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친구들의 방해로 헤어진 남자, 어떡해?
김형이 보낸다는 그 편지는 보내지 않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제가 봤을 때 여자친구가 이별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김형의 '리드하지 못하고 졸졸 쫓아다니는 모습'인데, 김형의 편지에는
라는 내용밖에 없습니다. 든든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청탁 같은 재회요청이라고 할까요. 거기다가 약간의 감성적인 운명론을 더한 느낌입니다.
저 말이 김형의 진심처럼 보이지 않아서 문제가 된단 얘기는 아닙니다. 3 더하기 4는 7이 맞는 것처럼, 김형의 저 말은 맞습니다. 다만 제 말은, 문제가 3 곱하기 4인데, 김형이 답을 7이라고 적어놓고 있다는 겁니다. 거기엔 12라고 적어야 옳은 답이 됩니다. 김형이 잘못 보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오늘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솔직한 얘기들은 앞으로 여자친구에게만 털어놔야 한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자친구 친구들에게까지 모든 걸 다 털어 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녀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질 땐 그녀들이 든든한 지원군처럼 느껴지겠지만, 적어도 그들 중 절반 이상은 김형의 여자친구가 자신보다 반짝반짝한 결혼을 하는 것에 배 아파 할 것입니다. 김형의 여자친구보다는 자신이 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길 바랄 것이고 말입니다.
김형은 여자친구의 친구들이 전부 김형의 마음과 같을 거라고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해버렸고, 나아가 프로포즈에 대한 조언을 구하겠다며 이것저것 묻기까지 해 버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형과 김형 여자친구의 사정의 거의 고스란히 드러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더 당황스러운 건, 재회를 요청하는 편지 역시, 김형은 여자친구의 친구를 통해서 전해주려 하고 있다는 겁니다.
무슨 믿음을 근거로 여자친구의 친구들을 그렇게까지 신뢰하는지 저는 솔직히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함께 술을 마실 때 그녀들이 웃으며 김형을 띄워주고 도와주겠다고 말했으니까? 그건 그 자리에 김형이 아니라 최형, 박형이 와도 공짜로 받을 수 있는 호의이며 그녀들의 의무적으로 건네는 립서비스 입니다. 김형이 특별나게 좋은 남자라서 받은 게 아닙니다. 그녀들과 김형 사이에 특별한 운명의 끈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 김형의 여자친구는, 김형의 이 '내 친구들에게 다 털어 놓는 남자'라는 부분 때문에 이별을 결심한 건데, 재회를 요청하는 김형은 다시 그녀들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재회의 가능성을 0.1%미만으로 보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김형은,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부분을 바보 같이 계속 자극하는 남자처럼 보입니다.
김형. 제가 김형의 멘트 중 가장 바보 같다고 생각한 부분이 뭔지 아십니까? 그녀의 친구들이 술자리에서 물었을 때, 김형이
라고 대답한 부분입니다. 그렇게 다 오픈할 필요가 있습니까? 이거 무슨 진실게임 하는 것도 아닌데 김형은 그냥 대책 없이 누구에게나 다 솔직한 것 같습니다. 좀 더 묻다 보면 통장에 잔고가 얼마 있는지 까지도 말할 것 같아서 제가 다 겁이 납니다. 그녀들과 알게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렇게 다 털어 놓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여친에게 경쟁의식이나 질투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보통의 남자라면 내 여자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할 거라고 답할 질문들에서도, 김형은 필요 이상으로 솔직하게 다 털어 놓습니다. 거기서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었던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단 둘의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김형에겐 희망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죄송하지만 기대되는 것도 없습니다. 김형에게 직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월급이 적은 것도 아닌데, 대화를 하다보면 자꾸 김이 빠집니다. 이건 아마 김형에게 이렇다 할 '청사진'이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김형이 하는 결혼에 대한 말을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처럼 느껴질 것 같습니다.
그녀가 듣고 싶은 말은 절대 저런 말이 아닐 겁니다. 그녀에겐 김형의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고, 또 김형에게서 듣고 싶은 건 앞으로 어떤 결혼생활을 함께 해 나갈지에 대한 것일 텐데, 김형은 딴 소리만 해 댑니다. <나는 이렇게 IMF를 극복했다>류의 수기를 보는 듯한 이야기들인데, 대부분 사적인 얘기(가정사)라 여기다 옮기진 않겠습니다. 여하튼 앞으로 나아갈 곳의 이야기를 좀 했으면 좋겠는데, 뒤를 돌아보며 회상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좀 답답합니다. 나아갈 곳에 대한 이야기도 구체적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부분은 그저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가자."정도의 막연한 내용들이라 참….
부모님을 모시고 안 모시고의 문제는 두 분이 조율하셔야 하는 문제라 제가 참견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효심과는 별개로 가정을 위해 그간 희생만 해 온 사람들도 있다는 점입니다. 제 지인 중에도 서른이 넘을 때까지 자신만의 방을 가져본 적 없는 지인이 있습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후에는 열심히 벌어서 집에 보태느라, 옷 한 번 마음 편히 못 사 본 지인도 있습니다.
펴 보지도 못한 채 지고 마는 꽃송이처럼, 그들의 마음에는 한이 그득그득 담겨 있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은 생활에서 이제라도 좀 벗어나고 싶어, 뭐라도 좋으니 그게 자신의 동아줄이 되어주길 바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혼을 취업과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형태의, 기대입니다. 그건 남편 덕 보길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결혼 이후부터라도, 마이너스가 아닌 제로에서 좀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기다 길게 적을 수는 없지만, 저는 김형이 이런 부분들까지도 깊게 살펴보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김형의 여자친구 분이 위와 같은 상황인데, 김형이 거기다 대고 '효도'만 주장하고 있으면, 서로는 서로를 아프게만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형의 카톡대화를 쭉 다시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8할이 그냥 안부인삽니다. 나머지 2할 중 1할은 뭐 먹으러 가자, 언제 만나자, 누구 만나는데 같이 만나자 하는 이야기고, 다른 1할은 친구사이보다도 더 멀리서 서로를 걱정하거나 표면적으로 위로를 하는 것에 그치는 말들입니다. 그렇게 지내다 어느 날 낌새가 이상하면
할 뿐입니다. 여자친구가 저 말을 듣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으면, 아마 김형은
정도의 말로 받아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형은 '예쁜 연애'를 하려고 하고, 또 근거 없이 막연하게 다 긍정적으로 말해버리는 습관이 있으니 말입니다.
김형. 제가 종종 가는 모 노래방은, 입구 쪽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습니다. 그게 강화유리라서 올라가서 뛰어도 안 깨진다곤 하던데, 아무래도 바닥이 훤히 보이니 그 위로 지나다니기가 부담스럽습니다.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유리가 아닌 끄트머리 나무바닥 쪽으로 피해서 다닙니다. 저와 공쥬님(여자친구)역시 마찬가지고 말입니다.
예쁜 연애를 하려고 "용용"하고만 있는 김형은, 여기서 보기엔 그 유리바닥처럼 보입니다.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란 얘깁니다. 사귀면서 단 한 번이라도 김형의 든든한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어쩔 줄 몰라 하며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호의를 베푸는 모습이라든가, 다 해결해 주겠다며 말로만 약속하는 거 말고, 김형의 추진력이나 재기, 또는 그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줬어야 합니다. 남자친구가 가져야 할 덕목 중 '아빠' 또는 '오빠'의 모습에 해당되는 부분 말입니다.
전 지금이라도 김형이 좀 과감하게 행동했으면 좋겠습니다. 편지 써서 그녀의 친구 통해 전해주는 거 말고, 어떻게든 그녀와 단둘이 만나 김형의 마음을 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형이 말한 대로 집은 어떻게 구하고 아이는 어떻게 키우겠다는 식의 청사진을 그녀에게 보여주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하는 편이, 지금처럼 편지에다가 "효진이 닮은 예쁜 아이 낳아서…."라고 적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 김형이 계획하고 김형이 추진하는 '설득'을 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저 다시 받아달라고 징징거리는 부탁 말고, 우리를 위한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그녀의 마음을 돌리는 설득 말입니다. 기회를 달라는 구걸 대신, 잘 할 수 있다는 다짐과 김형의 계획을 제시하시길 권합니다. 김형이 지금 해야 할 건 확인 받는 게 아니라, 확인시켜 주는 것이니 말입니다.
결혼을 그저 낭만적으로 생각할 게 아닙니다.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정하고, 함께 합심해서 이루어가야 하는 실전입니다. 엄마 아빠 놀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널 닮은 아이 어쩌고 하며 막연하게 꿈꾸고 있으면 곤란합니다.
재회 가능성에 대해서는 솔직히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말한 문제들을 떠나, 결혼 이후에 살고자 하는 두 사람의 삶에 차이가 있습니다. 여행에 비유하자면 김형은 국내여행하자고 주장하는 거고, 그녀는 해외여행 하자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친구들' 문제까지 겹쳐, 그녀는 헤어질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김형에게는 소제목 2번 끝부분에서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신 후 결정하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 사연은 신청서(http://normalog.com/notice/1339)에 적어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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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이 보낸다는 그 편지는 보내지 않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제가 봤을 때 여자친구가 이별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김형의 '리드하지 못하고 졸졸 쫓아다니는 모습'인데, 김형의 편지에는
"다시 받아 준다면, 앞으로 더 열과 성을 다해 너에게 잘 할게. 사랑해."
라는 내용밖에 없습니다. 든든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청탁 같은 재회요청이라고 할까요. 거기다가 약간의 감성적인 운명론을 더한 느낌입니다.
"난 오빠와 효진이가 운명의 짝이라고 생각해.
친구들에게도 더 멋지고 부러운 커플이 되자."
친구들에게도 더 멋지고 부러운 커플이 되자."
저 말이 김형의 진심처럼 보이지 않아서 문제가 된단 얘기는 아닙니다. 3 더하기 4는 7이 맞는 것처럼, 김형의 저 말은 맞습니다. 다만 제 말은, 문제가 3 곱하기 4인데, 김형이 답을 7이라고 적어놓고 있다는 겁니다. 거기엔 12라고 적어야 옳은 답이 됩니다. 김형이 잘못 보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오늘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여친의 친구들.
솔직한 얘기들은 앞으로 여자친구에게만 털어놔야 한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자친구 친구들에게까지 모든 걸 다 털어 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녀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질 땐 그녀들이 든든한 지원군처럼 느껴지겠지만, 적어도 그들 중 절반 이상은 김형의 여자친구가 자신보다 반짝반짝한 결혼을 하는 것에 배 아파 할 것입니다. 김형의 여자친구보다는 자신이 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길 바랄 것이고 말입니다.
김형은 여자친구의 친구들이 전부 김형의 마음과 같을 거라고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해버렸고, 나아가 프로포즈에 대한 조언을 구하겠다며 이것저것 묻기까지 해 버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형과 김형 여자친구의 사정의 거의 고스란히 드러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더 당황스러운 건, 재회를 요청하는 편지 역시, 김형은 여자친구의 친구를 통해서 전해주려 하고 있다는 겁니다.
무슨 믿음을 근거로 여자친구의 친구들을 그렇게까지 신뢰하는지 저는 솔직히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함께 술을 마실 때 그녀들이 웃으며 김형을 띄워주고 도와주겠다고 말했으니까? 그건 그 자리에 김형이 아니라 최형, 박형이 와도 공짜로 받을 수 있는 호의이며 그녀들의 의무적으로 건네는 립서비스 입니다. 김형이 특별나게 좋은 남자라서 받은 게 아닙니다. 그녀들과 김형 사이에 특별한 운명의 끈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 김형의 여자친구는, 김형의 이 '내 친구들에게 다 털어 놓는 남자'라는 부분 때문에 이별을 결심한 건데, 재회를 요청하는 김형은 다시 그녀들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재회의 가능성을 0.1%미만으로 보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김형은,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부분을 바보 같이 계속 자극하는 남자처럼 보입니다.
"제가 한 얘기들을 가지고, 여친 친구들이 여친에게 말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프로포즈에 대해 이야기 한 걸 두고 그녀들이 여친을 살짝 놀리면서…."
특히 프로포즈에 대해 이야기 한 걸 두고 그녀들이 여친을 살짝 놀리면서…."
김형. 제가 김형의 멘트 중 가장 바보 같다고 생각한 부분이 뭔지 아십니까? 그녀의 친구들이 술자리에서 물었을 때, 김형이
"결혼하고 효진이 일 시킬 거냐고? 음, 해야지."
라고 대답한 부분입니다. 그렇게 다 오픈할 필요가 있습니까? 이거 무슨 진실게임 하는 것도 아닌데 김형은 그냥 대책 없이 누구에게나 다 솔직한 것 같습니다. 좀 더 묻다 보면 통장에 잔고가 얼마 있는지 까지도 말할 것 같아서 제가 다 겁이 납니다. 그녀들과 알게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렇게 다 털어 놓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여친에게 경쟁의식이나 질투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보통의 남자라면 내 여자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할 거라고 답할 질문들에서도, 김형은 필요 이상으로 솔직하게 다 털어 놓습니다. 거기서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었던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2. 고생 끝 고생시작?
단 둘의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김형에겐 희망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죄송하지만 기대되는 것도 없습니다. 김형에게 직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월급이 적은 것도 아닌데, 대화를 하다보면 자꾸 김이 빠집니다. 이건 아마 김형에게 이렇다 할 '청사진'이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김형이 하는 결혼에 대한 말을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효진이가 부모님과 동생들 보살피느라 12년을 고생한 거 안다.
하고 싶은 거 못 하고, 사고 싶은 거 못 사면서 가장 아닌 가장의 역할 한 거.
정말 고생 많았다. 이제 나와 결혼하면, 우리 가족들까지도 함께 책임져 보길 바란다."
하고 싶은 거 못 하고, 사고 싶은 거 못 사면서 가장 아닌 가장의 역할 한 거.
정말 고생 많았다. 이제 나와 결혼하면, 우리 가족들까지도 함께 책임져 보길 바란다."
처럼 느껴질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서 널 정말 마음에 들어 하셨어. 딸이 생긴 것 같으시다고.
효진이가 정말 좋은 여자인 것 같다고, 꼭 며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
효진이가 정말 좋은 여자인 것 같다고, 꼭 며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
그녀가 듣고 싶은 말은 절대 저런 말이 아닐 겁니다. 그녀에겐 김형의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고, 또 김형에게서 듣고 싶은 건 앞으로 어떤 결혼생활을 함께 해 나갈지에 대한 것일 텐데, 김형은 딴 소리만 해 댑니다. <나는 이렇게 IMF를 극복했다>류의 수기를 보는 듯한 이야기들인데, 대부분 사적인 얘기(가정사)라 여기다 옮기진 않겠습니다. 여하튼 앞으로 나아갈 곳의 이야기를 좀 했으면 좋겠는데, 뒤를 돌아보며 회상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좀 답답합니다. 나아갈 곳에 대한 이야기도 구체적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부분은 그저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가자."정도의 막연한 내용들이라 참….
부모님을 모시고 안 모시고의 문제는 두 분이 조율하셔야 하는 문제라 제가 참견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효심과는 별개로 가정을 위해 그간 희생만 해 온 사람들도 있다는 점입니다. 제 지인 중에도 서른이 넘을 때까지 자신만의 방을 가져본 적 없는 지인이 있습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후에는 열심히 벌어서 집에 보태느라, 옷 한 번 마음 편히 못 사 본 지인도 있습니다.
펴 보지도 못한 채 지고 마는 꽃송이처럼, 그들의 마음에는 한이 그득그득 담겨 있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은 생활에서 이제라도 좀 벗어나고 싶어, 뭐라도 좋으니 그게 자신의 동아줄이 되어주길 바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혼을 취업과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형태의, 기대입니다. 그건 남편 덕 보길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결혼 이후부터라도, 마이너스가 아닌 제로에서 좀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기다 길게 적을 수는 없지만, 저는 김형이 이런 부분들까지도 깊게 살펴보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김형의 여자친구 분이 위와 같은 상황인데, 김형이 거기다 대고 '효도'만 주장하고 있으면, 서로는 서로를 아프게만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3. 예쁜 연애.
김형의 카톡대화를 쭉 다시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잘 잤어용?"
"맛나게 먹어요~"
"잘 자용~"
"맛나게 먹어요~"
"잘 자용~"
8할이 그냥 안부인삽니다. 나머지 2할 중 1할은 뭐 먹으러 가자, 언제 만나자, 누구 만나는데 같이 만나자 하는 이야기고, 다른 1할은 친구사이보다도 더 멀리서 서로를 걱정하거나 표면적으로 위로를 하는 것에 그치는 말들입니다. 그렇게 지내다 어느 날 낌새가 이상하면
"효진이가 혼자 고민하는 거 싫어용~
걱정이 있으면 오빠랑 같이 나눠요~ 걱정은 나누면 반이 되니까~
오빠는 효진이랑 생각을 많이 공유하고 싶어요~"
걱정이 있으면 오빠랑 같이 나눠요~ 걱정은 나누면 반이 되니까~
오빠는 효진이랑 생각을 많이 공유하고 싶어요~"
할 뿐입니다. 여자친구가 저 말을 듣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으면, 아마 김형은
"그런 건 너무 걱정하지 말아용~ 다 잘 될 거예요~ 사랑의 힘으로! 힘!"
정도의 말로 받아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형은 '예쁜 연애'를 하려고 하고, 또 근거 없이 막연하게 다 긍정적으로 말해버리는 습관이 있으니 말입니다.
"오빠는 효진이가 오빠한테 좀 더 기대줬음 좋겠어요~"
김형. 제가 종종 가는 모 노래방은, 입구 쪽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습니다. 그게 강화유리라서 올라가서 뛰어도 안 깨진다곤 하던데, 아무래도 바닥이 훤히 보이니 그 위로 지나다니기가 부담스럽습니다.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유리가 아닌 끄트머리 나무바닥 쪽으로 피해서 다닙니다. 저와 공쥬님(여자친구)역시 마찬가지고 말입니다.
예쁜 연애를 하려고 "용용"하고만 있는 김형은, 여기서 보기엔 그 유리바닥처럼 보입니다.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란 얘깁니다. 사귀면서 단 한 번이라도 김형의 든든한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어쩔 줄 몰라 하며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호의를 베푸는 모습이라든가, 다 해결해 주겠다며 말로만 약속하는 거 말고, 김형의 추진력이나 재기, 또는 그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줬어야 합니다. 남자친구가 가져야 할 덕목 중 '아빠' 또는 '오빠'의 모습에 해당되는 부분 말입니다.
전 지금이라도 김형이 좀 과감하게 행동했으면 좋겠습니다. 편지 써서 그녀의 친구 통해 전해주는 거 말고, 어떻게든 그녀와 단둘이 만나 김형의 마음을 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형이 말한 대로 집은 어떻게 구하고 아이는 어떻게 키우겠다는 식의 청사진을 그녀에게 보여주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하는 편이, 지금처럼 편지에다가 "효진이 닮은 예쁜 아이 낳아서…."라고 적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 김형이 계획하고 김형이 추진하는 '설득'을 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저 다시 받아달라고 징징거리는 부탁 말고, 우리를 위한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그녀의 마음을 돌리는 설득 말입니다. 기회를 달라는 구걸 대신, 잘 할 수 있다는 다짐과 김형의 계획을 제시하시길 권합니다. 김형이 지금 해야 할 건 확인 받는 게 아니라, 확인시켜 주는 것이니 말입니다.
결혼을 그저 낭만적으로 생각할 게 아닙니다.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정하고, 함께 합심해서 이루어가야 하는 실전입니다. 엄마 아빠 놀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널 닮은 아이 어쩌고 하며 막연하게 꿈꾸고 있으면 곤란합니다.
재회 가능성에 대해서는 솔직히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말한 문제들을 떠나, 결혼 이후에 살고자 하는 두 사람의 삶에 차이가 있습니다. 여행에 비유하자면 김형은 국내여행하자고 주장하는 거고, 그녀는 해외여행 하자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친구들' 문제까지 겹쳐, 그녀는 헤어질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김형에게는 소제목 2번 끝부분에서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신 후 결정하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 사연은 신청서(http://normalog.com/notice/1339)에 적어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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