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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연애에 태만한 남자친구와 싸운 여자, 어떡해?

by 무한 2013. 2. 19.
연애에 태만한 남자친구와 싸운 여자, 어떡해?
우선, 일반적인 여자의 경우 M양이 겪은 일 중 하나라도 겪게 되면 대개 이별을 결심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 다른 여자들과 카톡하며 자기 연애를 하찮게 말하기.
- 여자친구 없다면서 친구에게 소개팅 받기로 하기.
- 외박하고 들어오는 거 집 앞에서 걸렸는데 아니라고 잡아떼기.
- 아는 친구랑 술 먹는다고 했다가 아닌 게 들통 나자 '너 모르는 친구'라고 말 바꾸기.



'믿음'과 관련된 문제에서만 저 정도다.(연락과 약속과 존중에 관한 부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또 따로 있다.) 물론 M양도 저런 문제로 인해 화를 내기는 한다. 하지만 그 말에 남자친구가

"내가 잘못한 건 인정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 없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네가 화만 내는 건, 헤어지는 걸 원해서인가?
원인제공은 나지만, 방금 네가 날 탓하며 한 말들을 들어보니,
날 평소에 그 정도의 남자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솔직히 충격 받았다. 그 말을 들으니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라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면, 그녀는 정말 헤어질까봐 겁을 집어먹곤 사과한다.

M양이 내 여동생이라면 간단히 답을 말해줄 수 있는 문제이긴 하다. "동생, 거기서 뭐해? 궤변남 똥 치우고 있기엔 청춘이 너무 아깝지 않아?"라며, 여동생과 아귀찜 안주에 소주나 꺾곤 툭툭 털라고 말 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M양과 난 모르는 사이고, 또 M양이 저지른 헛발질들도 사연에 포함되어 있으니,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1.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는 최악의 화법


누가 먼저 갈등의 원인제공을 한 것인지는 사실 파악하기가 힘들다. M양이야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에 말할 뿐이니, 사연에는 모든 원인을 남자가 제공한 것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카톡대화를 살펴보면 M양이 최악의 화법을 구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걸 본떠서 대화를 하나 만들어 보자.

여자 - 내일 뭐 할 거야?
남자 - 내일? 그냥 똑같지 뭐. 퇴근하면 집에 와서 쉬어야지.
여자 - 내일 나 한의원 같이 가기로 한 거 잊었어? 지난주에 말했는데….
남자 - 아 미안. 응. 내일 그쪽으로 갈게.
여자 - 됐어. 오빤 나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남자 - 미안. 미안. 금요일에 가는 줄 알았어.
여자 - 말이 돼? 금요일은 나 야근하는 날인데 금요일인 줄 알았다고?
남자 - 미안. 내일 끝나자마자 바로 갈게.
여자 - 나 혼자 갈 거야. 오빤 집에 가서 쉬어.
남자 - 화났어? 진짜 미안해~ 깜빡했어.
여자 - 난 오빠가 깜빡해서 화난 게 아니라, 내 말을 흘려들어서 화 난 거야.
         사람이니까 깜빡할 수 있어. 그런데 오빠는…(10분간 불만토로).
남자 - 그래서 미안하다고 하잖아. 내 사과도 좀 들어주면 안 돼?
여자 - 저번에도 미안하다고 그러고 넘어갔지? 늘 그렇게 넘어갔잖아. 
          오빠 마음에서 우러난 게 아니라 의무처럼 하는 거라면…(15분간 불만토로).
남자 - 알았어. 너 혼자 가.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해. 카톡 더 보내지 마.



저런 대화를 한 이후 M양은,

"오빠가 또 제 말을 흘려들었기에 진지한 대화를 좀 하려고 했어요.
그랬더니 계속 사과만 하다가, 나중엔 화를 내더군요."



라는 식으로 요약해 버린다. 저게 어떻게 진지한 대화인가? 잘못한 사람 코너로 몰아넣고 분 풀릴 때까지 패는 거지. 상대가 맞다 지쳐서 가드라도 올리면

"어? 어? 이것 봐라? 가드 안 내려? 잘못은 해 놓고 맞기 싫다 이거야?"


라며 상대의 잘못만 집요하게 파고든다. 매번 그렇게 일방적으로 맞다 보면 링에서 내려가고 싶어지는 법이다. 그래서 M양의 남자친구도 맞다가 지친 어느 날, 흰 수건을 던졌다.

"나 너랑 싸우는 거 더이상 못 하겠어. 우리 헤어지자."


난 M양의 연애가 저 때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다. 이후 둘이 화해하며 '연인'이라는 간판을 다시 걸었지만, 남자친구는 '내가 손을 대지 않아도 돌아가는 오토매틱 연애'를 추구했고, M양은 '남자친구에게서 내게 애정이 없다는 증거 찾아낸 뒤 아니라는 확인 받기'에만 몰두했다.


2. 뜬금없지만, 애견훈련법.


남자친구를 강아지 훈련시키듯 길들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이게 '화내는 시기와 방법'의 예로 들기엔 적당하기 때문에 비유하는 거라는 걸 먼저 밝힌다. 

강아지가 이상행동을 했을 때는 그 즉시 혼내야 한다. 휴지를 물어뜯고 있는 걸 발견했다면, 물어뜯는 그 순간 혼내야 하는 것이다. 이미 다 물어뜯어 놓은 후에 강아지를 앉혀 놓고 신문지로 바닥 쳐 가며 혼내봐야, 강아지는 

'주인은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난 거지?'


라는 생각만 하게 된다. 물론, 사람은 '대화'가 가능하니 그 이유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M양의 '남자친구의 태만함 대처법'을 보면, 최대한 질질 끌어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걸 알 수 있다. 영화 보기로 한 날 남자친구가 늦자 M양이 보인 태도를 보자.

ⓐ 늦는 건 자신을 무시한 행동이라는 것에 화가 남.
ⓑ 남자친구의 '오다가 중간에 화장실 다녀왔다'는 어이없는 변명에 더욱 화가 남.
ⓒ '나 지금 폭발 직전이다'라는 걸 보여주는 표정으로 한 마디도 안 함.
ⓓ 영화관으로 걸어가는데 느긋하게 걷는 남자친구 모습에 빡침.
ⓔ 영화를 보고 나와 커피숍에 가서 본격적인 '내가 화 난 이유 맞춰봐' 게임 시작.
ⓕ 화 난 이유 맞출 생각 않고 입 꾹 다물고 있는 남자친구 모습에 더욱 빡침.
ⓖ 남자친구가 자신의 말을 잔소리로 여기는 것 같다는 생각에 태도 문제 지적.

 

긴장감을 불어 넣고 싶은 거라면, ⓐ에서 차라리 집에 가 버리는 게 낫다. 몇 번을 얘기해도 고쳐지지 않을 땐 그 방법이 제일이다. 단, 그랬다 하더라도 절대 폰을 꺼 두어선 안 되며, 남자친구가 카톡으로 보내는 이야기들을 가만히 읽는 것 정도로 충분하다. 그럼 90%의 남자는 스스로 답을 찾는다.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해결책까지 제시한다. 남자의 본능을 이용한 효과적인 답 구하기다. 어쭙잖게 중간에 상대를 탓하지만 않으면 된다. "오빠가 늦지만 않았어도 우린 지금 재밌게 영화를 보고 있겠지."따위의 말은 금물이다. 그 말을 듣는 즉시 남자는 자기만의 동굴로 들어간다.

저렇게 화를 내다가, 궁지에 몰린 남자친구가 화를 낼 것 같으면 M양은 또 이러다 헤어질까봐

"미안해 ㅠ.ㅠ 내가 잘못했어. 화 풀어. ㅠ.ㅠ"


라며 얼른 남자친구를 붙잡는다. 책에서 본 문장을 하나 소개하고 싶은데, 그게 누구의 무슨 책인지 기억이 나질 않고, 확실한 문장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더듬어 보면

"죽을 만큼 힘들었다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정말 죽을 뻔 한 것 정도가 되어야 모든 것이 바뀐다."



라는 문장이었다. 그 문장을 읽을 당시 난 도스토옙스키를 떠올렸다. 사형 집행 직전에 형이 감형되어 목숨을 건지게 된 작가. 그저 잠깐 감옥에 갇혔다 풀려난 것이 아니고, 사형장에서 집행 직전 다시 살게 된 그 경험이,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 전체를 바꿔 놓았을 거라 생각한다.

M양의 연애는, 미안하지만, '남자친구 투옥 놀이'라고 할 수 있다. 남자친구를 재판정에 계속 세우고 투옥까지 시키긴 하는데, 실형은 선고하지 않는다. 몇 번의 경험으로 남자친구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잔소리 하는 M양을 두고 그냥 가 버리든가, 전화를 끊어 버리든가, 헤어질 것 같은 기색을 조금만 보이면, 반대로 M양이 울며 매달린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요즘 '내 잘못을 가지고 얘기를 꺼내면 거기에 대고 더 화내기'의 손쉬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3. 해결책은?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내 여동생이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면 난

"감정의 애무만 하는 그런 만남을 계속해서 뭐해?
외롭지 않기 위해 곁에 두는 것을 제외하면, 그 만남의 이유는 뭐가 남아?
2년 사귄 게 아까워서? 그럼 내년에는 3년 사귄 게 아까워서 만나겠네?"



라며 계속 질문을 할 것 같다. 상대가 한 말들 중 말도 안 되는 부분들을 짚어서 설명해 주고, 다른 연인들이라면 벌써 헤어졌을 '구린 부분'들을 강조해 말해줬을 것이다. 특히

"솔직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너도 알잖아. 믿고 싶지 않아서 모른 체 하는 것뿐이지."


라는 말은 꼭 해줬을 것이다. M양이 확고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계속 상대에게 질질 끌려가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이 '이걸 들추었다가, 정말 헤어지면 어쩌지?'라는 걱정이기 때문이다. M양은 내게 그런 걸 다 덮어둔 채 남자친구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묻는데, 그런 건 없다. 잘 듣는 진통제 먹는다고 병 낫는 것 아니잖은가. 이별까지 각오한 채 다 꺼내 상대와 얘기하지 않는 이상, 하트 백 개 찍어 보내봐야 해결되지 않는다.

속으론 서로를 병균처럼 생각하고 있는데, 겉으로 "잘자요~ 쪼옥♥"같은 문자를 열심히 보내봐야 무슨 소용 있겠는가. 헤어지면 힘들다는 이유 때문에 연애를 이어가며, 재회 역시 대충 봉합한 후 서로를 애무하는 것으로 그쳐 버리면, 지금처럼 일주일정도 노력하다 다시 태만해지는 관계가 될 뿐이다.

어찌됐든 M양이 꼭 이 연애를 다시 이어가고 싶다면, 상대에게 '내가 원하는 답'을 들으려 하지 말고, 또 무슨 약속 같은 것만 잔뜩 해서 상대를 묶어두려 하지 말고, '상대의 생각'이 뭔지를 듣길 권한다. 상대가 우리의 만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결혼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면 그 시기를 언제쯤으로 예상하는지, 추구하고자 하는 연애나 결혼생활 등은 어떤 것인지 귀 기울여 듣자. M양의 나쁜 습관인 유도신문은 내려놓은 채 말이다. 평소처럼 상대의 말꼬리를 잡아 비약한 후, "그러니까 오빠는 지금 나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거네?" 따위의 말로 판정만 하려 들면 대화가 아니라 심문이 된다.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첫 번째다. 혹시라도 상대가 이별을 생각하고 있을까봐 무서워서, 그걸 감춘 채 계속 마음에도 없는 애교 부리고 사랑한다는 얘기 해봐야 소용없다.

껍데기만 남은 연애 백 년 이어간들 뭐하겠는가. 남인 나에게도 털어 놓을 수 있는 얘기를 정작 남자친구에게는 죄다 숨긴 채 속으로만 앓지 말자. 계속 참고 있다가 나중에 싸울 상황이 되면 한 번에 몰아치는 거, 그것도 나쁜 습관이다. 커피숍에 앉아 예능프로 얘기하며 수다만 떨지 말고 '진짜 대화'를 하길 권한다.

지금처럼 몸과 몸이 만나는 거 말고, 마음과 마음이 만나게 된다면, 폐허가 된 둘의 관계에도 희망의 싹은 돋아나리라 생각한다.



▲ 파종할 때 씨앗이 너무 바깥으로 드러날까 봐 흙을 두껍게 덮으면, 씨앗이 썩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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