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부대탈출매뉴얼 다음 시즌으로 넘어갑니다.
0.
일산에 살 때의 일입니다. 집 앞에 작은 횟집이 있었습니다. 횟집이라기보다는 '수족관 두 개를 갖춘 실내 포장마차'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사장님이 회를 뜨고, 종업원인 아주머니 한 분이 서빙을 하는 식당이었습니다.
종업원인 아주머니는 꽤 오래 전 이혼을 하시고 딸들과 사시는 분이었습니다. 두 딸은 각 고등학생, 중학생이었습니다. 집에서 독재자로 군림하며 폭력, 술, 여자문제까지 일으키는 '이혼한 아빠'를 세 사람 모두 싫어했습니다.(저희 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신데, 어머니께서 아주머니를 전도하려고 계속 다가가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 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혼한 아빠'라는 사람은 '음모론'과 '복수'에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가정이 이렇게 된 것이 모두, 아주머니가 딸들을 세뇌교육 시켰기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가 셋이 이사한 집을 찾아내 문을 부술 듯 두드릴 때, 딸들과 아주머니는 문을 잠근 채 오들오들 떨고 있었습니다. 그걸 두고 '이혼한 아빠'는, 딸들이 아빠를 보고 싶어 하는데 아주머니가 절대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시켰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아주머니가 일하고 있는 식당까지 찾아와 아주머니를 괴롭혔습니다. 둘 사이에 정산이 다 끝나지 않았다며 아주머니에게 돈을 뜯어갔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오래 전 둘이 가정을 막 이뤄 살고 있을 때 '이혼한 아빠'라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벌어다 줬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생활비로 그 돈을 다 써버렸다는 건 말이 안 되고, 분명 조금씩 모아서 감춰 뒀을 거라며, 돈을 내 놓으라고 했습니다.
이게 바깥에서 보며 이야기 할 때에는 법의 도움을 받아 '접근금지명령' 같은 걸 받아낼 수 있지 않냐고 쉽게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주머니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 '이혼한 아빠'라는 사람이 법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더는 잃을 게 없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조금이라도 자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 '같이 죽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 '어떻게 같이 죽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들까지 내뱉으며 세 사람을 피 마르게 만든 적도 많았고 말입니다.
1.
그 일이 있었던 날도, '이혼한 아빠'는 식당을 찾아왔습니다. 그는 아주머니 앞으로 된 통장들을 전부 보여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 중에 분명 자신이 벌어다 준 돈을 모아 둔 '비자금 통장'이 있을 거라 했습니다. 만약 통장을 다 확인했는데 비자금이 없으면 앞으로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고도 말했습니다. 확인을 시켜줘도 찾아올 것이 뻔한 데다가, 그는 통장에 들어 있는 예금을 보여주면 '그게 바로 내 돈'이라고 우길 위인이었기에 아주머니는 그럴 수 없다고 했습니다.
찾아오지 말라는 아주머니와 통장을 전부 보여 달라는 '이혼한 아빠'의 소란은 꽤 길게 이어졌습니다. 식당 앞에서 둘이 다투고 있을 때, 식당 옆 화장실을 다녀오던 손님 하나가 둘의 싸움에 끼어들었습니다. '이혼한 아빠'가 아주머니에게 욕설을 하는 걸 듣고,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 거냐고 물은 것입니다.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손님이 참견을 하자, '이혼한 아빠'는 "넌 들어가서 술이나 먹어."라고 말했습니다. 그 일로 몇 살이냐, 나이 먹고 잘 하는 짓이다, 죽어 볼래 등의 말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손님의 일행이 식당에서 나와 싸움을 말리고, 아주머니는 '이혼한 아빠'를 말렸습니다.
이후 주먹을 내지른 건 손님이었습니다만, 그 전에 먼저 '이혼한 아빠'가 손님에게 침을 뱉었습니다. 여하튼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손님에게 맞은 게 분했는지, '이혼한 아빠'는 식당에 들어가 칼을 갖고 나오려 했습니다. 주방으로 들어가려는 그를 식당 사장님과 아주머니가 열심히 말렸습니다. 아주머니는 손님에게 처음엔 사과를 하다가, 나중엔
"그냥 가세요. 그냥 가세요. 그냥 가시라고요."
라며 원망이 섞인 말들을 했습니다. 이어 누군가가 신고를 했는지 경찰이 왔습니다. 경찰이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듣곤, 사건을 원만히 해결하고자 둘을 달랬습니다. 하지만 "저 자식이 날 쳤다."며 파출소로 가자고 하는 '이혼한 아빠' 때문에 결국 두 사람은 경찰차에 올라탔습니다.
2.
글을 몇 개 내렸습니다. 그 중엔 삭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던 글도 있고(B양의 삭제요청은 아닙니다.), 열 번을 다시 생각하지 않고 아홉 번만 생각한 채 올렸다가 지운 글도 있고, 그냥 치워버리고 싶어서 지운 글도 있고, 뭐 그렇습니다.
제가 저 '참견한 손님'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최근 들어 종종 합니다. 고맙다는 얘기는 들어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왜 우리의 추억을 훼손하냐는 원망이나 삭제요청은 공휴일 돌아오듯 한 번씩 듣지만 말입니다.
그 사람과는 이제 완전히 끝났으니 사연도 내려 달라는 요청, 갈등의 원인 같은 건 듣고 싶지 않고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만 궁금한 거니 삭제해 달라는 요청, 무슨 얘긴진 잘 알았고 혹시 남들이 자신의 사연을 알아 볼까봐 불안하니 글을 내려 달라는 요청, 자신은 문제가 없는데 왜 문제 있는 사람처럼 말했냐며 지워 달라는 요청, 분명 연애를 하는 중인데 왜 엔조이라고 말했냐며 글을 내려달라는 요청, 각색한 부분 때문에 자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할 것 같다며 지워 달라는 요청, 자신의 얘기가 블로그에 올라가 있다는 게 자꾸 신경 쓰이니 내려 달라는 요청….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보자의 연애를 통째로 가져다 놓고, 그걸 예로 들어 이야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노래를 두고 얘기한다고 치면, 예전에는 누군가를 지칭하지 않고 "힘을 빼고 부르세요."라고 말했던 반면, 최근에는 사연에서의 일을 예로 들어 "고음을 실패할까봐, 이 지점에서는 지레 겁을 먹고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남의 이야기'로 여길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입니다. 저 역시 제가 부른 노래가 '실패 사례'로 어딘가에 올려져 있다면 삭제요청을 할 것 같습니다. 등록을 할 땐 '찬사'를 기대하며 올렸을 지라도 말입니다.
날 선 댓글들이 많아 노멀로그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것 역시 근본적인 원인은 저 때문입니다. 포인트에 대한 설명을 하려다 보니 각색을 하는 과정에서 '설명하기 쉽도록' 비튼 부분들이 있고, 그 지점이 날 선 댓글을 다는 분들에겐 함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예컨대 "열 번 통화하면 아홉 번은 제가 먼저 연락을 합니다."라는 사연에, "늘 이쪽에서 먼저 연락을 하는 관계가 되고 말았습니다."라는 식의 설명을 해 버린 것입니다. '아홉 번이나 열 번이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한 번'에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대 달력엔 '이 달의 사고사례'가 적혀 있습니다. 군대에서 일어난 사고들을 달력에 적어두어 경각심을 고취시키려는 목적에 적어 둔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기억하는 사고사례는, 보일러 기름통에 기름이 얼마나 남았나 확인하러 갔던 한 병사의 사고사례 입니다. 그 병사가 기름통을 확인하러 간 것이 저녁시간이었기에, 기름이 얼마나 남았나 알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무심코 주머니에 있는 라이터를 꺼내 기름통 입구를 비췄습니다. 그 불빛에 의지해 기름이 얼마나 있나 알아보려 했던 것입니다. 그 순간 기름통이 폭발했고, 그 병사는 온 몸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군대에서는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끔 '사고 사례'로 달력에 적어 놓은 것입니다만, 그 병사가 달력에 자신의 이야기가 실린 것을 보면 당장 지워 달라고 요청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화상을 입은 채 살아가는 것도 힘겨운데, 자신의 실수를 달력에 남겨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3.
그래서 다음 시즌의 매뉴얼은 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로 했습니다. 연애 하나를 통째로 가져다가 살펴보는 방식이 '연쇄 사고'까지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위에서 말한 단점과 함께 글을 쓰는 저 역시 긴장을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돌싱'이나 '유학생', '유명인' 등의 특별한 상황들은 각색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상황일 때에만 유효한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상적인 사연들 역시 제보자의 얘기임을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도록 고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메뉴를 바꾸거나 차종을 바꿔버리면 이야기가 미묘하게 틀어졌기 때문입니다.
사연의 뼈대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까닭에,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습니다. 장례식장에 앉아서 대화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드립을 사랑하는 제 본래의 모습과는 달리, 계속 자기 검열을 하며 '상징으로 읽히거나 오해하지 않을 평범한 단어'들을 골라야 했습니다. 장난스럽게 얘기하면 사연의 주인공이 자신을 비웃는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웠습니다. 등받이에 기대 앉아 농담을 던지는 건 상상할 수 없이, 바짝 당겨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 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모습도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나비넥타이를 장롱 속에만 묵혀두는 갑갑함도 있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선 그런 넥타이를 맬 수 없으니 말입니다.
공지로 다시 적어 올리겠지만, 앞으로는 매뉴얼로 공개되어도 좋은 사연만 받을 계획입니다. 사연의 뼈대를 가져다 적는 일 없이 포인트만 가져다 다룰 예정이니, 자신의 이야기가 매뉴얼로 다뤄졌다고 해서 청심환을 먹어야 할 제보자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무작정 축사나 주례사처럼 달콤한 얘기만 하지 않을 생각이니, 약간의 씁쓸함도 견디지 못할 것 같다면 사연을 보내시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노멀로그에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으나, 자신의 사연에 대해 허심탄회한 개별 답장은 받고 싶은 분들을 위해 '단독 매뉴얼' 창구도 하나 더 열어 둘 생각입니다. 잡지사나 기업 등에 요청받은 원고를 보내는 것처럼, 해당 사연에 대한 단독 매뉴얼을 작성해 개별 답장으로 보낼 예정입니다. 단독 매뉴얼의 경우 외부에 원고를 보낼 때와 마찬가지로 원고료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손편지로 연애사연을 받는 창구도 하나 더 마련할 생각인데, 이 부분은 아직 사서함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일단 보류해 두었습니다. 사는 곳이 이제 막 아파트가 들어서는 곳이라, 동네에 우체국이 없고 우편취급소만 있습니다. 우편취급소에서는 사서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까닭에, 동네에 우체국이 하나 들어설 때까지 보류하게 될 것 같습니다.
4.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특히 저 '단독 매뉴얼' 창구를 여는 것에 대해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지인들의 연애 고민을 들어줄 때와 비슷하게 온라인에서도 이야기를 하는데, 왜 그 둘은 큰 차이를 보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대략 다섯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각색과 자체검열이 부른 문제들이었습니다. 지인들의 연애는 의혹이 되는 부분들을 계속 파고들 수 있으며, "그 말을 했다는 건, 이미 ~한 마음이란 얘기네. 그리고 ~라는 태도를 보인 건, 대안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는 증거잖아." 등의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또, 둘만 아는 이야기인 까닭에 "네 카톡스토리에 올린 사진을 봐봐, 넌 가장 빛나는 순간을 담아 놓은 것이겠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된장녀로 보일 수 있어."라는 얘기도 서슴없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블로그에 매뉴얼로 올린다면, 저런 부분들은 '남들이 봐도 괜찮을 정도로' 다듬어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편지에서 '용서', '상처', '보고 싶다'라는 말은 빼야해."같은 얘기는 아예 꺼낼 수가 없습니다. 편지를 공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라고 간단히 적어 두는 것으로도 크게 이상할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분명 등장합니다. 전에 첫 책을 냈더니,
라는 반응을 보이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 분이 TV나 신문 광고는 어떻게 견디시는지 솔직히 궁금합니다. 본인이 보는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아져 덩달아 주인공도 이름이 알려지게 되고, 그 결과 CF를 찍게 되면, 그때도 마찬가지의 말을 하실지…. 댓글로 꾸준히 흔적을 남기시던 애독자라면 '아, 저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하며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겠습니다만,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으시던 분이 갑자기 나타나 저런 댓글만 덩그러니 남기고 가시니, 그 저의가 뭔지 궁금할 뿐입니다.
5.
댓글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어제
라는 댓글을 남기신 분, 소설을 쓰고 싶으면 가까운 백화점 문화센터 소설창작반에라도 등록하시길 권합니다. 대체 뭘 먹으면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해서 IP조회를 해보니(노멀로그 댓글은 모두 댓글별 IP가 저장됩니다.), 닉네임 바꿔가며 악의적인 댓글을 많이 남기신 분이더군요.
저 말 중 몇 개는 댓글을 남겨주신 분 본인에게 적용하면 꼭 맞는 이야기인 까닭에,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제가 백 번 양보해 완화시킨 표현으로 "저런 여자도 연애를 하는 군요."라거나 "저런 여자 언젠가 일냅니다."라고 적어둔다면, 저 말을 듣고 유쾌하게 넘길 자신 있으십니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댓글을 확인하느라 다시 보니, 본인이 적은 댓글에 답글이 달리자 닉을 바꿔 다시 비아냥거리고 계시네요.
노멀로그를 오픈 한 이후 독자들과 사적으로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공적으로는 딱 한 번, 다음 뷰 대상 시상식에서 노멀로그를 구독 중이라는 다음 직원을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공쥬님(여자친구)과 같이 시상식에 갔었습니다. 그 전과 후로는 단 한 명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 어떤 요청이라도 이성인 독자와의 만남은 거절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고 말입니다.
이 기회에 이야기하고 싶은 게 하나 더 있는데, 카톡으로 말을 걸거나 메일을 보내는 독자 분들께서 저에게 '무뚝뚝하다, 차갑다, 재수 없다.' 등의 평가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독자들과는, 특히 이성인 독자와는 아무 접점도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고민을 가진 사람과 그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의 관계는, 인화물질보관소처럼 위험한 면이 있습니다. 실제로 어느 연애블로거의 꼬임에 넘어갔던 몇몇 제보자의 사연도 있고 말입니다. 리액션이라고는 "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정도 밖에 하지 않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전 누구를 만나더라도 불이 붙지 않으리라 자신합니다만, 그렇다고 스스로를 위험한 곳으로 몰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6.
하고 싶은 말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나, 이쯤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총총.
▲ 돌아보니 감정적 대응으로 제가 물의를 일으킨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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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에 살 때의 일입니다. 집 앞에 작은 횟집이 있었습니다. 횟집이라기보다는 '수족관 두 개를 갖춘 실내 포장마차'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사장님이 회를 뜨고, 종업원인 아주머니 한 분이 서빙을 하는 식당이었습니다.
종업원인 아주머니는 꽤 오래 전 이혼을 하시고 딸들과 사시는 분이었습니다. 두 딸은 각 고등학생, 중학생이었습니다. 집에서 독재자로 군림하며 폭력, 술, 여자문제까지 일으키는 '이혼한 아빠'를 세 사람 모두 싫어했습니다.(저희 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신데, 어머니께서 아주머니를 전도하려고 계속 다가가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 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혼한 아빠'라는 사람은 '음모론'과 '복수'에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가정이 이렇게 된 것이 모두, 아주머니가 딸들을 세뇌교육 시켰기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가 셋이 이사한 집을 찾아내 문을 부술 듯 두드릴 때, 딸들과 아주머니는 문을 잠근 채 오들오들 떨고 있었습니다. 그걸 두고 '이혼한 아빠'는, 딸들이 아빠를 보고 싶어 하는데 아주머니가 절대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시켰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아주머니가 일하고 있는 식당까지 찾아와 아주머니를 괴롭혔습니다. 둘 사이에 정산이 다 끝나지 않았다며 아주머니에게 돈을 뜯어갔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오래 전 둘이 가정을 막 이뤄 살고 있을 때 '이혼한 아빠'라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벌어다 줬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생활비로 그 돈을 다 써버렸다는 건 말이 안 되고, 분명 조금씩 모아서 감춰 뒀을 거라며, 돈을 내 놓으라고 했습니다.
이게 바깥에서 보며 이야기 할 때에는 법의 도움을 받아 '접근금지명령' 같은 걸 받아낼 수 있지 않냐고 쉽게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주머니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 '이혼한 아빠'라는 사람이 법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더는 잃을 게 없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조금이라도 자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 '같이 죽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 '어떻게 같이 죽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들까지 내뱉으며 세 사람을 피 마르게 만든 적도 많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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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었던 날도, '이혼한 아빠'는 식당을 찾아왔습니다. 그는 아주머니 앞으로 된 통장들을 전부 보여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 중에 분명 자신이 벌어다 준 돈을 모아 둔 '비자금 통장'이 있을 거라 했습니다. 만약 통장을 다 확인했는데 비자금이 없으면 앞으로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고도 말했습니다. 확인을 시켜줘도 찾아올 것이 뻔한 데다가, 그는 통장에 들어 있는 예금을 보여주면 '그게 바로 내 돈'이라고 우길 위인이었기에 아주머니는 그럴 수 없다고 했습니다.
찾아오지 말라는 아주머니와 통장을 전부 보여 달라는 '이혼한 아빠'의 소란은 꽤 길게 이어졌습니다. 식당 앞에서 둘이 다투고 있을 때, 식당 옆 화장실을 다녀오던 손님 하나가 둘의 싸움에 끼어들었습니다. '이혼한 아빠'가 아주머니에게 욕설을 하는 걸 듣고,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 거냐고 물은 것입니다.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손님이 참견을 하자, '이혼한 아빠'는 "넌 들어가서 술이나 먹어."라고 말했습니다. 그 일로 몇 살이냐, 나이 먹고 잘 하는 짓이다, 죽어 볼래 등의 말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손님의 일행이 식당에서 나와 싸움을 말리고, 아주머니는 '이혼한 아빠'를 말렸습니다.
이후 주먹을 내지른 건 손님이었습니다만, 그 전에 먼저 '이혼한 아빠'가 손님에게 침을 뱉었습니다. 여하튼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손님에게 맞은 게 분했는지, '이혼한 아빠'는 식당에 들어가 칼을 갖고 나오려 했습니다. 주방으로 들어가려는 그를 식당 사장님과 아주머니가 열심히 말렸습니다. 아주머니는 손님에게 처음엔 사과를 하다가, 나중엔
"그냥 가세요. 그냥 가세요. 그냥 가시라고요."
라며 원망이 섞인 말들을 했습니다. 이어 누군가가 신고를 했는지 경찰이 왔습니다. 경찰이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듣곤, 사건을 원만히 해결하고자 둘을 달랬습니다. 하지만 "저 자식이 날 쳤다."며 파출소로 가자고 하는 '이혼한 아빠' 때문에 결국 두 사람은 경찰차에 올라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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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몇 개 내렸습니다. 그 중엔 삭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던 글도 있고(B양의 삭제요청은 아닙니다.), 열 번을 다시 생각하지 않고 아홉 번만 생각한 채 올렸다가 지운 글도 있고, 그냥 치워버리고 싶어서 지운 글도 있고, 뭐 그렇습니다.
제가 저 '참견한 손님'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최근 들어 종종 합니다. 고맙다는 얘기는 들어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왜 우리의 추억을 훼손하냐는 원망이나 삭제요청은 공휴일 돌아오듯 한 번씩 듣지만 말입니다.
그 사람과는 이제 완전히 끝났으니 사연도 내려 달라는 요청, 갈등의 원인 같은 건 듣고 싶지 않고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만 궁금한 거니 삭제해 달라는 요청, 무슨 얘긴진 잘 알았고 혹시 남들이 자신의 사연을 알아 볼까봐 불안하니 글을 내려 달라는 요청, 자신은 문제가 없는데 왜 문제 있는 사람처럼 말했냐며 지워 달라는 요청, 분명 연애를 하는 중인데 왜 엔조이라고 말했냐며 글을 내려달라는 요청, 각색한 부분 때문에 자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할 것 같다며 지워 달라는 요청, 자신의 얘기가 블로그에 올라가 있다는 게 자꾸 신경 쓰이니 내려 달라는 요청….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보자의 연애를 통째로 가져다 놓고, 그걸 예로 들어 이야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노래를 두고 얘기한다고 치면, 예전에는 누군가를 지칭하지 않고 "힘을 빼고 부르세요."라고 말했던 반면, 최근에는 사연에서의 일을 예로 들어 "고음을 실패할까봐, 이 지점에서는 지레 겁을 먹고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남의 이야기'로 여길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입니다. 저 역시 제가 부른 노래가 '실패 사례'로 어딘가에 올려져 있다면 삭제요청을 할 것 같습니다. 등록을 할 땐 '찬사'를 기대하며 올렸을 지라도 말입니다.
날 선 댓글들이 많아 노멀로그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것 역시 근본적인 원인은 저 때문입니다. 포인트에 대한 설명을 하려다 보니 각색을 하는 과정에서 '설명하기 쉽도록' 비튼 부분들이 있고, 그 지점이 날 선 댓글을 다는 분들에겐 함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예컨대 "열 번 통화하면 아홉 번은 제가 먼저 연락을 합니다."라는 사연에, "늘 이쪽에서 먼저 연락을 하는 관계가 되고 말았습니다."라는 식의 설명을 해 버린 것입니다. '아홉 번이나 열 번이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한 번'에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대 달력엔 '이 달의 사고사례'가 적혀 있습니다. 군대에서 일어난 사고들을 달력에 적어두어 경각심을 고취시키려는 목적에 적어 둔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기억하는 사고사례는, 보일러 기름통에 기름이 얼마나 남았나 확인하러 갔던 한 병사의 사고사례 입니다. 그 병사가 기름통을 확인하러 간 것이 저녁시간이었기에, 기름이 얼마나 남았나 알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무심코 주머니에 있는 라이터를 꺼내 기름통 입구를 비췄습니다. 그 불빛에 의지해 기름이 얼마나 있나 알아보려 했던 것입니다. 그 순간 기름통이 폭발했고, 그 병사는 온 몸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군대에서는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끔 '사고 사례'로 달력에 적어 놓은 것입니다만, 그 병사가 달력에 자신의 이야기가 실린 것을 보면 당장 지워 달라고 요청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화상을 입은 채 살아가는 것도 힘겨운데, 자신의 실수를 달력에 남겨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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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음 시즌의 매뉴얼은 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로 했습니다. 연애 하나를 통째로 가져다가 살펴보는 방식이 '연쇄 사고'까지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위에서 말한 단점과 함께 글을 쓰는 저 역시 긴장을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돌싱'이나 '유학생', '유명인' 등의 특별한 상황들은 각색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상황일 때에만 유효한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상적인 사연들 역시 제보자의 얘기임을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도록 고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메뉴를 바꾸거나 차종을 바꿔버리면 이야기가 미묘하게 틀어졌기 때문입니다.
사연의 뼈대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까닭에,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습니다. 장례식장에 앉아서 대화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드립을 사랑하는 제 본래의 모습과는 달리, 계속 자기 검열을 하며 '상징으로 읽히거나 오해하지 않을 평범한 단어'들을 골라야 했습니다. 장난스럽게 얘기하면 사연의 주인공이 자신을 비웃는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웠습니다. 등받이에 기대 앉아 농담을 던지는 건 상상할 수 없이, 바짝 당겨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 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모습도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나비넥타이를 장롱 속에만 묵혀두는 갑갑함도 있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선 그런 넥타이를 맬 수 없으니 말입니다.
공지로 다시 적어 올리겠지만, 앞으로는 매뉴얼로 공개되어도 좋은 사연만 받을 계획입니다. 사연의 뼈대를 가져다 적는 일 없이 포인트만 가져다 다룰 예정이니, 자신의 이야기가 매뉴얼로 다뤄졌다고 해서 청심환을 먹어야 할 제보자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무작정 축사나 주례사처럼 달콤한 얘기만 하지 않을 생각이니, 약간의 씁쓸함도 견디지 못할 것 같다면 사연을 보내시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노멀로그에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으나, 자신의 사연에 대해 허심탄회한 개별 답장은 받고 싶은 분들을 위해 '단독 매뉴얼' 창구도 하나 더 열어 둘 생각입니다. 잡지사나 기업 등에 요청받은 원고를 보내는 것처럼, 해당 사연에 대한 단독 매뉴얼을 작성해 개별 답장으로 보낼 예정입니다. 단독 매뉴얼의 경우 외부에 원고를 보낼 때와 마찬가지로 원고료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손편지로 연애사연을 받는 창구도 하나 더 마련할 생각인데, 이 부분은 아직 사서함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일단 보류해 두었습니다. 사는 곳이 이제 막 아파트가 들어서는 곳이라, 동네에 우체국이 없고 우편취급소만 있습니다. 우편취급소에서는 사서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까닭에, 동네에 우체국이 하나 들어설 때까지 보류하게 될 것 같습니다.
4.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특히 저 '단독 매뉴얼' 창구를 여는 것에 대해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지인들의 연애 고민을 들어줄 때와 비슷하게 온라인에서도 이야기를 하는데, 왜 그 둘은 큰 차이를 보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대략 다섯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 은밀한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 생략.
- 어쩌면 속물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계획의 생략.
- 상대의 태도를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 생략.
- 편지의 단어, 분량, 시기 등을 조절하는 디테일한 부분 생략.
- 타인도 이 이야기를 본다는 것에 대한 부담.
- 어쩌면 속물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계획의 생략.
- 상대의 태도를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 생략.
- 편지의 단어, 분량, 시기 등을 조절하는 디테일한 부분 생략.
- 타인도 이 이야기를 본다는 것에 대한 부담.
각색과 자체검열이 부른 문제들이었습니다. 지인들의 연애는 의혹이 되는 부분들을 계속 파고들 수 있으며, "그 말을 했다는 건, 이미 ~한 마음이란 얘기네. 그리고 ~라는 태도를 보인 건, 대안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는 증거잖아." 등의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또, 둘만 아는 이야기인 까닭에 "네 카톡스토리에 올린 사진을 봐봐, 넌 가장 빛나는 순간을 담아 놓은 것이겠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된장녀로 보일 수 있어."라는 얘기도 서슴없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블로그에 매뉴얼로 올린다면, 저런 부분들은 '남들이 봐도 괜찮을 정도로' 다듬어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편지에서 '용서', '상처', '보고 싶다'라는 말은 빼야해."같은 얘기는 아예 꺼낼 수가 없습니다. 편지를 공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노멀로그에 사연이 소개되는 것은 싫지만 개인적으로 답장은 받고 싶으신 분들은,
외부 연재와 동등한 원고료를 받고 진행되는 '단독 매뉴얼'을 신청하시면 됩니다."
외부 연재와 동등한 원고료를 받고 진행되는 '단독 매뉴얼'을 신청하시면 됩니다."
라고 간단히 적어 두는 것으로도 크게 이상할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분명 등장합니다. 전에 첫 책을 냈더니,
"제가 누른 추천수와 저 때문에 올라간 조회수가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반대합니다."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반대합니다."
라는 반응을 보이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 분이 TV나 신문 광고는 어떻게 견디시는지 솔직히 궁금합니다. 본인이 보는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아져 덩달아 주인공도 이름이 알려지게 되고, 그 결과 CF를 찍게 되면, 그때도 마찬가지의 말을 하실지…. 댓글로 꾸준히 흔적을 남기시던 애독자라면 '아, 저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하며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겠습니다만,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으시던 분이 갑자기 나타나 저런 댓글만 덩그러니 남기고 가시니, 그 저의가 뭔지 궁금할 뿐입니다.
5.
댓글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어제
몇 가지만 물읍시다.
비양 만났습니까?
만나서 글 내려달란 설득 받았습니까?
얼굴이 이쁘던가요?
무한씨 스타일이던가요?
맘에 쏙 들었나요?
그래서 방문객 따위는 신경안쓰일 정도로 홀랑 넘어간겁니까?
비양 만났습니까?
만나서 글 내려달란 설득 받았습니까?
얼굴이 이쁘던가요?
무한씨 스타일이던가요?
맘에 쏙 들었나요?
그래서 방문객 따위는 신경안쓰일 정도로 홀랑 넘어간겁니까?
라는 댓글을 남기신 분, 소설을 쓰고 싶으면 가까운 백화점 문화센터 소설창작반에라도 등록하시길 권합니다. 대체 뭘 먹으면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해서 IP조회를 해보니(노멀로그 댓글은 모두 댓글별 IP가 저장됩니다.), 닉네임 바꿔가며 악의적인 댓글을 많이 남기신 분이더군요.
"덜 된 새끼들"
"세상 사람은 널 이해못할거다."
"표현도 병신같이 쓰네."
"개만도 못한 새끼"
"씨팍새키 저런 새키도 연애를 하는구나."
"애인있는 남자랑 술자리 갖는 년이나,
애인 있으면서 여자낀 술자리 꼭 가는 놈이나."
"쓰레기스럽다."
"그딴 새끼 언젠가 일냅니다."
"세상 사람은 널 이해못할거다."
"표현도 병신같이 쓰네."
"개만도 못한 새끼"
"씨팍새키 저런 새키도 연애를 하는구나."
"애인있는 남자랑 술자리 갖는 년이나,
애인 있으면서 여자낀 술자리 꼭 가는 놈이나."
"쓰레기스럽다."
"그딴 새끼 언젠가 일냅니다."
저 말 중 몇 개는 댓글을 남겨주신 분 본인에게 적용하면 꼭 맞는 이야기인 까닭에,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제가 백 번 양보해 완화시킨 표현으로 "저런 여자도 연애를 하는 군요."라거나 "저런 여자 언젠가 일냅니다."라고 적어둔다면, 저 말을 듣고 유쾌하게 넘길 자신 있으십니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댓글을 확인하느라 다시 보니, 본인이 적은 댓글에 답글이 달리자 닉을 바꿔 다시 비아냥거리고 계시네요.
노멀로그를 오픈 한 이후 독자들과 사적으로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공적으로는 딱 한 번, 다음 뷰 대상 시상식에서 노멀로그를 구독 중이라는 다음 직원을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공쥬님(여자친구)과 같이 시상식에 갔었습니다. 그 전과 후로는 단 한 명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 어떤 요청이라도 이성인 독자와의 만남은 거절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고 말입니다.
이 기회에 이야기하고 싶은 게 하나 더 있는데, 카톡으로 말을 걸거나 메일을 보내는 독자 분들께서 저에게 '무뚝뚝하다, 차갑다, 재수 없다.' 등의 평가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독자들과는, 특히 이성인 독자와는 아무 접점도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고민을 가진 사람과 그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의 관계는, 인화물질보관소처럼 위험한 면이 있습니다. 실제로 어느 연애블로거의 꼬임에 넘어갔던 몇몇 제보자의 사연도 있고 말입니다. 리액션이라고는 "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정도 밖에 하지 않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전 누구를 만나더라도 불이 붙지 않으리라 자신합니다만, 그렇다고 스스로를 위험한 곳으로 몰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6.
하고 싶은 말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나, 이쯤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총총.
▲ 돌아보니 감정적 대응으로 제가 물의를 일으킨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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