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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사랑받는 연애를 하다가 순식간에 차이는 여자들

by 무한 2013. 4. 15.
사랑받는 연애를 하다가 순식간에 차이는 여자들
'연애를 할 때 한 번도 싸운 적 없다'는 걸 내세우며 그만큼 잘 맞는 사람이었다는 얘기를 하는 독자가 많다. 하지만 한 번도 싸우지 않는 연애라는 건,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맞추기만 한 연애였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서로에게 '착한 사람'으로만 보이려고, 불만이 있으면서도 억지로 웃는 낯만 보여줬을 수 있고 말이다.(간단히 말해 서로 '연인 서비스'를 베풀었을 뿐이라는 얘기다.)

대개 '연인 서비스'의 끝은 '마지막까지도 좋은 모습만 보여주기'가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유기된 사람이 받게 되는 충격도 크다. 친구 따라 강남에 갔는데, 친구가 집에 일이 생겼다며 가 버리는 것과 같다고 할까. 남은 사람은 버려진 자리에서 미아의 기분을 느끼며

"전 이제 어쩌죠? 제가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이 돌아올까요?"


라며 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가 그렇게 잘 해주고, 한 번도 싸우지 않았을 정도로 잘 맞던 연애인데, 대체 뭐 때문에 이런 상황에 놓였는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착한 사람으로 남고자 한 상대는 이별 사유에 대해 '우리 문제'가 아닌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외부의 문제'를 내미는 까닭에, 남은 사람은 미련과 후회와 안타까움과 그리움으로 점철된 시기를 보내게 된다.

그냥 딱 솔직하게 "너랑 결혼까지 하기엔 내가 아깝다."라고 말해주거나, "너에 대해선 이제 잘 알겠고, 난 다른 사람을 더 만나보고 싶다."라고 말해줬다면 인연의 끈을 놓기가 수월할 텐데,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대한 솔직해 봐야 "널 좋아하지만, 사랑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이 반대하실 게 뻔한데, 난 부모님 마음을 돌릴 자신이 없다." 정도의 말을 할 뿐이다.

오늘은, 저런 마지막을 맞게 되는 여자들의 문제점을 함께 살펴보자.


1. 그래서 어쩌라는 거?


참 신기하게도, 이런 연애를 하는 여자들의 대부분이 카톡으로 실시간 보고를 한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상대에게 알릴 기세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나 샤워하고 나왔어. 오빤 씻었어?"


정도로 물으면 될 이야기를 가지고,

"나 샤워하고 나왔어. 근데 내가 샤워하면서 생각해 봤는데 어쩌고저쩌고.
아 근데 그게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고 또 어쩌고저쩌고.
그리고 샤워하면서 오빠 생각도 했는데 어쩌고저쩌고.
오빤 씻고 나온 거야? 오빠 씻은 거 내가 검사해야 하는데 어쩌고저쩌고."



라며 아예 실시간 일기를 써 버린다. 그녀가 내 친구였다면,

"와, 너 무슨 방언 터졌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죠? 어쩌라는 거죠?"


라고 묻고 싶을 정도다. 저게 처음엔 꼬꼬마가 조잘조잘 수다 떠는 것 같아서 귀여울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도 계속 저런 식이면 끔찍하고 부담스럽다.

더 신기한건, 저런 연애를 한 뒤 헤어지고 나서 내게 사연을 보내는 독자는 '정상'이라는 거다. 사연을 보낸 여자는 논리정연하게, 또 차분하게 조목조목 설명할 줄 아는 이십대 후반의 여자다. 그런데 첨부된 카톡 대화엔 신내림 받은 듯한 수다쟁이 여자가 들어있다. 둘이 같은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내가 그대의 남자친구고, 그대가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얘기를 한다고 해보자.

"오늘 블로그에 댓글이 달렸는데 어쩌고저쩌고.
아 그리고 나 전에 말한 곳에 원고 보내기로 했어.
아침은 먹고 나온 거야? 나는 어쩌고저쩌고.
힘들지? 월요일이라서 힘들 텐데, 우리 조금만 힘내서 어쩌고저쩌고.
우리 내일 간만에 조개구이도 먹고 어쩌고저쩌고. 화이팅!"



한 주만 지나도, 그대에게 난 피곤한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저 말에 그대는 자연히 "어 그래. 너도 화이팅!"이라든가 "응 알았어. 내일 조개구이 먹자." 정도의 단답만 하게 될 것이고 말이다. 지금 카톡대화를 열어 확인해 보길 권한다. "회원님/회원님/회원님/회원님/상대" 의 대화가 보인다면, 그대의 연애는 침몰하는 중이 분명하다.


2. 틈을 안 주네.


고등학생 시절, 친구가 명문대 대학생에게 수학과외를 받은 적이 있다. 학원을 다녀도 오르지 않는 수학 점수 때문에 친구 부모님이 과외를 시킨 것이다. 그런데 그 친구의 수학점수는 오히려 학원을 다닐 때보다 더 떨어졌다. 어느 주말, 그 친구와 이태원에 나가기로 한 까닭에 친구의 집에 갔다가, 과외 선생님이 가르치는 걸 본 적이 있다. 난 왜 친구의 점수가 더 떨어졌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대학생 - 좀 전에 내가 가르쳐 준 대로 풀어봐.
친구 - …….
대학생 - 어려워? 이건 이러이러하게 풀면 되잖아.
             (혼자서 다 풀어준 뒤) 그럼 다음 문제 풀어 봐봐.
친구 - 음….
대학생 - 봐봐. 이건 이러이러하게 풀면 돼.
            (역시 혼자서 다 풀어준 뒤) 아래 문제까지만 풀어보자. 풀어 봐봐.

친구 - 이건 그러니까 음….
대학생 - 아니 이걸 적용해야지.
            (역시 다 풀어준 뒤) 이제 알겠지?



과외 선생님은 친구 혼자 생각해서 풀 시간을 안 주곤, 친구가 끙끙대면 혼자서 문제를 다 풀어버렸다. 때문에 '문제풀이 구경'만 한 친구의 수학실력은 늘지 않았던 것이다.

'싸우지 않는 연애'나 '예쁜 연애'를 하려고 하는 독자들이, 저 과외선생님과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다. 그녀들은 사랑한다는 말을 듣기 위해 먼저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행여 상대에게 연락이 오지 않을까봐 먼저 연락을 한다.

커플 부대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부분인데,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상대에게 알려주려면 연락을 줄이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못 믿겠다면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의 연락을 생략해 보기 바란다. 정상적인 연애 중이라면, 당장 위기감을 느낀 상대가 연락을 해 올 테니 말이다.(정상적이지 않은 연애라면, 며칠을 연락 안 하든 상대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독자들이 "오빠 아직도 밖에 있나 보네…." 따위의 카톡에 '서운한 점'들을 가득 담아 보낸다. 그러고는 다음 날까지 상대의 답이 없으면, "오빠 어제 늦게까지 얘기하다 피곤해서 뻗었나 보다. 난 지금 일어났어요~."따위의 카톡으로 '섭섭함을 꾹 참고 쿨한 척' 하는 카톡을 보낸다.

그렇게 혼자서도 잘 하고, 문제가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척 덮어버리니 관계는 점점 엉망이 된다. 상대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할 틈을 줘야 하는데, 그럴 틈도 주지 않은 채 이쪽에서 '문제와 답'을 모두 상대에게 통보하는 것이다. 그럼 당연히 상대는 저 상황에 꼭 맞는 "오빠가 바빠서 섭섭했지? 앞으로 오빠가 더 잘 할게."정도의 '위기탈출용 멘트'를 한다. 

거기에 이쪽에선 또 '잘 할 틈'도 주지 않도 또 이쪽에서 "아냐 오빠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사랑해." 따위의 '의좋은 연인' 코스프레를 하니, 가볍고 공허한 사랑고백만 오가는 밀도 낮은 대화가 되어 버리고 만다. 미안해, 괜찮아, 미안해, 괜찮아, 미안해, 괜찮아, 그러다 연애는 종말을 맞는다.


3. 연인 연기 같아요.
 

아래와 같은 대화라면, 별 마음이 없어도 한 달 쯤은 내가 리액션하며 놀아줄 수 있다.

여자 - 우리 자기 일어났어요? 난 준비 할게요~
무한 - 나 지금 일어났어요~ 얼른 씻을 게요.
여자 - 응응. 오늘 날씨 춥네요~ 보고 싶어요.(하트)
무한 - 난 자기랑 안고 있고 싶당 ㅎㅎ
여자 - 안고만? ㅎㅎㅎ 쪼오오오옥(하트)
무한 - 안고만 있겠어요? ㅎㅎㅎ
여자 - 꺄아아아악~ 늑대! 내 뽀뽀 받기만 하구~ 미워~
무한 - 쪽쪽쪽쪽(하트)
여자 - 히이이잉 근데 나 얼굴에 뭐 났어요 ㅠ.ㅠ
무한 - 울 쟈기는 뭐가 나도 예뻐요~



대화의 8할이 다 저런 얘기다. 연애 하면 유치해 질 수 있는 건 맞지만, 계속 저런 유아 수준의 대화만 하면 분명 문제가 생긴다. 얼굴에 뭐 났다고 셀카 찍어서 보내고, 예쁜 글 발견하면 캡쳐해서 "우리도 이렇게 사랑해요~"라며 보내고,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사람들인지 매일 "피곤할 텐데 푹 쉬어요~" 따위의 얘기만 하는 연애.

재미있는 건, 저렇게 지내다 이별의 순간이 찾아오면 그제야 진지해 진다는 거다.

여자 - 무슨 얘긴지 잘 알겠어. 많이 생각하고 한 얘기일 테니, 받아들일게.
무한 - 미안하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서…. 잘 지내.
(며칠 후)
여자 - 오빠 마음이 그 정도였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의 반대를 극복하고 싶을 정도로 날 사랑한 건 아니었다는 생각.
         딱 하나만 물어보고 싶어. 오빠는 정말 나랑 결혼까지 생각했던 거야?

무한 - 전에 말한 그대로야. 앞으로 우리 연락 안 했으면 좋겠다. 미안해.
(며칠 후)
여자 - 아직 부모님을 뵙고 말씀드린 것도 아니잖아. 미리 겁먹을 필요 없는 거잖아.
(몇 주 후)
여자 - 오빠 생일 축하해.
(며칠 후)
여자 - 오늘 우리 갔던 식당 근처에 다녀왔어. 우리 사귈 때 생각나더라.
         그땐 우리가 이렇게 될 줄 상상도 못 했었는데. 놓아야겠지. 그게 맞는 거겠지.



사귈 때 "오빠, 나 예쁘다고 해줘.", "오빠 나 잘 했다고 해줘.", "오빠 나 우쭈쭈쭈 해줘." 따위의 요청을 하곤 리액션 받은 건, '사랑 받은 것'이 아니다. 연애해서 행복하다며 정신 줄 놓고 혀 짧은 소리만 하지 말고, 둘의 만남이 지금 어딜 향해 가는 것인지, 혹시 부근에 암초가 있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길 바란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두 사람 다 운전대를 잡고 있지 않으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그대가 연애만 할 생각이라면 위와 같은 모습의 연애를 해도 된다. 이십대는 거의 대부분이 그렇고, 삼십대에 접어든 남자 중에도 결혼 생각 없이 연애만 하고 싶어 하는 남자들이 꽤 있으니, 그런 남자와 만나 하트 날리며 달달한 연애의 즐거움만 누리면 된다.

하지만 둘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오늘부터라도 둘의 대화에서 '영양가 없는 부분'을 줄여 나가길 권한다. 서로의 활력소가 되는 안부 카톡 정도는 괜찮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뿌잉뿌잉' 하고 있다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는 '정리해야 할 철없는 여자'가 되고 말 것이다.

어리광 부리다가 어린애 취급 받는 독자들이 정말 많다. 어린애 취급을 받으면 상대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긴 하니, 또 그게 좋아서-혹은 그게 '사랑받는' 거라 느끼며- 기대는 여자. 그저 짐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대는 힘이 되는 여자인가, 아니면 짐이 되는 여자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전 삼십대인데, 저거 제 얘기 같아요." 그럼 정말 심각한 겁니다. 사연 주세요~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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