 남친에 눈물만


남자친구의 무심함을 발견하면, 무조건 반대쪽으로 뛰라는 얘기를 한 적 있다. 그래야 상대가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깨닫고 쫓아 올 테니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대원들이 남자친구에게 "노력해. 더 노력해. 그걸로 부족해 더!"만 외친다. 위기감을 못 느끼고 있는 누군가에게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건, 잔소리가 될 뿐인데 말이다.

무슨 말을 해도 시큰둥하고, 사람들 많은 곳 싫다며 밖에 나가기 싫어하고, 밥 먹었냐고 묻는 문자가 전부였는데 이젠 그것마저도 잘 묻지 않고,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더니 대꾸 없이 듣고 있다가 할 일 있다며 끊고, 나보다 소중하고 중요한 것들이 많은 듯 보이는 그 사람.

훗날의 행복을 기약하며, 지금은 경주마처럼 앞만 보며 서로의 할 일에만 최선을 다하자고 약속한 커플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커플이 그러하듯 그들은 당연히 결혼으로 이어질 연애라 생각 할 것이며, 둘 중 하나는 "내가 절대 먼저 널 떠나는 일은 없을 거야."라는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다. 그 다부진 생각을 존중하지만, 이런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다. 김한길의 <눈뜨면 없어라>라는 책의 한 부분이다.

너무 아끼면서 살지는 말아라. 결혼생활 5년 동안,
우리가 함께 지낸 시간은 그 절반쯤이었을 것이다.
그 절반의 절반 이상의 밤을 나나 그녀 가운데 하나
혹은 둘 다 밤을 새워 일하거나 공부해야 했다.
우리는 성공을 위해서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모든 기쁨과 쾌락을 일단 보류해 두고
그것들은 나중에 더 크게 왕창 한꺼번에 누리기로 하고,
우리는 주말여행이나 영화구경이나,
댄스파티나 쇼핑이나 피크닉을 극도로 절제했다.

그 즈음의 그녀가 간혹 내게 말했었다.
"당신은 마치 행복해질까봐 겁내는 사람 같아요."
그녀는 또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다섯 살 때였나 봐요.
어느 날 동네에서 놀고 있는데
피아노를 실은 트럭이 와서 우리 집 앞에 서는 거예요.
난 지금도 그대의 흥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우리 아바가 바로 그 시절을 놓치고
몇 년 뒤에 피아노를 백 대를 사줬다고 해도
내게 그런 감격을 느끼게 만들지는 못했을 거예요."

서울의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내게 이런 편지를 보내시곤 했다.
"한길아. 어떤 때의 시련은 큰 그릇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시련이란 보통의 그릇을 찌그러뜨려 놓기가 일쑤란다."

미국생활 5년 만에 그녀는 변호사가 되었고
나는 신문사의 지사장이 되었다.
현재의 교포사회에서는 젊은 부부의 성공사례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방 하나짜리 셋집에서 벗어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3층짜리 새 집을 지어 이사한 한 달 뒤에,
그녀와 나는 결혼생활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야만 했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혼에 성공했다.
그때그때의 작은 기쁨과 값싼 행복을 무시해버린 대가로.



외로움을 참다보면 마음에 굳은살이 박인다. 덤덤해지고 무감각해지고 서로를 감지하던 촉은 둔해진다. 둘 중 마음이 딱딱해지는 것에 겁을 먹은 사람은 눈물이 많아진다. 상대에게 도와달라고 호소해 보지만, 상대는 귀찮아 할 뿐이다. 상대에게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 되어 버린다. 그러다 울던 사람마저 마음이 딱딱해진다. 어느 날 딱딱해진 둘의 마음이 부딪혀 깨진다. 어느 커플이 깨졌다는 표현은 이럴 때 꼭 맞다.


2. 무개념 여친을 만나 인생은 폐허가 되고


추격본능과 보호본능 때문에, 그리고 그 놈의 정 때문에, 인생이 폐허가 된 남자대원의 사연이 있었다. 월급을 전부 연애에 쏟아 붓는 것도 모자라 차까지 팔아가며 연인관계를 유지했던 대원. 돈이나 시간은 수업료라 생각하더라도, 만신창이가 된 마음은 어쩔 것인가.

처음엔 그는 그녀 대신 '운전' 정도만 해줬다.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 마시고 집에 들어갈 차가 없다는 말에 자다가 일어나서 그녀를 데리러 갔다. 정말 피곤한 날엔 못 가겠다고 거절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그녀가 목소리에 실망을 덕지덕지 발랐기에, 힘들지만 그녀를 모시러 갔다.

문제가 커지기 시작한 것은 그녀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부터다. 한두 달 쉬다가 취직을 할 거라는 그녀는, 반년이 지나도록 취직하지 않았다. 데이트는 원 없이 할 수 있었지만, 그 비용은 모두 그가 부담해야 했다. 뭐, 그 정도 데이트 비용이야 웃으면서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집세가 밀려 집세를 대신 내주고, 나중엔 용돈까지 주느라 그는 결국 허리가 휘었다.

이쯤 사연을 읽은 독자 분들은, 왜 저런 연애를 계속 했냐고 남자대원을 탓할 지도 모른다. 멀리서 산을 보며 "저 방향으로 가면 내려가는 거잖아. 왜 저리로 가는 거야. 올라가야지!"라고 외치긴 쉽다. 하지만 길도 나지 않은 산 속에서, 그것도 깜깜한 밤중에 길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열심히 간다고 나무를 헤치며 간 길이, 낭떠러지 일 수 있단 얘기다.

여하튼 그 남성대원도 당시엔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여러 가지 일을 벌였다. 달래보고, 화 내보고, 애원도 해 봤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개념이 없는 사람은 밑 빠진 독이다. 아무리 부어도 구멍으로 다 새어나갈 뿐, 발목만큼도 차지 않는다. 

"난 뭐 편한 줄 알아? 나도 직장 알아보느라 스트레스 받아.
왜 너까지 독촉해? 됐고, 헤어지자.
차도 없는 너 만나서, 걸어 다니는 것도 구질구질해."



아니, 누구 때문에 차를 팔았는데? 집에서 컴퓨터 게임만 하고 있었던 게 누군데? 일자리 수소문해서 말해줬더니 거긴 안 땡긴다고 거절한 게 누군데? 무개념에 대해서 이야기 해 봤자 혈압만 오르고 입만 아플 뿐이니 이쯤에서 줄이자. 구멍 난 항아리는, 그게 고려청자라 해도 아낌없이 버려야 한다.


3. 이상한 카르페 디엠, 무책임


언젠가 D기업의 이런 TV광고가 있었다.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만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어떤 약속도 지켜낼 수 있는 사람,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정직과 용기를 보여주는 사람만큼
미래를 맡겨도 좋은 사람은 없습니다."



실수와 인정 둘 다 질릴 정도로 잘 하는 사람도 있어서 문제가 된다는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우리는 저 광고에서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어떤 약속도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문장에 주목하자. 대부분 무책임한 사람들은 별로 지킬 생각이 없는 약속을 남발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카르페 디엠'을 쾌락에만 연관 짓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현재에 충실 하라는 말을, 현재를 즐기라는 말로 해석하며 국어 시간에 배운 주제와 수학시간에 배운 분수를 잊는다. 그러면서 또 큰소리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친다.

'나이 들면 달라지겠지.'
'내가 옆에서 코치하면 바뀌겠지.'
'아직 어려서 그럴 거야.'



라고 생각하는 대원이 있다면, 소화기를 하나 선물해 주고 싶다. 앞으로 속이 새카매질 정도로 탈 일만 가득할 테니 말이다. 무책임한 사람은 연인을 업신여기며 무책임한 사람, 무책임이 만성이 된 사람, 애초에 진지한 관계를 맺을 생각이 없었기에 무책임한 사람 등 몇 가지로 분류될 수 있으니, 무책임과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무책임 특집' 매뉴얼에서 나누기로 하자. 여기다간 무개념과 무능력, 무관심을 다 더하면 무책임이 된다는 말만 적어두겠다.


구멍 난 항아리를 눈물로 채우고 있는 대원들에겐, 저 위에서 인용했던 <눈뜨면 없어라>의 내용 중, 김한길의 어머니께서 하셨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들려주고 싶다.

"어떤 때의 시련은 큰 그릇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시련이란 보통의 그릇을 찌그러뜨려 놓기가 일쑤란다."



참고 견디고 기다리기만 하다간 세월이 다 흘러가 버린다. 현실을 즐기겠다는 사람 바짓가랑이 붙잡지 말고, 현재에 충실한 사람과 기쁜 연애를 하자.



▲ 상황이 바뀌기 전까지 사람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상황을 바꾸는 건 태도고요! 에뛰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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