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다가가기 힘들 것 같다는 말을 듣는 여자
인사 하나만 잘해도 저런 이야기를 들을 일이 없다. 썸남과 마주치면 반갑다고 뽀뽀뽀 까지는 아니더라도 "안녕하세요."하며 고개 살짝 숙여주면 되는데, 상대와 마주치는 그 순간에 유체이탈 해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보며 속으로 온갖 상상을 다 하다가 획, 지나치고 마니까 저런 얘길 듣는 거다. Y양이 썸남과 회사 복도에서 마주쳤던 순간 속으로 한 생각을 보자.
그러다 결국 둘은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이게 참,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회사 내 다른 사람들은 별 어려움 없이 썸남과 인사도 잘 하고, 그렇게 친해져 농담도 하며 지내는데, Y양 혼자만 "안녕하세요."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한 채 냉가슴을 앓고 있다. 혼자 '썸남 울렁증'을 겪다가 이제는 "그냥 제가 감정을 접는 게 최선일까요?"하는 얘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Y양의 사연, 오늘 함께 살펴보자.
'해병대 인사 캠프'같은 게 있으면 Y양을 강제로라도 입소시키고 싶다. 엘리베이터에서 썸남을 마주쳤을 때 Y양이 한 행동을 보자.
식당에서도 마찬가지다.
Y양과 썸남의 일이라고는 저런 상황이 대부분이다. Y양에겐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고 '인사'부터 좀 제대로 하길 권해주고 싶다. 감정이 어쩌고 가능성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 다 접어두고, 인사부터 하자. 최소한 말은 터 놔야 상대의 감정이 어떤지, 가능성이 어떤지를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현재는 Y양 혼자 썸남을 관찰하며 현실에서 마주치며 죄 지은 사람처럼 썸남을 피하고 있기에, 지금 난 '둘은 아무 관계도 아니다'라는 말 밖에 해줄 수 없다. 그러니 내적 자아로만 썸남을 만나지 말고, 먼저 인사하며 현실에서 썸남을 만나보자.
우리 집 현관 등 센서는 어찌나 예민한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화장실만 가려 해도 현관에 불이 켜진다. 아무도 부근에 가지 않았는데 가끔 등이 혼자 켜져 무서운 적도 종종 있을 정도다. 그래서 지금은 검정 테이프로 센서의 1/3 정도를 가려두었다.
난 Y양의 '예민한 촉'에도 검정 테이프를 좀 붙여주고 싶다.
전부 다 착각이다. 워낙 말도 안 되는 의미부여들이라, 여기에 하나하나 반박글을 적기에도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 그러니까 Y양의 말들은, "상담원이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고 말하는데, 전 거기서 상담원이 남들에게 다 하듯 형식적으로 말한 게 아니라, 진짜 감정을 실어 말한다는 걸 순간적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상대가 관심을 가진 게 맞다면 이쪽에서 고민하지 않고도 그걸 알아챌 수 있다. 사내 메신저로 Y양에게 말을 걸어오거나, 업무 핑계로 연락처를 물어오거나,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말이라도 한 마디 더 걸려고 다가올 테니 말이다. 그런데 썸남이 그런 모습을 보인 적 있는가? 없다. 시사 블로거들처럼 말하자면, 이게 팩트고 나머진 다 Y양 혼자 꾸민 음모론일 뿐이다.
행동이고 뭐고 일단 정신을 차려야 한다. 썸남은 Y양에게 아무 관심도 없었다. 이걸 먼저 인정하고 앞으로 친해지기 시작해야지, 상대는 아무 관심도 없는데 Y양 혼자 마음속으로 인형극 하면서 '어쭈, 이것 봐라?'하고 있으면 둘의 이야기는 멜로가 아니라 스릴러가 되고 만다.
더불어 그 '쳐다본다는 느낌'은 앞으로 느끼지 말길 권한다. 그건 Y양이 계속 썸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으니까 쳐다보는 걸 느끼는 거지, 별로 의식하고 있지 않으면 그냥 자연스레 눈이 마주치는 것일 뿐이다.
썸남은 Y양에게 전화번호도 물은 적 없는데, 무슨 원망이고 또 무슨 아쉬움인가. 착각과 의미부여도 심하면 병이 될 수 있으니 여기서 더 나가지 않도록 주의하자.
나 같아도 Y양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인사를 하려고 해도 Y양이 고개를 돌리거나, 엘리베이터 구석으로 타서는 모른 체 하는데, 굳이 Y양이 긋는 경계선까지 넘어가며 말을 걸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보면,
라는 말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밖에서 마주치면 모른 척 피하는 여자에게 뭐하러 말을 걸겠는가? Y양 딴에는 그게 당황스럽고 어쩔 줄 몰라서 그랬던 것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상대가 느끼기에 그건 인사하려고 해도 피하고, 먼저 인사해도 리액션을 안 해준 일일 뿐이다.
내가 전에 말한 우리 동네 코사마트 아저씨를 기억하는가? 그 아저씨는 낯을 많이 가리고 무뚝뚝한 타입이라, 손님이 "수고하세요."라고 말해도 대꾸를 하지 않는다. 나야 그 아저씨 부인(어머니 지인)에게 아저씨 성격에 대해 들은 적 있는 까닭에 그러려니 하며 계속 인사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인사를 먹어버리는 아저씨에게 불쾌함을 느껴 다음부턴 인사를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Y양이 썸남의 인사를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받은 건 당황해서였겠지만, 그게 썸남에겐 '인사를 먹어버리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Y양이 먼저 인사했는데 썸남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기만 했다면, Y양 역시 다음부터 썸남에게 인사하거나 말 걸기가 불편해 질 것 아닌가.
Y양 자신은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서 썸남이 다가오길 바라고만 있으니 답이 없는 거다. 그런 와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라는 이야기 들은 걸로 '그래서 그런가?'하고 있으면 역시 답이 없다. 남자들이 먼저 말 걸기 힘든 타입이라는 얘기는, 나쁘게 말하면 리액션도 없고, 사람에게 관심도 없어 보이고, 다정하지도 않고, 잘 웃지도 않는다는 뜻일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이걸 그저 좋게만 해석해 '난 도도해 보이니까.'하며 합리화해선 곤란하다.
Y양과 Y양의 동기, 그리고 썸남 그렇게 셋이서 대화를 하게 되었을 때, Y양이 썸남에게 관심을 보이며 단 하나라도 웃으며 물은 적 있는지를 돌아보길 바란다. Y양은 그저 그가 자신을 쳐다보며 말하나 안 하나를 의식하며 그를 관찰했을 뿐이다. 그러다 썸남이 예의상 한 말을 두곤, "배려 받는 느낌이 들었어요."라는 이야기만 내게 하고 있고 말이다.
처음엔 썸남도 Y양과 알고 지내면 좋을 것 같아 반갑게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Y양이 썸남을 피하며 얼음처럼 대한 까닭에, 지금은 '같이 있는 게 불편한 관계'가 되고 말았다. 이걸 두고 Y양의 마음대로 해석해 "그가 나에게 관심을 가진 것 같았는데 지금은 흐지부지 된 것 같다. 다시 그의 마음을 돌릴 방법은?" 따위의 질문을 하지 말고, 남들처럼 일단 친해져 보자.
다시 말하지만, Y양이 상대와 '인사'만 제대로 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관찰하지 말고 참여하자. 점심 먹고 마주쳤을 때 커피는 마셨는지, 오후에 어디를 가는지, 오늘 부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말하는 관계가 되는 게 우선이다. Y양을 제외한 회사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썸남과 그런 사이로 지내고 있지 않은가. Y양 혼자만 내적 자아로 썸남을 대하며 상상만 하고 있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난 수 년 전 회기역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자 후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 후배와 난 학교 다닐 땐 얼굴과 이름 정도만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어느 날 회기역에서 마주치게 되었을 때 그녀가 날 보곤 생명의 은인이라도 만난 듯 반가워하며 "어? 오빠!" 하며 알은척을 했다. 우린 전화번호도 모르는 사이였는데 왜 그렇게 반가워했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지만, 그 때 받은 인상이 강렬해서 그녀의 놀란 눈까지도 여전히 기억에 선명하다.
Y양 역시 내 여자 후배와 같은 인상을 썸남에게 주길 권한다. 지금처럼 밖에서 마주쳤을 때 시선만 의식하다 휙, 지나치지 말고 말이다. 그렇게 한 번 물꼬를 터놓으면 '다음 이야기'라는 징검다리를 놓을 수 있고, 그 징검다리를 하나씩 밟고 가다 보면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썸남을 향해 혼자 물음표만 날리지 말고, 썸남이 Y양을 궁금해 하도록 만들어 보자. '왜 날 저렇게 반가워하지?'라는 물음표 하나만 줘도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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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하나만 잘해도 저런 이야기를 들을 일이 없다. 썸남과 마주치면 반갑다고 뽀뽀뽀 까지는 아니더라도 "안녕하세요."하며 고개 살짝 숙여주면 되는데, 상대와 마주치는 그 순간에 유체이탈 해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보며 속으로 온갖 상상을 다 하다가 획, 지나치고 마니까 저런 얘길 듣는 거다. Y양이 썸남과 회사 복도에서 마주쳤던 순간 속으로 한 생각을 보자.
'이쪽으로 온다. 지금 나 쳐다봤어. 분명 봤어.
난 아직 못 본 척 하면서 걸어가야지.
쟤는 지금 나한테 목례를 할 건지, 아니면 소리 내서 인사를 할 건지 고민하고 있을 거야.
나는 어떻게 답하지? 그냥 "네, 안녕하세요."라고만 할까?
아니야. 웃으면서 목례 정도만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럼 너무 어색한가? 전에 말했던 그 일 잘 처리 했냐고 물어볼까?
하아, 그러면 너무 들이대는 여자처럼 보이려나….
그런데 내가 못 본 척 하니까 쟤도 못 본 척 하고 있네.
그럼 내가 먼저 인사를 할까?
아냐. 먼저 인사하면 너무 모양 빠져. 폰 보는 척 해야겠다.
이제 쟤가 말을 걸겠지. 3, 2, 1…."
난 아직 못 본 척 하면서 걸어가야지.
쟤는 지금 나한테 목례를 할 건지, 아니면 소리 내서 인사를 할 건지 고민하고 있을 거야.
나는 어떻게 답하지? 그냥 "네, 안녕하세요."라고만 할까?
아니야. 웃으면서 목례 정도만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럼 너무 어색한가? 전에 말했던 그 일 잘 처리 했냐고 물어볼까?
하아, 그러면 너무 들이대는 여자처럼 보이려나….
그런데 내가 못 본 척 하니까 쟤도 못 본 척 하고 있네.
그럼 내가 먼저 인사를 할까?
아냐. 먼저 인사하면 너무 모양 빠져. 폰 보는 척 해야겠다.
이제 쟤가 말을 걸겠지. 3, 2, 1…."
그러다 결국 둘은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이게 참,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회사 내 다른 사람들은 별 어려움 없이 썸남과 인사도 잘 하고, 그렇게 친해져 농담도 하며 지내는데, Y양 혼자만 "안녕하세요."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한 채 냉가슴을 앓고 있다. 혼자 '썸남 울렁증'을 겪다가 이제는 "그냥 제가 감정을 접는 게 최선일까요?"하는 얘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Y양의 사연, 오늘 함께 살펴보자.
1. 인사 한 번 하기 너무 힘든 여자.
'해병대 인사 캠프'같은 게 있으면 Y양을 강제로라도 입소시키고 싶다. 엘리베이터에서 썸남을 마주쳤을 때 Y양이 한 행동을 보자.
"우연히 썸남을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쳤어요.
순간 썸남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인사 하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전 생각지 못한 상황에 너무 당황해서,
엘리베이터에 바로 올라탄 뒤 맨 앞 구석에 섰어요.
그랬더니 썸남은 폰만 보면서 말을 안 걸더군요."
순간 썸남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인사 하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전 생각지 못한 상황에 너무 당황해서,
엘리베이터에 바로 올라탄 뒤 맨 앞 구석에 섰어요.
그랬더니 썸남은 폰만 보면서 말을 안 걸더군요."
식당에서도 마찬가지다.
"식당에서 마주쳤는데, 식사를 마친 썸남이 제 테이블 쪽을 지나다가
저를 보고는 목례를 하며 인사하더라고요.
저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라,
당황한 나머지 의외라는 듯한 얼굴로 그냥 썸남을 빤히 쳐다봤어요."
저를 보고는 목례를 하며 인사하더라고요.
저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라,
당황한 나머지 의외라는 듯한 얼굴로 그냥 썸남을 빤히 쳐다봤어요."
Y양과 썸남의 일이라고는 저런 상황이 대부분이다. Y양에겐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고 '인사'부터 좀 제대로 하길 권해주고 싶다. 감정이 어쩌고 가능성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 다 접어두고, 인사부터 하자. 최소한 말은 터 놔야 상대의 감정이 어떤지, 가능성이 어떤지를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현재는 Y양 혼자 썸남을 관찰하며 현실에서 마주치며 죄 지은 사람처럼 썸남을 피하고 있기에, 지금 난 '둘은 아무 관계도 아니다'라는 말 밖에 해줄 수 없다. 그러니 내적 자아로만 썸남을 만나지 말고, 먼저 인사하며 현실에서 썸남을 만나보자.
2. 예민한 촉을 지닌 여자.
우리 집 현관 등 센서는 어찌나 예민한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화장실만 가려 해도 현관에 불이 켜진다. 아무도 부근에 가지 않았는데 가끔 등이 혼자 켜져 무서운 적도 종종 있을 정도다. 그래서 지금은 검정 테이프로 센서의 1/3 정도를 가려두었다.
난 Y양의 '예민한 촉'에도 검정 테이프를 좀 붙여주고 싶다.
ⓐ저에 대해 알아봤다는 느낌을 순간적으로 확 받았어요.
ⓑ배려 받는 느낌을 순간적으로 받았어요.
ⓒ썸남 얼굴이 환해지면서 정말 기뻐하는 게 느껴지더군요.
ⓑ배려 받는 느낌을 순간적으로 받았어요.
ⓒ썸남 얼굴이 환해지면서 정말 기뻐하는 게 느껴지더군요.
전부 다 착각이다. 워낙 말도 안 되는 의미부여들이라, 여기에 하나하나 반박글을 적기에도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 그러니까 Y양의 말들은, "상담원이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고 말하는데, 전 거기서 상담원이 남들에게 다 하듯 형식적으로 말한 게 아니라, 진짜 감정을 실어 말한다는 걸 순간적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상대가 관심을 가진 게 맞다면 이쪽에서 고민하지 않고도 그걸 알아챌 수 있다. 사내 메신저로 Y양에게 말을 걸어오거나, 업무 핑계로 연락처를 물어오거나,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말이라도 한 마디 더 걸려고 다가올 테니 말이다. 그런데 썸남이 그런 모습을 보인 적 있는가? 없다. 시사 블로거들처럼 말하자면, 이게 팩트고 나머진 다 Y양 혼자 꾸민 음모론일 뿐이다.
"썸남도 제게 관심이 있었던 듯 보이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썸남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제가 할 행동은 뭐가 있을까요?"
썸남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제가 할 행동은 뭐가 있을까요?"
행동이고 뭐고 일단 정신을 차려야 한다. 썸남은 Y양에게 아무 관심도 없었다. 이걸 먼저 인정하고 앞으로 친해지기 시작해야지, 상대는 아무 관심도 없는데 Y양 혼자 마음속으로 인형극 하면서 '어쭈, 이것 봐라?'하고 있으면 둘의 이야기는 멜로가 아니라 스릴러가 되고 만다.
더불어 그 '쳐다본다는 느낌'은 앞으로 느끼지 말길 권한다. 그건 Y양이 계속 썸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으니까 쳐다보는 걸 느끼는 거지, 별로 의식하고 있지 않으면 그냥 자연스레 눈이 마주치는 것일 뿐이다.
"썸남이 원망? 아쉬움?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인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더군요.
그 표정이 잊히질 않아요. 제가 썸남에게 작은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
그 표정이 잊히질 않아요. 제가 썸남에게 작은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
썸남은 Y양에게 전화번호도 물은 적 없는데, 무슨 원망이고 또 무슨 아쉬움인가. 착각과 의미부여도 심하면 병이 될 수 있으니 여기서 더 나가지 않도록 주의하자.
3. 남자의 반응만 보는 여자.
나 같아도 Y양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인사를 하려고 해도 Y양이 고개를 돌리거나, 엘리베이터 구석으로 타서는 모른 체 하는데, 굳이 Y양이 긋는 경계선까지 넘어가며 말을 걸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보면,
"썸남이 저와 단 둘이 사무실에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그냥 자기 할 일만 하고 제게 말을 걸지 않더라고요."
그때도 그냥 자기 할 일만 하고 제게 말을 걸지 않더라고요."
라는 말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밖에서 마주치면 모른 척 피하는 여자에게 뭐하러 말을 걸겠는가? Y양 딴에는 그게 당황스럽고 어쩔 줄 몰라서 그랬던 것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상대가 느끼기에 그건 인사하려고 해도 피하고, 먼저 인사해도 리액션을 안 해준 일일 뿐이다.
내가 전에 말한 우리 동네 코사마트 아저씨를 기억하는가? 그 아저씨는 낯을 많이 가리고 무뚝뚝한 타입이라, 손님이 "수고하세요."라고 말해도 대꾸를 하지 않는다. 나야 그 아저씨 부인(어머니 지인)에게 아저씨 성격에 대해 들은 적 있는 까닭에 그러려니 하며 계속 인사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인사를 먹어버리는 아저씨에게 불쾌함을 느껴 다음부턴 인사를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Y양이 썸남의 인사를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받은 건 당황해서였겠지만, 그게 썸남에겐 '인사를 먹어버리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Y양이 먼저 인사했는데 썸남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기만 했다면, Y양 역시 다음부터 썸남에게 인사하거나 말 걸기가 불편해 질 것 아닌가.
Y양 자신은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서 썸남이 다가오길 바라고만 있으니 답이 없는 거다. 그런 와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넌 차가워 보인다. 남자들이 먼저 말 걸기 힘든 타입이다."
라는 이야기 들은 걸로 '그래서 그런가?'하고 있으면 역시 답이 없다. 남자들이 먼저 말 걸기 힘든 타입이라는 얘기는, 나쁘게 말하면 리액션도 없고, 사람에게 관심도 없어 보이고, 다정하지도 않고, 잘 웃지도 않는다는 뜻일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이걸 그저 좋게만 해석해 '난 도도해 보이니까.'하며 합리화해선 곤란하다.
Y양과 Y양의 동기, 그리고 썸남 그렇게 셋이서 대화를 하게 되었을 때, Y양이 썸남에게 관심을 보이며 단 하나라도 웃으며 물은 적 있는지를 돌아보길 바란다. Y양은 그저 그가 자신을 쳐다보며 말하나 안 하나를 의식하며 그를 관찰했을 뿐이다. 그러다 썸남이 예의상 한 말을 두곤, "배려 받는 느낌이 들었어요."라는 이야기만 내게 하고 있고 말이다.
처음엔 썸남도 Y양과 알고 지내면 좋을 것 같아 반갑게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Y양이 썸남을 피하며 얼음처럼 대한 까닭에, 지금은 '같이 있는 게 불편한 관계'가 되고 말았다. 이걸 두고 Y양의 마음대로 해석해 "그가 나에게 관심을 가진 것 같았는데 지금은 흐지부지 된 것 같다. 다시 그의 마음을 돌릴 방법은?" 따위의 질문을 하지 말고, 남들처럼 일단 친해져 보자.
다시 말하지만, Y양이 상대와 '인사'만 제대로 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관찰하지 말고 참여하자. 점심 먹고 마주쳤을 때 커피는 마셨는지, 오후에 어디를 가는지, 오늘 부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말하는 관계가 되는 게 우선이다. Y양을 제외한 회사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썸남과 그런 사이로 지내고 있지 않은가. Y양 혼자만 내적 자아로 썸남을 대하며 상상만 하고 있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난 수 년 전 회기역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자 후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 후배와 난 학교 다닐 땐 얼굴과 이름 정도만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어느 날 회기역에서 마주치게 되었을 때 그녀가 날 보곤 생명의 은인이라도 만난 듯 반가워하며 "어? 오빠!" 하며 알은척을 했다. 우린 전화번호도 모르는 사이였는데 왜 그렇게 반가워했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지만, 그 때 받은 인상이 강렬해서 그녀의 놀란 눈까지도 여전히 기억에 선명하다.
Y양 역시 내 여자 후배와 같은 인상을 썸남에게 주길 권한다. 지금처럼 밖에서 마주쳤을 때 시선만 의식하다 휙, 지나치지 말고 말이다. 그렇게 한 번 물꼬를 터놓으면 '다음 이야기'라는 징검다리를 놓을 수 있고, 그 징검다리를 하나씩 밟고 가다 보면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썸남을 향해 혼자 물음표만 날리지 말고, 썸남이 Y양을 궁금해 하도록 만들어 보자. '왜 날 저렇게 반가워하지?'라는 물음표 하나만 줘도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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