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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오래 사귀고도 결혼하자는 말 없는 남자, 이유는?

by 무한 2014. 6. 5.

오래 사귀고도 결혼하자는 말 없는 남자, 이유는?

남친에게서 결혼하자는 말이 없어 답답해하는 여성대원들의 사연이 꽤 많은데, 대부분 자신의 이야기라는 걸 절대 알아볼 수 없도록 각색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그간 미뤄두고 있었다. 이번 사연을 보낸 B양 역시 나이, 만나게 된 계기, 함께 한 일, 회사, 가정사, 서로 나눈 이야기 등을 모두 빼 달라고 했는데, 그걸 다 빼고 나면 팥 안 들어간 팥빙수 같은 이야기가 되고 만다.

 

그래서 오늘은 그간 도착한 사연들을 토대로 '오래 사귀고도 결혼하자는 말 없는 대표적인 이유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결혼까지 생각하며 사귀던 남친이

지난주에 헤어지자고 했어요. 자긴 독신주의래요."

 

라는 사연을 보낸 B양에겐, 아래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걸 밝혀둔다. 자 그럼, 출발해 보자.

 

 

1. 자신이 없을 때.

 

소제목의 '자신'이라는 단어를 '돈'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하다. 남자나 남자의 집안 경제력이 낮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얼마 전 한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있는데, 647명의 인원 중 71.4%가 결혼준비 시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을 받겠다고 답했다. 그 중 43.8%는 결혼 후에도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할 땐 도움을 받을 생각이 있다고 답했고 말이다.

 

내게 도착하는 사연들을 살펴봐도, 결혼 시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커플이 6할 정도다. 그 중 대부분은 집을 부모님께서 마련해주시거나, 집 구입(혹은 전세금)에 부모님께서 도움을 주시는 형태로 지원을 받는다. 나머지 4할 중 절반은, 오로지 둘만의 힘으로 결혼을 한다. 함께 계획하고 함께 부담하며 둘의 결혼을 준비하는 것이다.

 

남은 절반의 커플은, 6할의 커플이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것과 반대로, 부모님께 도움을 드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사연신청서에 적은 '경제력' 부분을 보면,

 

- 모아놓은 돈 없음~3천만 원.

 

부근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벌이는 백수부터 대기업 사원, 전문직까지 제각각이지만 부모님께 도움을 드리는 고정 지출이 있거나, 보증금, 또는 대출금의 형태로 묶여있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모님께 도움을 받지도, 드리지도 않는다고 해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남자의 첫 취직은 평균 27세에 이루어지고 초혼 평균연령은 32세다. 그 사이에 첫 직장을 평균 1년 4개월 만에 그만둔다는 통계도 있고, 최근에 도착하는 사연들을 보면 '학자금 대출'을 받은 걸 갚아 나가느라 이십대 후반까지 고생하고 있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고 해서 떠나고 나면 그 여행 경비도 큰 지출이고, 차라도 굴리면 보험료와 기름값에 발목이 잡힌다. 게다가 데이트를 하며 맛집만 찾아다녀도 한 달에 기십만 원의 지출이 생긴다.

 

이처럼 현재 앞이 깜깜하거나 겨우 숨만 쉴 수 있을 정도인 상황에서 결혼과 육아까지 생각하자니 답이 안 나오는 사례들이 있다. 지갑이 가벼우면 사람이 쪼그라드는 것처럼 경제력이 약하면 자신감도 떨어지는 법인데, 이럴 때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 없이 "자긴 나랑 결혼 할 생각 있긴 해? 우리 결혼 안 해?"라며 '결혼 할 거냐, 안 할 거냐'에만 중점을 둔 여자의 물음이 남자를 더욱 작아지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경우,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꺼내도 남자는 자존심 때문에 '진짜 문제'를 말 안 하기 마련인데, '혼자 다 감당하려 하지 말고 함께 방법을 생각해 보자'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꺼내면 동굴로 들어가려는 남자를 돌려세울 수 있다. "내 친구 누구 결혼한다더라.", "명절에 친척들이 나보고 왜 결혼 안 하냐고 물었다."라는 이야기로 옆구리를 찌르는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말을 먼저 꺼내 놓으며 상대의 솔직한 상황을 듣고 함께 계획해 보자.

 

 

2. 마음이 없을 때.

 

이건 대개 상대가 자신을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말하는 경우에 벌어지는 일이다. 여기에 해당되는 커플을 보면 여행지나 사교동호회, 클럽, 채팅, 만남어플, 소개팅 사이트 등에서 만난 경우가 많다.

 

사례는 다양하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상대가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잡는다'의 태도로 있는 경우다. 여기에 해당되는 커플을 보면, 서로 이별을 합의한 상황에서도 늘 여자 쪽에서 다시 잡아 만나게 되곤 한다.

 

전에 소개한 적 있는

 

여자 - 자긴 내 병문안 안 와?

남자 - 버스 다 끊겼어. 거기 갈 차가 없어.

여자 - 내가 택시비 줄 테니까 와.

남자 - 지금 친구 만나고 있어.

여자 - 그래서 안 오겠다고?

남자 - 이따가 전화 할게.

 

라는 대화를 나누는 커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늘 여자가 노력하고 붙잡지 않으면 언제 헤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관계. 남자는 딱 그 정도의 마음만 써도 계속 사귈 수 있으니 굳이 관계를 정리하진 않는다. 단, 여자가 계속 관계에 대한 정의를 내달라고 하거나 결혼 등의 계획을 구체화 시키려 하면, 그땐 남자가 이별을 통보하기도 한다. 여자는, 남자에게서 존중 받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헤어지는 것은 싫기에 그저 아무 대책 없이 붙잡고만 있는 경우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상대가 결혼 할 생각이 없음을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여자 쪽에서 '시간을 두고 잘 어르다 보면 마음이 바뀌겠지'하는 생각을 하며 헛물을 켜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여자를 두고 최복희옹(82세, 무직)께서는 "냅둬라. 지 팔자 지가 꼰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셨다. 남자가 "너 자꾸 그럴 거면 헤어지자."라고 말해도 "알았어. 안 그럴게."라는 대답만 하며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다.

 

남자는 연애를 사교활동의 일환으로, 여자는 연애를 결혼이 전제된 것으로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건 이제 즐길 것 즐겨보겠다며 막 사교활동을 시작한 남자와, 그 사교계에서 혼기가 찬 여자 사이에서 자주 벌어지곤 한다. 그들은 비밀연애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사귄지 세 달 쯤 지난 후부터

 

여자 - 쟈기 머해?

남자 - 야구 봐.

여자 - 야구 잼있어? 나 야구장 한 번도 안 가봤는데.

남자 - 담에 가면 되지.

여자 - ㅇㅇ 담에 나 델구가~

남자 - 알았어.

(며칠 후)

여자 - 근데 쟈기 나 좋아하는 거 맞긴 해?

여자 - 내가 물어봐야만 대답하고. 먼저 말 거는 법은 없더라.

남자 - 왜 그래 또~ 내가 말 하려고 하는데 자기가 말해서 그러지~

남자 - 이따 그쪽으로 갈게. 나와. 한 잔 하자.

여자 - 몇 시에 올 건데?

 

정도의 대화를 하며 겨우 연애를 연명해 간다. 갈등이 생기면 그때그때 진화만 할 뿐 근본적인 문제는 바뀌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난 매뉴얼을 통해 "상대의 최소한의 관심과 애정표현, 그리고 옆구리 찔러 내서 받는 호의만으로도 꿋꿋하게 버티는 연애는 하지 마세요."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상대의 추격본능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쫓아가지 말고 도망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고 말이다.

 

 

3. 확신이 없을 때.

 

이 여자와 결혼하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에 결혼하자는 말이 없는, 참 슬픈 경우라 할 수 있겠다. 대표적으로 남자가 여자에게서 인간적, 인격적인 실망을 하게 되었을 경우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

 

얼마 전 헤어진 내 지인의 경우를 보자. 둘은 서로의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명절에도 찾아가는 등 곧 결혼할 것처럼 보였지만, 여자의 음주습관이 문제가 되어 헤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주5일 술을 마셨고, 술을 마시게 되면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시는 일이 많았다. 게다가 필름이 끊기면 폭력적으로 변해 다음 날 자신도 깜짝 놀랄 만한 일을 저질렀다. 남친의 폰을 집어 던진다거나, 남친 얼굴에 침을 뱉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이다. 이런 여자는 아내로, 또 아이의 엄마로도 실격이라 생각한 지인은 그녀와 헤어졌다.

 

다른 지인은, 부모님의 손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여 헤어졌다. 통금시간이 있다는 것 정도는 남자도 이해했지만, 그가 여자친구와 한 모든 일을 여자친구 부모님이 알고 계시는 것에 놀랐다. 그래도 그는 결혼해서 여자의 부모님과 사는 거 아니라고 생각하며 참아왔는데, 둘이 다퉜을 때 여자친구의 부모님이 여자친구의 변호인이 되어 그에게 전화를 걸어오는 것을 보고 헤어졌다. 헤어진 후 재회 요청도 여자친구 부모님이 하셨다. 그 모습을 보며 그는 헤어지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오래 사귀었으니 당연히 결혼 할 거라 생각한 여자친구가, 점점 긴장이 풀어진 태도로 의무만을 강조해서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건 몇 번 소개한 적 있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대사가 좋은 예이니, 그걸 한 번 더 소개하자.

 

상우 - 나 어디 좀 갔다 올게.

은수 - 빨리 와서 라면이나 끓여. 어?

상우 - 나 일 있어.

은수 - 무슨 일? 내가 모르는 일 있어? 또 어디 가서 술이나 마시려고 그러지 뭐.

상우 - 은수씨. 내가 라면으로 보여? 말조심해.

 

남자친구에게 막말을 하거나,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로 이야기 하는 사례가 꽤 많다. 자신은 상대보고 빨리 와서 라면이나 끓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남자친구에겐 더 다정하게 굴라는 주문을 하는 여자. 이런 여자에겐 남자가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난 매뉴얼을 통해 남자의 '책임감과 존중'을 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렇듯 남자의 자존심을 밟고 서 있는 여자에겐 남자가 책임감을 가질 수 없는 게 당연한 거다. 입장을 바꿔 남자친구가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네 잘못인데 누굴 탓 해."

 

라고 말한다면, 있던 정도 다 떨어질 것 같지 않은가? 어느 대원은 남자친구에게 서운함을 표시한다고

 

"됐어. 기대도 안 했어."

 

라는 말을 하던데, 난 그 대원에게 그 말이 남자친구의 열정을 불타오르게 하기 보다는 분노만 불타오르게 한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그 대원은 내게

 

"이럴 때 어떻게 해야 남자친구에게 여우처럼 서운함을 표시할 수 있을까요?"

 

라고 물었는데, 여우들은 그런 상황에서 절대 서운함을 표시하지 않는다. 그녀들은 작은 것에도 크게 감동해 남자로 하여금 다음엔 더 큰 기쁨을 주고 싶게 만든다. 아니면 애써 서운함을 감추는 듯한 표정을 보여 남자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끼게 만들거나 말이다. 두 발짝 더 나가기 위해 한 발짝 물러서는 건 훌륭한 방법이지만, 화난다고 상대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면 판이 깨질 수 있음을 잊지 말자. 더불어 '상대는 내가 확신을 가져도 좋은 사람인가'만을 보려다가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은 주지 못하는 함정에도 빠지지 말길 권한다.

 

 

이것 외에도 여러 이유들이 있기 한데, 그 중 '주변의 반대(또는 종교나 궁합문제)로 인해 헤어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찜찜함이 계속 남아 있는 경우라고 할까. 남자친구의 부모님께서

 

"걔는 아니다. 그냥 사귀다가 놓아 줘라.

그리고 결혼 할 거 아닌데 계속 붙잡고 있는 거 아니다."

 

라는 말씀을 하신 까닭에, 초반에 함께 그리던 미래계획을 폐기하고 이별을 통보하는 경우도 있다. 내 주변에도 이런 사례가 하나 있는데, 특이하게도 그 친구는 지인의 말을 듣고 이제껏 모든 연애를 종결지어 왔다. 그에겐 다투고 나면 꼭 옆에 와서 초를 치는 지인이 있는데, 이번 이별 때에도 그 지인은

 

"내가 봐서 알잖아. 걔랑 사귀는 건 네가 당하는 거야."

 

라며 초를 쳤다. 이렇게 보면 저건 참 별 것 아닌 것 말이지만, 다툼으로 인해 연애를 팽개치고 싶을 때 옆에서 누가 저런 부채질을 하면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잘 사귀고 있다가, 이제 서로의 부모님께 인사도 드리며 결혼을 구체화 하려고 할 때 예상치 못한 종교나 궁합 문제로 '결혼할 마음'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쪽에서 누군가에게 "너 얘랑 결혼하면 평생 외로울 거라더라."라거나 "결혼하는 순간 고생문이 열린다더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보자. 이런 이야기들은 흰 벽에 찍힌 하나의 검은 점 같아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 떠오르기 마련이다. 때문에 평소엔 미신이라 여기며 덮어 두었다가도, 갈등이 찾아온 순간엔 저 말이 색안경으로 작용해 '정말 그럴 것 같아.'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끝으로 B양에겐, 말투를 꼭 고치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하니?" 말고 "~해?"라고 묻길 바란다. 그리고 상처 받지 않으려고 본심을 숨기진 말라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둘의 대화를 보면 겁쟁이 둘이서 '혹시 날 탓하지 않을까? 나에게 화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껍데기 같은 이야기만 나누는 것 같다. 좋다 싫다도 못 말하며 늘 빙빙 돌아가는 대화는 하지 말도록 하자. 그렇게 멀리 떨어져 대화를 하다 보니 재미도 감동도 없고, 그냥 의무적으로 느껴지며 '만나면 만나는 거고'의 관계가 된 것 같다. 내가 둘을 앞에 앉혀두고 "둘이 결혼하면 행복할 것 같으세요?"라고 말하면, 남친은 "글쎄요."라고, B양은 "어쩌면요."라고 대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겁쟁이 둘이서 만날 땐 서로 아무 말 못하고 그저 속으로만 쌓아 두고 있다가, 그게 버거워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장문의 카톡으로 서로의 진심을 꺼내 놓은 게 난 너무 안타깝다.

 

▲ "남친이 자기가 독신주의라고…." 그것보단 책임지는 게 두려운 겁쟁이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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