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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어필하는 세 가지 방법

by 무한 2012. 3. 5.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어필하는 세 가지 방법
내가 그대에게 자전거를 한 대 판다고 해보자.
 자전거의 정가는 700만원 인데, 난 그대에게 70만원의 가격을 제안했다. 물론 자전거는 아무 문제가 없는 새 제품이다. 

더 없을 정도로 쿨한 제안이지만, 그대가 자전거에 별 관심이 없고, 저 자전거의 정가가 700만원임을 모른다면 자전거를 구입할까? 대개 짝사랑의 문제가 이와 비슷하다. 상대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리지 않고,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고백'으로 연애를 시작하려 한다. 사귈 거냐 아니냐, 그러니까 자전거로 말하면 살 거냐 안 살 거냐에 목숨을 건단 얘기다. 

그대는, 내가 좀 더 할인해 주겠다고 하면 자전거를 구입하겠는가? 매일 그대를 찾아가 제발 자전거를 사라고 조르면 구입하겠는가? 아니면, 라이트 및 물통 등의 액세서리를 공짜로 주겠다고 하면 구입하겠는가? 그저 정성을 들이고 희생만 계속 하는 건 별 소용이 없다. 그대가 자전거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그대에게 이 자전거가 얼마나 괜찮은 제품인지, 그리고 이 제안이 얼마나 파격적인지를 깨닫게 하는 게 먼저다.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여전히 상대에게 '구매의사'만 묻고, 상대가 구입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시무룩해하며 기대와 실망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대원들. 그런 대원들을 위해 준비했다.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어필하는 세 가지 방법. 출발해 보자. 


1. 작은 돌 말고 큰 돌을 놓자.


상대가 지금 그대를 친한 동생으로 보든, 직장 후배로 보든 그런 건 개의치 말자. 산에 있는 아름드리나무들도 손톱만한 씨앗에서 시작했다. 지금 신경 써야 할 건 싹을 틔우는 일이지 허리만큼 자라는 게 아니다. 몇몇 대원들은, 

"카톡으로 안부 묻고 시시콜콜한 농담 주고받긴 해요.
하지만 그게 전부네요. 진전이 없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절대 속상해 할 일이 아니다. 그런 연락을 단순히 가까워지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알아가고 나를 알리는 시간이라 생각하며 집중한다면 분명 그대는 잘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간을, 상대와 그대 사이에 징검다리를 놓는 중이라고 생각하길 권한다. 둘을 연결하는 돌이 많을수록 훗날 서로를 안전하게 왕래할 수 있다.

이런 시기에 그대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큰 돌을 놓는 일이다. 많은 대원들이 이 시기에 옮기기 쉽고 편한 작은 돌만 놓는다. 자리를 뜨면 사라질 이야기나, 굳이 자신이 아니라 다른 이성이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들.

눈이 빛나는 이야기를 하자. 그대와 애완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면 다음엔 내가 푸들을 볼 때마다 그대 생각이 나야 하고,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면 다음엔 내가 조니 뎁을 볼 때마다 그대 생각이 나야 한다. 블로그에 댓글을 남겨주시는 독자 분들만 하더라도, "잘 보고 갑니다~"만 남기고 가는 분들이 있는 반면 확실하게 각인이 된 독자 분들도 있다. 병원 하면 betty님, 장수풍뎅이 하면 뚱스뚱스님, 하루키 하면 이새를님, 몸짱 하면 소나기님(응?) 등.

투고 형식으로 보내는 사연 역시, 대략의 사정만 알 수 있는 사연이 있는 반면, 함께 겪은 듯 몰입해서 읽게 되는 사연이 있다. 전자는 스마트 폰으로 쓰기 손가락 아프다며 짧게 요약해서 보내는 사연이고, 후자는 대사에 감정까지 적어 보낸 사연이다. 옮기기 쉽고 편한 작은 돌 말고,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킬 큰 돌을 놓자.


2. 절반만 가자.


위에서 이야기 한 '큰 돌 놓기'를 잘 했다면, 둘의 관계가 물살을 탄 듯 급격히 가까워지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다. 이를테면, 그대가 준비하던 시험에 합격했을 경우 상대도 짜릿함을 느끼며 축하해 준다거나, 서로 이야기 나누었던 것들을 혼자 있을 때 접하게 되면 카톡이나 전화 등으로 알려준다든가 하면서 말이다.

이 시기에 많은 대원들이 "괜찮으니까 솔직히 말해주세요. 우린 무슨 사이죠?" 따위의 질문을 하다가 넘어지거나, "더, 더, 더,더~"를 외치다가 엎어진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상대가 사는 동네를 지나게 되면,

"다음 역은 백석, 백석역입니다. 내리실 문 오른 쪽입니다."


라고 문자 한 통 보내는 걸로 충분한데, "지금 볼 수 있어요? 나 백석역 근천데." 따위의 이야기를 해 버리고 만다. 자동기어는 수동기어와 달리 손댈 일 별로 없다고 매뉴얼을 통해 지겹도록 이야기 하지 않았는가. 알아서 다 하는 여자에게 남자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럼 그 남자의 무신경에 여자는 서운해 한다. 여린마음 동호회 회원들은 불안해한다. 까칠한 대원들은 상대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상대에게 기대고 있는 사람은, 상대가 조금만 움직여도 휘청거리게 되는 법이다. 그렇게 휘청거리며 기다린단 얘길 하거나, 불안함에 이상한 소리를 하거나, 서운함에 빈정거리지 말자. 그 사람의 몫은 그 사람이 하도록 두자. 그대는 딱 절반만 가면 된다.


3. 상대의 마음을 원하면 감동을 주자.


같이 보드를 타러 갔으면 즐겁게 보드를 타야지, 왜 "같이 간 다른 여직원에게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더라구요." 따위의 이야기만 하고 있는가. 리프트 타고 올라갈 때 자기 옆에 앉지 않고 김대리 옆에 앉았다는 둥, 가르쳐주지 않고 상급자 코스에 가서 탔다는 둥 그런 얘기는 1g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창시절에도 손들고 발표 좀 하거나, 따로 찾아가 질문을 해야 선생님이 기억하지 않는가. 대부분의 남자는 여자의 부탁을 받으면 오리랖퍼가 된다. 보드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는데 짜증을 내거나 침을 뱉을 남자는 없단 얘기다. 부탁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을 가지고, 알아서 해주길 기대하며 혼자 서운해 하는 일은 하지 말길 권한다. 그런 기회를 놓쳤다 하더라도,

"너무 즐기시는 거 아녜요? 어깨에 눈까지 묻히시고."


라며 툭툭 털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질릴 때까지 보드를 타면 춥고 피곤할 테니 따뜻한 커피나 간식거리 등을 챙겨 줄 수도 있고 말이다.

여우 같은 여자들이 보드 타다 픽픽 쓰러져 도움 받고, 얄밉게 심남이에게 달라붙어 호호 거린다고 열 받지 말고, 상대에게 부탁하자. 그리고 감동을 주자. 혼자 분노의 보딩을 한 까닭에, 이제 넘어져도 벌떡벌떡 혼자 잘 일어나고 하루 만에 상급자 코스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대원도 있었다. 음, 장하다.


마지막으로, 짝사랑 하는 동안은 "나도 좀 꾸미면 예쁘다는 소리 들을 거고, 남자들이 내 번호를 못 따가는 건 내가 시크해 보여서야."라는 생각을 목숨 걸고 지키길 권한다. 평소에는 그런 착각을 잘도 하면서, 왜 짝사랑을 시작하면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하려 노력하는가. 짝사랑을 시작하곤

"사실 전 예쁜 얼굴도 아니고, 학벌도 좋지 않고, 성격도 그다지..."


라며 너무 솔직한 얘기들을 하는 대원들이 많다. 그대는 검은 옷 입으면 날씬해 보이고, 머리 안 감아도 티 안 나고, 바지가 좀 작아진 것 같은 건 그냥 기분 탓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당당하자. 지나가다 쇼윈도나 주차된 차량에 비친 모습을 보면 연예인이 따로 없지 않은가. 적나라한 거울 말고 좀 불투명한 곳에 비칠 때(응?) 말이다.

"날 좀 사랑해줘."라며 매달리지 말고, "나 사랑스러운 여자야."라는 걸 알려주자!



▲ 맞아요. 저런 착각은 다른 여자들이 하는 거지, 그댄 아니랍니다.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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