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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요구하는 연애 판타지와 부작용들
주말에 피자를 먹으러 갔을 때의 일이다. 주문한 피자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 옆 테이블에 꼬꼬마 둘을 동반한 부부가 앉았다. 꼬꼬마들은 녀석들의 엄마가 점퍼를 벗기고 목도리를 풀어주자, 그게 신호인 것처럼 의자 위에 올라섰다. 그러곤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방방 뛰며, 테이블을 마주한 채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소란스러운 녀석들 때문에 다른 테이블의 사람들도 눈치를 주는데도, 그 부부는 아이를 앉히지 않았다. '아이들이 감정을 마음껏 분출할 수 있도록 억제하지 말아야 한다.' 따위의 육아법을 실천하고 있는 듯했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큰일에도 오순도순 얘기하며, 온순한 성품을 미덕으로 하는 안동장씨의 후손인 나에겐 충격적인 일이었다.(응?) 농담이고.

의자 위에서 뛰던 내 옆의 꼬꼬마가, 넘어지며 포크로 나를 내리쳤다. 녀석의 부모는 넘어져 울고 있는 아이의 상태만 살필 뿐, 나에게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 안타까웠다. 엄마랑 같이 왔으면 나도 의자 위에 올라서서 반격을 좀 해주는 건데.

일기는 이쯤 쓰고, 오늘은 "그 사람이 바라는 걸 다 들어줬더니, 남는 건 이별밖에 없네요."라는 사연을 보낸 대원들의 얘기를 좀 살펴보자. 아, 시작하기 전에. 루소는 말했다. "어린이를 불행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언제든지 무엇이라도 손에 넣을 수 있게 내버려두는 것이다."라고. 출발해 보자.


1. 의심 말고 신뢰를 보여 달라는 남자.


연애를 하며 여자는 사랑받길 원하고, 남자는 신뢰받길 원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어주는 여자, 아니 꼭 여자가 아니더라도 그런 신뢰를 보여주는 상대를 위해 남자는 보증까지 설 수 있다. 관포지교, 백아절현, 뭐 요런 얘기들 속엔 남자의 판타지가 담겨있단 얘기다.

우정 좋고, 신뢰 좋고, 다 좋은데. 왜 믿음을 요구하는 대부분의 남자들은 외줄 위에 서 있는 걸까. 내게 도착한 사연에 등장하는 '신뢰를 요구하는 남자친구'들은 하나같이 염려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 중 제일 흔한 사연은 다른 이성, 또는 옛 여자친구와 연락하는 남자에 관한 얘기다.

"정말 아무 감정 없이 친구처럼 만나는 거야.
네가 상상하는 그런 일들은 절대 일어나지 않아.
내가 거짓말 하거나 약속 안 지킨 적 있어?
제발 그냥 좀 믿어줘. 이성으로 만나는 거 아니야."



십 년 무사고 자랑한다고 사고 안 나나. 평생을 무사고로 운전했다 하더라도, 한 번 실수하면 훅 가는 거 아닌가. 교통사고를 낸 사람 중에 "오늘 사고 좀 내봐야겠다."며 시동을 건 사람이 있을까.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니 다들 조심 또 조심 하는 것 아닌가. 위험을 피하기 위해 눈이나 비가 오면 속도를 줄이고, 짐을 싣고 있는 큰 차 뒤는 피해 달리며 말이다.

동성친구와 달리 이성친구는 '가연성'이라는 위험이 있다고 말한 적 있다. 동성친구가 '물통'이라면, 이성친구는 '기름통'이다. 작은 스파크만 일어나도 활활 탈 수 있다. 기름통에 기름이 얼마나 남았나 보려고, 라이터를 켜서 확인하다 요단강을 건넌 K씨 이야기를 이미 한 적 있지 않은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벌어진 잘못을 우리는 '실수'라고 말한다. 신뢰를 요구하는 그에게, 그의 '의도'는 분명 신뢰 하지만, '의도하지 않았는데 벌어진 잘못' 즉 '실수'까지 신뢰하긴 어렵다고 말하길 권한다. "난 널 믿으니까, 너도 다른 이성을 만나."라고 말하는 상대에겐 그저 조용히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주고 말이다. 


2. 과감하게, 적극적으로를 외치는 남자.
  

동화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부부도 처음에는 거위를 얻고 기뻐했다. 거위가 매일 낳는 황금 알 덕분에 부자가 되었고 말이다. 하지만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사람인지라, 부부는 또 다른 욕심을 품었다.

"왜 감질나게 하루에 하나만 낳고 그래?"


부부에게 양계장 전용 LED 조명장치를 선물하고 싶다. 양계장에서 그러하듯, 거위가 밤낮을 구분 못하도록 언제나 적색 LED등을 켜 놓으면, 닭의 시신경과 뇌하수체 전엽을 자극해 난소발달이 촉진되고, 그로 인해 산란율이 8%나 높아질 테니 말이다. 또한 LED 조명은 기존 백열전구에 비해 80%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도 있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거위를 키우는 부부가 거위 배를 가르고 싶어 하듯, 몇몇 남자들은 여자친구가 자신의 '엄마'가 되기를 바란다. 더 신경 쓰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좀 잘 굴러가는 관계. 나아가 책임져야 할 일을 여자친구가 좀 더 맡아서 해주는 관계.

둘의 원활한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서로에게 맞춰가는 노력이 분명 필요하지만, 손대지 않아도 지속되는 관계가 되는 것은 위험하다. 상대가 무언가를 요구하거든, 그 요구가 두 사람 사이에 꼭 필요한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상대의 요구를 들어준 뒤 '배 갈린 거위'와 같은 처지가 되어 버린 대원들은, 대부분 '상대 혼자 원하는' 요구들을 들어준 후 그렇게 되었으니 말이다.


3.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을 해달라는 남자.


그간 보여준 모습에 책임감이나 성실함이 있었다면, 왜 지지와 응원을 하지 않겠는가.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을 해달라는 남자들은 종로에서 뺨을 맞고 돌아온 경우가 많다.

"안 그래도 힘든데, 왜 너까지 그래?"


도스토예프스키는 그의 소설에 "극빈 상태에 이르면 자기가 먼저 자신을 모욕하려 드니까요."라는 문장을 적었는데, 내 생각엔 그 극단에 이르기 전 들르는 코스가 하나 더 있는 것 같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한다."

괜히 문장으로 적었다. 비교되게. 여하튼 남자친구가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을 해달라는 요구를 하더라도, 절대 그 요구를 들어주지 말길 권한다. 그랬다간 그대는 순식간에 '여자친구'에서 '팬클럽 회장'의 자리로 옮겨진다.

대신 그에게, 연인은 함께 서로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자. 그대가 "어디 한 번 해봐. 잘 하나 못 하나 내가 볼 테니."라며 뒷짐 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것이다. 그의 요구대로 '팬클럽 회원'이 될 것이 아니라, 그가 느끼고 있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좀 덜어주는 편이 낫다. 방전상태에 있는 남자들이 흔히 위와 같은 모습을 보이니, 그런 남자는 '충전' 시켜주자.


영화 <부당거래>에 나왔던 대사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보다 좀 더 날카로운 문장을 하나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어렵다. 어떤 꾸러기가 쓴 문장인지 참 단단하다. 위에서 얘기한 '상대의 연애 판타지'들을 열심히 만족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 그 판타지를 당연한 듯 여기고 있는 상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조심히 다루지 않으면 깨질 위험이 있는 유리컵은 누구나 주의해서 다루지만, 던져도 부담 없는 강철그릇은 다들 막 다루는 법이다. 아, 그리고 위에서 소개한 대사 뒤엔 이런 대사가 이어진다.

"상대방 기분 맞추다보면, 우리가 일 못한다고. 알았어요?"


일만 못하는 게 아니다. 그러다보면, 연애도 못한다. 자동기어는 수동기어에 비해 확실히 편하다. 알아서 기어가 바뀌니 손 댈 일이 없다. 손 댈 일이 없다. 손 댈 일이. 알았어요?



▲ 추천 버튼 안 누르면, 일을 못한다고요. 알았어요? 월요일을 어금니로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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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까야2012.01.17 12: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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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쓰지 않아도 잘 굴러가는 관계.
손대지 않아도 지속되는 관계.

참 바보같은 관계임을 알면서도,
처음부터 작정하고 저런 관계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저 역시 사랑하니까,
그래서 뭐든 해주고 싶고 들어주고 싶고 감싸주고 싶었던 사람에게
한없이 퍼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저런 관계를 만든 적이 있구요.

뒤늦게 알았을 땐 이미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그런 시간을 지나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가 완전히 빠지지 않은 사람들에겐 컨트롤을 잘할 수 있었는데
올인할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어느새 또 저러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구요.

언제나 시간이 너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뭐든.

천재쭈2012.01.17 13: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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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 오랜만에 새글이네요 ㅎㅎ
어제 새 글 올라오기 직전에 확인해보곤... 실망했었는데...
크~ 참을성이 엄써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planta2012.01.17 14: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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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딱 이런 현상이 저와 그 사람 사이에 일어나서 고민이었어요. 응원과 격려가 팬클럽이 되는게 순식간이라 ;;; 몇번은 읽어봐야 해결책이 보일거 같아요~ 휴우~~~ㅠㅠㅠ

mac2012.01.17 15: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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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네요.. 읽으면서.. 이 남자.. 나다.. 하고 있습니다.
반성의 글을 읽으며 참회를 하고 있지만,
행동은 그렇지 않으니.. 제 남친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쉽게고쳐지지 않네요.
오늘도 좋은 글 읽고 갑니다.

ㅇㅇㅇㅇ2012.01.17 15: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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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은 좀 어려워요. ㅋ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남자들의 판타지라 그런가...;

dd2012.01.17 16: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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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깨지는 유리잔은 깨먹고 버리거나 찬장에 쳐박아두고 잘 안쓰죠

강철그릇이나 플라스틱그릇은 밥먹을때나 간식담을때나 자주쓰게 되지만요

ejsl2012.01.17 16: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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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역시 글보고 위로받습니다.상황에 적용되고 아니구를 떠나서...

2012.01.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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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순돌2012.01.17 17: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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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처음하는 남자들은 나이먹어서도 그 환타지를 못버리는거 같아요.
연애 처음하는 여자도 마찬가지지만.공감 100%입니다 ㅜㅜ

까움이2012.01.18 02: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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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실례되지 않는다면, 직업을 알 수 있을까요?
무한님의 직업이 너무 궁금하네요 ㅎㅎ
심리 분석이 너무 뛰어난거 같아 부럽습니다!
노멀님이라니! 죄송합니다 ㅎㅎ

소영2012.01.17 00: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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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죠
무한님 글은 언제 읽어도 신기해요ㅎㅎㅎ

근데 노멀님이 아니고 무한님이라서
노멀님 이라고 부르면 삐지세요...ㅋㅋㅋ농담

블링블링2012.01.18 08: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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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번 글도 참 좋아요!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줄 안다'는 저 스스로에게 해주고픈 말 ㅠ 남자친구나 가족들이 나한테 잘해주는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온거죠..2012년엔 꼭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싶어요. 대학원생도 됐는데 너무나 어린아이같아 걱정이에요(: 무한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사막2012.01.18 08: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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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은 상당히 공감하면서 읽고 내려왔는데 왠지 기분이 상하네요, 저만 그런건 아닐듯 싶지만...

전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쓴 글이 훨씬 좋아요,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합니다!

문학소녀2012.01.18 11: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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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의 글이 상큼하다면 어떤이의 글은 시큼하네요. 저도 다수가 공감하는 무한님의 상큼한 글이 좋습니다. ㅎ

조아조아2012.01.18 12: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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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잘 읽고 갑니다~~^^
어제는 도서관에서 어서 마니 보던 책을 보고 몬가 펼쳐보니
무한님의 책이네요ㅋ
빌려다가 잘보았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S양2012.01.18 14: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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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그렇군요..


아니 그나저나 ..
댓글을 쭉 보면서 ..그냥 편하게 살면되지 ..
뭘 그리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사는건지 ...
제가 .. 너무 편하게편하게 생각하는걸까요 ..?
머리가나빠서 통 뭔소리들을 하는건지 ..원..

Sonagi™2012.01.18 18: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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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글을 읽고 댓글이 많다 해서..
잠깐 읽으며 내려왔는데...
다들 아직도 정의 내리지 못하는 답에 대해서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중이였군요 ~

세상에 7대 불가사의한일과 풀지못하는 난제가 얼마나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역사상 풀지 못하는 과제중에 최고의 과제는 남녀문제랍니다.

그럼 다들 좋은시간들 되시길..

강물처럼2012.01.18 19: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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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바쁜 일로 글을 못읽다가
어찌하여 이렇게 댓글이 많을까 내려오다보니
이런 일이 있었네요.
쉽게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무한님 글을 읽다가
읽어도 단번에 이해되지 않는 글들에
문득
한글을 만드신 세종할배가 생각납니다...
어려운 남녀관계... 쉽게 풀어주는 무한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을^^

2012.01.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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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Quicksand2012.01.20 01: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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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이 좋은글을 이제서야 보네요
폭!풍!공감과 교훈을 얻고 갑니다^^
첫 연애이다보니 여러모로 배워야 할 점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아요...휴.

림림2012.01.20 11: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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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반갑지 않은 1인입니다ㅎ
이번주는 정말 회사(일)-집(잠)
반복이네요 ㅎㅎ 무한님 이번주 글들 몰아보기해야죠. ㅎㅎ
즐거운 명절 보내셔요! 아,
저도 몇해전 측근에게 "네가 걔 팬클럽 회장이냐?"라는 말을 듣고
정리했던 사람이 생각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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