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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썸남에게 '아는 형님'처럼 되어가는 여자

by 무한 2014. 5. 27.

썸남에게 '아는 형님'처럼 되어가는 여자

솔로부대 간부님 안녕하세요. 먼 타국에서 고생 많으십니다. 제가 간부님과 직접 만나게 된다면, 저는 시원한 맥주를 잔에 가득 따라드리며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간부님, 누군가를 기쁘게 만들려고 너무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라고 말입니다.

 

간부님은 씩씩하고, 다정하고, 누군가를 챙기는 걸 좋아하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본인이 직장을 그만 두는 일이 있을 때에도 더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식의 긍정적 해석을 하고, 썸남이 카레가 먹고 싶다고 하면 카레를 손수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직접 만든 카레가 맛이 없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여하튼 '내가 베푼 호의에 상대가 기뻐하면 나는 더 기뻐지는' 성격을 가지고 계십니다.

 

 

1.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줬는데 왜 제자리야?

 

상대의 입장에선 늘 간부님으로부터 받는 게 당연한 일이 되고, 혼자서도 다 잘 하는 간부님께 특별히 뭔가 해줄 게 없어서 그렇습니다. 제가 전에 말 한 적 있는 '오토매틱 차량 기어스틱에 손 댈 일 별로 없다'는 이야기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것 같습니다.

 

썸남이 간부님께는 별로 해주는 게 없지만 동네 동생들에게는 잘 베푼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간부님은 썸남이 먹고 싶다는 것까지 다 챙겨 주는데, 오히려 썸남은 뭐 사달라고만 하는 동생들 챙긴다고 말입니다. 그건 그 동네 동생들이

 

"형님~ 술 한 잔 사주세요."

 

라는 식의 '부탁'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간부님도 부탁을 사용하신 적이 있긴 하지만, 간부님은 그 부탁을 상대가 들어줬다는 것에 더 기뻐하며 다시 '베풂모드'로 접어드셨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게 가장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간부님은 마치, "야 뭐하냐? 당구 한 게임 치러 가자. 내가 게임비 낼게."라고 자주 말하는 '동네 형님'처럼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제가 매뉴얼을 통해

 

"병뚜껑 따위 가볍게 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함께 있는 남자에게 따 달라고 부탁 한 번 해 보세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상대가 이쪽을 위해 손을 쓸 일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상대가 '심부름'으로 느낄만한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면, 부탁은 언제나 효과를 발휘합니다. 집 계약 기간이 끝나 다른 집을 알아봐야 할 때, 시세도 잘 모르고 혼자 가서 거래하기 무서우니 같이 좀 가달라고 하면, 썸남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시간 약속을 잡을 것입니다.

 

하지만 간부님의 경우 '혼자서도 잘 해요'가 습관이 된 까닭에, 혼자 다 처리해 놓고 심남에게 "나 이사 때문에 집 보러 다니다 오늘 계약했어. 힘들고 무서워서 아주 죽는 줄 알았어."라는 식의 이야기만 하고 맙니다. 그러니 자연히 썸남 역시 "그래? 그렇구나."하고 말 뿐이고 말입니다. 그가 간부님을 도와줄 수 있는,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주말에 시간 있으면 술 먹자는 부탁 말고, 현지인과 거래를 하기로 했는데 혹시 그 자리에 같이 가줄 수 있는지를 물으면 되는 겁니다. 전자의 경우 술 마실 생각이 없으면 거절하겠지만, 후자의 경우는 일단 같이 가 줬다가 간부님이 보답으로 술을 사면 둘이 즐겁게 마실 수 있을 겁니다. 부탁은 이렇게 사용하는 겁니다.

 

 

2. 희로애락대신 희희낙락만 있는 문제.

 

적극적이고, 시원시원하고, 털털한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만, 늘 그런 식이라면 가벼워 보이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간부님과 썸남은 꽤 오랜 시간 알아왔습니다만, 간부님의 대화멘트는 대부분 오랜만에 친구와 연락해

 

A - 쏭~ 와쩝!

B - 살아있었네? 연락 없어서 죽은 줄 알았지.

A - 생로병사의 비밀 보면서 생명연장의 꿈을 꾸고 있지.

B - ㅎㅎㅎ 한 잔 해야지?

A - 몸에 좋은 복분자주로다가 콜?

B - 안주는 장어로?

A - 안주는 장어로, 계산은 네 카드로. 라임 죽이네.

 

라는 드립을 하며 노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반면 썸남은 드립을 배제한 채 진지한 투로 대화를 이어갔고 말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간부님처럼 '드립 대화'하는 걸 좋아합니다. 양복 입은 채 악수하고 끝나는 듯한 딱딱한 대화가 아닌, 같이 누워서 옆구리 찔러대는 듯한 친근함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한 것 아니겠습니까? 때문에 우리와 달리, 농담에 거부감을 느끼며 진지한 대화를 추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간부님이 휴지(애완견)와 한 잔 하고 있다고 말하면 저는 그걸 센스있는 멘트로 받아들이지만,

 

"휴지랑? 휴지가 뭐야? 개? 그게 무슨 소리야? 개랑 무슨 술을 마셔?"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대할 땐 누워서 던지던 드립을 자제하며, 자세를 고쳐 앉은 채 대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드립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간부님의 개그욕심이 크다는 말씀을 좀 드리고 싶습니다. 유명한 야구 타자들을 보면, 공이 온다고 막 치는 게 아니라 끝까지 공을 보며 칠지 안 칠지를 골라 휘두르지 않습니까? 드립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뭔가가 떠올랐다고 무조건 치고 보는 게 아니라, 그걸 최소한 내가 맞출 수 있을 때 쳐야 합니다. 안 그러면

 

개그 폭격 -> 효과 없음 -> 수습 개그 -> 효과 없음 -> 끝인사

 

라는 삼진의 길을 걸어가게 될 수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형식 아닙니까?

 

간부님 - 아 오늘 A에 갔는데 B가 나보고 어쩌고어쩌고 했음. ㅋㅋ

썸남 - ㅋㅋ

간부님 - 근데 너 C한다고 하지 않았나?

썸남 - 생각 중이야.

간부님 - 그래 생각 잘 하고, 난 D 해야겠다. ㅋㅋ (안녕)

 

물론 모든 대화가 저렇진 않았습니다.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에는 아이디어를 내가며 꽤 긴 시간동안 둘이 흥미로운 대화를 나눴습니다. 둘이 나눴던 대화를 쭉 한 번 읽어보며 어떤 주제일 때 상대가 적극적으로 반응했나를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봤을 땐, 상대가 할 말이 있는 주제일 때 긴 대화가 가능했습니다. 반면 할 말이 별로 없는, '머리 했는데 마음에 안 든다는 얘기'같은 걸 간부님이 할 때에는 그냥 단답으로만 반응했고 말입니다.

 

 

3. 이렇게 '아는 형님'되기 싫은데, 고백해도 될까요?

 

네? 이거 지금, 간부님도 아시고, 저도 알고,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 건데…, 지금 고백하면 거절당할 거라는 게 좀 명확하지 않습니까? 이건 마치

 

"제가 학원은 꾸준히 다녔는데 공부는 제대로 하지 못 했어요.

그런데 학원 출석만 더 하는 것도 좀 그러니, 그냥 시험 봐 버릴까요?"

 

라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현재 상대가 사업을 구상중이며, 그 사업을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간부님께 같이 가줄 수 있냐고 물어본 것이 '친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둘이 그냥 어쩌다 교민사회에서 만나 안부인사와 드립을 주고받는 사이였다면, 이번에는 상대와 함께 다니며 간부님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고, 또 간부님 역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는데, 이걸 '고백'으로 깰 필요가 있을까요?

 

운이 좋아 상대가 고백을 받아줘도 문제입니다. 상대는 현재 사업을 시작하려 하고 있기에 연애를 시작해도 간부님께 집중을 하기가 힘들 겁니다. 게다가 간부님께서는 위에서 말한 '이 한 몸 다 바쳐 널 기쁘게 하리'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계신 까닭에, 그가 식당을 시작하면

 

"설거지와 청소는 제게 맡겨주세요. 우렁각시 해봐서 느낌 아니까."

 

라면서 맹목적으로 헌신할 위험이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은 둘의 관계에서 고백하기 가장 좋지 않은 시기입니다. 그냥 그가 부탁하는 것(다른 식당들을 함께 돌아다녀 줄 수 있냐는 것)을 들어주며 옆에 있기만 해도 자연히 친해지며 나아가 '은인'이 될 수 있는 것을, 그와 연락하는 게 잦아졌다고 해서 고백하진 마시길 저는 권하고 싶습니다. 뜬금포로 고백했다가 신속하게 퇴짜 맞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으니 말입니다.

 

이건 상대가 가지고 있는 간부님의 '수다녀' 이미지를 벗을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다만, 제가 걱정되는 건 현재 간부님이 그의 부탁을 받은 이후, 4절까지 대답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말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간부님은 말을 너무 많이 하십니다. 보통의 경우,

 

남자 - 거기는 어때? 괜찮아?

여자 - 거기는 이러이러해. 10점 만점이라면 8점?

남자 - 그래도 후한 편이네? 고객은 다 한인인가?

여자 - 아니. 요즘엔 현지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아. 6:4 정도?

 

위와 같은 대화를 합니다만, 간부님께서는

 

썸남 - 거기는 어때? 괜찮아?

간부님 - 거기는 내가 전에 가본 적 있는데, 이러이러한 편이야.

간부님 - 그런 식당들은 대부분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데 그 특징이 뭐냐면 블라블라.

간부님 - 아, 거기 말고 저기도 있어. 저기라는 곳은 어떠냐면 블라블라.

간부님 - 가격은 저렴하지 않지만 블라블라.

간부님 - 그리고 맛은 또 블라블라.

간부님 - 시간 될 때 한 번 가서 먹어보는 게 좋은데 블라블라.

간부님 - 그런 걸 알아보려면 취향에 안 맞아도 가서 블라블라.

간부님 - 시간 언제 괜찮아?

썸남 - 난 이번 주말에 괜찮아.

 

라며 '하나를 물어 보면 열을 대답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이고 마십니다. 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와중에도 그 안에서 주제가 여러 번 바뀌는 까닭에, 나중엔 간부님 스스로 또 다른 말을 꺼내 수습을 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썸남의 입장에선 간부님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질문을 퍼부으니, 어떤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지 몰라 맨 마지막 질문에만 답을 하는 경우가 많고 말입니다. 이거 제가 매뉴얼을 통해 몇 번 이야기 한 적 있습니다.

 

"그럼 너도 A해. 아, 시간되면 B도 하고.

그런데 너 C좋아해? 내가 C가 좀 생겨서.

아차 그리고 D라는 사람 알아?"

 

라는 식의 '북 치고 장구 치는 멘트'를 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썸남과의 대화니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건 이해합니다만, 과유불급이라는 걸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가벼운 말 백 마디 보다, 무게 있는 말 한 마디가 훨씬 무겁습니다. 간부님 역시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자리 뜨면 사라지는 가벼운 말'이 되길 바라진 않으시잖습니까. 되도록이면 카톡을 한 번 보낼 땐 한 주제에 대해서만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말에 대한 상대의 답을 들은 후에 다음 말을 하시고 말입니다.

 

 

끝으로 하나 더. 간부님께서 이제 뭐 서로 모르는 척 할 나이는 훨씬 지났다고 생각하신 까닭에, 썸남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뽀뽀해도 돼?"

 

같은 얘기를 하시기도 하는데, 종종 하시는 이런 뜬금없는 행위들이 좀 치명적입니다. 질투심 유발이 목적이시겠지만 "너 혹시 누구누구 알아? 누가 그 사람 소개시켜준다는데, 난 관심이 없기도 하고…." 등의 이야기를 하시는 것도 그렇고, 한 번씩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이상한 행동들을 하시는 걸 자제하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타국에서 일만 하며 젊은 날을 다 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썸남과는, 놀면 됩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 거고, 노는 것도 놀아 본 사람이 잘 노는 거라 말하며 같이 보트도 타 보고 바비큐 파티도 해 보면 됩니다. 사귀고 난 뒤에 그런 걸 같이 하겠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일이 싫다면서도 일에 묶여 사는 심남을 데리고 멀리까지도 가 보시기 바랍니다. 늘 밥과 술만 열심히 먹어봐야 살만 찔 뿐이니,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레저스포츠부터 함께 해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같이 배드민턴만 쳐도 웃을 일 많고, 운동도 되고, 만남이 즐거워질 수 있습니다.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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