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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연애보다 일을 우선으로 둔 남자친구, 해결책은?

by 무한 2013. 7. 31.
연애보다 일을 우선으로 둔 남자친구, 해결책은?
매뉴얼을 통해 몇 번 이야기 한 적 있는 '연애 이외의 자기 생활을 가지는 것',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몽땅 쏟고 있는 관심을 줄이는 것'에 대해 Y양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건 실제로 남친에 대한 마음의 분량을 좀 줄이는 것이지, 단순히 연락 안 하며 복수의 순간을 벼르라는 얘기가 아니다. 생활의 중심에 남자친구를 두지 않겠다며 연락하고 싶은 걸 열심히 참고 버티다가,

"너는 내가 뭐 하는지 궁금하지 않아?"


라고 말해버리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거다. 그건 상대에게 "내가 너 연락 하나, 안 하나 두고 보고 있었다."라는 말을 하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저는 절대로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남자친구와 헤어지면, 전 일상생활을 하는 게 불가능 할 것 같습니다.
헤어지는 것 말고,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극복이 가능하다. 나 역시 연애를 하고 있지만,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언제든 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무시하거나, 짐처럼 여기거나, 상대가 연애를 지속하기 위해 하고 있는 노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면, 바로 그 때가 헤어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연인이라면, 평생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서로에 대한 경외심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경외심이 없다면 연인은 사은품으로 받은 컵처럼 여겨질 것이고, 이가 나가든 안에 오물이 담겨 있든 신경 쓰지 않게 될 것이다.

Y양 커플의 가장 큰 문제는, 둘 사이에 바로 저 '경외심'이 없다는 거다. 때문에 Y양이 '예쁜 연애'를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하고, 남자친구가 다툼 없이 지내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둘 다 지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연애를 해온 건, 둘 다 여리고 정이 많은 사람인 덕분이다. 난 추석 전에 두 사람이 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둘에겐 이제 더 물러서서 양보할 자리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끝이 보이는 도로를 질주하는 두 사람이 관계의 핸들을 돌릴 수 있는 방법, 오늘 함께 알아보자.


1. 화를 내면 힘든 거 맞다.


두 사람이 툭하면 이거 갖고 싸우던데, 오늘 여기서 딱 확실히 하자. 한 사람이 화를 내면 다른 사람이 힘든 거 맞다. 힘만 드는 게 아니라 짜증도 난다. 아무 준비도 하고 있지 않다가 전쟁터로 내몰린 듯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혼란스럽다.

Y양 - 내가 화내서 너도 화 난 거야?
남친 - 그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일을 가지고 화를 내면 나도 힘들어.
Y양 - 그러니까 내가 화내면 니가 힘들다고 했는데도 내가 화내서 너도 화난 거네?
남친 - 너가 화를 냈다는 것 때문에 내가 힘들다고 하는 게 아니잖아.



문과생인 거 티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면, 말 꼬아서 새끼줄 만들 기세로 그렇게 복잡하게 대화하지 말자. 아마 남친이 공대생이었으면, 첫 문장을 읽고 벌써 동굴에 들어갔을 것이다.

문과생 - 눈이 녹으면? 봄이 온다.
공대생 - 눈이 녹으면? 물이 된다.



대략 저런 차이가 있으니까. 웃자고 한 소리고. 여하튼 상대가 전투모드로 나오는데 마음 편할 사람 없다는 결론을 오늘 내자. 이거 결론 안 내면 두 사람은 '내가 화를 내서 너도 화가 난 것이냐, 아니면 내가 화를 내니 네가 힘들어져서 너도 화를 낸 것이냐.'라는 지루한 감정의 소모전을, 한 치의 양보 없이 매번 반복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싸울 거면 확실하게 싸우든가 하자. 이거 무슨 통닭집 앞에서 아저씨들 멱살 잡고 시비만 하는 싸움도 아닌데 왜 말싸움만 하는가. Y양은 처음엔 자신이 화를 내다가, 남자친구가 거기에 열 받아 맞불을 놓으면,

"아니야. 나 그거 때문에 화난 거 아니야.
그리고 나 지금 화 난 거 아니야. 왜 혼자 오해하는 거야…."



라며 갑자기 온순해진다. 뭐, 사실 그랬기 때문에 둘이 여기까지 버텨온 걸 수도 있다. 아마 경찰 아버지를 둔 내 지인 J양이었다면, 저 상황에서

"그럼 나는 앞으로 절대 화도 내지 말라는 얘기야? 화내면 너 힘드니까?"


라며 유도신문을 했을 것이다.(맞다고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한다는 답이 돌아오고, 아니라고 하면 그런데 왜 그러냐는 답이 돌아오는 엄청난 유도신문이다.)

저렇게 싸우고 한숨 자고 일어나 다시 기분이 괜찮아지면 사과하는 것. 그게 겉으로 보기에는 잘 풀고 넘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궁지에 몰렸던 그때의 기분과 감정의 소모전을 벌이며 생긴 피로는 고스란히 축적된다. 차곡차곡 쌓인 그 피로는 결국 '너의 한계'를 결정짓는 것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며 '얘랑은 헤어지는 게 더 낫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만든다.


2. '남자친구에게 바라는 것'에 대한 문제들.


Y양은 '남자친구에게 바라는 것 말하기'에 대해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어떠한 문제들이 있는지 하나씩 뜯어보자.

ⓐ 자기변명처럼 들리는 '바라는 것'의 문제.
저 위에서 말한 것처럼, Y양은 둘의 싸움이 심각해 질 것 같으면 바로 꼬리를 내린다. 그러면서 동시에 "난 사실 네가 이러이러하게 해주길 바랐을 뿐이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갑자기 피해자로 돌변한다.
"난 네가 카톡을 보내지 않아서 섭섭한 게 아니었어.
**한 것에 대해 물어봐 주길 바랐는데, 그러지 않았잖아.
어제는 바빠서 못 한 거 아니까 오늘이라도 그래주길 바랐던 건데…."

남자친구가 Y양의 속마음을 다 꿰뚫어 보고 있는 신이 아니잖은가. 오십여 년을 함께 살아도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부분이 있는 게 사람인데, Y양은 자기 기분이 좋지 않으면 일단 '전투모드'에 돌입해 틱틱거리다가, 상대가 화를 내면 그제야 '내가 화 난 이유'를 말한다.

ⓑ 기분 좋을 때 말하라고 권하기도 어려운 이유.
Y양과 같은 특징을 지닌 여자의 경우, 대개 갈등이 생겼을 때 저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까닭에 난 "그러지 말고, 바라는 게 있으면 기분 좋을 때 말하세요."라고 권하곤 한다. 그런데 Y양은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평소에도 '바라는 것'을 자주 얘기하는 까닭에, 기분 좋을 때 말하라고 권하기도 좀 그렇다.(이건 계속되는 다툼으로 인해 '서운함'이나 '섭섭함'같은 감정이 마음속에 단단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 아래에서 이야기 할 '남자친구의 문제'도 원인이 된다.)
"내 걱정 해주는 거야? 그런 건 미리미리 티를 좀 내줘~"
남자친구가 Y양을 걱정할 때 Y양이 한 말이다. 남자친구가 잘 하려고 노력해도 Y양은 "더더더더더~"만 외치니, 남자친구는 Y양을 위해 뭔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을까? Y양이 남자친구를 위해 선물을 사갔는데, 남자친구가 선물을 받은 뒤 "고맙긴 한데, 편지가 없네. 나는 선물보다는 네가 꾹꾹 눌러 쓴 편지를 받고 싶었어. 다음엔 꼭 편지도 써줘~"라고 말한다면, 감사인사를 기다리던 Y양 기분에 찬물이 끼얹어 지지 않겠는가?

ⓒ 바라는 게 너무 많은 문제.
둘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반나절도 지속되지 못한다. Y양이 또 뭔가에 서운해 하거나 섭섭해 하고, 결국 그것에 대한 얘기를 남자친구에게 하기 때문이다.
"****한 것도 네가 어쩔 수 없는 문제였어?"
"난 오늘 너 만나서 할 얘기 있었거든. 내일은 대화할 수 있게 시간 좀 비워줘."
"너는 내가 한 얘기에 대해 궁금한 거 없어?"
Y양은 남자친구를 정신적으로 고문하기 위해 사귀고 있는 것일까? 누가 저런 얘기를 하루가 멀다 하고 한다면, 그게 부모님이라고 해도 집을 나가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어머니께서 "너 내일 엄마랑 얘기 좀 하자.", "엄마를 위해 그것도 못 해주니?", "엄마가 지금 너무 무리한 걸 요구하는 거니?"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 보길 권한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과 더불어

"너 나에게 뭐뭐해준지 오래 됐어."
"우리 뭐뭐를 안 한 지도 한 달이 넘었네."
"네가 뭐뭐 해주면 괜찮아 질 것 같아."



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남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Y양과의 연애가 '의무'처럼 느껴진다. 주말 계획이 없는 게 모두 남자의 책임이 되어야 하는 상황. Y양과 연애하면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은 무엇이 있는가? 또 행복은 무엇이 있는가? 여기서 보기엔 없다. 의무와 책임, 그리고 징징거리는 걸 달래줘야 하는 고난만 남아 있을 뿐이다. Y양에게, 자신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연애'가 무엇인지를 말하기 이전에, 본인이 남자친구에게 '어떤 여자친구'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길 권해주고 싶다.


3. 대마(大馬)를 잡자.


잔소리와 서운함 토로, 그리고 피해자 코스프레로 작은 전투에서 이겨봐야, 전쟁에서 지면 의미가 없다. 대마를 잡자. 따지고 보면 이 모든 일이, 남자친구의 사랑이 식은 것 같고, 처음 마음이 변한 것 같아서 벌어지는 것인데, 그걸 머리 한 것에 대한 소감을 말하지 않아서 이러는 것처럼 말하지 말자. 그런 걸로 '바라는 점'을 계속 말해봐야, 서로 지칠 뿐이다.

Y양이 사연에 온통 '남자친구가 변했다는 게 의심되는 이야기들'만 적어 놓는 까닭에, 남자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조심스럽긴 하다. Y양이 들이댄 무수히 많은 증거를 접어두고, 내가 주목한 두 지점은 아래와 같다는 얘기를 먼저 해주고 싶다.

- 남자친구는 헤어지지 않고 아직 연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계속 싸우기만 하는 게 너무 힘들다며 남자친구가 눈물을 보이며 호소했다.



저걸 Y양이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건,

"저희는 서로 사랑한다는 것에 의심이 없습니다.
그저 서로 자주 싸우고, 그것에 상처를 받기 때문에 예민해지고 지친 것 같습니다.
저희를 아는 주변 지인들은 다 저희가 결혼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따위의 결론을 미리 지어두었기 때문이다. 서두에서도 말했듯 난 두 사람이 추석을 넘기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Y양은 오히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상한 근거를 대며 안심하고 있다. 세상사람 모두에게 '잉꼬부부'로 소문난 커플도 이혼하는 걸 본 적 없는가?

"남자친구는 사귀는 순간부터 저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제까지 만난 여자들 중 제가 가장 좋은 여자라고 했고,
앞으로도 저 같은 여자는 만날 수 없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무슨 말을, 무슨 약속을 했든 헤어지고 나면 유효기간 지난 티켓처럼 쓸모없어지는 것 아닌가? 상황이 바뀌었으면 거기에 맞춰서 대처를 해야지, 예전에 한 얘기들만 복기하고 있어봐야 소용없다.

두 사람이 이렇게 된 것의 가장 큰 원인이, 남자친구의 '열의' 때문인 건 맞다. 그는 복학한 후 대학생활을 불태워야 한다는 각오를 했고, 현재 과모임이나 동아리모임, 그리고 선후배간 대화의 자리 등에 열심히 참석한다. '내 삶'을 성실히 꾸려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그걸 착실하게 지켜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걸 Y양이 몰라준 채

"그런 게 나보다 중요해? 그럼 나는? 왜 나한테 관심을 더 두지 않아?"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징징거려서 머리 한 거 예쁘다는 소리 들어봐야 다 부질없는 짓이다. 대마를 잡자. 남자친구의 각오에 '우리'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을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네가 누구보다 열심히 학교생활에 임하고,
또 사람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꾸려나가려는 것, 알아.
때문에 '내 미래, 내 삶'을 위해 잠까지 줄여가며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알고.
그런데 거기에 '우리의 미래, 우리의 삶'은 없는 것 같아.
바닷가에 가서 몸짱이 된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너 혼자 열심히 운동을 하는 느낌이야.
식단 신경 쓰고, 무거운 거 들었다 놨다 하느라 너도 힘들겠지만,
그러는 동안 여름은 다 가버려.
낙엽이 다 질 때쯤 어깨가 단단해 졌다며 자랑해봐야 무슨 소용 있을까.
난 바닷가에 가고 싶은 것도, 네가 몸짱이 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야.
우리가 시행착오를 겪는 서툰 연애를 할지언정, 함께 하고 있다는 게 좋았던 거야."



지금 Y양은, 저런 말을 꺼내 대마를 잡진 못하고 "운동 끝나고 연락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나보다 운동이 더 중요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제 그런 소모적인 전투는 그만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꺼내 함께 살펴보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Y양에게 하나 더 얘기해 주고 싶은 건, '미움 받는 사과'를 하지 말라는 점이다.

"그래, 그 점은 분명히 내가 잘못한 것 같아.
하지만 너도 필요이상으로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인 거 아닐까?"



해석하자면 내가 한 발 양보할 테니, 너도 한 발 양보하라는 뜻인데, 그렇게 양비론만 펴면 어떤 갈등이 생기든 두 사람 모두 '가해자'가 되고 만다. 내가 만약 Y양에게,

"제가 Y양을 아는 사람으로 착각해 머리를 때린 건, 분명 제가 잘못한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게 욕을 한 건 Y양도 잘못한 거 아닐까요?"



라는 이야기를 하면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 Y양은 '네가 잘못한 부분도 좀 생각해 주길 바란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 자꾸 남자친구에게 양비론을 펴는데, 잘못을 인정할 때에는 잘못만 인정하도록 하자. Y양의 남자친구가 그걸 악용해 관계의 우위를 점할 악당은 아니니,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사과 하며 남자친구의 억울한 마음을 좀 풀어주길 권한다.



▲ 위에서 권한대로 남자친구와 대화해 보시고, 후기를 메일로 좀 보내주세요.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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