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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호감 가는 상대에게 다가가기 전 살펴봐야 할 것들.

by 무한 2013. 4. 30.
호감 가는 상대에게 다가가기 전 살펴봐야 할 것들.
요즘 왜 커플들의 얘기만 다루냐고 항의하시는 독자 분들이 계신데, 솔로부대원들의 사연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렇다. 솔로부대원들이 보내는 사연 역시 '이전 연애'에 대한 것이기에, 모태솔로부대원들에게는 그게 커플들의 얘기처럼 들리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모태솔로부대원들과는 아래와 같은 대화만 나누고 있다.

모솔 - 저… 대화하는 이성이 하나도 없는데, 이럴 땐 어떻게 사연을 보내야 하죠?
무한 - 음, 주변에서 자주 마주치는 여성이라든가, 아님 친구로 지내는 이성도 없나요?
모솔 - 네.
무한 - 생활하시면서 마주치는 이성이 하나 둘은 반드시 있을 텐데요?
모솔 - 제가 공대 졸업 후 IT 쪽에서 일을 하는 중이라….
무한 - 아….
모솔 - 최근에 헬스장에서 마주치는 여자가 있긴 해요.
무한 - 어떤 사람인가요? 나이는? 통성명은 하셨어요?
모솔 - 그게 정숙이….
무한 - 이름이 정숙이인가요?
모솔 - 아뇨. 정수기 앞에서 두 번 마주친 게 전부라, 아는 게 없어요.
무한 - 아….



인사하는 것까지 어려워 할 정도라면, 나도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옆에서 계속 부추겨야만 겨우 용기가 생기는 소심함을 극복해야 한다. 편의점에 들어가 "죄송한데, 나무젓가락 하나만 얻을 수 있을까요?"라는 얘기를 하는 걸, 전쟁터에 나가는 것보다 더 끔찍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그랬다가 거절당한다고 해서 인생 끝나는 거 아니다. 마찬가지로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인사를 했다고 따귀를 맞는다든가 말 한 번 걸었다고 체포당하는 일 없으니, 긴장 풀고 시도해 보길 권한다.

자 오늘은, 이런 솔로부대원들을 위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


1. '과거에 널 이성으로서 좋아했었다'는 남자의 등장.


대학교 다닐 때 친하게 지내던 오빠에게 전화가 왔다는 사연이 있었다. 늦은 저녁, 그는 술자리에 있다가 잠깐 빠져나와 전화하는 듯, 멀리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취한 목소리로 말했다.

"M양아, 네가 기억하는 대학 때의 나는, 어떤 사람이니?"


M양은 그가 오랜만에 술 마시자고 전화한 줄 알았는데, 저런 뜬금없는 소리를 해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오랜만의 연락이 반갑기도 했고, 그가 졸업 후 아직 취업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 힘이 되어 주고자 대답했다. 오빠는 좋은 사람이고, 학업엔 좀 소홀했지만 과 생활은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사람이고, 내가 학교 다닐 때 날 챙겨줬던 고마운 사람이기도 하고, 뭐 그런 얘기 말이다. 그러자 그는

"너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다른 사람에게 듣는 것보다 훨씬 든든하다.
넌 내가 반했던 여자고, 네가 언제든지 힘들고 지치고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 힘들 때 언제든 연락해라."



라고 말했다. 여대와 비슷한 분위기의 대학원 생활 속에서 무료함을 느끼고 있던 M양은, 저 말을 듣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M양은 대학시절 그를 잠깐 좋아한 적 있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 이후로 상대에게선 별다른 연락이 없고, M양은 그에게 어떤 말로 다가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중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이게, 그가 막 던진 떡밥이라는 생각이 든다. 술 마시곤 외로움이 증폭되어 전화번호부를 뒤적이다 과거에 친하게 지냈던 여자의 번호를 발견했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서로의 공감대(대학생활)를 더듬어 가다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는 걸 확인한 뒤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내가 반했던 여자'라는 부분 역시 탐탁지 않다. 그는 대학시절 여자친구가 있었다. 작년 연말까지 꽤 오래 사귄 커플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사귀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통화할 때 내가 옆에 있었으면, "너도 이성으로 그를 좋아했었다고 말해. 그리고 그 역시 지치고 힘들 때 네게 전화 하라고 말해."라는 얘기를 했을 것 같다. 떡밥에는 떡밥으로 응수하는 게 제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순진한 M양은 "네 꼭 연락할게요. 오빠 내일 기억 못하는 거 아니죠?"라며 상대에게 찌올림을 확인해 주었다.

M양에겐, 전혀 기대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일이고, 그가 말한 과거는 M양이 첨부한 카톡대화에 비춰보면, 전부 다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 투성이다. 대학시절 과 행사 때문에 연락했을 때 그는 "여자친구가 이성과 연락하는 거 싫어하니, 낮에는 톡 보내지 말아줬으면 한다."는 대답을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지금 '사실 너 좋아했었다.'고 말하는 그의 말에 정신 줄 놓지 말고, 과거엔 M양이 그에게 '그들 중 하나'였을 뿐이라는 걸 명확히 인식해 두길 바란다.

연락하고 지내는 걸 반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지금처럼 관계가 진행된다면 과거를 토대로 아주 손쉽게 연애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좀 염려가 된다. 졸업 후 연락이 끊긴 채 남남처럼 지내다가, 그가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 '예전에 널 좋아했었다'는 말을 하자, M양은 별 필터링 없이 그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서로 상대가 어떤 사람이며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를 알아가기 위해 친하게 지내는 건 찬성하지만, 같은 학과 학생이었다는 것에다 '예전에 널 좋아했었다'는 말 한마디 얹어 연인이 되는 것엔 반대한다.


2. 날 기억하는 알바생,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K씨에게는, 동네 호프집에서 같은 안주를 자주 시키는 단골손님을 기억하는 건 그닥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걸 먼저 말해주고 싶다. 가게 주인 및 알바생과 대화를 하다가, 알바생이

"늘 어묵탕 드시잖아요~"


라는 얘기를 한 건, 그냥 단골손님에게 할 수 있는 자연스런 멘트다. 보통 내 경우엔 알바생이 위와 같은 얘기를 했을 때, "요태까지 날 미행한고야?"라거나 "그거 알려지면 안 되는 건데, 비밀 지켜주세요." 따위로 받는다. 그럼 한 번 더 웃게 되고, 다음에 갔을 때 자연스레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되는데, K씨는

'어? 잠깐만. 날 기억하고 있었던 거야. 날 눈여겨봤다는 얘긴가? 뭐지?'


라면서 이걸 연애로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1안 -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카톡을 하며 친해진다.
2안 - 가게 문 닫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얘기 좀 하자고 한다.



따위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K씨가 내게 요청한 것 역시,

"어떤 식으로 전화번호를 물어봐야 할 지 알려주세요."


라는 부탁뿐이다.

내가 만약 K씨라면, 다음 번 호프집에 갈 때 일단 딸기부터 한 번 사 가지고 갈 것 같다. 별로 바쁘지 않은 소규모 호프집인 것 같은데, 그러면 떨이로 파는 딸기를 사왔다며 나눠 먹자고 하면 된다. 그녀의 전화번호 알아내는 것을 1순위로 두는 게 아니라, 단골손님 특유의 넉살로 '주인-알바생-K씨'가 순대에 떡볶이라도 한 번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곳 사장도 K씨 또래라고 하고, 또 그 알바생 역시 그렇게 어울리는 걸 어색해 하지 않는다고 하니, 호프집이 한가할 시간에 먹을 거 하나만 사가도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그녀가 K씨에게 철벽을 치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저 정도의 액션에도 K씨를 부담스러워 하거나 불편해 하면, 그건 '어묵탕' 얘기가 단골에게 한 예의상 멘트라는 걸 확실히 증명해 주는 것이다. 대개 K씨와 같은 처지에 있는 솔로부대원들이, 상대의 '서비스'를 자신에 대한 관심이라 착각해 들이대는 경우가 많은데, 당장 사랑고백 할 생각하지 말고 그게 정말 '관심'이 맞는지 부터 확실히 살펴보길 권한다.


3. 장난치는 복학생 오빠, 관심이 있는 걸까?


J양의 그 복학생 오빠는, 그냥 장난꾸러기다. 나도 스무 살 무렵에 그런 장난을 치며 놀았다. 여자 동기가 친구랑 얘기를 하고 있으면 불쑥 끼어들어,

"그래? 그 사람이 잘못했네."


식의 이야기로 은근슬쩍 섞이는 대화법. 또 다른 동기가 혼자 시무룩하게 과방에 앉아 있을 땐, "딸기우유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그래? 가자, 내가 사줄게."라며 이야기를 걸기도 했다.

물론 모든 이성에게 그런 장난을 친 건 아니다. 딱 봐서 장난을 받아줄 만한 이성에게만 장난을 쳤다. J양의 '복학생 오빠'역시 저 시절의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장난을 치는 것으로 보인다. 줄게 있다고 손 펴보라고 한 뒤 휴지를 주는 장난 같은 거, 하아, 또 옛날 생각나네. 

여하튼 그 복학생은 J양에게 관심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이성을 그런 식으로 대하는 것에 익숙한 거다. 그가 수업시간에 옆에 앉아선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 사진을 보여준 것 가지고 J양은 두근두근 하는 것 같은데, 그거 레퍼토리다. 이성을 대하는 것에 별로 거리낌 없는 사람들은, 옆에 앉아서 손 크기를 서로 재보기도 하고 간단히 할 수 있는 마술 등을 보여주며 놀기도 한다. 

"근데 이 오빠가 다른 여자애들이랑도 친하게 지내요. 그래서 전 주춤하고 있어요."


그게 바로 그가 장난꾸러기라는 확실한 증거다. J양은 그가 눈을 잘 못 마주치는 것 같았다거나,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는 식의 '힘 없는 증거'만을 자꾸 내세우는데, 그것 역시 장난꾸러기들에게는 자연스레 몸에 익은 처세술이다. 늘 유쾌한 장난만 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장난꾸러기들에게는 그런 순간에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능력이 개발된다. 

꾸러기 - 원더우먼이 늙으면 원할머니가 된다는 게 레알?
이성 - 뭐야, 재미없어요. 
꾸러기 - 우리 헤어지자. 
이성 - 맨날 할 말 없으면 맨날 헤어지재 ㅋ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ㅋ

 

보통 저렇게 가볍게 받기 마련인데, J양은 상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저런 대화에도 큰 의미부여를 한다. '헤어지자고 장난친 건, 혹시 우리가 연인처럼 지내고 있어서 한 말일까?' 따위의 '너무 나가버린' 해석을 하는 것이다.

서두를 것 없이 지금처럼 지내면 된다. J양은 그와 커피숍에 가서 함께 시험공부를 하고 SNS로 이런 저런 수다를 떤다고 했는데, 딱 그 정도 선을 유지하며 점점 친해지는 게 좋다. 다만, 잔다는 사람 붙잡고 카톡으로 "나 심심하니까 놀아줘요."같은 얘기로 매달리는 건 삼가길 권한다. 그에게 '할 일 없어 심심한 여자, 만날 사람 없는 여자'로 보이지만 않는다면, 이 연애는 굳이 J양이 억지로 이으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 누군가가 옆에서 부추겨야만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연애를 시작해도 늘 상대에게 확인을 받아야만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관심을 가져달라고 매달리기만 하는 관계는 연애를 시작해도 비슷한 형태를 유지할 것이고, 달콤한 말 한 마디로 내 모든 걸 다 내주면 모진 말 한 마디로 내 모든 걸 다 잃을 수도 있다.

이렇게만 적어두면 또 시무룩한 얼굴을 한 솔로부대원들이 있을 것 같아서, 오늘은 그 속이라도 시원할 수 있게 영상을 하나 소개할까 한다.




▲ <빠담빠담> E06, 강칠 "사과해요 나한테!"

자 그럼, 즐거운 화요일 보내시기 바라며!



▲ 저 동영상에 달린 베플이 아마 "여자들은 나에게 사과해야 한다."였을 겁니다.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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