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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금요사연모음] 연애감정 종결남 외 2편

by 무한 2013. 3. 15.
[금요사연모음] 연애감정 종결남 외 2편
매뉴얼로 발행하긴 어딘가 좀 부족하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자꾸 눈에 밟히는 사연들을 모아 소개하는 시간. 금요사연 모음의 시간이 돌아왔다.


1. 연애감정 종결남.


여자들로부터 "오빠한테는 오빠 이상의 감정이 안 느껴져요.", "죄송하지만 B씨와는 친구사이인 것 같아요. 연애 감정이 안 들어요."라는 말을 수집하는 남자의 사연이 있었다. 그런 말을 왜 자꾸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모으는지 사연을 살펴보았는데, 특별히 이상한 징후가 보이진 않았다. 만나자고 좀 졸라대긴 했는데, 여자도 싫진 않았는지 몇 번 그 요청에 응했다. 난 '그럼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걸까?' 궁금해 하며 첨부된 카톡대화를 열었는데,

"아니, 이게 대체 뭐야!"


하아, 국어를 인터넷 게시판에서 배운 듯한 한 남자가 카톡대화 속에 들어 있었다. 사연과 카톡대화를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남자의 사연]
점심 먹으러 가서 톡을 보냈고,
주말에 만나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친구와 약속이 있다고 하더군요.


[첨부된 카톡]
남자 - 짱깨집 왔어요~ 묭씨(여자 이름이 미영) 점심 먹음?
여자 - 네. 먹었어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
남자 - ㅋㅋ 팀장님이 탕수육 시킴. 탕수육 죠지고 다시 카톡할게욤~
여자 - 네;;
남자 - 묭씨묭씨~ 이번 주 일욜에 시간 괜춘하심?
여자 -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요.
남자 - 앜ㅋㅋㅋ 한 발 늦었넹~



대체 왜? 왜 그랬을까? 사연을 멀쩡하게 작성한 걸로 봐선 언어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왜 저런 속어와 음슴체를 썼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이가 적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이십대 후반이다. 그런데 대화는 아직 군대 안 간 꼬꼬마처럼 하고 있으니, 여자가 거부감을 갖는 게 당연하다.

저 언어습관을 안 고치는 이상, 무슨 데이트 계획을 짜고 깜짝 이벤트를 하고 그런 거 다 필요 없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저거 정말 심각한 거다. 난 저 대화를 두고 아래에 여성 독자들이 경악하는 댓글을 달 거라 장담할 수 있다. 솔직히 B씨가 저 카톡대화를 첨부하면서 스스로 이상한 점을 못 발견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B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고백의 타이밍이 빨라서 이번 고백이 실패한 게 절대 아니다. 저런 식으로 대화하면 게이트볼 치러 다닐 나이가 되어도 타이밍은 오지 않는다. 그리고 매뉴얼에서 말한 '스토리텔링' 따라했다고 한 부분, 산만하다. 메뉴를 몇 개나 제시한 것도 그렇고, "육즙이 좔좔~" 이런 표현,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십대 후반이면 이제 점잖아 져야 할 나이다. "머 해뜸?(뭐 했음?)" 이런 거…. 그러지 말자 우리 진짜.


2. 만난 뒤 태도 변한 남자 때문에 고민이라는 지영이에게.


지영아 안녕? 무한오빠야. 사연은 잘 받았단다. 그 남자와 어플로 만나서 3주 넘게 대화 하다가,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났다고 했지? 지영이가 보낸 '만나기 전 대화들'은 달달한 게 맞아. 물론 내가 그 사람이었다면, 지영이에게

"우와, 너 방청객이세요?"


라고 말했을지도 몰라. 지영이의 언어습관은 뭐랄까, 리액션을 빼면 남는 게 아무 것도 없거든. 대략 아래와 같은 식이지.

[1]
남자 - 어제 회식하고 나서부터 속이 좀 안 좋네.
지영 - 오빠, 약 먹어야겠다~ 오빠 아프지 마~


[2]
남자 - 알람도 안 울렸는데 바로 눈이 떠지네.
지영 - 더 자 오빠. 피곤할 텐데….


[3]
남자 - (친구와 술 마시곤) 나 이제 집에 들어가려고.
지영 - 술 많이 마셨어? 괜찮아?



카톡으로 몇 시간 대화 나누곤, 바로 다음 날부터 팬클럽이 되어 버리는 여자. 그게 싫지 않았기에 상대도 열심히 지영이에게 말을 걸고, 재미없을 '친구 여행간 얘기'도 다 들어주고 그러더라. 여하튼 그렇게 지내다 그 사람과 드디어 현실에서 만나게 되었지.

그런데 지영아. 네가 사연에서 이렇게 말했지?

"프로필 사진과는 좀 다른 모습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제 취향의 남자였습니다."


네가 그렇게 생각했다고 상대도 그런 건 아니란다. 미안하지만, 상대는 지영이랑 생각이 좀 달랐던 거야. 이걸 받아들이면 지영이가 품고 있는 모든 의문이 풀린단다.

"그는 왜 먼저 카톡을 보내지 않는 거죠?"
"제가 먼저 보내면 답장은 바로바로 와요."
"좀 바빠졌다고 하던데, 그 남자 카톡 사진은 자주 바뀌고 게임 점수는 올라가요."



받아들이자 지영아. 남자가 갈팡질팡? 에이, 길이 하난데 무슨 갈팡질팡이야. 유턴 해서 집에 간 거지. 오빠는 지영이의 얘기를 담은 싱글앨범을 하나 내고 싶구나.

- 안녕거기(Feat.포토샵)


지영인 가망이 없으면 다른 사람을 찾는다고 했지? 다른 사람을 찾더라도, 앞으로는 현실에서 찾아보도록 하자. 카톡으로 썸 타는 느낌 즐기는 것에 길들여지면, 아바타 연애만 하게 될 수 있으니 말야. 아무튼 지영이, 화이팅.


3. 삼십대 중반의 사과남.


솔로부대 엘리트 부대원들이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실제로 상대가 이쪽에게 한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혼자 상상하며 상대에 대한 악감정을 갖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오전]
(둘은 같은 회사원)
남자 - 쉬엄쉬엄 해. 자, 커피.
여자 - 감사합니다. ^^
남자 - 내가 낙지볶음 정말 맛있게 하는 집 아는데, 같이 갈까?
여자 - 정말요? 좋아요!


[점심시간]
여자가 다른 부서의 남자와 수다를 떤다.
남자는 폭풍 질투 중.
'저렇게 웃음 흘리고 다니면서 지 실속만 차리려는 거겠지. 나쁜 것.'

[오후]
여자 - 팀장님 우리 낙지볶음 언제 먹어요?
남자 - 내가 왜 혜지씨한테 낙지볶음을 사줘야 하는데? 알아서 사 먹어.
여자 - …….



저러니, 여자가 이쪽을 '저 사람 히스테리 같은 걸 부리네? 뭔가 좀 이상한 사람인가 보다.'하며 피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결국 몇 번의 저런 일이 반복된 후, 이제 여자는 남자가 말 시켜도 쳐다보지 않은 채 대답하게 되었다. 

다급해진 남자는 어쨌든 다시 관계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화이트데이 선물'을 준비한다. 사과와 함께 선물을 건넨다. 그러며 그냥 무작정 다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여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 수 없다.
다정하게 말씀하시다가, 어느 날은 화 난 사람처럼 저를 대하시는데, 적응하기 힘들다.
제가 뭘 잘못한 거면 잘못했다고 말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 너무 불편하다."



라고 답한다.

저 '혼자 상상하며 상대를 나쁜 사람 만든 뒤 악감정 가지는' 습관을 안 고치면, 주변에 남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거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왜 상대의 무서운 얼굴을 먼저 상상하는가? 왜 상대가 이쪽의 마음을 거절하고 다른 사람과 사귀게 될 거라 생각하며 본인을 괴롭히는가? 그걸 먼저 고쳐야 한다. 고백 편지든 감동 이벤트든, 그런 건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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