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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엄마의 반대와 집착 때문에 이별위기에 놓인 여자

by 무한 2013. 6. 3.
지나친 어머니의 집착 때문에 헤어질 위기에 놓인 여자
부모님이 자식의 안티가 되어 버린 경우는 생각보다 꽤 많다. '부모님의 은혜'에 대해서는 무조건 토를 달지 말아야 한다는 불문율 때문에 오프라인에선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데, 숨김없이 마음속의 맺힌 이야기들을 다 토해내는 사연들을 보면, 부모님의 '안티 행위'로 인해 자존감이 바닥난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너 같은 애가 뭘 할 수 있겠냐."
"네 오빠 반만이라도 해라. 넌 어디에도 쓸모가 없다."
"넌 네 아빠 닮아서 성격도 안 좋고, 친구도 없지 않냐."



저주다. 가장 가까운 '부모님'에게 저런 소리를 듣는다는 건 견디기 힘든 일이다. 오늘 사연의 주인공인 J양 역시 '저주'라고 할 수 있는 말들을 어머니께 들었고, 그녀는

"듣고 있으면 죽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듭니다. 정말 그 날, 자살까지 생각했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 여린마음동호회원인 J양이 불 같은 어머님의 분노에 맞불을 놓을 리는 없고, 그걸 온 몸으로 감당하다가 '내가 사라져 주겠다'며 엉뚱한 행동을 할 수 있는데, 오늘 이 문제를 함께 풀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말해주고자 한다. 출발해 보자.


1. 어머니는 초보다.


부모님에 대해서는 누구나 같은 과정을 밟는다. 꼬꼬마일 땐 맹목적으로 부모님을 신뢰하고, 나이가 들며 부모님을 평가하며, 그러다 나중엔 부모님을 이해하게 된다. J양은 현재 부모님을 '평가'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어머님이 J양을 낳았을 때. 어머님은 현재 J양 나이쯤이었을 것이다. 그땐 지금처럼 '육아'의 중요성이 강조되지 않았고, '부모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도 많지 않았으며, 그런 것들과 관련된 담론도 많지 않았음을 먼저 깨닫자. 그땐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 낳아 잘 기르자."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등의 표어가 유행할 때다. 확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의 변화도 이즈음 일어났는데, 이런 얘기는 너무 교과서스러우니 간략하게만 적자. 본인의 유년기는 형제들과 내 것 네 것 구별하기 어렵도록 부대끼며 지내고, 본인이 아이를 낳았을 땐 '아이 방'을 따로 꾸미기 시작한 최초의 시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통적인 어머니 상'과 '새로운 어머니 상'이 정면충돌하는 곳에 J양의 어머님이 계시단 얘기다.

부모님을 평가할 땐 이렇듯 '맥락'을 살피며 따져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꽤 많은 부분이 '성격 이상'이나 '정신 이상'으로 보일 수 있다. 73년도의 신문을 잠깐 들춰보자.

5월 3일 정모군은 짝사랑했던 이모양을 꾀어내 강제로 욕을 보이고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을 선고받고 고법에 항소했는데 이날 판사들은 "그럴 게 뭐 있느냐? 기왕 버린 몸이니 오히려 짝을 지어 주어 백년해로 시키는 게 좋겠다."는 식으로 양가 부모를 설득, 법정에서 약혼까지 치르게 했다는 것.

- 서울신문, [피고와 피해자를 법원서 짝지어줘]


부모님은 저런 시대도 살아오신 것이다.

현재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J양의 어머님도 '딸의 연애'는 처음 경험해 보시는 것이고, '딸의 남자친구'라는 존재도 처음 접하시는 '초보'다. 때문에 손 안에 쥐고 키우던 딸이 바깥으로 벗어나는 것 같자 바짝 긴장하셨으며, (성향 탓일 수도 있지만)'철저한 것'을 좋아하시는 까닭에 남자친구의 뒷조사까지 하게 되셨다.

이제 J양도 꼬꼬마가 아니니,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부모님과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님을 '절대자'로 둔 채 맞서고 극복해야 할 문제로 보지 말고, '현명한 선택'을 도와주실 조력자나 파트너라고 생각하자. 그러기 위해선 먼저 '내 일을 스스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 부모님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부모님의 의견을 수용해 더 큰 해결책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 어른이 되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여전히 애처럼 굴면서 "엄만 오빠에 대해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왜 그래, 내 인생 내가 살아." 등의 말로 자극만 하는 짓은 그만 두자. 그런 행동이 어머니께는 '딸의 의사표현'이 아닌, 그저 배신, 배반, 쿠데타로 보일 테니 말이다.


2. J양의 남자친구는, 이상한 게 맞다.


J양 남자친구의 말을, 나 역시 어디까지 믿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는 처음에 J양에게 자신이 '휴학생'이라고 했다. 하지만 '휴학생'이라고 하면 J양의 어머니께서 반대하실 것 같아, 둘은 어머니께 '재학생'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다 남자친구가 쓴 편지를 J양 어머니께서 보게 되었는데, 그 편지에 '휴학생'이라는 단어가 있어서 걸리게 되었다. 거짓말에 분노한 J양의 어머니께서는 남자친구를 불러 추궁하셨다. 그런 뒤 J양의 어머니 역시 '어디까지가 사실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J양을 통해 그에게 '휴학 증명서'를 떼어오도록 시켰다. 그것만 떼어오면 둘의 만남에 전혀 간섭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거셨다.

'휴학 증명서' 하나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는 생각에 J양은 남자친구에게 부탁을 했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J양의 부탁에

"사실 그 학교에 등록하지 못했다. 등록금이 없었다."


라는 대답을 했다. J양은 그 말을 듣자, 며칠 전 어머니께서 "걔가 휴학했다는 것도 거짓말이면 어떻게 할 거냐?"라고 했었던 말이 떠올랐다. J양은 남자친구에게 어떻게 나한테까지 거짓말을 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지금 기분 나빠해야 할 쪽은 네가 아니라, 나다.
내가 너희 어머니께 등록금 고지서라도 보여드려야 하냐?
너는 독립심도 없고, 어머니를 이겨보려는 노력조차도 안 하는 것 같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 거짓말 한 이유를 J양이 재차 묻자, 그는

"네가 고졸은 싫다고 해서 거짓말을 한 거다.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어떡하라는 거냐."



라고 답했다. 여기서 J양이 잘 생각해야 하는 건, J양 어머님께서 화가 나신 부분이, 그가 '고졸'이라서가 아니라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어머니께서 학력에 집중 하시느라 그를 마음에 안 들어 하시는 게 아니다. 재학생이라고 했다가, 추궁하니 휴학생이라고 했다가, 또 한 번 추궁하니 등록금이 없어서 등록을 안 했다고 하는데, 좀 더 추궁하면 뭐가 더 나올지 궁금하다.

위의 문제를 접어두고 둘 사이의 문제만 보더라도, '성관계'를 고집하는 상대 때문에 여러 번 싸웠다는 지점이 마음에 걸린다. 게다가 이런 문제가 있고 난 후 다시 얼굴을 봤을 때, 남자친구가 "자러 가자."고 말한 부분에선 '얜 이런 상황에서도 그저 자고 싶을 뿐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안 그래도 이전의 관계를 가진 후 임신했을까봐 벌벌 떨고 있는 여자친구를 모텔로 데려가는 건, 분명 그가 '괜찮은 남자'에 속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한다.

"혹시라도 테스트 결과가…, 그렇게 되면 책임져야 하니까 열심히 살겠다."


나 몰라라 하는 다른 남자들에 비하면 책임감은 돋보이는데, 현실감각이 좀 떨어진다. 막연히 잘 될 거라는 생각을 빼면 남는 게 없다고 할까. 그걸 J양 어머님은 몰래 본 편지에서 발견하신 것 같고, 나는 둘의 카톡대화 및 사연에서 발견했다. "너와 결혼하고 싶다.""너와 결혼해서 살 이러이러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분명 다르다. 만약 내 동생이 J양과 같은 카톡을 내게 보여주면 난 이렇게 대답해 줄 것 같다.

"얘 꿈꾸고 있네. 같이 꿈꾸는 건 괜찮은데, 거기에 널 올인 하진 마라.
그랬다간 얘가 꿈에서 깨는 순간, 넌 파산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3. J양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이 연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날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J양 어머님 덕분에 상대가 꿈에서 깨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연애가 아무 방해요소도 없는 '서파수면'이었다면, J양 어머님의 추궁이 시작되며 '렘수면'으로 접어들었고, 현재는 깨기 직전인 '비렘 1단계 수면'에 직면한 것이다.

지금도 상대가 사과하는 일이 많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더 많아질 것이다. 신경 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거나 연락 제대로 못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 같은 건 받지 말길 바란다. 늘 얘기하지만 상대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되는 것이다. 그게 안 되는 사람들은 '언행불일치'에 대해 다시 말로 사과하곤 하는데, 사과 받는 것으로 넘어가다보면 어느 새 J양은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서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둘째, 어머니와 남자친구 사이에서 J양이 버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사실 남자친구가 '거짓말'만 안 했어도 이렇게까지 번지지 않았을 일이다. J양은 자신의 어머니가 남자친구를 추궁하는 것 때문에 남자친구에게 무작정 미안해만 하는 것 같은데, 이 일의 책임은 8할이 남자친구의 몫이다. 대부분의 어머니가, 딸 남자친구의 편지에서 '거짓말'과 '산부인과 얘기'를 발견하면 공격태세로 돌입할 것이다. 둘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내 딸이 지금 '속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남자친구는 이걸 다 'J양과 J양의 어머니' 탓으로 돌리며 J양에게 '어머니께 맞서라'고 권하는데, 그렇게 피고가 쏙 빠진 재판은 판결이 나지 않는다. 때문에 원고만 둘 있는 재판에서 J양은 혼자 피고를 하며 무너져 갈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고통스러움으로 인해 이 연애를 손에서 놓을 것이고 말이다.

셋째, J양이 '맹목적으로 모든 걸 맞춰주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질릴 것이기 때문이다. 겁이 많으며 '자기주장'이라는 걸 할 줄 모르는 남자와 '착한 남자'는 분명 다르다. '네가 하고 싶은 거, 네가 먹고 싶은 거, 네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 주는 건 그냥 이타적인 것일 뿐이다. 맹목적인 이타심은, 이기심만큼이나 위험하다. 오목에서의 쌍삼 같은 관계라고 할까. 갈등이 생겼을 경우, 그는 어디에 두든 J양이 이길 수 있도록 자신의 주장을 포기한다. 물론, 궁지에 몰린 지금은 남자친구가 서서히 '내 살 길'을 찾아 수를 두기 시작하는 것 같은데, 그걸 제외하면 그는 관계를 J양이 리드하는대로 따르겠다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기에, J양은 힘겨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머니의 저주를 잠긴 방문 너머로 묵묵히 들으며 분노를 증폭시키지 말고, 툭 터놓고 어머니와 몇 시간이고 대화를 나누길 권한다. 위에서 말했듯 어머니 역시 '초보'인 까닭에 잘 모르고 있거나, 당신의 말이 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는 걸 체감하지 못하시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그 부분까지 전부 끄집어 내 말하길 권한다.

대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참고 참다가 소리 지르며 맞서거나 자해를 하는 것으로 '복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행위가 거센 불길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뒤엔 서로를 '포기'하고 살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렇게 원수처럼 수십 년 지내다 훗날 뜨거운 눈물 흘려봐야 무슨 소용 있겠는가. 지금 당장 어머니 손 꼭 붙잡고 차분한 목소리로 끝장까지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 그러면 서로의 마음속의 미움과 애증이 사르르 녹는 걸 경험하게 될 것이다.

J양이 엄마라고 생각해 보자. 어느 날 딸이 "엄마가 나 잘 되라고 하는 얘기라는 건 아는데, 그 말들이 내게는 너무 상처가 돼. 엄마가 내 인생이 실패한 인생이라고 말했을 땐, 정말 내가 실패한 인생을 사는 것 같아서 죽을까도 생각했었어."라고 말한다면, 깨달아 지는 게 있지 않겠는가?



▲ 서로 깊게, 잘 아는 관계일수록 좋은 감정을 유지하는 게 힘든 법입니다. 다 안다고 착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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