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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금사모] 썸남을 불편하게 만드는 여자 외 2편

by 무한 2013. 7. 26.
[금사모] 썸남을 불편하게 만드는 여자 외 2편
오늘 다룰 사연들과는 전혀 관계없는 얘기지만, 영화를 만들 땐 줄거리에 개연성이 있는지를 좀 살폈으면 좋겠다. 어제 보고 온 영화도 처음부터 착한 편/나쁜 편 갈라놓고 쫓고 쫓기다가 결국 '권선징악'의 교훈을 주며 끝났다. 악당들 사이에서 배신이 일어나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좀 관객도 알 수 있게 설명해 줘야 하는데, 나쁜 놈이니까 그냥 배신한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간다.

당연히 그럴 것 같은 줄거리와 당연히 그럴 것 같은 인물들로 인해, 요즘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분식집에서 돈가스 먹는 기분이 든다. 모양도 평균, 가격도 평균, 맛도 평균, 그런 느낌이다. 색다른 시도를 했다가 행여 일이 잘못될까봐 제작은 안전벨트를 맨 채 한 것 같고, 배우들은 '짤방'을 의식했는지 모 프로그램의 어느 개그맨처럼 재밌지도 않는 말을 유행어로 만들려 반복한다.

내가 이상한 것일 수도 있으니 영화평은 이쯤만 남기도록 하자. 다른 사람들이 올린 영화 후기를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어요."라든가, "흡입력 있는 영화였습니다. 긴장감도 쩔고요."라는 댓글이 보인다. 그 사람들이 부럽다. 나처럼 '괜히 영화를 택했어. 차라리 치킨을 사먹을 걸….'이라는 후회는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내 푸념은 이쯤에서 각설하고, 금요사연모음 출발해 보자.


1. 썸남을 불편하게 만드는 여자.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S양은 진심으로 좀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선, S양의 기대와 달리 썸남이 냉랭한 태도를 보일 때 S양이 '싸우려 드는 것'은, '알콩달콩 심리전'같은 게 아니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만약 S양이 이제 막 이십대가 된 상황에서 썸남이 삼십대 중반의 남자라면, 자신의 주장만 반복해서 말하는 S양의 행동을, 어쩌면 귀엽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관계에선 여자의 행동을, 아이가 투정 부리듯 귀엽게 삐친 모습이라 생각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S양은 삼십대 초반이고, 상대는 S양과 동갑이다. 난 둘의 대화를 읽으면서

'헉, 이거 점점 짜증나고 피곤하며 상대하기 싫은 여자가 되어가고 있잖아….'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S양은 전혀 그런 눈치를 못 챈 채 이게 다 '알콩달콩 심리전'이라고 착각한 것 같다. 남자는 진심으로 S양을 상대하는 게 피곤해서

"앞으로 나한테 개인카톡 보내지 말고, 단체 카톡으로만 말했으면 한다."


라는 이야기까지 하는데, S양은 심각성을 전혀 모른다. 내가 만약 S양 친구였으면,

"야, 너 미쳤어?
너 지금, 있던 정까지 뚝 떨어질 만큼 진상 짓 하고 있는 거야."



라고 말해줬을 것 같다.

잘 생각해 보자. S양이 일반적인 여자사람이고, 내가 S양과 같은 태도를 보이는 남자다. 우리는 아래와 같은 대화를 나눈다.

나 - 너 나한테 감정 있냐? 왜 그렇게 냉랭해?
S양 - 무슨 감정이요? 아무 감정 없는데요?
나 - 그래 앞으로 우리는 사무적인 관계로만 지내자. 앞으로는 말도 높일게요. 됐죠?
S양 - 마음대로 하세요.
나 - 전에 말한 서류 다 됐으면 빨리 좀 주시죠. 일이 진행이 안 되네요.
S양 - 메일로 보내놨어요.
나 - 제가 메일 하루 종일 들여다보는 것도 아닌데, 통보를 안 해주셔서 몰랐네요. 
S양 - (대답 없음)
나 - 사람이 말하면 들은 척이라도 좀 해주시죠?
S양 - 저는 메일 보냈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나 - 드릴 말씀이 없다라…. 참 나. 네네 알겠습니다. 제가 실수했네요.

(다음 날)
나 - 우리 얘기 좀 하죠?



그냥 미친놈 같아 보이지 않는가? S양의 행동이 남들에겐 저렇게 보일 수 있다는 거다. 다시 말하지만 절대 저게 '알콩달콩 심리전'이 아니다. 사무적인 척 하려고 갑자기 존대하고, 자기 잘못 인정 안 한 채 막무가내로 우기고….

썸남과 S양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 시간이 실전이다. 썸남이 마음속으로는 S양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일부러 냉랭하게 대한다고 생각하는 건 S양의 착각이고 말이다. 썸남은 진짜 짜증나니까 앞으로 개인적으로 연락하지 말라고 한 건데, S양은 저걸 썸남의 '마음 없는 척'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이거 내가 전에 '독일어 배우러 온 학생에게 찝쩍대는 골드미스' 문자까지 소개하며 설명한 적 있는데, 그 골드미스 역시 학생에게 엄청난 진상 짓을 해 놓고는 "사람들이 우리가 썸을 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넌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따위의 헛소리만 하고 있었다. 나중엔 "너 영악하구나. 너만 그렇게 빠져나가면 그만이니?" 따위의 정상을 벗어난 모습도 보였고 말이다. 그 수준까지 가지 않도록, 앞으로는 S양 마음을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하길 권한다. S양이 '아닌 척'하면 상대는 진짜 아닌 줄 안다. '화난 척'하면 상대는 진짜 화난 줄 알고 말이다. 그렇게 저질러 놓으면 나중에 수습하기 불가능한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2. 선배 누나를 좋아한다는 진규에게.


진규야. 진규 사연은 너무 기초적인 부분이니 형이 간단히 쓸게. 

내 주관적인 경험을 토대로 하는 이야기인 까닭에 일반화 될 순 없지만, 내 학창시절을 예로 들어 말하면, '여자 선배'는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나눌 수 있단다. 

ⓐ 학교(학과)일에 열심인 누나
(전투력 : ★★★★★, 사교성 : ★★★★☆, 애정도 : ★☆☆☆☆)
ⓑ 학교를 다니는 평범한 누나
(전투력 : ★★★☆☆, 사교성 : ★★★☆☆, 애정도 : ★★★☆☆)
ⓒ 연애하러 학교를 다니는 누나
(전투력 : ★★☆☆☆, 사교성 : ★★☆☆☆, 애정도 : ★★★★☆)
ⓓ 학교에 가끔 방문하는 아싸 누나
(전투력 : ☆☆☆☆☆, 사교성 : ★☆☆☆☆, 애정도 : ★★★★★)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로 갈수록 남성성이, ⓓ로 갈수록 여성성이 강했단다. 사연을 읽어보니, 진규가 짝사랑하게 되었다는 누나는 ⓓ타입인 것 같더구나. (물론, ⓓ타입도 세부적으로 나누자면 '편입생 타입'과 '미스코리아 타입'이 있는데, 여기서 그걸 다 풀어서 설명할 순 없고, 지금 얘기하고 있는 건 '미스코리아 타입'이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그런 ⓓ타입의 누나와는 예상 외로 쉽게 친해질 수 있단다. '술자리 중간에 빠져나오는 타이밍'을 잘 맞춰서 나오기만 해도 금방 가까워질 수 있지. ⓐ타입의 누나는 술자리에 끝까지 남아 꽐라가 된 후배들을 어느 선배의 자취방으로 인도할까 계획을 짜는 반면, ⓓ타입의 누나는 낯설고 어색한 분위기에서 얼른 벗어나려 술잔 몇 번 돌고 나면 자리를 뜬단다. 그럴 때 나가서 가는 방향이 같다며 에스코트만 해도 연락처를 주고받는 건 일도 아니란다. 

여하튼 그렇게 친해지고 나면,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녀와 쉽게 친해졌다는 점과 그녀가 날 다정하게 대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애정전선이 생긴듯한 착각이 들 수 있단다. 만약 그런 누나에게 진규가 밥을 먹자고 하면, 그녀는 거절하는 일 없이 "그래, 나중에 밥 같이 먹자."라고 대답을 할 거고, 진규는 그게 데이트 신청 승낙 받은 것과 같다며 기뻐하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다정함과 호의는 '예의상 그러는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단다. 대학생활 중 후배들과의 교류는 전혀 없었는데, 진규를 통해 학교 돌아가는 얘기도 듣고, 무슨 일이 있으면 진규가 소식을 전해주니, 정말 '좋은 누나동생'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내 동기 중 한 명도 네 학번 걸러 한 번씩 여신이 나타난다는 해당 학번의 누나를 좋아했는데, 결국 그 누나는 같은 동네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남자와 사귀었단다. 내 동기는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에 더욱 상심했지. 여자와 개인적으로 그렇게 긴 연락을 한 건, 그녀가 처음이었으니까. 

진규가 들고 있는 김칫국 그릇을 딱 내려놓도록 형이 얘기하자면, 그런 누나의 경우 늘 보내는 정해진 답장 패턴이 있단다. 예를 들자면, "응, 너도.", "고마워.", "너도 주말 잘 보내." 등의 멘트지. 다음 주 중에 밥 한 번 같이 먹자고 약속을 잡아도, 실제로 그 약속이 이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단다. 그건 "언제 술 한 잔 하자."라는 안부인사와 비슷한 답장이니 말이야. 그러니 진규야, 밥 못 먹어서 죽은 귀신 붙은 남자처럼 계속 식사약속만 잡으려 하지 말고, 카톡으로 소소한 얘기를 나누거나 통화를 하길 권해주고 싶구나.

누나가 카톡을 한 번도 씹은 적 없이 늦게라도 답장을 보내줬다며 진규는 감동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하아, 뭐 일단 그렇게라도 사소한 일에 감사하며 친해져야 형도 뭔가 더 해줄 말이 있을 것 같다. 고백은 늘 얘기했듯 서로 30분 이상 통화를 할 수 있을 때 하길 바란다. 아차, 그리고 형이 매뉴얼로 말한 건 '가랑비' 작전이란다. 그걸 진규 마음대로 '물방울' 작전으로 이름 붙이면 곤란하니, 주의해 주길. 

 
3. 고시생 연하남과 연애 중인 여자 고시생.


혹시 전에 내가 한 적 있는, '지인의 어머니가 홈쇼핑에 중독되어 집안을 말아먹을 뻔한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사연을 보내 M양도 내 '지인의 어머니'와 같은 실수를 하고 있다.

경영의 실패.

무작정 마음이 가는대로 연애를 하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지않아 신용불량자가 될 것이다.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에 상대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사주거나, 데이트를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할 테니 말이다. 

M양은 상황파악을 전혀 못하고 있다. M양은 현재 낮에는 독서실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식당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남는 시간에 고시 공부를 하고 있고 말이다. 원래 계획은 직장에서 받은 월급 모아놓는 것과 퇴직금 합해서 1년 버티며 공부하려 한 건데, 남자친구 선물 사주다보니 펑크가 나 일을 하고 있다.

M양 친구가 저런 짓을 하고 있다면, M양은 그녀가 제정신으로 보이겠는가? 남자친구 역시 M양이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으니,

"그게 뭐하는 짓이냐? 넌 공부를 하려는 건지 일을 하려는 건지 구분이 안 간다."


라는 말을 할 뿐이다. 그럼 또 M양은 M양 대로 "이게 다 우리 생활비 및 데이트 비용 쓰고, 너에게 여러 가지 선물 하면서 이렇게 된 것 아니냐."라고 말한다. 그렇게 추궁 받은 남자친구는 "그럼 내가 나가겠다." (남자친구는 돈을 아끼려 M양의 자취방에서 동거 중이다.)라며 짐을 싸고, M양은 헤어져야겠다고 다짐했다가도 그가 없이 못 살 것 같아 다시 잡는다.

더 쓰다간 나도 답답해질 것 같으니 결론만 말하자. 미안하지만 M양은 본인이 사연에 적은대로 '씀씀이가 큰 것'이 아니라, 그냥 계획성이 없고 즉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거다. 더불어 '너를 위한 연애'를 하는 까닭에 이상한 모성애를 발휘하며 남친에게 옷, 신발, 가방, 휴대폰 용품 등을 선물하는 것이고 말이다.

남자친구와는 헤어지길 권한다. M양이 그간 기백만 원 써가며 선물했는데, 그걸 다 받아 놓고 자신이 빌려 준 5천원은 받아내는 남자랑은 연을 끊는 게 좋다. 뭐 사고 싶다는 얘기만 하는 것도, 이미 M양의 호의에 맛들려 그러는 거고, 돈 생기면 자기 필요한 거 사는 것만 봐도 인간이 덜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싸우다가 수틀리면 동거하고 있는 집에서 나가겠다는 말 꺼내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자신은 손잡이 다 헤진 가방 들고, 군데군데 까진 구두 신고 다니면서, 계절 바뀌면 남자친구 옷 사 입히고, 때 되면 보양한다고 뭐 사 먹이고, 자취방에 모시고 살면서 "일이냐 공부냐 둘 중 하나만 택해서 해라."라는 잔소리 들으며 살지 말자. 나만 어렵고 남자친구는 어려움 모르도록 바람막이로 사는 여자는 현명한 여자가 아니다. 자신을 '열심히 헌신하고 그 보답으로 잔소리 듣는 여자'로 만들지 말길 바란다.


소제목 1번 사연을 다루고 나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으니, 그 이야기를 조금만 더 풀자. S양의 썸남은 상황파악이 빠른 사람으로 보인다. 영악한 꼬마가 자라서 어른이 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누군가의 약점에서 나는 여린 냄새를 빨리 맡는 것 같다. 또, 가장 연약한 그 부분만을 집중 공략해 사람을 괴롭히는 재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에게 S양은 좋은 먹잇감이다. 조금만 도발해도 폭주하는 S양의 약점을 건드리며, 그는 그것을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S양이 이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이유도, 그가 일부러 도발하는 걸 S양 역시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딱 S양이 보낸 사연만큼만 이야기를 해야 하는 까닭에, 둘 중 어느 것이 문제를 일으킨 것인지는 명확하게 이야기하기가 힘들다. S양이 보낸 사연만 놓고 보면 소제목 1번에서 말한 S양의 과실이 문제고, S양을 대하는 상대의 태도로 짐작하자면 방금 말한 저 '하이에나 썸남'의 모습이 문제다. 한 사건으로 인해 싸운 어느 날의 카톡대화 외에, 다른 날에 나눈 대화들도 보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S양처럼 어느 정도 길게 사연을 보내도, 이처럼 상황을 파악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A4용지 다섯 장이 넘는 사연도 애매한데, 카톡으로 "YES/NO 라도 답변해 주세요.", "제 잘못인지, 남자친구 잘못인지만이라도 말해주세요."라고 묻는 분들의 사연은 오죽하겠는가. 그러니 그렇게 요청하셨다가 내가 "사연을 주세요!"라는 짧은 답변을 했다고 서운해 하지 마시고, 처음부터 깨알같이 자세한 사연을 주시길 바란다. 그럼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보내시길 바라며!



▲ 샥스핀이 중국어가 아니라 'Shark's fin'이라는 걸 알고 멘붕.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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