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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남자의 고백은 잘 받아내지만 연애가 어려운 그녀, 왜?

by 무한 2012. 5. 9.
남자의 고백은 잘 받아내지만 연애가 어려운 그녀, 왜?
남자의 고백을 이끌어 내는 것
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같은 무리에 속해 있으면서 비밀스럽게 따로 연락을 주고받고, 만나면 잘 웃어주고, 가끔 스킨십도 좀 해 주고, 그러다 상대가 내 영향권 안에 들어왔다 생각하면 뒤로 한 발짝 물러나 주고,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따위의 칭찬으로 상대를 좀 춤추게 만들고, 거리가 좀 멀어진다 싶으면 "요즘 나 이런 고민이 있어."라며 문제 풀고 싶어 하는 상대에게 문제를 내 주고, 끊임없이 '여지'를 흘려 상대가 그걸 보고 따라오게 만들면 된다.

그런데 저 방법은 외로움에 깊게 빠져 있는 상대나 연애 경험이 없거나 적은 상대, 또는 이미 이쪽에 반한 상대에게만 통한다. 그런 상황에 놓여있지 않은 상대에겐 저 방법이 그저 '원맨쇼'처럼 보일 뿐이다. 상대가 이쪽의 영향권 내에 들어오는 일이 없기에 혼자 애만 태우는 경우도 많다.

K양은 "전 남자들에게 인기는 많아요. 그런데 행복에 몸이 저리는 연애는 한 적 없어요."라고 말한다. 자신의 팬클럽 중 적당한 사람을 골라 발만 담그는 연애를 하는데 어찌 행복에 몸이 저릴 수 있겠는가. 그런 연애를 하려면 발만 담글 게 아니라, 풍덩 뛰어들어 맨손으로 전기뱀장어를 잡아야 한다.(물론, 전기뱀장어에만 너무 집중한 까닭에 깊은 물에 들어가 익사하거나, 몸을 더 저리게 하기 위해 계속 뱀장어를 붙잡고 있다가 감전사 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는 해야 한다.)

행복에 몸 저리기 위해 K양이 해야 할 일들, 오늘 함께 알아보자.


1. 팬클럽 해체


마음이 없다면, 오는 남자를 막아야 한다. 지금처럼 '나에게 관심 있으면 합격'이라며 수많은 남자들을 모집해선 곤란하다.

"전 그들을 친구로 생각한 거예요. 사귀지 않더라도 친구로 지낼 수 있잖아요."


라며 훼이크를 쓰진 말길 바란다. 연애사연 하루 이틀 받아 보는 것도 아닌데, 그런 얘기에 내가 "아, 그렇군요. K양은 순수한 마음으로 그들을 가까이 두고 싶었던 거군요. 오해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대답할 것 같은가?

마음 한 구석에 살고 있는 귀여운 악마. 고 녀석이 이런 귀뜸을 해 줬다는 걸 알고 있다.

"날 계속 좋아해 준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놔.
쟨 너의 인기를 증명해주는 트로피야. 장식장에 넣어 둬."



탈락자 없는 오디션. 합격자는 포화상태다. 그 합격자 중에는 그들끼리 아는 사람도 있다. A오빠는 대학시절 선배, B군은 A오빠 후배, C군은 B군 친구. 이건 뭐 예비군 훈련 받는 것도 아닌데, 이러다 동네 친구 학교 선배 다 만나겠다.

팬클럽을 해체하자. 그들에게 불합격 판정을 내리면 그들이 떠나갈까 두려워

"오빠에게 마음이 전혀 없는 건 아닌데..."


라며 붙잡아 두지 말자. 그런 식으로 대처하다 시작한 몇 번의 연애는 어땠는가? 기념일 등을 챙겨하며 남들처럼 사귀긴 했지만, 결국 K양은 자신의 연애를 구경하는 기분만 느끼다 헤어지지 않았는가. 나에게 관심만 있으면 무조건 합격 시켜 팬클럽을 구성하지 말고, 그가 어떤 사람이고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나를 살펴보며 만나길 권한다. 그걸 살피지 않고 '지원 하면 합격'하는 팬클럽을 운영하면, K양의 연애는 '제비뽑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2. 연기 하지 말기
 

'연애라면 이래야 한다.'라는 강박을 내려 두자. 둘이 앉아 대화하는 것이 즐겁다면 영화나 여행 등의 도구들이 그닥 필요하지 않을 수 있고, 두 사람 다 애정을 확인 받는 것을 즐긴다면 굳이 쿨 할 필요도 없다. K양이나 상대 모두 홍대에는 가고 싶은 마음도 없는데, 거기서 데이트를 해야 할 것 같아 홍대를 찾아 간다면, 그보다 더 바보 같은 짓이 어딨겠는가.  

K양의 사연을 읽으며 가장 답답했던 것은 K양이 연애를 연기하고 있다는 거였다. 속마음을 모두 각주로 설명해야 하는 연애를 대체 왜 하는가. 상대를 배려해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것과 무조건 괜찮은 척 하는 건 분명 다르다. 그렇게 쌓아 두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고, 상대는 그 폭발에서 목숨을 구하려 멀리 도망가는 연애. 그간 K양이 했던 연애다. 

K양이 도망 간 상대를 향해 "정말 우리 헤어지는 거야?"라며 매달리는 부분도 사실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 부분에선 '이런 소중한 사람을 놓칠 수 없다.'는 마음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 버림받으면 안 된다.'는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진다. K양의

"제가 지금 가장 바라는 건 남자친구와 헤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라는 말과 하루하루 피 마르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얘기에서 슬픔이 느껴지긴 한다. 하지만 그 슬픔은 오래 전 내 지인이 "요즘 몸이 안 좋아서 지식인으로 검색해 봤더니, 내 증상과 불치병 증상이 일치하더라. 아무래도 나 병에 걸린 것 같다."라며 세상 다 산 것 같은 이야기를 할 때와 비슷하다. 훗날 그 지인이 병원에 가 검사를 받았을 땐 몸에 아무 이상도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안하지만 난 K양의 전 남자친구가 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너에게선 진심이 느껴지지 않아.
그냥 네 마음 편하려고 나에게 이러는 것 같아서 싫어."



저 이야기를 하는 상대에게 "그런 게 아니야. 내가 잘 할게. 신경 쓰이지 않게 할게. 헤어지자고는 하지 마."라는 말만 반복하는 건, 그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그 외침에 대해서도 K양은 '진짜 속마음'을 각주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3. 보호필름 떼기


몇 번의 연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K양이 여전히 제자리에 있는 건, 그간 한 번도 마음의 보호필름을 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상대는 마음의 여리고 약한 부분까지 다 K양에게 내 놓는다. K양도 조심스레 상대의 그 마음을 받아 한참 들여다본다. 여기까진 문제가 없다.

K양이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전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혹시라도 상처가 날까 두려워 K양은 마음에 보호필름을 붙여 놓기 때문이다. 덕분에 마음에 아무 상처도 입지 않긴 하지만, 상대는 K양의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 연애의 겉만 핥고 있는 모습이랄까. 몇 달 정도는 '지금은 연애 초기라 그렇겠지.'라며 버티지만, 시간이 지나며 상대는 이게 '연인 역할극'과 별 차이가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자신의 마음을 늘 내주며 K양의 마음은 바라지 않는, 그런 남자를 찾는 것이다. 그럼 K양이 만족할만한 연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처주지 않고, 날 늘 행복하게 만들며, 내 요구를 모두 들어주고, 절대 헤어지잔 얘기를 하지 않는 그런 남자 말이다.

둘째는 K양 마음의 보호필름을 떼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아픈 이야기는 상대에게도 아플 수 있다는 걸 알고, 나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상대도 내게 기대며, 서로가 서로에게 실망할 때도 있지만 그 실망까지도 품는 것이 연애라는 걸 깨닫는 것이다. 그럼 지금처럼 자신은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면서 상대에게만 "오빠가 날 위한다는 게 잘 안 느껴진다. 더 노력해서 내가 느낄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라는 얼빠진 요구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K양은 "다시 처음 사귈 때처럼 행복한 상태로 돌아가고 싶어요."라고 말하지만, 상대의 마음만 맛보는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또, "제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거겠죠?"라고 물었는데, 상대가 불공정거래에 질려 떠난 상황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상대가 다시 돌아와 K양의 팬클럽에 가입할까?

그리고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이 싸람아, 남자친구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수술을 몇 번 하셔야 할 정도로 다치셨는데, 거기에 대고 삼백일 파티 얘기 하는 여자를 어느 남자가 사귀고 싶겠는가. 병원에서 어머니 간호하고 있는 남자친구에게 왜 연락 안 하냐고, 무시당하는 느낌이 든다고 화내는 여자친구. '제가 실수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마음에 보호필름을 떼면 자신이 뭔 짓을 했는지 깨달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 K양이 달라지길 바란다. 이 연애를 그저 '날 아프게 했던 사람'으로 기억해 둔 채 또 팬클럽 중에서 한 사람 찾아 역할극을 하진 말자. 그렇게 달라지면, 남자친구 어머니가 입원하셨을 때,

"그냥 '지금은 이런 상황이니 좀 이해해 달라.'고 말해줬으면
저도 기다릴 수 있어요. 아.. 모르겠네요..
제가 좀 더 의연하게 있었어야 하는데.. 미안하고 괴롭고 그래요.
혹시 그가 카톡에서 저 지웠을까요?
한심한 생각이란 거 알지만 이런 생각만 하고 있네요. ㅎㅎ"



라는 메일을 보내는 대신, 남자친구 어머니 입원하신 곳에 찾아 가 있을 것이다.




▲ 아, 그리고 달라진 K양은 날 '노멀님'이라고 부르지 않길 기대한다.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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