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네트워크에 찝쩍이로 분류된 남자, 문제는?
사연을 보낸 P군은 본인의 문제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저게 문제인 거 맞다. 저것과 더불어 A양을 챙기다가 수틀리면 B양을 챙기고, B양과의 관계에서 역시 가능성이 안 보이면 C양에게로 향한다는 문제가 있다.
내가 봐도 그렇게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P군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간단히 생각해 보자. 어느 여자가 소개팅으로 만난 썸남을 좋아하다가 퇴짜를 맞았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열심히 상대 페이스북 찾아가서 글을 남기고, 카스에 들어가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 이게 그저 '원만하게 지내느라' 그러는 것처럼 보이는가?
이 외에도 '찝쩍남 특유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여러 증상들이 P군에게 관찰되니, 오늘은 그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
한 모임에서 이제 막 연락처를 교환한 사이일 땐, 누구나 긍정적인 반응을 하기 마련이다. 전에 발행하려고 했던 '댄스동호회'와 관련된 이야기 중, 그 동호회에서 '찝쩍남'으로 분류된 남자들 역시 P군과 같은 부분에서 착각을 한다.
저렇게 대화가 이어진다는 게, 꼭 개인적으로 호감이 있다거나 '가능성'이 있는 관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남자가 '자료'를 구실로 말을 거니 그 자료가 필요한 여자가 대꾸하는 것일 수 있고, 앞으로 모임에서 계속 보게 될 사람의 말을 무시하거나 성의 없이 짧게만 답할 수 없으니 '예의상' 계속 대답해 주는 것일 수 있다.
복학생과 새내기의 관계였던 P군과 '썸녀들'의 관계에선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이제 갓 입학한 새내기에게 학교 임원까지 맡고 있는 복학생 오빠가 말을 거니, 그녀들은 당연히 웃는 낯으로 예의를 갖춰 답할 것 아닌가. 그런데 P군은 난생 처음 자신에게 호의적이며 묻는 말에 대답을 다 하는 여자들을 만나서인지, 신났던 거다.
P군의 카톡대화를 보면, 정말 끊임없이 상대에게 말을 건다. 상대가 어디를 간다고 하면 카톡으로 대화하기 힘들다는 말이니 좀 알아서 대화를 끊어야 하는데, P군은 멈추질 않는다. 누구를 만나는지, 어디로 가는 건지, 뭐 먹는지, 맛있게 먹고 있는지, 다 먹었는지, 집에 언제 들어갈 건지, 뭐 타고 집에 들어갈 건지, 거기다가 나중에 더 맛있는 곳을 알려주겠다는 말까지….
P군에게 내 지인 S양을 소개해 주고 싶다. S양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한 번 전화하면 끊을 줄 모르는 여자'다. 그녀는 무제한 요금제를 위해 태어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전화를 해 한 번 말을 시작하면 끊지 않는다. 눈치도 전혀 없는 까닭에 상대가 전화를 끊고 싶어 하는 내색을 계속 비춰도, 주제를 바꿔가며 자기 할 말을 계속 한다. 그녀의 '폭풍수다'를 한 번 겪어봐야, P군 역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썸녀와 P군의 카톡대화를 보며, 내가 속으로
이라고 몇 번이나 안타까워했다는 것을 적어두겠다.
P군이 자신을 정당화 할수록, 상대는 '이상한 여자'가 된다는 거 알고 있나? P군의 행동은 누가 봐도 호감을 가지고 상대와 잘 되길 바라며 다가간 것인데, P군 혼자만 그걸 부정한다. 썸녀가 누구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갑자기 태도를 바꿔 P군에게 부담스럽다는 말을 했을 때, P군이 그녀에게 한 말을 보자.
그럼 이게 다 썸녀가 오버한 거고, 이쪽에선 이성으로의 호감도 안 가졌는데 썸녀 혼자 김칫국 마시며 쇼 한 거란 얘긴가? P군은 당장 위기를 모면하려고 저 말을 꺼냈겠지만, 저 말 뜻이 바로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뜻이다.
생각을 좀 해보자. 저 말을 듣고
라고 대답하는 여자가 있을까?
P군은 수틀리면 늘 저런 식으로 발뺌을 한다. P군이 사연을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도 비슷한 문제로 사연을 보냈다. 작년에 보냈던 사연에서 P군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는가?
저 과거 썸녀와 현재의 썸녀 사이엔 또 다른 썸녀가 있다. 그녀 역시 새내기다. P군은 그녀에게도 연락을 하고, 선물을 하고, 여러 애정공세를 벌였다. 그러다 그녀가 단답과 늦은 답장으로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으니 마음을 접었고 말이다.
주변의 모든 여자를 이런 식으로 멸종시킬 생각인가? 연락을 하고, 잘 대해주고, 선물까지 주다가, 사귈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니 이제 와선 '그냥 친해지려 그런 거였다'라니! 게다가 저 세 여자는 모두 같은 학교 학은 학과의 학생들이다. 저런 일들로 P군에 대해 '찝쩍남 경계경보'가 발령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P군은 혼자 "다른 사람들에겐 그게 그렇게 보였나 봅니다."라는 이상한 말만 하고 있다.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지자. 현재의 썸녀가 P군을 보면 자리를 피하는 건, 소제목 1번에서 말한 '부담'의 문제도 있지만, 그 이후 자신을 정당화 하는 P군의 모습에 환멸을 느껴서일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 또 신입생이 들어오면 그녀에게도 그럴 생각인가? 과거의 여자들에겐 그저 친해지려 다가간 건데 걔들이 오해한 거고, 내가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너다. 하지만 너 역시 내게 관심이 없다면 너와도 친해지려 한 것으로 해두겠다. 뭐 이런 식으로?
P군은 이렇게 자신이 모든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고 나선, 썸녀와 관련이 있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꼭 얘기해 주고 싶다.
ⓐ "썸녀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의 행동에 정당성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한 정당화에 대해 '타인의 동의'를 받으려 한다. P군 역시 썸녀의 동기인 또 다른 여자후배에게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하며 그녀를 설득시키려 한다. "난 친해지려 한 것이고, 오빠동생으로 지내려고 한 것인데 썸녀가 오해한 것 같다. 그러니 네가 썸녀에게 좀 이야기를 잘 해줬으면 한다."라고.
둘이 마무리 지은 이야기를 타인에게 왜곡해서 설명하고, 그 얘기를 들은 타인은 또 썸녀에게 가서 그게 맞는 말인지를 확인한다. 썸녀는 이제 P군을 증오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둘의 상황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이에게 자신이 유리한대로 해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동의를 받으면, 행복한가? 남에게 자신을 바보로 만든 이야기를 들은 썸녀. 그녀 분노가 증폭될 거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 "썸녀가 힘들어 할 때 나에게 좀 알려줘."
P군은 세상 사람들이 다 자신을 위해 희생하거나 헌신할 거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썸녀의 동기가, 머리에 총 맞지 않은 이상 'P군 얘기라면 치를 떠는 썸녀'와 P군을 이어줄 것 같은가? 썸녀의 동기 역시 P군의 후배인 까닭에 P군이 말을 걸면 대답을 해 주는 거지, 특별히 P군을 생각한다거나 P군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머잖아 그 썸녀의 동기도 P군과의 연락을 끊을 것이다. 톡 보내서 "썸녀는 요즘 어때?", "썸녀에게 변화는 없어?", "썸녀가 아픈 건 아니고?", "썸녀가 내 이야기 하진 않았고?" 따위의 질문만 하는 남자에겐, 그가 선배든 교수든 필연적으로 짜증이 날 테니 말이다.
ⓒ "내가 줬다는 거 말하지 말고…."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좀 잘해준 것뿐인데 썸녀가 오해했다며 정신승리 해놓고, 갑자기 '수호천사'로 돌변한 건 무슨 이유인가? 그녀의 지인을 통해 '시험에 나올만한 문제'같은 걸 알려주면 그녀가 감동할 것 같은가? 그녀가 숙취로 힘들어 할 때 지인을 통해 숙취해소음료를 전해주면 고마움의 눈물을 흘릴 것 같은가? 앞에서 그녀를 바보로 만들어 놓고, 뒤에서 수호천사 코스프레 하는 거 그만 하자. 그거 그냥 기형적인 짝사랑의 모습이지, 뒤늦게야 사랑인 걸 알고 벌이는 헌신이 아니다.
P군은 말했다.
길이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앞에 나서서 "너에게 호감이 있었고, 너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다가갔던 게 맞다. 하지만 그러던 중 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을 때, 겁이 나서 나 혼자 정당화 하느라 그런 소리를 했던 것 같다. 미안하다. 내가 비겁했었다."라고 말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 방식대로 해석한 얘기를 늘어놓고, 썸녀의 지인 섭외해 일만 꾸미려 하는데, 갈수록 썸녀가 P군을 싫어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썸녀에게 따귀를 맞거나 욕을 먹을 것 같아도, 일단 앞에 나서서 진솔한 마음을 다 털어 놓고 사과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데 그 방법을 사용한다고 해서 관계가 다시 좋아질 거란 말은 못 해줄 것 같다. 소제목 1번에서 말한 '수다남'의 모습이 그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P군이 '원만한 대인관계'를 핑계로 맺고 끊음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썸녀가 있으면서 과거 썸녀들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거나 카스를 방문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P군 지구력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P군은 반 년 간 썸녀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 상대와 카톡 게임 아이템을 주고받는 사이만 되어도 P군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금사빠처럼 보인다. 당장은 가장 가능성이 높았던 현재 썸녀와 가까워지던 중 일이 이렇게 되어 다급해 보이지만, 반 년 전에도 P군은 과거 썸녀와의 '관계회복'이 절실하다며 사연을 보낸 적 있다.
과거 썸녀를 두고 한 P군의 저 말은, 현재 썸녀와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썸녀와의 일도 비슷한 방식으로 덮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매뉴얼을 발행하는 건, P군이 위와 같은 태도를 고수하면 누구를 만나도 같은 레퍼토리로 원수가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P군과 같은 상황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난 아닌데? 네가 오해한 건데?"라며 발 빼는 다른 대원들에게도 이 글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쓰게 되었다. 사과해야 할 순간에 변명하지 않고 사과하는, 그런 용기를 지닌 사람이 되길 바라며.
▲ "혹시 희진이한테 제 얘기 하셨어요?" 선배니까 욕 안하고 저 정도로만 물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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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보낸 P군은 본인의 문제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전 제가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좀 많이 챙기는 편입니다.
이렇게 하는 게 편하더군요.
그런데 그러다보니 저 혼자 좋아하게 된 다음에 막 잘해주면
여자 쪽이 부담을 느끼며 거리를 두더라고요."
이렇게 하는 게 편하더군요.
그런데 그러다보니 저 혼자 좋아하게 된 다음에 막 잘해주면
여자 쪽이 부담을 느끼며 거리를 두더라고요."
저게 문제인 거 맞다. 저것과 더불어 A양을 챙기다가 수틀리면 B양을 챙기고, B양과의 관계에서 역시 가능성이 안 보이면 C양에게로 향한다는 문제가 있다.
"분명 전 A양과의 관계를 완전히 포기했고, B양에게도 더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들과 완전히 연락을 끊지 않은 건, 원만하게 지내느라 그랬던 거였죠.
여하튼 전 C양과 연락하면서 다른 여자에게 호감을 표현하거나 그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겐 이게 어장관리, 또는 찝쩍거리는 것으로 보였나 봅니다."
그녀들과 완전히 연락을 끊지 않은 건, 원만하게 지내느라 그랬던 거였죠.
여하튼 전 C양과 연락하면서 다른 여자에게 호감을 표현하거나 그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겐 이게 어장관리, 또는 찝쩍거리는 것으로 보였나 봅니다."
내가 봐도 그렇게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P군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간단히 생각해 보자. 어느 여자가 소개팅으로 만난 썸남을 좋아하다가 퇴짜를 맞았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열심히 상대 페이스북 찾아가서 글을 남기고, 카스에 들어가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 이게 그저 '원만하게 지내느라' 그러는 것처럼 보이는가?
이 외에도 '찝쩍남 특유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여러 증상들이 P군에게 관찰되니, 오늘은 그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
1. 상대의 예의를 가능성이라 착각하는 문제.
한 모임에서 이제 막 연락처를 교환한 사이일 땐, 누구나 긍정적인 반응을 하기 마련이다. 전에 발행하려고 했던 '댄스동호회'와 관련된 이야기 중, 그 동호회에서 '찝쩍남'으로 분류된 남자들 역시 P군과 같은 부분에서 착각을 한다.
남자 - 오늘 반가웠어요. 아 그리고 자기소개하실 때 **를 하고 싶다고 하셨죠?
제 친구가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서 자료를 얻을 수 있는데,
필요하시면 구해 드릴게요.
여자 - 안녕하세요.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ㅠ.ㅠ
남자 - **에 관심 있는 사람 별로 없는데, 희영씨 독특하시네요. ㅎㅎ
여자 - 아, 제가 대학 다닐 때부터 관심이 좀 있었어요. **랑 관련된 전공이라서요.
남자 - 그래요? 아까 말한 제 친구도 그 전공인데!
제가 어떻게든 자료 많이 얻어다가 드리겠습니다. ㅎㅎ
여자 - 감사합니다. ㅠ.ㅠ
남자 - 식사는 하셨어요?
(이후 남자의 질문공세로 인한 대화 지속)
제 친구가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서 자료를 얻을 수 있는데,
필요하시면 구해 드릴게요.
여자 - 안녕하세요.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ㅠ.ㅠ
남자 - **에 관심 있는 사람 별로 없는데, 희영씨 독특하시네요. ㅎㅎ
여자 - 아, 제가 대학 다닐 때부터 관심이 좀 있었어요. **랑 관련된 전공이라서요.
남자 - 그래요? 아까 말한 제 친구도 그 전공인데!
제가 어떻게든 자료 많이 얻어다가 드리겠습니다. ㅎㅎ
여자 - 감사합니다. ㅠ.ㅠ
남자 - 식사는 하셨어요?
(이후 남자의 질문공세로 인한 대화 지속)
저렇게 대화가 이어진다는 게, 꼭 개인적으로 호감이 있다거나 '가능성'이 있는 관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남자가 '자료'를 구실로 말을 거니 그 자료가 필요한 여자가 대꾸하는 것일 수 있고, 앞으로 모임에서 계속 보게 될 사람의 말을 무시하거나 성의 없이 짧게만 답할 수 없으니 '예의상' 계속 대답해 주는 것일 수 있다.
복학생과 새내기의 관계였던 P군과 '썸녀들'의 관계에선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이제 갓 입학한 새내기에게 학교 임원까지 맡고 있는 복학생 오빠가 말을 거니, 그녀들은 당연히 웃는 낯으로 예의를 갖춰 답할 것 아닌가. 그런데 P군은 난생 처음 자신에게 호의적이며 묻는 말에 대답을 다 하는 여자들을 만나서인지, 신났던 거다.
P군의 카톡대화를 보면, 정말 끊임없이 상대에게 말을 건다. 상대가 어디를 간다고 하면 카톡으로 대화하기 힘들다는 말이니 좀 알아서 대화를 끊어야 하는데, P군은 멈추질 않는다. 누구를 만나는지, 어디로 가는 건지, 뭐 먹는지, 맛있게 먹고 있는지, 다 먹었는지, 집에 언제 들어갈 건지, 뭐 타고 집에 들어갈 건지, 거기다가 나중에 더 맛있는 곳을 알려주겠다는 말까지….
P군에게 내 지인 S양을 소개해 주고 싶다. S양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한 번 전화하면 끊을 줄 모르는 여자'다. 그녀는 무제한 요금제를 위해 태어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전화를 해 한 번 말을 시작하면 끊지 않는다. 눈치도 전혀 없는 까닭에 상대가 전화를 끊고 싶어 하는 내색을 계속 비춰도, 주제를 바꿔가며 자기 할 말을 계속 한다. 그녀의 '폭풍수다'를 한 번 겪어봐야, P군 역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썸녀와 P군의 카톡대화를 보며, 내가 속으로
'제발 그만 좀 말해라. 제발. 좀 끊어. 제발. 으허허허허엉.'
이라고 몇 번이나 안타까워했다는 것을 적어두겠다.
2. 비겁함의 문제.
P군이 자신을 정당화 할수록, 상대는 '이상한 여자'가 된다는 거 알고 있나? P군의 행동은 누가 봐도 호감을 가지고 상대와 잘 되길 바라며 다가간 것인데, P군 혼자만 그걸 부정한다. 썸녀가 누구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갑자기 태도를 바꿔 P군에게 부담스럽다는 말을 했을 때, P군이 그녀에게 한 말을 보자.
"사귀겠다며 접근한 게 아니었다. 그런 의도가 있어서 잘 해준 게 아니라,
그냥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런 거였다. 네가 오해했던 것 같다."
그냥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런 거였다. 네가 오해했던 것 같다."
그럼 이게 다 썸녀가 오버한 거고, 이쪽에선 이성으로의 호감도 안 가졌는데 썸녀 혼자 김칫국 마시며 쇼 한 거란 얘긴가? P군은 당장 위기를 모면하려고 저 말을 꺼냈겠지만, 저 말 뜻이 바로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뜻이다.
"친한 오빠 동생이 되려고 한 거지, 널 좋아하거나 해서 그랬던 게 아니다."
생각을 좀 해보자. 저 말을 듣고
"아 그래요? 전 그것도 모르고 오빠가 절 좋아해서 그러는 줄 알았네요.
제가 오해했네요. 죄송해요. 앞으로 좋은 오빠동생으로 지내요."
제가 오해했네요. 죄송해요. 앞으로 좋은 오빠동생으로 지내요."
라고 대답하는 여자가 있을까?
P군은 수틀리면 늘 저런 식으로 발뺌을 한다. P군이 사연을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도 비슷한 문제로 사연을 보냈다. 작년에 보냈던 사연에서 P군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는가?
"제가 J를 짝사랑하는 건 아닙니다.
J가 괜찮다 싶어서, 한번 친해져 볼까 하는 생각으로 다가간 거고요."
J가 괜찮다 싶어서, 한번 친해져 볼까 하는 생각으로 다가간 거고요."
저 과거 썸녀와 현재의 썸녀 사이엔 또 다른 썸녀가 있다. 그녀 역시 새내기다. P군은 그녀에게도 연락을 하고, 선물을 하고, 여러 애정공세를 벌였다. 그러다 그녀가 단답과 늦은 답장으로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으니 마음을 접었고 말이다.
주변의 모든 여자를 이런 식으로 멸종시킬 생각인가? 연락을 하고, 잘 대해주고, 선물까지 주다가, 사귈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니 이제 와선 '그냥 친해지려 그런 거였다'라니! 게다가 저 세 여자는 모두 같은 학교 학은 학과의 학생들이다. 저런 일들로 P군에 대해 '찝쩍남 경계경보'가 발령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P군은 혼자 "다른 사람들에겐 그게 그렇게 보였나 봅니다."라는 이상한 말만 하고 있다.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지자. 현재의 썸녀가 P군을 보면 자리를 피하는 건, 소제목 1번에서 말한 '부담'의 문제도 있지만, 그 이후 자신을 정당화 하는 P군의 모습에 환멸을 느껴서일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 또 신입생이 들어오면 그녀에게도 그럴 생각인가? 과거의 여자들에겐 그저 친해지려 다가간 건데 걔들이 오해한 거고, 내가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너다. 하지만 너 역시 내게 관심이 없다면 너와도 친해지려 한 것으로 해두겠다. 뭐 이런 식으로?
3. 의지하기, 혹은 이용하기.
P군은 이렇게 자신이 모든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고 나선, 썸녀와 관련이 있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꼭 얘기해 주고 싶다.
ⓐ "썸녀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의 행동에 정당성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한 정당화에 대해 '타인의 동의'를 받으려 한다. P군 역시 썸녀의 동기인 또 다른 여자후배에게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하며 그녀를 설득시키려 한다. "난 친해지려 한 것이고, 오빠동생으로 지내려고 한 것인데 썸녀가 오해한 것 같다. 그러니 네가 썸녀에게 좀 이야기를 잘 해줬으면 한다."라고.
둘이 마무리 지은 이야기를 타인에게 왜곡해서 설명하고, 그 얘기를 들은 타인은 또 썸녀에게 가서 그게 맞는 말인지를 확인한다. 썸녀는 이제 P군을 증오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둘의 상황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이에게 자신이 유리한대로 해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동의를 받으면, 행복한가? 남에게 자신을 바보로 만든 이야기를 들은 썸녀. 그녀 분노가 증폭될 거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 "썸녀가 힘들어 할 때 나에게 좀 알려줘."
P군은 세상 사람들이 다 자신을 위해 희생하거나 헌신할 거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썸녀의 동기가, 머리에 총 맞지 않은 이상 'P군 얘기라면 치를 떠는 썸녀'와 P군을 이어줄 것 같은가? 썸녀의 동기 역시 P군의 후배인 까닭에 P군이 말을 걸면 대답을 해 주는 거지, 특별히 P군을 생각한다거나 P군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머잖아 그 썸녀의 동기도 P군과의 연락을 끊을 것이다. 톡 보내서 "썸녀는 요즘 어때?", "썸녀에게 변화는 없어?", "썸녀가 아픈 건 아니고?", "썸녀가 내 이야기 하진 않았고?" 따위의 질문만 하는 남자에겐, 그가 선배든 교수든 필연적으로 짜증이 날 테니 말이다.
ⓒ "내가 줬다는 거 말하지 말고…."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좀 잘해준 것뿐인데 썸녀가 오해했다며 정신승리 해놓고, 갑자기 '수호천사'로 돌변한 건 무슨 이유인가? 그녀의 지인을 통해 '시험에 나올만한 문제'같은 걸 알려주면 그녀가 감동할 것 같은가? 그녀가 숙취로 힘들어 할 때 지인을 통해 숙취해소음료를 전해주면 고마움의 눈물을 흘릴 것 같은가? 앞에서 그녀를 바보로 만들어 놓고, 뒤에서 수호천사 코스프레 하는 거 그만 하자. 그거 그냥 기형적인 짝사랑의 모습이지, 뒤늦게야 사랑인 걸 알고 벌이는 헌신이 아니다.
P군은 말했다.
"두 달 가까이 혼자 고민을 하고 있지만,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앞에 나서서 "너에게 호감이 있었고, 너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다가갔던 게 맞다. 하지만 그러던 중 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을 때, 겁이 나서 나 혼자 정당화 하느라 그런 소리를 했던 것 같다. 미안하다. 내가 비겁했었다."라고 말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 방식대로 해석한 얘기를 늘어놓고, 썸녀의 지인 섭외해 일만 꾸미려 하는데, 갈수록 썸녀가 P군을 싫어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썸녀에게 따귀를 맞거나 욕을 먹을 것 같아도, 일단 앞에 나서서 진솔한 마음을 다 털어 놓고 사과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데 그 방법을 사용한다고 해서 관계가 다시 좋아질 거란 말은 못 해줄 것 같다. 소제목 1번에서 말한 '수다남'의 모습이 그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P군이 '원만한 대인관계'를 핑계로 맺고 끊음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썸녀가 있으면서 과거 썸녀들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거나 카스를 방문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P군 지구력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P군은 반 년 간 썸녀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 상대와 카톡 게임 아이템을 주고받는 사이만 되어도 P군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금사빠처럼 보인다. 당장은 가장 가능성이 높았던 현재 썸녀와 가까워지던 중 일이 이렇게 되어 다급해 보이지만, 반 년 전에도 P군은 과거 썸녀와의 '관계회복'이 절실하다며 사연을 보낸 적 있다.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고 싶었는데,
답답하고 아쉽고 미안하고 그러네요."
답답하고 아쉽고 미안하고 그러네요."
과거 썸녀를 두고 한 P군의 저 말은, 현재 썸녀와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썸녀와의 일도 비슷한 방식으로 덮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매뉴얼을 발행하는 건, P군이 위와 같은 태도를 고수하면 누구를 만나도 같은 레퍼토리로 원수가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P군과 같은 상황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난 아닌데? 네가 오해한 건데?"라며 발 빼는 다른 대원들에게도 이 글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쓰게 되었다. 사과해야 할 순간에 변명하지 않고 사과하는, 그런 용기를 지닌 사람이 되길 바라며.
▲ "혹시 희진이한테 제 얘기 하셨어요?" 선배니까 욕 안하고 저 정도로만 물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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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미적 미루다가 돌아서면 잡는 남자, 정체는?
2년 전 썸남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Y양에게
동료 여직원에 대한 친절일까? 아님 관심이 있어서?
철없는 남자와 연애하면 경험하게 되는 끔찍한 일들
연애경험 없는 여자들을 위한 다가감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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