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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마음이 식어 이별까지 말하는 남친, 어떡해? 외 1편

by 무한 2014. 9. 4.

마음이 식어 이별까지 말하는 남친, 어떡해? 외 1편

우선 오늘 다룰 사연들과는 관계없이, 난 이럴 때 기분이 좋다. 얼마 전 매뉴얼로 다룬 '결혼했는데 아내랑 안 친한 남자'에게서 피드백이 왔다. 매뉴얼에 나와 있는 조언대로 과일을 사갔고, 그의 아내는 습관적으로 "괜찮은데…."라고 답했지만, 그가 샤워를 하고 나오자 과일을 먹고 있었다고 한다. 난 그가 과일을 손수 씻거나 껍질을 벗겨 아내와 함께 먹기를 바랐던 것인데, 뭐 이 정도만 해도 예전처럼

 

신랑 - 복숭아 사갈까 하는데, 먹을래?

아내 - 아뇨. 괜찮아요….

신랑 - 그래….

 

라며 김빠지는 대화를 하는 것에서 많이 벗어난 것이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사연을 보낸 그는 아내의 오빠와도 갈등이 있었는데, 아무쪼록 이번 추석 '내가 먼저 그에게 아내의 오빠 대접'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잘 넘기길 바란다. 이전처럼 '그를 꺾어 버리고 싶다'는 마음은 처갓집에 절대 가져가지 말길 내가 이렇게 부탁한다. 이번 추석에는 아내의 오빠에게 당구 칠 줄 아냐고 물어보고 같이 공도 좀 굴리는 싹싹함을 발휘하자.

 

"먹을 곳이 왜 없어? A도 있고 B도 있는데?"라는 멘트를 하다 상대와 연락두절이 된 태환씨에게도 피드백이 왔다. 썸녀와의 관계를 포기한 채 그저 문제가 뭔지를 알고 싶어 보낸 사연이기에 그 후 이야기는 없지만, 태환씨가 언젠가 구여친에게 들었던 '말투가 부정적이다'라는 말의 뜻을 알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태환씨는 구여친에게 신세한탄을 한 적도, 그녀를 괴롭힌 적도, 세상을 원망한 적도, 단점을 지적한 적도 없이 오히려 긍정적인 이야기만 했는데, 대체 왜 '부정적'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는지 몰랐었다고 한다. 오히려 자신은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해 준 것일 뿐인데, 그게 왜 부정적인 걸까 고민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매뉴얼을 통해 내용은 긍정적일지라도 상대의 말에 반대하며 '어깃장'을 놓으면, 그게 부정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댓글 하나하나 빠짐없이 전부 다 읽었고, 댓글을 통해 느끼는 것도 많았다며 독자 분들에게 고맙다고도 했다.

 

자 그럼, 캄캄한 밤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고 표류하는 대원들에게 오늘도 밝은 빛을 비추어 보자.

 

 

1. 마음이 식어 이별까지 말하는 남친, 어떡해?

 

원희씨 안녕. 내가 얼마 전에 길을 걷는데, 내 앞에 남편, 아내,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 이렇게 셋이 걸어가고 있더라고. 가족끼리 나와서 걸으니 아주머니 기분이 들뜨셨는지, 도로 옆 나무에 앉은 까치를 가리키며 웃기도 하시고, 자전거가 지나가자 자전거 타고 싶다는 이야기도 하시고 그러더라고. 좀 많이 들뜨셨던 것 같아. 앞장서서 가시며 뒤에 있는 남편과 아들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하다가 도로 경계석에 걸려 넘어지셨거든. 천성이 유쾌하신 분이신지, 넘어지시고도 즐겁다고 혼자 막 웃으시더라고.

 

아주머니가 넘어졌을 때, 아저씨는

 

"아이구 진짜, 참. 말 그만 하고 앞에 좀 보고 가."

 

라고 말씀하셨고, 아들은

 

"엄마 괜찮아?"

 

하며 얼른 아주머니를 잡아 일으켰어.

 

위의 이야기를 보며 뭔가 느껴지는 게 있지 않아? 원희씨는 여자긴 하지만, 남자친구를 대하는 태도가 윗글에서의 아들 보다는 남편에 가깝거든.

 

내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가정적인 남자'인 지인이 있어. 그는 출근했다가 집에 들어올 때 뭘 하나씩 사들고 들어와. 과일이나 치킨, 떡, 식혜, 신발, 액세서리, 꽃다발 같은 것들 말이야. 아내와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서 그런 거지. 회식을 하거나 밖에서 친구들과 음식을 먹었을 때, 그 음식이 맛있으면 자리가 파할 때 포장주문을 하기도 해. 역시 가족들에게 주려고 그러는 거지. 어딜 가다가 멋진 풍경을 보게 되면 그걸 찍어서 톡으로 보내고, 좋은 글귀를 읽으면 역시 그걸 메시지로 보내며, 가족 중 누군가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패스트푸드점에서 어린이용 세트를 먹기도 해.

 

물론 저게 전부 좋기만 한 건 아니야. 알아서 다 챙겨줄 경우 다른 사람들이 너무 의지하게 되거나, 기대치만큼의 행동이 발휘되지 않을 때 큰 실망과 함께 우울함에 빠지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지. 그런데 여하튼 여기서 이야기 할 건 그 부분이 아니니까, 그저 그의 '다정한 면모'에 대해 예를 든 것이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현재 원희씨는 '다정함'이라는 부분에서 보통의 사람들보다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야. 원희씨는 자신의 가정환경과 살아온 나날들로부터 '사랑을 주는 방법'을 못 배웠다고 말하는데, 언제까지 그런 핑계만 대며 살 순 없는 거잖아. 내 마음엔 상대에 대한 애틋함이 있지만 겉으로는 퉁명스럽게 밖에 대하지 못 한다면, 지금이라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배워야지. 지금처럼 '악만 남은 사람'인 듯 굴어서는 곤란해. 원희씨와 남친의 대화를 봐봐.

 

남친 - 점심으로 매운 거 먹었더니 지금까지 속 쓰리네.

원희 - 요즘 속 안 좋다면서 왜 또 굳이 그런 걸 먹었대~

 

원희 - 밖이야?

남친 - 응. 밖이야.

원희 - 뭐 하는데?

(남친에게 답장 없음)

원희 - 양다리야? 나 잔다. 잘 놀아.

남친 - 아냐. 미안. 그래 잘 자….

원희 - 그럴 거면 공부 때문에 어디가 아프네 저쩌네 하지 마.

남친 - 내가 오전 오후는 공부했잖아. 저녁에 친구 잠깐 만난 건데. 휴우.

원희 - 왜 너가 한숨 쉬어? (중략) 무슨 의미의 한숨인진 모르겠지만,

         하긴 내가 뭐라 할 사람이 아니지. 너가 알아서 잘 하겠지.

         오버했네 내가. 기분 망쳐서 미안~ 먼저 잘게.

 

원희씨 입장에선 남친이 100% 원희씨에게만 충실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 속상해서 그런 걸 거고, 또 원희씨가 톡을 보내면 남친이 재깍재깍 대답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 서운하고 섭섭해서 그런 것일 거야. 그런데 저 때 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원희씨는 수동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거든. 대화를 하나 더 봐봐.

 

원희 - 우리 내일 뭐 하고 놀아?

남친 - ㅋㅋ 영화 보자며?

원희 - 영화는 너가 보잔 거 아냐? 영화보고 뭐 해? 어디 영화관 가?

         뭐 먹어? ㅎㅎ

 

난 원희씨를 좀 이해하기 힘든 게, 원희씨는 저 말에 대한 대답을 이미 가지고 있거든. 남친이랑 쿠폰 사용해서 먹을 만한 거 이미 알아봐 놨잖아. 그런데 남친은 그런 것도 안 알아보고 있는 것 같으니, 저렇게 함정을 판 뒤 남친이 걸려들면 '한 방 먹이려고' 저런 질문을 하는 거거든. 난 원희씨가 그 과정을 없앴으면 좋겠어. 준비해 놓은 게 있으면 그냥 이러이러한 걸 알아봤다고 바로 얘기를 해. 그럼 웃으며 만날 수 있어. 괜히 함정을 파 놓고는

 

'하아…, 얜 그런 것도 안 알아보고 만나자고 했다는 거네.

난 내일 우리 뭐 먹을까 조사까지 다 마쳤는데. 아 짜증나네.'

 

하며 원희씨는 짜증내고 남친은 스트레스 받게 할 필요 없는 거야. 더불어 남친의 안티처럼도 굴지 마.

 

남친 - 엄마가 삼계탕 하시고 있어. ㅎ 그거 먹을 듯.

원희 - 엄마도 참 ㅎㅎ

남친 - ㅋㅋㅋ 왜?

원희 - 너 배는 보고 삼계탕 하시는 거야? ㅋㅋ

남친 - 말복?? 그 얘기 하니까 갑자기 하시네.

원희 - 말복 지난지가 언젠데.. ㅎㅎ

 

우리, 이럴 필요 없는 거잖아. 원희씨가 하는 저런 말들, 재미있지 않아. 어떻게 보면 시비 거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기분 나쁘게 들리기도 해. 좋은 의도로 하는 말이라고는 전혀 생각이 안 들어. 이러니까 당연히 연락도 하기 싫어지는 거고, '내가 얘랑 왜 사귀고 있을까?'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는 거라 나는 생각해.

 

"너는 같이 힘든 거 풀어가고 싶은 생각 없는 거지?"

"넌 내가 그냥 귀찮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거지?"

 

원희씨, 나는 9월 중순쯤 자전거 여행을 떠날 건데, 요즘 그걸 대비해서 거의 매일 혼자 열심히 장거리를 타는 중이야. 나랑 같이 가기로 하신 분께서 나보다 자전거를 훨씬 잘 타시거든. 그래서 그 분은 100Km를 타도 별로 안 지치시는데, 나는 50Km만 넘어가도 엉덩이와 손바닥이 아파. 물론 같이 노력할 수도 있겠지. 그분께 내 사정을 말씀드리고 하루에 80Km 정도만 가는 걸로 계획을 짜면서 말이야. 그런데 그 전에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 자전거를 오랫동안 타지 않아서 안장통과 근육통이 생기니, 가기 전에 내가 좀 타두면 익숙해 질 수 있잖아. 그럼 저 '합의'도 100Km 정도로 할 수 있는 거고 말이야.

 

함께 노력 할 수 있는 부분은 함께 노력해야 하지만, 그 전에 원희씨가 할 수 있는 건 원희씨 혼자서도 잘 할 수 있게 노력해봐. 안티활동은 당장 접고, "그래 내 잘못도 있겠지. 알았어 미안해. 잘 자."라고 대화를 단절해 버리는 태도도 고쳐봐. 지금처럼 남친에 대해서 '캐다보면 뭔가 걸릴 용의자'로 생각하며 지내면, 이별은 필연적인 거야. 만약 둘이 헤어지게 되면 남친은 원희씨를 어떤 여자로 기억할까? 원희씨에게 그가 눈물 나게 고마워하는 부분들은 있을까?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며 원희씨를 또 만나고 싶어 할까? 이런 물음들에 하나도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 할 것 같다면, 원희씨는 연애에 잘못된 태도로 임하고 있는 거야. 남친에게 "너 나에게 미안한 거 없어?"라고 말하며 사과 들을 생각만 하지 말고, 돌이켜 보았을 때 원희씨가 남친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며 먼저 사과를 해봐봐. 지금은 더 거세게 몰아칠 게 아니라, 따뜻한 햇볕을 비춰 남친의 꽁꽁 싸맨 외투를 벗게 해야 할 때니까.

 

 

2. 여친 있던 그 남자, 헤어지고 내게 왔는데….

 

여니씨가 내 여동생이었다면, 난 우선 아래와 같은 부분에 대해 길게 이야기를 나눴을 거야.

 

"아직은 우리가 사귄다는 거 알리고 싶지 않다. 그러니 당분간 비밀로 하자.

남의 시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둘이 사랑하는 게 중요하니까,

예쁘게 많이 사랑하자.'

 

라는 합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거든. 남들의 시선이 중요하지 않으면 카톡 프로필을 둘이 찍은 사진으로 해도 상관이 없는 거고, 둘이 사귄다는 걸 남들에게 말해도 괜찮은 것 아닐까?

 

"사실 여러 고민이 많이 되는데,

무한님 블로그 보면서 내가 정말 첫 번째 간이역이 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많이 했어요."

 

나도 여니씨의 그 슬픈 예감이 빗나가길 마음으로는 간절히 바라지만, 사연과 카톡대화, 그리고 첨부된 (두 사람이 주고받은)편지를 보면 결국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에 마음이 아파. 아무리 봐도 이건 조심스럽게 만난다기 보다는 남자가 자신의 연애이력을 관리하느라 비밀로 부치는 것 같고, 혹 여니씨가 나쁜 평가를 받을까 배려해서 그가 비밀로 한다기 보다는 자신의 좋은 평가에 흠집이 생길까봐 비밀로 하는 것 같거든.

 

근데 어쨌든 여니씨는 그가 연애 중일 때 기다려 달라고 해도 기다렸고, 헤어지고 여니씨에게 오겠다 말만 하곤 오랜 기간 보험 들듯 여니씨와의 관계를 유지해도 전부 이해해줬거든. 때문에 아마 그의 입장에선, 이렇게 여니씨와 비공식적으로 만나야 구여친에게 돌아가든 아니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든 그걸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던 게 아닌가 싶어.

 

그를 너무 나쁘게 보거나 그의 의도를 의심스러운 눈으로만 바라보는 거 아니냐고? 내가 그렇게 보는 이유는, 그가 여니씨에게 했던 말과 행동들 때문이야. 그가 쓴 편지 중에

 

"너는 정말 내 얘기를 잘 들어주고, 할 얘기도 많아지게 하는 사람이야."

"너는 나 좋다고 해주고, 나 많이 사랑해 줄 것 같아."

 

라는 부분이 나오거든. 난 저게 여니씨에 대한 그의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는 문장들이라고 생각해. 그에게 여니씨는 '날 좋아해주니까 고마운 사람'이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여니씨는 그가 연애를 하고 있을 때에도 기다렸으니, 이제 그가 헤어지고 여니씨에게 왔을 때 그만큼 더 행복하고 떳떳한 연애를 할 수 있을 거라 살짝 기대했던 것 같은데, 여기서 보기엔 그렇게 될 확률이 낮아. 미안하지만 난, 그가 딱 그 정도의 관심과 노력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게 여니씨와의 연애라고 생각해서 사귀게 된 거라고 보거든. 이렇게 생각하면 돼. 나는 자전거를 탈 때 DSLR이랑 똑딱이(콤팩트 카메라)를 두 개 다 가지고 다니는데, DSLR로 찍으면 내 마음대로 설정하는 게 가능해 좋기는 하지만 너무 무거워서 어느 날은 똑딱이만 가지고 나가거든. 그런데 똑딱이만 가지고 나간 날엔 DSLR로 찍을 때처럼 복잡하게 여러 생각을 하지 않아. 마음 자체가 '그냥 증명사진 찍듯이 찍고 와야겠다'라는 가벼운 마음이거든. DSLR대신 똑딱이를 선택한 게 맞긴 한데, 그럴 땐 딱 그 정도의 역할로만 생각하며 똑딱이를 가지고 나가는 거야.

 

여니씨의 남친은 여니씨에게 그간 상처만 줘서 미안하다, 조금씩 조금씩 노력하겠다,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이번에 '비밀로 하자'라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앞으로는 여니씨에게 집중하겠다는 약속 지키겠다고 말했잖아. 근데 이런 경우엔 대개, 노력한다고 애정이 생기지 않는 까닭에

 

"나도 노력해 보려고 정말 애썼는데, 안 될 것 같다."

 

라는 말로 결국 이별하게 되는 사례가 많아. 이전 여자친구에게 쏟던 마음의 절반만 쏟아도 이 연애가 가능할 줄 알았는데 막상 사귀고 보니 그런 것도 아니라서 이별을 통보하는 경우도 있고, 애초에 팬클럽 회원과 미팅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연애라 아무래도 사랑하는 마음까지는 안 생기는 것 같다며 떠나는 경우도 있지.

 

너무 끔찍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들만 적어두어서 미안해. 그런데 아무리 봐도 여니씨에 대한 그의 행동은 '서비스'지 '애정이 있어서 하는 행동'이 아니거든. 여니씨는 그에 대해 "여러 가지 매너와 자상함이 대기업 회장님 비서수준?ㅎㅎ"이라고 했지만, 난 그걸 그가 스스로의 평판을 생각해 제공하는 '서비스'지 정말 여니씨를 생각해서 하는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이렇게까지 이야기 하는 건, 여니씨가 그의 이러한 '서비스 제공'을 그의 진심이라고 생각해 다른 부분에서 어드밴티지를 주지 않길 바라서야. 다른 부분에서 잘 한다고 해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을 그냥 수긍하진 마. 그리고 그는

 

"난 여니가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강요할 수는 없는 거니까,

그럴 수 있는지 아닌지 말해줘."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얘기를 하는 그에게 그건 배려의 탈을 쓴 요구일 뿐 스스로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여니씨에게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도 반드시 밝혔으면 좋겠어. 저건 그가 원하는 선택을 하지 않으면 여니씨와도 만나지 않겠다는 거잖아. 무책임한 거야. 여니씨는 그가 모임 내에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하게 하니까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것 같은데, 그가 자신의 평판 때문에 모임에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하는 거랑,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책임감을 가지는 거랑은 전혀 다른 거야. 역시 여니씨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는 여전히 모임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구여친과 사귈 때 여니씨에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이력이 있으니, 이 둘은 분명히 구분해서 생각하길 바랄게.

 

"사귀고 나면 아무 고민 없이 그냥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제가 뭘 해야 할까요. 우리 커플이 뭘 조심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쎄, 차라리 여니씨 남친이 사연을 보냈으면 "미안하다거나, 고맙다거나, 갚아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상대를 상대라는 한 사람으로 보며 만나보세요."라는 이야기를 해줬을 것 같은데, 여니씨가 보낸 사연이라 어렵네. 여니씨에게도 비슷한 얘기를 해주고 싶어. 기다린 시간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지 말고 그냥 만나 봐. 이건 뭐 남친으로 하여금 헤어지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만든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또 그의 공약들을 공증받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 '지금 우리 둘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함께 해봐봐. 여니씨 남친은 자꾸 '나중에'로 모든 걸 미루려 하는데, 그 약속들을 들으며 희망만 품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걸 같이 해봐. 남친에게도 남친이 자꾸 나중 이야기를 하면, '지금 우리 둘이'라는 것에 집중해 달라고 이야기도 해보고 말이야.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삶인데, 나중에 더 사랑하겠다는 약속 같은 건 공허할 뿐이잖아. 아무 것도 기대하지 말고 그냥 지금 두 사람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 생각하며 만나봐. 그럼 훗날 무슨 일이 생겨 아플 수는 있어도, 적어도 지금처럼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느라 닻도 내리지 못한 이 순간을 후회하느라 울 일은 없을 테니까.

 

 

꾸준히 사연을 보내고 계신 독자 분 중에, 매뉴얼은 열심히 연애에 적용하지만 남자를 어플이나 채팅으로만 만나는 분이 있다. 그 분은

 

"무한님이 얘기한대로 제 어두운 부분들부터 꺼내 위로 받으려 하지 않고,

밝은 모습을 보였더니 이번엔 정말 상대가 먼저 빨리 고백하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저희 사랑 축복해 주세요~ 예쁜 사랑할게요!"

 

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긴급사연'을 보내시는 까닭에 마음이 아프다. 이 분에게 A어플로 이성을 만나지 말라고 권했더니 B어플로 갈아타시고, 그 다음엔 어플로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권했더니 채팅사이트로 가시던데, 그러지 말고 오프라인으로 나오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 또 클럽이나 나이트에 가서 이성을 만나실 것 같은데, 그런 곳 말고 되도록이면 '친목'과는 거리가 먼, 뭔가를 배우는 곳에 가서 이성을 만나시길 바란다.

 

하룻밤만 자고 나면 불금이다. 오늘 밤하늘 예보가 좋은 까닭에 달과 별을 마음껏 볼 수 있으니, 아직 하늘에 걸려 있을 여름철 대삼각형을 찾아보시길 권한다. 자 그럼, 우리는 내일 금사모에서 다시 만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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