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남을 부담스럽게 만들어 놓고 고백한 여자
내가 이십대 중반일 때의 일이다. 친구 K군 커플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당시 K군은 복학생이었고, 여자친구인 S양은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성수기였지만, 둘 다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집안의 지원을 받고 있었기에, 여행을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여행을 다녀와서 K군 커플은 헤어졌다. 매뉴얼 제목을 [썸남을 부담스럽게 만들어 놓고 고백한 여자]라고 해놓고, 친구 여행 다녀와서 헤어진 얘기를 하니까 혼란스러워 할 독자 분들이 계실 텐데, 오늘 사연을 설명하기엔 이게 참 괜찮은 사례니 이 이야기로 출발해 보자.
S양이 응석받이라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다. K군 커플과 밥을 몇 번 먹은 적 있는데, 그때마다 S양은 누군가 수저를 꺼내주고, 물을 떠다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치킨을 먹을 때도 내가 예의상 닭다리를 권하면, 그녀는 한 번 거절하는 법 없이 받아서 먹었다. 하아, 내가 꼭 닭다리를 못 먹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사양지심 예지단야(맹자, '사양하는 마음이 예의의 단서'라는 뜻)라 했거늘‥.
여하튼 그런 S양과의 여행이니, 순조롭지 않을 건 이미 예정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제일 먼저 K군의 운전실력이 문제가 되었다. 면허는 진작 땄지만 운전경험이 별로 없었던 K군은, 내비게이션이 말해주는 대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에도 애를 먹었다. 그 모습을 보며 S양은 입을 닫았다.
'맛집'이라고 소개 받아 찾아간 곳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사람이 많아 밖에서 좀 기다린데다가, 음식도 S양의 입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S양은 젓가락질 몇 번 하고는 짜다고 먹지 않았다. 그래도 주변 풍경이 워낙 아름다웠던 까닭에 잠시 휴전상태가 되긴 했다. 하지만 숙소에 도착하면서 다시 갈등이 찾아왔다. K군이 예약한 펜션이 너무 엉망이었던 것이다. 사진에서 보던 것과 비슷하게 생기긴 했지만 왠지 초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다, 펜션 주변엔 아무 것도 없었다. 게다가 이상할 정도로 그 펜션엔 바퀴벌레가 많았기에 둘은 경악했다. '혹시 여기에도 있지 않을까?'하고 들추면, 그곳엔 어김없이 바퀴벌레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에도 횟집에서 바가지를 쓴 것과 렌터카 반납 시 실랑이로 인한 다툼, 거기에 선물구입을 두고 갈등을 겪은 일까지, 둘은 사귄 이래 가장 격렬한 싸움을 제주에서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헤어졌다.
S양과 비슷한 유형의 여자에겐 감사나 칭찬의 말을 듣기가 힘들다. 그런 유형의 여자는 남자가 잘 하려고 노력하면 '당연히 그래야지'정도로 받아들일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가 잘못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책임을 남자에게 물으려 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큰 문제가 된다. S양과 같은 유형의 여자가 사고하는 방식은 아래와 같다.
별표에 주목하자. 난 저기서 그녀가 왜 짜증내는지를 알고 있다. 하지만 보통의 남자는
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남자 입장에서 보면 '비가 오는 것'은 자신의 탓이 아닌데, 날씨까지도 자신의 책임이 되고 마니 그녀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때문에 이런 관계는 더 이상 자신이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곤 놓아버리기 마련이다.
위에서 말한 '짜증이 난 이유'부터 풀어가 보자. 놀이동산에 가기로 했던 그녀가 짜증난 건, 상대가 결정하라고 말한 것이 '오늘 놀이동산을 가든 다음에 가든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로 보이며,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결정권을 넘기는 것이 상대의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울퉁불퉁한 마음이 되고 나면, 과거에 서운했던 것까지 한꺼번에 떠오르기 마련이다. 상대가 약속을 해 기대를 부풀려 놓고, 결정적인 순간에 흐지부지하게 만들었던 일들을 모두 추려낸다. 그러고는 그 일들에 대한 복수를 한꺼번에 하려는 사람처럼 상대에게 퍼붓는다. 이게 바로 사연을 보낸 Y양이 저지른 일이다.
상대의 잘못이 아닌 다른 이유로 약속이 취소되었을 때 Y양이 한 말이다.
음, 우리끼리니까 빙빙 돌릴 것 없이 그냥 직설적으로 말하자.(Y양이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Y양이랑 사귀면 완전히 뒤집어 써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함정에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남자친구가 되는 순간 Y양의 요구에 모두 맞춰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연애가 길고 괴로운 노예생활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여자와는 퇴근길 팥빙수 한 그릇만 사줘도 웃으며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Y양에게 그랬다간
라는 말을 들을 것 같다. 또, 만약 그 자리에 Y양의 취향이 아닌 옷을 입고 나갔다간,
라는 비평을 들을 것 같다.(실제로 Y양은 상대의 옷과 신발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다.)
상대는 Y양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고, 연애는 Y양에게 충성하는 남자를 골라 노예처럼 부리는 게 아니다. 그런데 Y양은 상대가 Y양을 기쁘게 해 주길 기대하고, 지금보다 더 충성하면 결혼을 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자연히 상대에겐 Y양이 짐짝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사연의 클라이막스는 아래와 같다.
피곤하다. 매순간 충성도와 헌신도를 확인받는 느낌이다. 애완견처럼 굴지 않으면 잔소리가 쏟아지고, Y양이 바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십중팔구 지적질을 당한다. 만약 상대가 Y양의 옷과 신발에 대한 지적을 하고, 말투와 행동에 대해 잔소리를 하며, 하루에 무조건 두 번은 연락하라고 말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 그런 남자와 연애를, 또 결혼을 하고 싶겠는가?
이 외에도 결혼 얘기와 소개팅 얘기, 선물 얘기와 30대 남자에 대한 얘기 등 살펴봐야 할 부분이 많이 있지만, Y양이 사연을 [노멀]로 보낸 까닭에 나머지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한다.
Y양은 며칠 뒤 상대와 만나기로 했다. 그때 원피스 입고 최대한 예쁘게 하고 나가서 어필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청담동 가서 메이크업 받고 나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내가 제시하고픈 해결책은 아래와 같다.
ⓐ상대의 얘기를 더 많이 듣기.
카톡대화에선 Y양이 '목적'을 가지고 말을 건 까닭에, 예의상 상대에게 질문 하나 던져 놓고는 이어 자신의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모습이 보인다. 이거 전에 성별을 바꿔 한 번 한 적 있는 이야긴데, '목적'을 가지고 대화하면 아래와 같은 식의 대화만 하게 된다.
겉으로 보기엔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저건 그냥 얕은 대화다. 만약 내가 Y양이라면 먼저 "거긴 어떻게 생겼어? 나 한 번도 못 가봤는데."라며 사진 한 장 찍어 보내 달라고 할 것이고, 그곳의 친구들은 어떤 사람인지도 물어봤을 것 같다. 카톡으로 Y양이 하고 싶은 말만 하지 말고, 상대의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이길 권한다.
ⓑ두 모습의 격차 줄이기.
카톡대화만 보면 Y양은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만 편이 넘는 카톡대화를 읽었는데, Y양의 사연은 '성별구분 힘든 카톡대화 TOP10'에 들어간다.
군대생활을 하는 여군도 썸남에게 저런 말투를 쓰진 않을 것이다. 미용실 가서 붙임머리 할 게 아니라, 상냥함과 부드러움이 말소된 저런 태도를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꾸며 봐야, 그냥 속에 남자 하나가 들어있는 사람이 여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Y양이 초지일관 선머슴 분위기로 상대를 대하는 건 아니다. 속마음을 고백할 땐, 감수성 예민한 소녀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두 모습의 격차를 줄이자. 이 간격을 좁히지 않고 두 사람인 듯 행동하면, 상대는 계속 다가 왔다가 물러서는 일만 반복할 것이다.
ⓒ고백하지 말고 조율하기.
저 위에서 말했지만, 상대가 지금보다 더 충성하며 애완견처럼 옆에서 꼬리만 흔들고 있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 Y양은 고백을 통해 상대를 그렇게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은데, 절대 아니다. 서로에게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조율해 나가야지, 자신은 "자 여기 내 마음의 해답지. 난 이미 반했어."라는 이야기 하는 것으로 할 것 다 했다며 손 툭툭 털곤, 상대에게만 희생을 요구해선 안 된다.
위에서 말한 것 외에 '상대에게도 결점이 있지만, 조율할 수 있다고 생각해 용기를 낸 것'이라는 것도 말해줘야 하는데, 이건 Y양이 ⓒ를 충분히 익힌 후에 시도해야 할 일이며, 상대가 드러나지 않게 각색을 해 달라고 한 까닭에 여기다 적진 못 하겠다. 성격과 성향에 관한 부분이라고만 적어둔다.
마지막으로 Y양에게, 혼자서 'Good Cop/Bad Cop' 놀이를 하면 '이상한 여자'로 보일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마음이 널뛰기 하는 걸 상대에게 생중계 하지 말란 얘기다. 주 단위로 저렇게 협박과 회유를 반복하면 구질구질해 보일 뿐이다. 심플하게 가자. 헛발질만 안 해도 이 관계는 휘청거릴 일 없다. 그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피부관리 받고 요가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좀 더 잘 해봐."라는 말보다 "고마워."라는 말을 할 줄 아는 여자가 되는 게 먼저다. 오늘부터라도 그에게 감사한 것들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해보길 권한다.
▲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안 잊고 똑똑히 기억하고 계시던데… 죽을 뻔 하셨다고.(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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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십대 중반일 때의 일이다. 친구 K군 커플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당시 K군은 복학생이었고, 여자친구인 S양은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성수기였지만, 둘 다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집안의 지원을 받고 있었기에, 여행을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여행을 다녀와서 K군 커플은 헤어졌다. 매뉴얼 제목을 [썸남을 부담스럽게 만들어 놓고 고백한 여자]라고 해놓고, 친구 여행 다녀와서 헤어진 얘기를 하니까 혼란스러워 할 독자 분들이 계실 텐데, 오늘 사연을 설명하기엔 이게 참 괜찮은 사례니 이 이야기로 출발해 보자.
1. 어설픈 남자와 불만족녀
S양이 응석받이라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다. K군 커플과 밥을 몇 번 먹은 적 있는데, 그때마다 S양은 누군가 수저를 꺼내주고, 물을 떠다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치킨을 먹을 때도 내가 예의상 닭다리를 권하면, 그녀는 한 번 거절하는 법 없이 받아서 먹었다. 하아, 내가 꼭 닭다리를 못 먹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사양지심 예지단야(맹자, '사양하는 마음이 예의의 단서'라는 뜻)라 했거늘‥.
여하튼 그런 S양과의 여행이니, 순조롭지 않을 건 이미 예정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제일 먼저 K군의 운전실력이 문제가 되었다. 면허는 진작 땄지만 운전경험이 별로 없었던 K군은, 내비게이션이 말해주는 대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에도 애를 먹었다. 그 모습을 보며 S양은 입을 닫았다.
'맛집'이라고 소개 받아 찾아간 곳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사람이 많아 밖에서 좀 기다린데다가, 음식도 S양의 입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S양은 젓가락질 몇 번 하고는 짜다고 먹지 않았다. 그래도 주변 풍경이 워낙 아름다웠던 까닭에 잠시 휴전상태가 되긴 했다. 하지만 숙소에 도착하면서 다시 갈등이 찾아왔다. K군이 예약한 펜션이 너무 엉망이었던 것이다. 사진에서 보던 것과 비슷하게 생기긴 했지만 왠지 초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다, 펜션 주변엔 아무 것도 없었다. 게다가 이상할 정도로 그 펜션엔 바퀴벌레가 많았기에 둘은 경악했다. '혹시 여기에도 있지 않을까?'하고 들추면, 그곳엔 어김없이 바퀴벌레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에도 횟집에서 바가지를 쓴 것과 렌터카 반납 시 실랑이로 인한 다툼, 거기에 선물구입을 두고 갈등을 겪은 일까지, 둘은 사귄 이래 가장 격렬한 싸움을 제주에서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헤어졌다.
S양과 비슷한 유형의 여자에겐 감사나 칭찬의 말을 듣기가 힘들다. 그런 유형의 여자는 남자가 잘 하려고 노력하면 '당연히 그래야지'정도로 받아들일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가 잘못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책임을 남자에게 물으려 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큰 문제가 된다. S양과 같은 유형의 여자가 사고하는 방식은 아래와 같다.
ⓐ남자친구와 놀이동산에 가기로 했다.
ⓑ가기로 한 전 날, 내일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들린다.
ⓒ남자친구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일단 상황을 좀 보자고 한다.
ⓓ다음 날 아침, 예보는 변함없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준비를 한다.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온다. 강행군을 할지, 아니면 다음에 갈지 결정하라고 한다.
★ ⓕ확 짜증이 난다. "그냥 다음에 가."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어 버린다.
ⓖ남자친구에게서 사과전화가 오기를 기다린다. 전화는 오지 않는다.
ⓑ가기로 한 전 날, 내일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들린다.
ⓒ남자친구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일단 상황을 좀 보자고 한다.
ⓓ다음 날 아침, 예보는 변함없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준비를 한다.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온다. 강행군을 할지, 아니면 다음에 갈지 결정하라고 한다.
★ ⓕ확 짜증이 난다. "그냥 다음에 가."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어 버린다.
ⓖ남자친구에게서 사과전화가 오기를 기다린다. 전화는 오지 않는다.
별표에 주목하자. 난 저기서 그녀가 왜 짜증내는지를 알고 있다. 하지만 보통의 남자는
'내가 선택지를 주며 배려까지 했는데, 얜 전화를 끊어 버리네.
어느 선택을 하든 난 맞출 수 있다는 뜻이었는데….
짜증나네. 나 혼자만 열심히 노력해가며 기분 맞춰야 되는 것도 아니고, 아 몰라.'
어느 선택을 하든 난 맞출 수 있다는 뜻이었는데….
짜증나네. 나 혼자만 열심히 노력해가며 기분 맞춰야 되는 것도 아니고, 아 몰라.'
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남자 입장에서 보면 '비가 오는 것'은 자신의 탓이 아닌데, 날씨까지도 자신의 책임이 되고 마니 그녀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때문에 이런 관계는 더 이상 자신이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곤 놓아버리기 마련이다.
2. 기대하고 기대는 여자.
위에서 말한 '짜증이 난 이유'부터 풀어가 보자. 놀이동산에 가기로 했던 그녀가 짜증난 건, 상대가 결정하라고 말한 것이 '오늘 놀이동산을 가든 다음에 가든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로 보이며,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결정권을 넘기는 것이 상대의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울퉁불퉁한 마음이 되고 나면, 과거에 서운했던 것까지 한꺼번에 떠오르기 마련이다. 상대가 약속을 해 기대를 부풀려 놓고, 결정적인 순간에 흐지부지하게 만들었던 일들을 모두 추려낸다. 그러고는 그 일들에 대한 복수를 한꺼번에 하려는 사람처럼 상대에게 퍼붓는다. 이게 바로 사연을 보낸 Y양이 저지른 일이다.
"매번 나는 기대를 하고, 오빠는 약속을 어기는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
상대의 잘못이 아닌 다른 이유로 약속이 취소되었을 때 Y양이 한 말이다.
음, 우리끼리니까 빙빙 돌릴 것 없이 그냥 직설적으로 말하자.(Y양이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Y양이랑 사귀면 완전히 뒤집어 써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함정에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남자친구가 되는 순간 Y양의 요구에 모두 맞춰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연애가 길고 괴로운 노예생활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여자와는 퇴근길 팥빙수 한 그릇만 사줘도 웃으며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Y양에게 그랬다간
"저녁도 안 먹었는데 빙수를 먹으라고? 오빤 내가 배고플 거란 거 신경도 안 쓰지?"
라는 말을 들을 것 같다. 또, 만약 그 자리에 Y양의 취향이 아닌 옷을 입고 나갔다간,
"여기다간 캐주얼한 마이를 입어야지. 이건 무슨 양복 마이 걸친 것 같잖아."
라는 비평을 들을 것 같다.(실제로 Y양은 상대의 옷과 신발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다.)
상대는 Y양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고, 연애는 Y양에게 충성하는 남자를 골라 노예처럼 부리는 게 아니다. 그런데 Y양은 상대가 Y양을 기쁘게 해 주길 기대하고, 지금보다 더 충성하면 결혼을 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자연히 상대에겐 Y양이 짐짝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사연의 클라이막스는 아래와 같다.
ⓐY양은 화가 나서 상대에게 카톡을 퍼부음.
ⓑ잠시 후 카톡을 확인한 상대가 전화를 걸어 옴.
ⓒ(화가 단단히 났다는 걸 표현하려)Y양은 전화를 받지 않음.
ⓓY양은 상대가 다시 전화해 자신의 화를 풀어줄 거라 생각했지만 전화 안 옴.
ⓔ며칠 동안 연락이 없자 Y양이 전화함. 친구로 지내자는 말 들음.
ⓑ잠시 후 카톡을 확인한 상대가 전화를 걸어 옴.
ⓒ(화가 단단히 났다는 걸 표현하려)Y양은 전화를 받지 않음.
ⓓY양은 상대가 다시 전화해 자신의 화를 풀어줄 거라 생각했지만 전화 안 옴.
ⓔ며칠 동안 연락이 없자 Y양이 전화함. 친구로 지내자는 말 들음.
피곤하다. 매순간 충성도와 헌신도를 확인받는 느낌이다. 애완견처럼 굴지 않으면 잔소리가 쏟아지고, Y양이 바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십중팔구 지적질을 당한다. 만약 상대가 Y양의 옷과 신발에 대한 지적을 하고, 말투와 행동에 대해 잔소리를 하며, 하루에 무조건 두 번은 연락하라고 말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 그런 남자와 연애를, 또 결혼을 하고 싶겠는가?
이 외에도 결혼 얘기와 소개팅 얘기, 선물 얘기와 30대 남자에 대한 얘기 등 살펴봐야 할 부분이 많이 있지만, Y양이 사연을 [노멀]로 보낸 까닭에 나머지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한다.
3. Y양 계획의 문제점 및 수정·보완안
Y양은 며칠 뒤 상대와 만나기로 했다. 그때 원피스 입고 최대한 예쁘게 하고 나가서 어필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청담동 가서 메이크업 받고 나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내가 제시하고픈 해결책은 아래와 같다.
ⓐ상대의 얘기를 더 많이 듣기.
카톡대화에선 Y양이 '목적'을 가지고 말을 건 까닭에, 예의상 상대에게 질문 하나 던져 놓고는 이어 자신의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모습이 보인다. 이거 전에 성별을 바꿔 한 번 한 적 있는 이야긴데, '목적'을 가지고 대화하면 아래와 같은 식의 대화만 하게 된다.
Y양 - 잘 내려 간 거야?
상대 - 응. 이제 어른들께 인사하고, 친구들 좀 봐야지.
Y양 - 서울엔 언제 올라와?
상대 - 글쎄, 3일 예정인데 좀 더 길어질 수도 있어.
Y양 - 서울 오면 보자.
상대 - 응.
상대 - 응. 이제 어른들께 인사하고, 친구들 좀 봐야지.
Y양 - 서울엔 언제 올라와?
상대 - 글쎄, 3일 예정인데 좀 더 길어질 수도 있어.
Y양 - 서울 오면 보자.
상대 - 응.
겉으로 보기엔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저건 그냥 얕은 대화다. 만약 내가 Y양이라면 먼저 "거긴 어떻게 생겼어? 나 한 번도 못 가봤는데."라며 사진 한 장 찍어 보내 달라고 할 것이고, 그곳의 친구들은 어떤 사람인지도 물어봤을 것 같다. 카톡으로 Y양이 하고 싶은 말만 하지 말고, 상대의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이길 권한다.
ⓑ두 모습의 격차 줄이기.
카톡대화만 보면 Y양은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만 편이 넘는 카톡대화를 읽었는데, Y양의 사연은 '성별구분 힘든 카톡대화 TOP10'에 들어간다.
"갔다가 언제 오는겨?"
"아이언맨 재밌나?"
"어디로 가나?"
"아이언맨 재밌나?"
"어디로 가나?"
군대생활을 하는 여군도 썸남에게 저런 말투를 쓰진 않을 것이다. 미용실 가서 붙임머리 할 게 아니라, 상냥함과 부드러움이 말소된 저런 태도를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꾸며 봐야, 그냥 속에 남자 하나가 들어있는 사람이 여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Y양이 초지일관 선머슴 분위기로 상대를 대하는 건 아니다. 속마음을 고백할 땐, 감수성 예민한 소녀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두 모습의 격차를 줄이자. 이 간격을 좁히지 않고 두 사람인 듯 행동하면, 상대는 계속 다가 왔다가 물러서는 일만 반복할 것이다.
ⓒ고백하지 말고 조율하기.
저 위에서 말했지만, 상대가 지금보다 더 충성하며 애완견처럼 옆에서 꼬리만 흔들고 있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 Y양은 고백을 통해 상대를 그렇게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은데, 절대 아니다. 서로에게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조율해 나가야지, 자신은 "자 여기 내 마음의 해답지. 난 이미 반했어."라는 이야기 하는 것으로 할 것 다 했다며 손 툭툭 털곤, 상대에게만 희생을 요구해선 안 된다.
위에서 말한 것 외에 '상대에게도 결점이 있지만, 조율할 수 있다고 생각해 용기를 낸 것'이라는 것도 말해줘야 하는데, 이건 Y양이 ⓒ를 충분히 익힌 후에 시도해야 할 일이며, 상대가 드러나지 않게 각색을 해 달라고 한 까닭에 여기다 적진 못 하겠다. 성격과 성향에 관한 부분이라고만 적어둔다.
마지막으로 Y양에게, 혼자서 'Good Cop/Bad Cop' 놀이를 하면 '이상한 여자'로 보일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Good Cop)
"나 혼자서라도 오빠를 계속 좋아할 거야."
(Bad Cop)
"나 소개팅 하기로 했어. 오빤 내가 소개팅 해도 상관없는 거 맞지?"
"나 혼자서라도 오빠를 계속 좋아할 거야."
(Bad Cop)
"나 소개팅 하기로 했어. 오빤 내가 소개팅 해도 상관없는 거 맞지?"
마음이 널뛰기 하는 걸 상대에게 생중계 하지 말란 얘기다. 주 단위로 저렇게 협박과 회유를 반복하면 구질구질해 보일 뿐이다. 심플하게 가자. 헛발질만 안 해도 이 관계는 휘청거릴 일 없다. 그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피부관리 받고 요가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좀 더 잘 해봐."라는 말보다 "고마워."라는 말을 할 줄 아는 여자가 되는 게 먼저다. 오늘부터라도 그에게 감사한 것들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해보길 권한다.
▲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안 잊고 똑똑히 기억하고 계시던데… 죽을 뻔 하셨다고.(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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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남자와 연애하면 경험하게 되는 끔찍한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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