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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금사모] 품어주고 싶은 시크남 외 2편

by 무한 2013. 8. 2.
[금사모] 품어주고 싶은 시크남 외 2편
앞구르기 하기 좋은 날씨다. 이런 날엔 썸을 타고 있는 이성과 함빡 웃으며 거리를 걷는 게 좋다. 그렇게 후라이데이를 보내고 나면, 주말에 또 보고 싶어질 테니까.

언젠가 매뉴얼을 통해 소개한 적 있는 J양에게서 연락이 왔다. 9월에 결혼식을 올린다고 한다. 2년 전엔 궤변남을 만나 그에게 "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소리까지 들은 적 있는 그녀인데, 멀쩡한 사람을 만나니 멀쩡한 연애를 하고, 또 결혼까지 약속하게 되었다.

그녀는 구남친에게 자신의 결혼소식을 알리며 통쾌한 한 방을 날리고 싶다고 했는데, 그건 좀 말리고 싶다. 궤변남은 '결혼소식' 같은 것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J양은 자신이 결혼하게 되었다는 것으로 그에게 '것 봐. 연애할 땐 너에게 문제가 있었어.'라는 뜻을 전하고 싶은 것 같은데, 궤변남은 절대 그걸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J양이 뭐라고 말하든 그는 '다른 남자가 똥 밟았군.'이라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그러니 괜히 어설프게 복수한다고 말 걸었다가 멘붕당하지 말고, 궤변남과의 모든 인연은 이제 그만 분리수거 통에 넣어두길 권한다.

"무한님 궤변남인가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죠?"


나는 탈모 걱정을 시작한 농촌남자일 뿐이니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친가든 외가든 유전의 사슬을 벗어날 수 없는 슬픈 운명이다. 나는 유전자의 꼭두각시일 뿐인가. 좀 더 내 곁에 있어줘. 머리털.

헛소리는 이쯤하고 출발해 보자.


1. 품어주고 싶은 시크남.


개인적으로 위급한 순간에 놓여있다고 생각하는 솔로부대원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있는 대원들이다. 대부분의 대원들에게 이 시기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과 같다고 생각한다. '결혼'이라는 문제가 가까워진 까닭에 마음엔 조급함이 찾아오고, 이십대 초반에 형성된 연애습관에 변화가 없으면 꼬꼬마 시절과 똑같이 연애를 한다.

운이 없어 이 시기에 현실성이 결여된 이성이나, 결혼 말고 연애만 하고 싶어 하는 이성을 만난다면 눈 깜빡 하는 사이에 3~4년이 후딱 가버리기도 한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면 되면 이미 삼십대 중반이 되어 있기 마련이고, 그땐 주변에서 자신을 덤핑처리 하려고 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 사연을 보낸 H양에게 썸남을 내려놓길 권하려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잘 구분해야 한다. 만약 그가 평소엔 시크한 태도를 보이지만, H양의 생일에 케이크를 선물하거나 축하인사라도 보내는 남자라면, 난 H양이 이 관계를 1년 더 붙잡고 있는다고 해도 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낭만적인 모습을 보인 건 H양이 어떻게든 인연의 끈을 이어보려 노력할 때 뿐 아닌가.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건 일종의 팬서비스일 뿐이다.

"내년쯤엔 나도 장가를 갈까 생각 중인데, 결혼하면 돈 얼마나 벌어줘야 해?"


H양 마음에 '가능성'이라는 바람 집어넣고 노는 거다. H양의 생각대로 저게 '청혼'같은 거라고 하자. 저 따위의 청혼을 받고 결혼해 사는 삶이 행복할 거라 생각하는가?

저렇게 한 번 불타고 나면 또 계절 하나 바뀔 때까지는 연락이 없다. 그러다 어느 순간 또 "우리 얼굴 잊기 전에 한 번 봐야지." 따위의 멘트로 만나게 되고, 만나면 이제 안정을 찾으려는 사람처럼 H양에게 '가능성'을 또 흘려 둔다. 그러고 나서는? 또 계절 하나 바뀔 때까지 연락이 없는 것의 반복이다.

과거에 두 사람이 죽고 못 사는 연애를 하다가 틀어진 후 이렇게 된 거라면 그나마 이해를 좀 할 수 있겠는데, 그런 것도 아니다. 두 사람이 단 둘이 만나서 밥 먹고, 커피 마시고, 대화 한 게 사연에 나온 것만 세어보면 열 번 미만인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딱 4년 전에 말이다.

그러다 남자가 자신은 현재 '연애 할 상황'이 아니며, 누군가와 만나면 그 사람이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중2병'적인 이야기를 하며 잠수를 탔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여지-잠수-여지-잠수-여지-잠수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폰을 분실해 H양의 연락처가 사라져도 다시 연을 이을 생각 없이 두는 썸남에게

"힘든 상황인가보네. 죽은 건 아니지?"


라며 팬클럽 활동하지 말고, H양의 갈 길을 가자.


2. 잘 들어봐 지현아.


썸남의 입장에서 지현이 같은 여자는 놓치고 싶지 않지. 지현이 같은 여자가 어딨어. 여자친구 있다는 걸 밝혀도, 또 커플링까지 끼고 있어도 지현이는 다 받아주잖아. 지현이 자취방에 가면 먹여주고 씻겨주고 잠도 재워줘. 이런 여자가 어딨어. 생일이면 케이크까지 사주는데, 이런 여자 또 없지.

"오빠는 자기도 제가 좋기는 한데,
여자친구를 정리하고 저를 만나게 된다 해도
현재 하는 일이 바빠서 자기가 못해줄 게 뻔하다고.
그래서 사귀자는 말도 할 수 없는 거라고…."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결론은 전주에 있는 여자친구와도 계속 사귀면서, 서울에 있는 지현이 집에도 마음대로 들락거리겠다는 얘기잖아. 지현아. 오빠 자존심이 다 상한다. 너 저 얘길 그냥 듣고만 있었니? '아, 오빠는 거기까지 생각했구나….'하면서?

썸남이 질적으로 최악이라는 건, 그가 지현이 친구 대하는 거 보면 딱 알잖아. 친구보고 무릎에 누우라고 하고, 키스 한 번 하자고 하고, 가슴이 너무 크다느니 어쩌다느니….

"원래 오빠가 말 한마디 한마디를 솔직하게 하긴 해요.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능청스럽게 말 잘하고, 장난기도 많고요."



지현이 무슨 약 같은 거 하니? 저건 능청스러운 게 아니야. 그냥 저질인 거지. 썸남이 지현이를 얼마나 호구로 봤으면, 지현이 앞에두고 지현이 친구랑 저러고 있겠니. 저게 '장난기'로 표현될 수 있는 거라면, 전자발찌 차신 분들은 장난의 끝판왕이겠네?

"오빠는 절 편하고 귀여운 동생쯤으로 생각하는 듯 해요."


한 번 더 바로잡자. 편해서 저러는 게 아니라 쉬워서 저러는 거고, 귀여운 동생이 아니라 호구로 생각하는 거야.

"오빠가 저 이사할 때 도와주고,
자취방에 올 때면 필요한 거 없냐며 이것저것 사오기도 하는데요?"



지현아. 난 집에서 분리수거 참 열심히 하거든. 근데 그게 캔이나 종이 플라스틱을 위해서 하는 분리수거가 아니야. 내가 버리기 편하도록 하는 분리수거지. 종류별로 모아두면 나가서 쏟아버리기만 하면 되거든. 썸남 역시 지현이를 대하는 관계에선 도움을 주고, 필요할 만한 거 몇 가지를 사 주는 게 좋아. 그럼 나중에 이용했다느니 하는 소리 안 듣게 되고, "그럼 내가 너한테 했던 건? 그건 아무 마음도 없는데 그랬던 것 같아?"라며 따져 물을 수 있거든.

그리고 썸남이 우울한 일이 있는지 물어봐 주고 지현이가 하는 얘기 잘 들어줘서, 썸남과 함께 있으면 '힐링'이 되는 기분이라고 했지? 그거라도 해야 이 관계가 유지가 되거든. 생각해 봐봐. 썸남이 아무 것도 없이 지현이 집에만 들락날락했으면, 지현이가 벌써 쫓아냈을 걸? 어린애 어루듯 지현이 머리 좀 쓰다듬어 주고, 그 대가로 썸남은 자신이 필요한 걸 얻는 거야.

"오빠가 저를 진지하게 봐 줄 방법은 없는 걸까요?"


전주에 있는 썸남의 여자친구와 연락을 한다고 해봐. 그럼 그 어느 때보다도 지현이를 진지하게 대할 거야. 저런 남자들은 뒤가 구린 자신의 모습이 밝은 곳에 드러나는 걸 무엇보다 무서워하거든.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두겠다고만 말해도 기겁을 할 걸. 여하튼 어떤 짓을 하든 그가 지현이를 택할 일은 없으니, 거기서 그의 일회용품 역할 하느라 청춘을 낭비하지 말고, 어서 나오길 바라.


3. 고교시절 선생님을 여전히 짝사랑하는 여자.


이십대 중반이면 Y양도 어른이니까, 어른답게 생각해 보자.

우선, 스무살 가까운 나이차 때문에 선생님은 Y양과의 관계를 '연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실 것이다. 이제 막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한 남학생이 Y양에게 대시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게 가정해 보면, 선생님이 Y양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가 좀 느껴지지 않는가?

Y양이 졸업 후에도 자주 연락하고, 종종 학교에 찾아오고, 선물을 주니 선생님은 Y양을 '기특한 제자'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끈끈한 사제지간을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신 선생님은 Y양이 밖에서 만나자는 요청을 했을 때, 스승과 제자가 밥 한 끼 먹는다는 것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선생님께서도 '그래, 뭐가 어떻게 될 진 나도 모르겠다. 가 보자.'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연인들의 기념일을 서로 챙기고,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는 것, 그리고 매주 만나거나 길게 통화하는 점 등을 보면, Y양이 주장한대로 의심할 것 없는 '썸'의 모습이다.

선생님은 불혹을 넘긴 나이다. 그는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 Y양과의 나날들이 즐겁기는 하지만, Y양의 부모님과 난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
ⓑ Y양은 이십대 중반이다. 어리다. 지금의 저 마음은 다 사라질 수도 있다.
ⓒ Y양은 나에 대해 잘 모른다. '어른 남자'에 대한 동경으로 만나는 것일 수 있다.
ⓓ 나 역시 지금까진 Y양의 좋은 모습만 봐왔다. 좋지 않은 모습을 본다면 어떨까.



때문에 그는 우선 지금처럼 만나며,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지켜보려 한 것이라 생각된다.

Y양은 이 문제를 아주 간단하게 생각한다. 누가 뭐라든 둘만 좋으면 되는 거니, 선생님과의 관계를 확실하게 '연인'으로 정하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애들같은 생각이다. Y양은 자신의 부모님께 스무살 차이나는 선생님과 사귀고 있다는 걸 말할 자신이 있는가? 부모님께서 반대하실 건 뻔한 일인데, 그 반대를 극복할 방법이 있는가?

"친구들한테 얘기하면 아마 제 등짝을 후려칠 겁니다."
"선생님이 애매한 태도만 보이시니, 어떤 날은 그냥 이 관계를 끝내 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책임질 자신이, 또는 책임질 생각이 없는 일은 벌이지 말길 권한다. Y양은 선생님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선생님께 확답을 요구하는 건 책임 역시 선생님에게 떠넘기는 것과 같은 거고, 사귈 거 아니면 이 관계를 끝내버리고 싶어 하는 Y양의 태도만 봐도, 이건 그닥 진지한 관계가 아니다. 그러니 더는 거기서 애처럼 굴며 선생님 난처하게 만들지 말고, 사제지간은 사제지간으로 남겨두길 권한다.


자 그럼, 다들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보내시기 바라며! 난 이만 데이트하러.



"데이트 한다고 급 마무리? 놀리시는 건가요?" 화나면 데이트로 복수하세요.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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