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해 대화하다 헤어진 커플, 문제는?
우선, 현재 선희씨가 걷고 계신 길은
임을 알려드립니다.
라는 선희씨의 정신상태 마저 의심하게 만들 수 있는 말입니다. 선희씨 입장에선 일단 되는대로 막 던지다가 맞으면 맞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의 마음으로 던지고 있는 말이겠지만, 그걸 바라보고 있는 상대는 선희씨를 '제 정신이 아닌 여자'로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희씨는 저 말에 남자친구가
라며 부정을 하고, 또 덧붙여 '헤어지려는 진짜 이유'를 풀어 놓으면, 그 이유 중 상대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과 선희씨가 고칠 수 있는 부분들을 말해 다시 이어볼 생각인 것 같은데, 그 길이 아닙니다. 혹시 '교각살우'라는 말 아십니까? 소의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으로,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 수단이 지나쳐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것을 말합니다. 선희씨의 행동이 저 말에 꼭 들어맞습니다. 선희씨가 사용한 자극과 협박, 비아냥과 비꼼이라는 수단이 이미 이 관계를 죽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매뉴얼은 두 사람의 관계 회복을 위한 매뉴얼이 아님을 먼저 밝힙니다. 다음 연애에서 선희씨가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돕기 위한 매뉴얼입니다. 출발해 보겠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헤어지는 커플 사연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헛발질이 뭔지 아십니까? 주변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다가 관계에서 강퇴당하는 것입니다.
저런 핑계를 대며 헛발질을 합니다. 그 중 현명한 조언도 분명 있겠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라는 피콜로 더듬이 빠는 소리들이 가득합니다. 저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보지도 않은 채, 그들이 꿈꾸는 판타지, 또는 한 쪽에게만 유리한 불공정 거래방법에 주목하고 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남자의 잘못에 대해 선물이나 돈으로 보상하게 해라."라는 말을 그대로 따르다 결혼 직전에 차인 여성대원이 있습니다. 아래는 그녀와 결혼을 하려고 했던 남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입니다.
저 얘기를 듣고 그 여성대원은 울며 사과를 했습니다. 그저 지인에게 들은 조언대로 했을 뿐이니 이해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말입니다. 물론 그녀가 아무리 사과를 해도 남자친구는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여자친구의 입을 통해 "샤넬 백을 사서 보상해라."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그의 마음속에 있던 신뢰는 박살이 난 겁니다. 아, 그 '지인이 한 조언'이라는 건 아래와 같습니다.
윈윈이요? 웃기지도 않는 소립니다. 저건 그냥 남자친구에게 합의금 뜯어내라는 말 같아 보이지 않으십니까? 평생 함께 할 동반자라고 생각하며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어느 날 합의금을 달라는데, 그 얘기를 듣고 계속 결혼을 생각할 남자가 몇이나 될까요?
선희씨도 비슷한 행동을 했습니다. 그게 누군가에 조언에 따라 그런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남자친구에게 백만원 단위의 돈을 합의금으로 요구했고, 받았습니다. 전 사실 그 부분을 읽으며
했는데, 선희씨는 '선물 받은 셈 치고' 써버렸습니다. 선희씨는 제게 "제가 진짜 잠깐 미쳤었나 봐요. 너무 화가 나서 그랬어요. 그건 진짜 아닌 걸 알면서도…."라고 말했지만, 어쨌든 돈은 받았고, 잘 썼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런 여자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트 중 남자친구가 "네 카드로 기름 한 번 넣자."라고 말한 것 역시, 선희씨가 '연애나 결혼을 구실로 한 몫 챙기려는 여자'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희씨가 정말 그럴 생각으로 그랬던 건 아니라는 건 잘 알겠습니다. 속으로는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했다는 것 역시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러니까 그런 여자'가 되는 거라는 얘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전 '강아지를 산책시키면서 강아지 변을 치우지 않는 사람들'에게 분노하는 사람입니다. 지금껏 간디(애완견, 애프리푸들)의 변을 치우지 않은 적도 없고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나가 '비닐봉지를 준비 못 했는데 간디가 볼일을 봐서'라는 이유로 변을 치우지 않는다면, 저와 '강아지 변을 치우지 않는 사람' 사이엔 별 차이가 없는 것 아닐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선희씨의 강한 자존심 때문에, 선희씨와는 '조율'을 하기가 어렵다는 거 혹시 아십니까? 이직할 회사를 알아봐 줘도 괜찮냐고 남자친구가 말한 건, 제가 보기엔 같은 일을 하면서도 더 좋은 조건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기에 꺼낸 얘기 같습니다. 남자친구가 그런 자리를 알아봐 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에 조심스레 제안을 한 것이고 말입니다.(그는 알아봐 줄 테니까 옮기라고 말한 것도 아니고, 알아봐 주고 싶다는 얘기를 비췄을 뿐입니다.)
하지만 선희씨는 그걸 '작은 회사에 다니는 걸 지적'하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라며 거절했습니다. 뭐, 그래도 이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여기며 넘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선희씨는 또 자존심을 세웁니다. 둘의 대화를 보겠습니다.
혼수 마련하는 것도 빠듯한데 남자친구가 리모델링 얘기까지 꺼내니, "그건 힘들 것 같아."라고 말하기 자존심 상해서 한 얘기입니다.
선희씨. 제가 선희씨 남자친구라면, 같은 상황일 때
하는 이야기를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선희씨도 전부 다 오픈한 채 같이 머리를 맞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참 아쉬운 부분인데, 선희씨의 남자친구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선희씨가 적어 온 혼수리스트를 보고 "이 회사 상품은 안 쓴다. 이건 이 가격으로 택도 없다. 우리 집에 있는 건 사백만원짜리다."하는 이야기를 했을 뿐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선희씨가 '자존심'을 세우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같은 상황을 또 마주하게 된다면, 남자친구를 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내 편'이라고 생각한 채 선희씨의 상황을 오픈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둘이 함께 의논해서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결혼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너는 너 나는 나'가 아니라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둘은 그 지점에서 실패한 겁니다. 선희씨와 내가 친구라서 같이 일본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선희씨가 "항공료랑 숙박비는 내가 부담할게. 먹는 건 네가 좀 부담해 줄 수 있어?"라고 했을 때, 제가 "형편 되는 사람이 하면 되는 거지, 그걸 꼭 정해서 해야 해?"라고 말하면 어떤 기분이 드시겠습니까? 선희씨가 '형편 되는 사람'이라고 해도, 여행을 때려 치고 싶을 것 같지 않으십니까?
선희씨는, 남자친구가 왜 헤어진 다음에야 자신의 어머니께서 선희씨와 결혼하는 걸 반대하셨다고 말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그 답을 구하는 일은 쉽습니다.
- 그걸 미리 말했다면, 그 말을 듣는 즉시 선희씨가 헤어지자고 했을 테니까.
그는 자신의 어머니와 선희씨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가 "내가 A와 B를 하면, 네가 C는 해줄 수 있겠냐?"라고 물은 것 역시, 자신의 어머니께 내놓을 '핑곗거리'가 필요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선희씨는 저 부분에 대해 왜 서른 넘은 남자가 결혼까지도 부모님의 허락을 받으려고 하는지 이해 못 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집안마다 분위기가 다른 까닭에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매뉴얼을 통해 결혼 전 부모님에게서 정신적, 경제적 독립을 하길 권하고 있습니다만, 그렇지 못한 상황도 분명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개의 경우, 부모님의 영향력은 부모님의 재력과 연관됩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면 받을수록 개입의 여지를 열어두게 됩니다. 선희씨 커플의 경우도 신혼집 구입의 대부분을 남자친구 부모님께서 해 주시기로 했던 상황 아니었습니까? 때문에 둘의 결혼을 진행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남자친구 부모님의 동의를 받아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글쎄요. 이건 뭐 하나가 딱 문제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냥 세 분이 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남친은 어머니만 설득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어머니는 아들이 선희씨보다 나은 조건의 여자와 만나기를 바라는 것 같고, 선희씨는 결혼식 계획을 잡고 식장에 들어가면 다 해결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남자친구는 중간에 끼여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에 선희씨의 단점(툭 하면 헤어지자고 하는 것, 화나면 말없이 가 버리는 것, 용서해 줄 테니 보상하라고 하는 것, 기분 나쁘면 연락 끊는 것)을 봤고, 점점 어머니의 말씀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 같습니다. '결혼하면 내가 손해다.'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헤어진 채 지내던 어느 날 그는 술 마시고 이런 문자까지 보냅니다.
서로를 존중하며 조율해온 관계라면, 저런 멘트가 등장할 일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죄송하지만 둘의 연애를 보면 '해결해야 하는 사람'은 늘 남친이었습니다. 물론 그가 잘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둘이 다시 재회를 해봐야 남자친구는 어머니와 선희씨 사이에 끼어서 갈팡질팡 할 것이고, 선희씨는 불공정 거래처럼 보이는 결혼을 빨리 성사시키려 할 게 거의 확실합니다. 게다가 이별 후 둘이 주고받은 막말 및 비아냥거리는 말, 자극적인 말, 상대를 탓하는 말들 때문에 봉합은 불가능해졌습니다. 선희씨는 "어차피 사귀다가 헤어질 생각이었기에 어머님이 반대하시는 거 말 안 한 거 맞죠?"라며 탓할 구실을 찾고 계신데, 제가 보기에 그건 분명 아닌 것 같습니다. 남친도 나름 최선을 다 한 것 같습니다. 그 방법이 좀 잘못되었기에 문제였지만.
여하튼 이 관계는 완전히 끝났습니다. 더는 미련 갖지 마시기 바랍니다. 둘은 헤어진 이후에도 만난 적이 있는데, 몸으로만 재회했을 뿐 마음으로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는 이제 '구남친 모드'로 들어서서 술 마시고 선희씨를 불러낸 뒤 자신의 욕구만 충족시키려는 모습도 보이는데, 더는 넘어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필요하다면 욕이라도 해서 완전히 잘라내시기 바랍니다. 그건 술에 취해 도우미 부르듯 선희씨를 부르는 거지, 절대 재회를 위해 불러내는 게 아닙니다.
그래도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 저렇게 변해가는 게 참 가슴 아프지 않습니까? 저런 모습을 더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연락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별 선물 받는 셈치고' 나갔다간 그에게 선희씨가 거지로 기억될 겁니다. 더는 막장인 모습들 서로 보거나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다시는 연락 하지 마시길 권합니다. 사실 이것도 너무 많이 질질 끌어온 겁니다. 1분이라도 더 빨리 어서 마침표를 찍으시길 바랍니다.
▲ 구남친이 사준다는 그 가방, 제가 받으면 안 되겠습니까? 카메라 가방이 필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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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현재 선희씨가 걷고 계신 길은
'진상으로 가는 지름길'
임을 알려드립니다.
"난 네가 다른 사람 생겨서 이러는 거라고 생각되는데,
그럼 어쨌든 네가 바람난 거잖아."
그럼 어쨌든 네가 바람난 거잖아."
라는 선희씨의 정신상태 마저 의심하게 만들 수 있는 말입니다. 선희씨 입장에선 일단 되는대로 막 던지다가 맞으면 맞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의 마음으로 던지고 있는 말이겠지만, 그걸 바라보고 있는 상대는 선희씨를 '제 정신이 아닌 여자'로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희씨는 저 말에 남자친구가
"그런 건 진짜 아니야. 다른 여자 없어."
라며 부정을 하고, 또 덧붙여 '헤어지려는 진짜 이유'를 풀어 놓으면, 그 이유 중 상대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과 선희씨가 고칠 수 있는 부분들을 말해 다시 이어볼 생각인 것 같은데, 그 길이 아닙니다. 혹시 '교각살우'라는 말 아십니까? 소의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으로,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 수단이 지나쳐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것을 말합니다. 선희씨의 행동이 저 말에 꼭 들어맞습니다. 선희씨가 사용한 자극과 협박, 비아냥과 비꼼이라는 수단이 이미 이 관계를 죽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매뉴얼은 두 사람의 관계 회복을 위한 매뉴얼이 아님을 먼저 밝힙니다. 다음 연애에서 선희씨가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돕기 위한 매뉴얼입니다. 출발해 보겠습니다.
1. 보상?
결혼을 앞두고 헤어지는 커플 사연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헛발질이 뭔지 아십니까? 주변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다가 관계에서 강퇴당하는 것입니다.
"아는 언니가 제게 말하길 그럴 땐 이래야 한다고…."
"친구들이 전부 다 저에게 그럴 때에는 이렇게 하라고…."
"제가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리니…."
"친구들이 전부 다 저에게 그럴 때에는 이렇게 하라고…."
"제가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리니…."
저런 핑계를 대며 헛발질을 합니다. 그 중 현명한 조언도 분명 있겠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여자 혼수는 남자 집의 10%만 하면 된다."
"남자의 잘못에 대해 선물이나 돈으로 보상하게 해라."
"남자가 여자를 정말 사랑하면 몸만 오라는 얘기를 한다."
"남자의 잘못에 대해 선물이나 돈으로 보상하게 해라."
"남자가 여자를 정말 사랑하면 몸만 오라는 얘기를 한다."
라는 피콜로 더듬이 빠는 소리들이 가득합니다. 저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보지도 않은 채, 그들이 꿈꾸는 판타지, 또는 한 쪽에게만 유리한 불공정 거래방법에 주목하고 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남자의 잘못에 대해 선물이나 돈으로 보상하게 해라."라는 말을 그대로 따르다 결혼 직전에 차인 여성대원이 있습니다. 아래는 그녀와 결혼을 하려고 했던 남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입니다.
"네가 그런 여자인 줄 몰랐다. 내가 그동안 널 잘못 봤던 것 같다."
저 얘기를 듣고 그 여성대원은 울며 사과를 했습니다. 그저 지인에게 들은 조언대로 했을 뿐이니 이해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말입니다. 물론 그녀가 아무리 사과를 해도 남자친구는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여자친구의 입을 통해 "샤넬 백을 사서 보상해라."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그의 마음속에 있던 신뢰는 박살이 난 겁니다. 아, 그 '지인이 한 조언'이라는 건 아래와 같습니다.
"그럴 땐 너도 네가 갖고 싶은 거 하나를 사 달라고 해.
그럼 남자도 그걸로 보상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죄책감이 덜어지고,
또 너는 그런 와중에 갖고 싶은 걸 갖게 되었으니 만족하게 되는 거잖아.
두 사람 모두 윈윈하는 해결법이야. 백 사달라고 해."
그럼 남자도 그걸로 보상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죄책감이 덜어지고,
또 너는 그런 와중에 갖고 싶은 걸 갖게 되었으니 만족하게 되는 거잖아.
두 사람 모두 윈윈하는 해결법이야. 백 사달라고 해."
윈윈이요? 웃기지도 않는 소립니다. 저건 그냥 남자친구에게 합의금 뜯어내라는 말 같아 보이지 않으십니까? 평생 함께 할 동반자라고 생각하며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어느 날 합의금을 달라는데, 그 얘기를 듣고 계속 결혼을 생각할 남자가 몇이나 될까요?
선희씨도 비슷한 행동을 했습니다. 그게 누군가에 조언에 따라 그런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남자친구에게 백만원 단위의 돈을 합의금으로 요구했고, 받았습니다. 전 사실 그 부분을 읽으며
'아, 그래도 이렇게 얘기해서 돈을 받곤, 다시 돌려주겠지.'
했는데, 선희씨는 '선물 받은 셈 치고' 써버렸습니다. 선희씨는 제게 "제가 진짜 잠깐 미쳤었나 봐요. 너무 화가 나서 그랬어요. 그건 진짜 아닌 걸 알면서도…."라고 말했지만, 어쨌든 돈은 받았고, 잘 썼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런 여자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트 중 남자친구가 "네 카드로 기름 한 번 넣자."라고 말한 것 역시, 선희씨가 '연애나 결혼을 구실로 한 몫 챙기려는 여자'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희씨가 정말 그럴 생각으로 그랬던 건 아니라는 건 잘 알겠습니다. 속으로는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했다는 것 역시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러니까 그런 여자'가 되는 거라는 얘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전 '강아지를 산책시키면서 강아지 변을 치우지 않는 사람들'에게 분노하는 사람입니다. 지금껏 간디(애완견, 애프리푸들)의 변을 치우지 않은 적도 없고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나가 '비닐봉지를 준비 못 했는데 간디가 볼일을 봐서'라는 이유로 변을 치우지 않는다면, 저와 '강아지 변을 치우지 않는 사람' 사이엔 별 차이가 없는 것 아닐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2. 자존심.
선희씨의 강한 자존심 때문에, 선희씨와는 '조율'을 하기가 어렵다는 거 혹시 아십니까? 이직할 회사를 알아봐 줘도 괜찮냐고 남자친구가 말한 건, 제가 보기엔 같은 일을 하면서도 더 좋은 조건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기에 꺼낸 얘기 같습니다. 남자친구가 그런 자리를 알아봐 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에 조심스레 제안을 한 것이고 말입니다.(그는 알아봐 줄 테니까 옮기라고 말한 것도 아니고, 알아봐 주고 싶다는 얘기를 비췄을 뿐입니다.)
하지만 선희씨는 그걸 '작은 회사에 다니는 걸 지적'하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난 지금 다니는 회사에 만족해."
라며 거절했습니다. 뭐, 그래도 이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여기며 넘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선희씨는 또 자존심을 세웁니다. 둘의 대화를 보겠습니다.
남친 - 내가 모아 놓은 돈에 부모님이 좀 보내주셔서 집은 이렇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리모델링도 할 생각인데, 그러면 리모델링은 자기가 해줄 수 있을까?
선희 - 형편 되는 사람이 하면 되는 거지, 그걸 꼭 정해서 해야 해?
리모델링도 할 생각인데, 그러면 리모델링은 자기가 해줄 수 있을까?
선희 - 형편 되는 사람이 하면 되는 거지, 그걸 꼭 정해서 해야 해?
혼수 마련하는 것도 빠듯한데 남자친구가 리모델링 얘기까지 꺼내니, "그건 힘들 것 같아."라고 말하기 자존심 상해서 한 얘기입니다.
선희씨. 제가 선희씨 남자친구라면, 같은 상황일 때
"이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줬음 좋겠다.
우리 집에서도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나야 자기 하나만 있으면 부족한 게 없지만,
어른들은 이러이러한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이만큼은 자기에게 마련해서 줄 테니,
이건 겉으로 자기가 하는 것으로 했으면 좋겠다.
혼수고 예단이고 하는 걸 따지는 게 나도 좀 우습지만,
어쨌든 보이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부분들 인 것 같으니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걸 서로 오픈하고 계획을 잡아보자."
우리 집에서도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나야 자기 하나만 있으면 부족한 게 없지만,
어른들은 이러이러한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이만큼은 자기에게 마련해서 줄 테니,
이건 겉으로 자기가 하는 것으로 했으면 좋겠다.
혼수고 예단이고 하는 걸 따지는 게 나도 좀 우습지만,
어쨌든 보이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부분들 인 것 같으니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걸 서로 오픈하고 계획을 잡아보자."
하는 이야기를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선희씨도 전부 다 오픈한 채 같이 머리를 맞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참 아쉬운 부분인데, 선희씨의 남자친구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선희씨가 적어 온 혼수리스트를 보고 "이 회사 상품은 안 쓴다. 이건 이 가격으로 택도 없다. 우리 집에 있는 건 사백만원짜리다."하는 이야기를 했을 뿐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선희씨가 '자존심'을 세우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같은 상황을 또 마주하게 된다면, 남자친구를 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내 편'이라고 생각한 채 선희씨의 상황을 오픈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둘이 함께 의논해서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결혼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너는 너 나는 나'가 아니라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둘은 그 지점에서 실패한 겁니다. 선희씨와 내가 친구라서 같이 일본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선희씨가 "항공료랑 숙박비는 내가 부담할게. 먹는 건 네가 좀 부담해 줄 수 있어?"라고 했을 때, 제가 "형편 되는 사람이 하면 되는 거지, 그걸 꼭 정해서 해야 해?"라고 말하면 어떤 기분이 드시겠습니까? 선희씨가 '형편 되는 사람'이라고 해도, 여행을 때려 치고 싶을 것 같지 않으십니까?
3. 남친 어머니의 반대.
선희씨는, 남자친구가 왜 헤어진 다음에야 자신의 어머니께서 선희씨와 결혼하는 걸 반대하셨다고 말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그 답을 구하는 일은 쉽습니다.
- 그걸 미리 말했다면, 그 말을 듣는 즉시 선희씨가 헤어지자고 했을 테니까.
그는 자신의 어머니와 선희씨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가 "내가 A와 B를 하면, 네가 C는 해줄 수 있겠냐?"라고 물은 것 역시, 자신의 어머니께 내놓을 '핑곗거리'가 필요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선희가 리모델링 하기로 했고, 혼수도 알아서 다 장만하기로 했어요."
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선희씨는 저 부분에 대해 왜 서른 넘은 남자가 결혼까지도 부모님의 허락을 받으려고 하는지 이해 못 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집안마다 분위기가 다른 까닭에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매뉴얼을 통해 결혼 전 부모님에게서 정신적, 경제적 독립을 하길 권하고 있습니다만, 그렇지 못한 상황도 분명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개의 경우, 부모님의 영향력은 부모님의 재력과 연관됩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면 받을수록 개입의 여지를 열어두게 됩니다. 선희씨 커플의 경우도 신혼집 구입의 대부분을 남자친구 부모님께서 해 주시기로 했던 상황 아니었습니까? 때문에 둘의 결혼을 진행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남자친구 부모님의 동의를 받아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글쎄요. 이건 뭐 하나가 딱 문제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냥 세 분이 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남친은 어머니만 설득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어머니는 아들이 선희씨보다 나은 조건의 여자와 만나기를 바라는 것 같고, 선희씨는 결혼식 계획을 잡고 식장에 들어가면 다 해결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남자친구는 중간에 끼여 고민을 하게 됩니다.
어머니 - 걔랑 헤어지라니까 왜 안 헤어지냐. 헤어지고 선 봐라.
선희씨 - 어머니께 인사 언제 시켜줄 거냐. 상견례 언제 하냐.
선희씨 - 어머니께 인사 언제 시켜줄 거냐. 상견례 언제 하냐.
그러던 와중에 선희씨의 단점(툭 하면 헤어지자고 하는 것, 화나면 말없이 가 버리는 것, 용서해 줄 테니 보상하라고 하는 것, 기분 나쁘면 연락 끊는 것)을 봤고, 점점 어머니의 말씀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 같습니다. '결혼하면 내가 손해다.'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헤어진 채 지내던 어느 날 그는 술 마시고 이런 문자까지 보냅니다.
"나랑 결혼하고 싶지? 기다릴 테니까 연락해라."
서로를 존중하며 조율해온 관계라면, 저런 멘트가 등장할 일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죄송하지만 둘의 연애를 보면 '해결해야 하는 사람'은 늘 남친이었습니다. 물론 그가 잘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둘이 다시 재회를 해봐야 남자친구는 어머니와 선희씨 사이에 끼어서 갈팡질팡 할 것이고, 선희씨는 불공정 거래처럼 보이는 결혼을 빨리 성사시키려 할 게 거의 확실합니다. 게다가 이별 후 둘이 주고받은 막말 및 비아냥거리는 말, 자극적인 말, 상대를 탓하는 말들 때문에 봉합은 불가능해졌습니다. 선희씨는 "어차피 사귀다가 헤어질 생각이었기에 어머님이 반대하시는 거 말 안 한 거 맞죠?"라며 탓할 구실을 찾고 계신데, 제가 보기에 그건 분명 아닌 것 같습니다. 남친도 나름 최선을 다 한 것 같습니다. 그 방법이 좀 잘못되었기에 문제였지만.
여하튼 이 관계는 완전히 끝났습니다. 더는 미련 갖지 마시기 바랍니다. 둘은 헤어진 이후에도 만난 적이 있는데, 몸으로만 재회했을 뿐 마음으로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는 이제 '구남친 모드'로 들어서서 술 마시고 선희씨를 불러낸 뒤 자신의 욕구만 충족시키려는 모습도 보이는데, 더는 넘어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필요하다면 욕이라도 해서 완전히 잘라내시기 바랍니다. 그건 술에 취해 도우미 부르듯 선희씨를 부르는 거지, 절대 재회를 위해 불러내는 게 아닙니다.
"내가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너 가방 하나는 사줘야겠다. 골라봐라."
그래도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 저렇게 변해가는 게 참 가슴 아프지 않습니까? 저런 모습을 더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연락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별 선물 받는 셈치고' 나갔다간 그에게 선희씨가 거지로 기억될 겁니다. 더는 막장인 모습들 서로 보거나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다시는 연락 하지 마시길 권합니다. 사실 이것도 너무 많이 질질 끌어온 겁니다. 1분이라도 더 빨리 어서 마침표를 찍으시길 바랍니다.
▲ 구남친이 사준다는 그 가방, 제가 받으면 안 되겠습니까? 카메라 가방이 필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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