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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금요사연모음] 도끼병 그녀 외 2편

by 무한 2013. 3. 22.
[금요사연모음] 도끼병 그녀 외 2편
가끔 날 당황스럽게 만드는 메일이 온다.

"오늘 발행하신 매뉴얼을 보고 해명 메일을 드립니다.
읽어보니 제 사연을 각색해서 올려주신 듯한데,
먼저 제가 착한여자 콤플렉스를 가진 것은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



답장은 보내 드렸다. "진정하세요. 다른 분 사연입니다."라고.

사연의 내용이 비슷하더라도, 작은 차이 하나로 결론이 달리 날 수 있다는 얘기를 해 드리고 싶다.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시간에 난 교통사고라고 해서 그 과실까지 같은 건 아니잖은가. 누가 먼저 진입했는지, 깜빡이는 켰는지, 우측에 다른 차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음주인지 아닌지 등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것처럼,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커플'이라고 해서 그 내용이 다 같진 않다는 걸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단독 매뉴얼을 진행할 때에는 가정환경, 스킨십 진도, 과거 연애사 등 다양한 질문을 한다. 개별로 저런 질문을 하니까 "근데 그런 건 왜 알아야 하죠?"라며 수상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내게 무슨 관음증 같은 게 있어서 그런 걸 물어보는 게 아니다. 위에서 말했듯 '사건 내용'을 알기 위한 질문이니 오해하지 마시길 부탁드린다.(음지(개별 메일)에서 저런 사항들을 물으니 다른 의도를 품고 묻는 걸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기에, 이렇게 양지에다 적어둡니다.)

자 공지는 이쯤하고, 금요사연모음 출발해 보자.


1. 솔로부대 엘리트코스의 도끼병.
 

스무살 무렵, 친하게 지내던 내 지인도 도끼병을 앓고 있었다.

지인 - 저 남자가 아까부터 나 쳐다보는 것 같아.
무한 - 신기하게 생겨서 쳐다보는 거야. 너 닌자 거북이처럼 생겼잖아.
지인 - …….



우린 친했기에 서로에게 저주스런 별명까지 붙여가며 놀 수 있었지만, 도끼병으로 의심되는 사연을 보내는 독자에게 "우와, 님 지금 무슨 <인셉션> 찍으세요? 팽이 계속 돌고 있어요." 라는 얘기를 할 순 없는 것 아닌가. 그러니 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보자.

사춘기나 사회적응기를 이성과 격리된 상태로 보내며 '솔로부대 엘리트코스(여중, 여고, 여대, 여초직장)'를 밟은 대원에겐 '도끼병' 발발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녀들은 자신과 돈독한 관계를 맺은 몇 명의 이성(아빠, 오빠 등)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이성에게 존댓말과 무언의 벽을 쌓는다. 이성 앞에서 까닭없이 화난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으며, 이성이 가득한 곳에서는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곤 한다. 그러다 팔 뻗으면 닿는 위치까지 이성이 다가오면,

'쟤가 나 좋아하나? 어떡하지?
내가 지금 물 마시러 오니까 정수기 쪽으로 일부러 다가온 건가?
나 지금 따로 좋아하는 사람 있는데 어쩌지?'



라며 꿈을 꾸기 시작한다. 물론 그건 꿈인 까닭에 현실에선 꿈속에서의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또 그녀들은 '이거 뭐지? 어장관리? 밀당 하는 건가?'라며 다른 꿈을 꾼다. 사연을 보낸 Y양도 마찬가지다.

"그 남자가 절 계속 쳐다보기는 해요.
예전보다 절 덜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여전히 다가오진 않아요.
제 친구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걸까요? 그건 분명히 아닌 것 같거든요?
쳐다보는 게 저라는 느낌은 확 와요.
그 남자가 먼저 말 걸어줬으면 좋겠는데,
저에게 그럴 정도의 마음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Y양에겐 먼저, 나이트를 그만 가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원나잇 같은 걸 하려고 가는 게 아니더라도, 욕구의 밀도가 높은 곳에 가서 남자들이 무료로 건네는 칭찬과 호의를 즐기다 보면, Y양의 도끼병은 더욱 심각해진다. 그곳에서

'그렇지. 옳지. 이게 옳은 반응이지. 내게 더 열광해! 어서 내가 예쁘다고 말해!'


하며 지내다 보면, 증세가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단 얘기다. 그 생활을 즐기며 옷도 '야한 옷'만 사서 입다 보니, 이젠 학교에 입고 갈 옷도 없어진 것 아닌가. 

일반적인 여자라면, Y양과 같은 상황에서 이미 상대와 인사 하고, 연락처 교환해 카톡하며 즐거운 수다를 떨고 있을 것이다. 상대가 넝쿨째 알아서 굴러 들어오기를 바라지 말고, 일단 인사부터 하길 바란다. 무관심한 척 시선 의식하며 지나가는 거, 남자들도 다 눈치 챈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쑥덕거리는 거지, Y양에게 관심을 가지고 고백을 하려 쳐다보는 거 아니다. 남자는 바보가 아니다. Y양이 일부러 냉랭한 표정 지으며 모델워킹하는 거, 다시 말하지만, 남자도 다 안다.


2. '엄한 아버지를 둔 여자친구'와 헤어진 남자.
  

K씨가 미운 말 좀 해도 괜찮다고 했으니, 빙 돌아가지 말고 질러 가보자.

"시간을 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건 무한님의 글을 보고 잘 알구요.
그리고 지금 와서 매달려도 가능성은 희박한 걸 알고 있습니다.
제가 잡고 싶어도 사랑은 둘이 하는 거지요."



저건 그냥 비련의 주인공 놀이다. 떡국 한 그릇 더 먹고 저 글을 다시 읽어보면, 숨고 싶을 정도로 오글거릴 것이다. 그리고 K씨는 연애를 한 게 아니다. '내 판타지에 맞춰 줄 여주인공'을 골라, 잠깐 연기 하다가 끝난 거다. 난 K씨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건네 보고 싶다.

- 헌신적이긴 했지만, 그냥 헌신이 전부였던 사람은? 
- '내가 바라는 여자친구'처럼 굴라는 얘기로 대화의 8할을 장식한 사람은?
- 편한 존재가 되려는 노력보다 '연인처럼 보이는 것'에 더 마음을 쓴 사람은?
- 원하는 대로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빈정거리고 시큰둥하게 군 사람은?
- 정말 좋아한다면 더 잘 할 수 있는 거라며 상대를 몰아붙인 사람은?
- '1순위' 운운하며 버틸 자신이 없다는 말로 상대 눈에 눈물 나게 한 사람은?
-  미안하다며 우는 상대를 혼자 집에 가게 내버려둔 사람은?



답은 전부 'K씨'다. 사귀는 내내 자신의 템포에 맞추라고 상대를 갈군 사람은 K씨란 얘기다. 저게 전부가 아니다. 헤어지고 나서도 K씨는, 이 불편한 감정을 얼른 정리 하려고 'K씨 마음대로' 행동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K씨의 판타지만 있을 뿐이란 얘기다.

어제 발행한 매뉴얼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상대의 마음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없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K씨는 사귀는 동안 늘 상대의 마음에 의심을 품었고, 그러다보니

"저는 그녀와 만날 생각에 굉장히 들떠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만남을 나중으로 미루더군요.
그 전에도 제가 한 제안에 나중을 기약하는 그녀의 태도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제게 조금씩 쌓이던 불만들이, 결국 폭발해 버린 것 같습니다."



라는 얘기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결론짓자면, 의심하는 남자에게 '그렇게 생각하는 줄 몰랐다. 미안하다.'며 눈물로 사과하는 여자는, 그 만남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건 90% 이상 K씨가 잘못한 거다. 가능성 운운하며 첫 연애라 힘들었다는 얘기는 그만하고, 어서 빨리 미안하다고 사과부터 하길 권한다. 감상에 빠져 비련의 주인공 놀이 하는 거 그만하고, 얼른 정신 차리자.


3. '우리 사귀는 사이 맞냐는 남친'과 싸운 여자.


J양과 남자친구는 올해 29살로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사귄지는 1년이 조금 넘었고, 둘의 부모님들께서 서로 친하시기에 둘은 만남을 비밀로 하고 있다. J양은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데, 다섯 번 시험을 봐 다섯 번 모두 낙방했다. 그래서 J양의 부모님께서는 "이번엔 그냥 지방에 넣어라."라는 이야기를 하고 계신 상황이다.

여하튼 그렇게 잘 지내고 있던 어느 날, 사건이 터진다. 둘의 교제사실을 모르시는 J양이 어머니께서, 남자친구 어머니께 J양의 '미래계획' 얘기를 해 버리신 거다.

"우리 딸은 이번에 지방으로 임용 보게 해서 합격 시킨 뒤에,
거기 사는 친척한테 얘기해서 선 보게 하려고. 괜찮은 남자랑 결혼시켜야 하는데…."



저 말을 들은 남자친구의 어머니는, '친구 딸'에 대한 이야기를 아들에게 하고 만다. 얘기를 다 들은 남자친구는, 급했는지 양말도 신지 않은 채 밖에 나와, J양을 불러내 따지기 시작했다.

남친 - 왜 그런 중요한 일을 나한테 한 번도 말하지 않은 거야?
J양 - 확정된 건 아니야. 엄마랑 얘기만 했던 거지, 결정된 거 아니야.
남친 - 내가 그걸 우리 엄마 통해서 들어야 하는 거야? 우리 사귀는 사이 맞아?
J양 - 난 대답하지 않고 생각해 본다고만 했어.
남친 - 생각해 본다는 게 지금 말이 되는 거야? 그건 고민한다는 얘기잖아.
J양 - 솔직히 맞아. 선 얘기는 엄마 혼자만의 생각이고,
        지방으로 가는 건 솔직히 그러고 싶어.
        지금처럼 기간제로 일하는 것도 너무 불안정하고,
        붙여만 준다면 달나라라도 가고 싶어. 또 떨어지면 내 멘탈이 못 견딜 것 같아. 
        다른 지역 썼으면 붙고도 남았을 텐데, 그동안 여기 고집하느라 너무 힘들었어. 
남친 - 그럼 우리는? 너 거기 가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J양 - 주말마다 내가 올라와서 보면 되는 거잖아. 합격하면 다시 서울로 시험 볼게.  
남친 - 어차피 합격해도 올라올 거면, 이번에 서울로 봐. 아님 경기나 인천, 수도권이라도. 
(저 '수도권'이라는 말에 J양이 자극받아, 여기서부터 언성이 높아짐.)



이후의 대화를 더 옮기면 너무 사생활이 드러나는 까닭에 옮기진 않겠다. 사연 설명은 이쯤하고, J양이 부탁한 '해결책'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남자는 '장거리 연애가 될지도 모르는 부담감'에 화가 났다기 보다는, '혼자 다른 생각 하고 있는 여자친구'에 화가 난 거다. 그는 꽤 구체적인 '지방임용고시'와 '친척의 선 자리 주선'등의 프로젝트를 듣고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위의 대화를 보면 알겠지만, 그 부분에 대해 J양이 명확히 해명하지도 않았다. 때문에 남자는 J양이 지방으로 내려가 버리면, 저 프로젝트가 그대로 시행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무작정 '지방임용 절대불가'라는 태도를 취한 것이고 말이다.

일요일에 만나서는 일단 '지방임용'을 보지 않겠다고 말하길 권한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입장이 바뀌어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J양 역시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을 거라는 얘기를 하길 바란다. '그럼 나는 대체 뭔가? 서울에 있을 때 잠깐 만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다고. 그 뒤에는 J양이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겪고 있는 불안함과 임용고시 낙방에 대한 공포에 대한 얘기들도 하길 바란다. 그것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위로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남자친구의 몫이니 말이다. "나는 이래서 이랬다. 지방임용 볼 거다."라는 것만 고집하면, 저 배신감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니 남자친구가 안심할 수 있도록 미안함을 전달한 후, 함께 계획을 세우기 바란다. 

"근데 저, 정말 임용고시는 지방에서 볼까 생각 중인데요…."


9월 넘어서 해도 될 걱정을 지금부터 하느라 싸우지 말자. 일단 '신뢰'를 회복하는 게 먼저다. "내가 지방 내려가면 주말마다 올라온다고!"라며 목소리 높이면,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고지식함은 잠시 내려두고, 이번엔 융통성을 가지고 한 번 가보자. 


다음 주엔 '헤어진 후 여지만 남기는 남자'에 대한 매뉴얼을 발행할 예정이다. 혹시 저 '여지' 때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희망고문 당하고 계신 독자가 있다면, 주저 하지 말고 공지 확인 후 normalog@naver.com 으로 사연을 주시기 바란다.

자 그럼,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마음껏 즐기시길!



"무한님이 글에서 암호로 저에게 신호를 보내셨잖아요."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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