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처음 카톡대화를 하는 모태솔로남 B군에게
여자와 카톡을 하는 것이 처음이든 두 번째든 남들은 아무 신경 안 쓴다는 얘기를 먼저 해 주고 싶다. B군은 내게 보낸 사연의 끝에도 전화번호를 적은 뒤
라는 이야기를 했다. B군의 절실한 마음도 알겠고, 그렇게 누군가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도움을 요청하는 게 처음이라는 것도 알겠다. 그런데 솔직히 얘기해서, 그게 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
물론 B군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얘기를 하는 건지는 안다. 하지만 "내가 이러는 건 처음이다."를 근거로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순 없는 일 아닌가. 난 B군 외에도 수많은 대원들의 그런 주장을 들으니 '이 사람, 지금 절박하구나.'라며 아랫입술을 물고 말지만, B군의 그녀는 그렇지 않다. "내가 여자와 카톡을 하는 것은 네가 처음이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도 네가 처음이다."를 계속 알리려는 B군에게 그녀는 '답장 없음'으로 대답을 하지 않았는가.
여행을 예로 들면, 바다를 보러 친구와 함께 가고 싶은 경우 바다에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친구의 의사를 물은 뒤, 친구의 시간과 내 시간을 조율해 계획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B군은 "내가 누군가에게 바다를 가자고 하는 건 처음이다. 내가 처음으로 이렇게까지 부탁하는데, 넌 미적지근한 반응만 보이고 있냐?"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상대가 '이뭐병'이라 생각하며 연락을 끊을 수밖에.
이 외에도 B군의 사연엔 '헛발질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정도로 많은 헛발질이 등장한다. B군은 이렇게 엉망이 된 상황에서 남은 건 '고백'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자충수가 확실하다. 자충수를 두기 전 한 번 더 생각해 보길 권하는 의미에서 오늘은 B군의 헛발질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그간 바라만 보던 여자사람과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그녀가 내 말에 반응해 주고 있다는 사실에 들뜨더라도 제발 이것만은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
사연에 첨부된 카톡대화에선, B군의 산만한 '질문공세'를 볼 수 있다. 대화는 탁구처럼 상대의 말에 이쪽이 응답하고, 이쪽의 말에 상대가 응답하는 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핑퐁핑퐁, 해야 한단 얘기다. 그런데 B군은 하고 싶은 말과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나머지 핑핑핑퐁핑핑퐁핑핑핑퐁, 식의 대화를 나눈다. 영화를 보고 나왔다는 상대에게 B군이 한 말은 아래와 같다.
상대를 익사시킬만한 질문의 홍수다. 저 질문에 상대가 "씨지브이에서 코리아 봤어요."라고 대답하자 B군은 또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한다.
그 후엔 또 친구가 메가박스에서 알바한 적 있다는 얘기로 이어진다. 마을버스를 탄 느낌이랄까. 아주 멀리까지 구석구석 들르며 빙 돌아간다. 지루하다. 아무 영양가도 없는 대화다. "부산에 사셨다고 했죠? 그럼 회 많이 드셨겠네요? 바닷가는 지겨우시겠어요? 집에서 바다 보여요?" 뭐 요따위 질문과 별반 다르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저런 질문 공세를 새벽까지 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잠들 때까지 계속해서 카톡을 보내다, 상대가 잠들어 답장을 하지 않으면 뜬금없이 반성문이나 일기를 써서 상대에게 보낸다. 그 내용을 여기다 옮겨 적다간 내 손발이 오그라들 위험이 있으니 옮기진 않겠다.
제발 적당히 하자. 카톡 대화를 보며 내가 오후 11시 42분 이후로 "제발 그만 보내! 마무리를 지어! 변태처럼 보이는 그런 이상한 얘기는 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속으로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하지만 B군은 12시 23분 까지 멈추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느끼함과 끈적함으로 꽉 찬 여섯 개의 카톡을 보며 상대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며칠간 카톡을 주고받다가, 좀 친해졌다 싶으면 연애 얘기를 꺼내며 상대를 살짝 떠보고, 상대에게 틈이 보이면 용기 냈답시고 다짜고짜 고백을 하는 것. 많은 선배대원들이 그 길로 갔다가 '도로 끝. 길 없음.'을 만났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B군은 상대와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피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도망쳐 놓고 카톡에서는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 파란 쫄쫄이를 입어야 용감해지는 슈퍼맨처럼, B군도 카톡의 파란 화면에서만 용감해지고 뭐 그런 건가? 상대가 쉬는 날이라 그냥 집에 있다고 하면 초코콘 하나 같이 먹자고 하든가, 만나자고 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B군이 좋아하는 '첫'자 붙여서 '첫 통화' 같은 걸 하면 된다. 상대의 소중한 시간을 엄한 동네 얘기 늘어놓으며 뺐지 말고 말이다.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카톡의 파란 화면을 보면 용감함이 샘솟는다 해도 상대를 너무 몰아선 안 된다. 대답하기 곤란한 부분일 수 있고, 또 아직 친한 관계가 아니니 그런 것까지 말하긴 좀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B군은
이런 식으로 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상대가 다 털어 놓고 싶은 생각이었다면 "아, 그냥요. ㅋㅋㅋ"라거나 "그건 왜요?"라는 말 대신 한 번에 대답을 했을 거다. 알게된 지 삼 일도 되지 않은 남자, 게다가 대화라고는 카톡으로 나눈 호구조사가 전부인 남자에게 비밀을 털어 놓을 여자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렇게 상대의 사생활을 알고 싶으면 자신의 사생활을 먼저 털어 놓든지. 그것도 아니잖은가. B군이 진지하고 길게 적어 보낸 건 아이돌의 연기와 한가인, 엄태웅에 대한 얘기가 전부다. 그런 남자에게 가정사를 털어 놓는 여자가 있다면, 난 그 여자가 이상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B군의 생각은 어떤가?
전에 발행한 [남자가 고백할 때 저지르는 최악의 실수들]에서 '선함과 악함'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이야기에 예로 들었던 교수와 학생의 대화를 다시 한 번 보자.
B군이 상대에게 실망하고, 약간 화가 난 이유도 위와 같다. 상대가 더 이상은 B군의 카톡에 대답하지 않기 때문이다. B군은 "무참히 씹혔습니다.", "또 씹혔네요."라는 얘기를 하며 한 손에는 절망을 한 손에는 분노를 들고 있다. B군은 이대로 끝낼 순 없단 생각에 아래와 같은 카톡도 보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 한 것들을 종합해 보면, 답장이 오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다 적진 않았지만, B군은 상대를 아는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고, 그들로부터 알아낸 것들을 상대에게 말하며 우쭐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게 상대에겐 무서울 수 있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
지금의 상황은 모두 B군이 만든 것이며, 상대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많은 대원들이 이걸 잊고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그 중 몇은 호감을 저주로 바꿔 상대를 괴롭히기도 한다. 비아냥거리며 불만을 표시하고, 왜 진심을 몰라 주냐며 화를 낸다. B군이 요구하고 B군이 만든 상황인데 책임은 상대가 져야 하는, 그런 이상한 관계를 만들진 말자.
노래방에서 "너 대신 내가 맞어~ 난 남자기 때문에♪ 너 대신 내가 맞서~ 난 남자기 때문에♬"라며 비장한 듯 노래는 부르면서, 현실에선 옆구리만 쿡쿡 찌르다 상대가 반응하지 않으면 심통이나 부리는 건 웃기는 일 아닌가.
지인들과 상의하는 일은 즉시 그만두고, 내가 벌인 일은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다시 다가가길 바란다. 주변에서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어쩌고 한다고 해서 휩쓸리지 말자. 그 얘기에 빠지면 '내 고민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것'과 '고백'을 착각하게 된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B군의 절박함도 좀 내려두길 권한다. 지금 상대는 '이 사람 뭐지? 차단해 버릴까?'라는 생각을 하며 그 자리에 서 있는데, B군 혼자 전력질주를 하면 어쩌잔 얘긴가. 상대에게 어서 뛰어 오라며 재촉하지 말고 상대가 있는 자리로 가자. B군이 괜찮은 사람임을 상대가 알 수 있을 때까지 그 옆에 있다가, 그 뒤에 한 발짝씩 같이 걸으면 된다.
노파심에 하나 더 적자면, "제가 카톡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안 할게요. 솔직하게 말해주세요."라며 떠보거나, "제가 싫은 거라면, 그냥 가끔 카톡하고 지내는 그런 친구로라도 지낼 수 있을까요?"라며 확인 받으려 하진 말길 권한다. 보채지 말라고 했더니, 보채지 않는 대신 비겁하게 다가가는 대원들이 종종 있어서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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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카톡을 하는 것이 처음이든 두 번째든 남들은 아무 신경 안 쓴다는 얘기를 먼저 해 주고 싶다. B군은 내게 보낸 사연의 끝에도 전화번호를 적은 뒤
"얼굴도 모르는 무한님께 이렇게 제 연락처를 드린다는 건,
그만큼 제가 절실하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연락처까지 적으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 처음입니다.
꼭 연락주세요. 늦은 시간도 괜찮으니 전화 주시기 바랍니다."
그만큼 제가 절실하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연락처까지 적으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 처음입니다.
꼭 연락주세요. 늦은 시간도 괜찮으니 전화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 B군의 절실한 마음도 알겠고, 그렇게 누군가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도움을 요청하는 게 처음이라는 것도 알겠다. 그런데 솔직히 얘기해서, 그게 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
물론 B군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얘기를 하는 건지는 안다. 하지만 "내가 이러는 건 처음이다."를 근거로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순 없는 일 아닌가. 난 B군 외에도 수많은 대원들의 그런 주장을 들으니 '이 사람, 지금 절박하구나.'라며 아랫입술을 물고 말지만, B군의 그녀는 그렇지 않다. "내가 여자와 카톡을 하는 것은 네가 처음이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도 네가 처음이다."를 계속 알리려는 B군에게 그녀는 '답장 없음'으로 대답을 하지 않았는가.
여행을 예로 들면, 바다를 보러 친구와 함께 가고 싶은 경우 바다에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친구의 의사를 물은 뒤, 친구의 시간과 내 시간을 조율해 계획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B군은 "내가 누군가에게 바다를 가자고 하는 건 처음이다. 내가 처음으로 이렇게까지 부탁하는데, 넌 미적지근한 반응만 보이고 있냐?"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상대가 '이뭐병'이라 생각하며 연락을 끊을 수밖에.
이 외에도 B군의 사연엔 '헛발질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정도로 많은 헛발질이 등장한다. B군은 이렇게 엉망이 된 상황에서 남은 건 '고백'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자충수가 확실하다. 자충수를 두기 전 한 번 더 생각해 보길 권하는 의미에서 오늘은 B군의 헛발질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1. 끝까지 듣기, 하나씩 말하기, 적당히 즐기기.
그간 바라만 보던 여자사람과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그녀가 내 말에 반응해 주고 있다는 사실에 들뜨더라도 제발 이것만은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
끝까지 듣기
하나씩 말하기
적당히 즐기기
하나씩 말하기
적당히 즐기기
사연에 첨부된 카톡대화에선, B군의 산만한 '질문공세'를 볼 수 있다. 대화는 탁구처럼 상대의 말에 이쪽이 응답하고, 이쪽의 말에 상대가 응답하는 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핑퐁핑퐁, 해야 한단 얘기다. 그런데 B군은 하고 싶은 말과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나머지 핑핑핑퐁핑핑퐁핑핑핑퐁, 식의 대화를 나눈다. 영화를 보고 나왔다는 상대에게 B군이 한 말은 아래와 같다.
"뭐 봤어요? 코리아? 건축학개론?
롯데시네마에서 본 건가? 아님 씨지브이에서?
재미있었어요?"
롯데시네마에서 본 건가? 아님 씨지브이에서?
재미있었어요?"
상대를 익사시킬만한 질문의 홍수다. 저 질문에 상대가 "씨지브이에서 코리아 봤어요."라고 대답하자 B군은 또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한다.
"아, 근데 현대백화점 쪽에도 영화관 있는 거 알아요?
거기 메가박스 괜찮다고 하던데 가 봤어요?"
거기 메가박스 괜찮다고 하던데 가 봤어요?"
그 후엔 또 친구가 메가박스에서 알바한 적 있다는 얘기로 이어진다. 마을버스를 탄 느낌이랄까. 아주 멀리까지 구석구석 들르며 빙 돌아간다. 지루하다. 아무 영양가도 없는 대화다. "부산에 사셨다고 했죠? 그럼 회 많이 드셨겠네요? 바닷가는 지겨우시겠어요? 집에서 바다 보여요?" 뭐 요따위 질문과 별반 다르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저런 질문 공세를 새벽까지 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잠들 때까지 계속해서 카톡을 보내다, 상대가 잠들어 답장을 하지 않으면 뜬금없이 반성문이나 일기를 써서 상대에게 보낸다. 그 내용을 여기다 옮겨 적다간 내 손발이 오그라들 위험이 있으니 옮기진 않겠다.
제발 적당히 하자. 카톡 대화를 보며 내가 오후 11시 42분 이후로 "제발 그만 보내! 마무리를 지어! 변태처럼 보이는 그런 이상한 얘기는 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속으로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하지만 B군은 12시 23분 까지 멈추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느끼함과 끈적함으로 꽉 찬 여섯 개의 카톡을 보며 상대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2. 카톡에서만 용감한 남자
며칠간 카톡을 주고받다가, 좀 친해졌다 싶으면 연애 얘기를 꺼내며 상대를 살짝 떠보고, 상대에게 틈이 보이면 용기 냈답시고 다짜고짜 고백을 하는 것. 많은 선배대원들이 그 길로 갔다가 '도로 끝. 길 없음.'을 만났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B군은 상대와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피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도망쳐 놓고 카톡에서는
"아까는 너무 떨려서 바보같이 그냥 지나쳐 왔네요. ㅎㅎ
밥 먹었어요? 아까 친구 분이랑 같이 나가는 것 같던데, 뭐 먹었어요?
**씨 너무 예뻐서 눈도 잘 못 마주치겠어요. ㅋ"
밥 먹었어요? 아까 친구 분이랑 같이 나가는 것 같던데, 뭐 먹었어요?
**씨 너무 예뻐서 눈도 잘 못 마주치겠어요. ㅋ"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 파란 쫄쫄이를 입어야 용감해지는 슈퍼맨처럼, B군도 카톡의 파란 화면에서만 용감해지고 뭐 그런 건가? 상대가 쉬는 날이라 그냥 집에 있다고 하면 초코콘 하나 같이 먹자고 하든가, 만나자고 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B군이 좋아하는 '첫'자 붙여서 '첫 통화' 같은 걸 하면 된다. 상대의 소중한 시간을 엄한 동네 얘기 늘어놓으며 뺐지 말고 말이다.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카톡의 파란 화면을 보면 용감함이 샘솟는다 해도 상대를 너무 몰아선 안 된다. 대답하기 곤란한 부분일 수 있고, 또 아직 친한 관계가 아니니 그런 것까지 말하긴 좀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B군은
"어떻게 알았어요? 어떻게 알았는데요?"
"맞아요? 맞는 거예요?"
"맞아요? 맞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상대가 다 털어 놓고 싶은 생각이었다면 "아, 그냥요. ㅋㅋㅋ"라거나 "그건 왜요?"라는 말 대신 한 번에 대답을 했을 거다. 알게된 지 삼 일도 되지 않은 남자, 게다가 대화라고는 카톡으로 나눈 호구조사가 전부인 남자에게 비밀을 털어 놓을 여자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렇게 상대의 사생활을 알고 싶으면 자신의 사생활을 먼저 털어 놓든지. 그것도 아니잖은가. B군이 진지하고 길게 적어 보낸 건 아이돌의 연기와 한가인, 엄태웅에 대한 얘기가 전부다. 그런 남자에게 가정사를 털어 놓는 여자가 있다면, 난 그 여자가 이상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B군의 생각은 어떤가?
3.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전에 발행한 [남자가 고백할 때 저지르는 최악의 실수들]에서 '선함과 악함'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이야기에 예로 들었던 교수와 학생의 대화를 다시 한 번 보자.
교수 - 자네가 지금 30달러가 필요한데 내가 30달러를 준다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학생 - 선한 사람입니다.
교수 - 그럼 자네가 지금 30달러가 필요한데 내가 20달러를 준다면?
학생 - 역시, 선한 사람입니다.
교수 - 내가 30달러를 필요로 하는 자네를 그냥 지나가 버리면?
학생 - 악한 사람이 될 것 같습니다.
학생 - 선한 사람입니다.
교수 - 그럼 자네가 지금 30달러가 필요한데 내가 20달러를 준다면?
학생 - 역시, 선한 사람입니다.
교수 - 내가 30달러를 필요로 하는 자네를 그냥 지나가 버리면?
학생 - 악한 사람이 될 것 같습니다.
B군이 상대에게 실망하고, 약간 화가 난 이유도 위와 같다. 상대가 더 이상은 B군의 카톡에 대답하지 않기 때문이다. B군은 "무참히 씹혔습니다.", "또 씹혔네요."라는 얘기를 하며 한 손에는 절망을 한 손에는 분노를 들고 있다. B군은 이대로 끝낼 순 없단 생각에 아래와 같은 카톡도 보냈다.
"숨은 잘 쉬고 있나요?"
답장은 오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 한 것들을 종합해 보면, 답장이 오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다 적진 않았지만, B군은 상대를 아는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고, 그들로부터 알아낸 것들을 상대에게 말하며 우쭐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게 상대에겐 무서울 수 있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
지금의 상황은 모두 B군이 만든 것이며, 상대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많은 대원들이 이걸 잊고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그 중 몇은 호감을 저주로 바꿔 상대를 괴롭히기도 한다. 비아냥거리며 불만을 표시하고, 왜 진심을 몰라 주냐며 화를 낸다. B군이 요구하고 B군이 만든 상황인데 책임은 상대가 져야 하는, 그런 이상한 관계를 만들진 말자.
노래방에서 "너 대신 내가 맞어~ 난 남자기 때문에♪ 너 대신 내가 맞서~ 난 남자기 때문에♬"라며 비장한 듯 노래는 부르면서, 현실에선 옆구리만 쿡쿡 찌르다 상대가 반응하지 않으면 심통이나 부리는 건 웃기는 일 아닌가.
지인들과 상의하는 일은 즉시 그만두고, 내가 벌인 일은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다시 다가가길 바란다. 주변에서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어쩌고 한다고 해서 휩쓸리지 말자. 그 얘기에 빠지면 '내 고민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것'과 '고백'을 착각하게 된다.
"정말 그녀를 놓치면 평생 혼자 살 것 같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B군의 절박함도 좀 내려두길 권한다. 지금 상대는 '이 사람 뭐지? 차단해 버릴까?'라는 생각을 하며 그 자리에 서 있는데, B군 혼자 전력질주를 하면 어쩌잔 얘긴가. 상대에게 어서 뛰어 오라며 재촉하지 말고 상대가 있는 자리로 가자. B군이 괜찮은 사람임을 상대가 알 수 있을 때까지 그 옆에 있다가, 그 뒤에 한 발짝씩 같이 걸으면 된다.
노파심에 하나 더 적자면, "제가 카톡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안 할게요. 솔직하게 말해주세요."라며 떠보거나, "제가 싫은 거라면, 그냥 가끔 카톡하고 지내는 그런 친구로라도 지낼 수 있을까요?"라며 확인 받으려 하진 말길 권한다. 보채지 말라고 했더니, 보채지 않는 대신 비겁하게 다가가는 대원들이 종종 있어서 하는 얘기다.
▲ 이제 막 싹이 났을 뿐인데, 얼른 열매 내 놓으라고 재촉하지 마세요.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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