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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결혼했는데 아내랑 안 친한 남자, 어떡해?

by 무한 2014. 8. 25.

결혼했는데 아내랑 안 친한 남자, 어떡해?

이런 결혼도 있구나, 하는 것을 저도 사연을 읽으며 처음 알았습니다.

 

신랑 - 드디어 내일이네. 아무 준비 없이 급하게 한 결혼이지만

         차근차근 해 나가자. 그만큼 앞으로 내가 더 잘 할게.

         내일 어디 도망가지 말고 제 시간에 와야 된다. ㅋㅋ

신부 - 네 낼 봐요.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은, 분명 저게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가 긴 대화를 하다가 마지막에 나눈 대화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저 대화가 결혼식 전 날 두 사람이 나눈 대화의 전부라는 건 얘기를 듣고도 믿기 힘든 일이니 말입니다.

 

결혼한 후의 대화는 더욱 충격적입니다.

 

신랑 - 집이야?

신부 - 아뇨. 친구 만나고 있어요.

신랑 - 늦어?

신부 -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라…, 왜요?

신랑 - 저녁 같이 먹었으면 해서.

신부 - 저녁은 친구랑 먹을 것 같아요.

신랑 - 그래 알았어.

신부 - 죄송해요.

 

서두에서 너무 길게 이야기 하면 저도 지치니까, 여기다가는 독자 분들을 위한 간단한 상황설명만 적어두고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신랑과 신부는 띠동갑. 신부가 신랑이 일하는 곳에 교육을 받으러 왔다가 교육 한 달 후 신랑의 아이를 가지게 되어(응?) 바로 결혼하게 된 상황입니다. 결혼을 원하는 건 신랑 한 사람 뿐이었지만, 그의 삼고초려로 현재 둘은 부부가 되었습니다. 둘이 알게 된 지는 아직 반년이 안 되었습니다.

 

 

1. 악의 축 아내 오빠?

 

둘의 결혼을 결혼식 직전까지도 반대한 건 신부의 오빠입니다.(신부가 그 집안의 늦둥이인 까닭에, 신부의 오빠는 신랑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신부의 오빠는 신랑인 재규씨를 앞에 두고도 날 선 말을 하며, 지금도 여전히 재규씨를 '도둑놈'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는 재규씨가 여대생인 자신의 여동생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를 향한 재규씨의 분노는 사연 신청서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지가 챙겨주는 겁니다."

"지가 낳은 것도 아니면서."

 

재규씨는 입덧하는 아내를 챙겨주고 싶고, 또 곧 아이의 성별을 알 수 있으니 아이의 옷과 용품들도 함께 사러 가고 싶어 하는데, 그걸 현재 아내의 오빠가 다 하고 있습니다.

 

신랑 - 나 지금 퇴근하는데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신부 - 저 지금 저희 오빠랑 같이 있어요.

신랑 - 아 어딘데?

신부 - ***에 있는 ***이요.

신랑 - 아 진짜? 고기 먹고 싶었어?

신부 - 오빠가 사준다고 해서….

신랑 - 저번에도 오빠한테 말하더니…. 그런 건 나한테 말하라니까….

신부 - 바쁘신 것 같아서요. ㅠㅠ 이리로 오실래요?

신랑 - 아니야. 나 씻고 좀 쉬다가 다시 나가야 돼.

신부 - 네. 쉬세요~

 

아내는 병원 가는 것도, 뭐 사러 가는 것도, 먹고 싶은 거 먹는 것도, 신랑인 재규씨가 아닌 자신의 오빠와 함께 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재규씨도 항의를 해 보았습니다만,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반응이라고는

 

"죄송해요."

 

일 뿐이었습니다. "네, 죄송해요.", "죄송해요 ㅠ.ㅠ", "죄송해요…." 등 여러 버전의 '죄송해요'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여하튼 재규씨는

 

"이 결혼 생활에서 제가 가장 힘든 건, 아내의 오빠입니다.

그는 저보다 나이가 많고 아내보다는 훨씬 나이가 많은,

그래서 아내에겐 거의 아빠 같은 존재입니다.

이 오빠를 제가 이길 수가 없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전 그에게 재규씨가 무릎이라도 꿇길 권해주고 싶습니다. 싸우려 드니까 계속 엇나가게 되는 겁니다. 그에게 분한 마음이 드는 건 잠시 접어두고, 냉정하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재규씨도 결혼 한 여동생이 있다고 했는데, 여동생의 남편이 재규씨와 같은 행동을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드실 것 같습니까? 재규씨가 여동생 고기 사주고 있는 상황에서 여동생 남편을 불렀는데, 여동생 남편이 됐다고 거절하며 겉돈다면 말입니다. 재규씨는

 

"그렇다고 처가랑 사이 안 좋게 지내면

아무래도 서먹한 사이 더 멀어질까봐 참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데, 재규씨가 현재 보이고 있는 태도는 '처가식구 상대를 안 하는 것'이지, '참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다가 재규씨가 '참을 만큼 참았어'라며 폭발하면, 처가식구들도 재규씨에게 할 말 많은 겁니다. 싹싹함이라고는 1g도 보여주지 않던 신랑이 갑자기 불만을 토해내면, 그들도 "넌 뭘 잘했다고 지금 남 탓 하냐?"라고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또 결국 승자 없이 상처만 깊어지는 싸움 하게 되는 겁니다.

 

재규씨에겐 죄송한 얘기지만, 전 재규씨 아내의 오빠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혼 전 그가 재규씨도 있는 앞에서 "결혼하기 싫으면 말해. 오빠가 도와줄게."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재규씨는 이를 갈고 있는데, 여기서 보기엔 그게 '못 할 소리'는 절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재규씨와 아내는 연애를 한 것도 아니고, 재규씨의 아내 역시 재규씨와 결혼 할 생각이 없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설득을 한 건지 재규씨가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만 적어 둔 까닭에 알 방법은 없지만, 여동생이 연인이 아닌 남자의 아이를 가져서 결혼해야 한다고 얘기하면, 저라도 쉽게 그 결혼에 찬성하거나 그 남자를 존중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 남자가 저를 피하려고 하거나 저와 맞서려 들면, '이 사람과는 내 여동생이 절말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다'라는 생각을 더더욱 확고히 가질 것 같고 말입니다.

 

 

2. 답답한 아내?

 

재규씨, 재규씨가

 

"이제는 부부이고, 저는 든든한 남편이 되어주고 싶은데

아내는 아직도 이 결혼에 적응을 못 하는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이제 저는 DSLR을 구입했으니 작품사진을 찍고 싶은데,

이 카메라로 찍어도 내셔널 지오그래픽 작가들 사진처럼 안 나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애를 하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상대의 어느 한 부분에 실망해 싸우기도 하고, 서로의 다름을 피부로 느끼며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수도 없이 이야기 했지만 바뀌지 않는 부분 때문에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반대로 성실도의 변화를 체감하며 이별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다정한 줄만 알았던 상대의 가부장적인 모습을 보게 되거나,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있는 줄 알았던 상대의 의지하는 모습을 보게 되어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또 그런 일들을 계기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부분을 다듬고, 맞춰가고, 참고, 변화하며 더 단단한 관계를 만들기도 합니다.

 

재규씨와 아내는 이런 시기를 가질 틈도 없이 부부가 되지 않았습니까? 부부가 되었다고 저런 문제들이 전부 해결되고, 이제는 '토끼 같은 자식과 여우 같은 마누라'와의 행복한 생활만 펼쳐질 것이 약속되는 게 아닙니다. 풀지 않은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있기에 지금이라도 풀어야 하고, 친해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실망이나 갈등, 대립 역시 계속 겪어야 합니다. 재규씨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 역시, 그 과정의 일부라 할 수 있고 말입니다.

 

"드라마에서는 하룻밤의 실수로 임신하고 결혼해도 사랑에 잘 빠지던데,

현실은 정말 시궁창이네요."

 

드라마를 보며 혼자 판타지를 키우지 마시고, 차라리 아내와 함께 드라마를 한 편쯤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주말이면 공쥬님(여자친구)과 8시 40분부터 TV앞에 앉습니다. 같이 보면서 저럴 떤 어떻겠다 얘기하기도 하고, 누가 더 불쌍하다 나쁘다, 누가 연기 잘 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지금 나온 저 복선이 나중에 어떤 형태로 등장하게 될 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이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저희 집 식구나 공쥬님네 식구들 모두 같은 드라마를 보기에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좀 더 돈독해 지는 느낌이 듭니다. 극에 나온 사건과 비슷한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며 몰랐던 부분들도 더 알 수 있게 되고 말입니다.

 

"저한테는 안 그러지만 아내는 친구나 가족한테는 엄청 살갑게 대합니다."

"아내 친구들 중 남자들도 있는데, 저보다 더 친하고 자주 연락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아내가 아무에게도 말 못 하는 비밀 같은 걸 알고 싶습니다."

 

아래는 매뉴얼을 통해 몇 번 소개했던, <어린 왕자>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너의 장미꽃을 위해 네가 들인 시간 때문이야."

 

저 문장을 소개할 때, 제가 함께 한 조언이 있습니다.

 

"상대가 처음부터 완전히 소중한 존재로 눈앞에 나타나길 기다리지 말고,

서로를 알아가며 서로에게 의미를 하나 둘씩 부여해 보길 바란다."

 

급하게 생각하면 상대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빨리 현모양처가 되어 나에게 싹싹하게 굴고,

남편인 나를 위해 뭐라도 준비 할 생각을 하면 내가 예뻐해 줄 텐데….'

 

라는 생각을 하기 이전에 먼저 아내를 예뻐해 주시길 권합니다. 평생 내 옆에서 함께하며 서로 돌보고, 또 서로 의지하며 살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아내의 허물까지도 내가 덮어주겠다고 생각하며 다가가 보시길 권합니다. 이게 그냥 주례사처럼 사랑은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하고자 꺼내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재 재규씨가, 화 낼 구실들을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는 사람 같아 보이기에 하는 말입니다.

 

죄송하지만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도 되겠습니까? 재규씨 태도의 기저에는 서운함이 깔려 있고, 재규씨의 말에서는 '이번에도 내가 참는다'라는 걸 상대에게 어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이런 태도를 보이고 있는 사람에게 비밀을 털어 놓고 살갑게 대하기는 어려운 법 아니겠습니까? 오늘 집에 들어가실 때 아내에게 '먹고 싶냐고 묻지 말고' 과일 한 팩 사 가지고 가시길 권합니다. 왜 묻지 말고 사가라는 건지는 아래에서 자세히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3. 진인사대천명?

 

아시다시피 '진인사대천명'은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

 

라는 뜻입니다만, 재규씨에겐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않고 하늘의 뜻만 기다리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둘이 결혼하게 된 그 일(응?)이 있고 난 직후, 재규씨와의 연락을 끊으려던 그녀에게 재규씨가 한 말을 잠시 보겠습니다.

 

"나한테 남아있는 마음이 있으면 연락해줘."

 

이건 그냥 참 편하기만 한 제안에 불과합니다. 며칠 전 저는 지인의 연애고민을 들어주었는데, 그는 헤어진 여자친구를 다시 붙잡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진짜 만나서 얼굴 한 번 보자고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말해보고,

거기에 대한 응답이 거절이면 마음 접는다."

 

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그에게

 

"그건 도박을 해보겠다는 태도지, 다시 잡겠다는 태도가 아니잖아?

넌 뭘 보여줬어? 편지를 써봤어, 애원을 해봤어, 아니면 눈물을 보여 봤어?

아무 것도 안 하고 '모월 모일 어디서 보자. 답 없으면 싫은 걸로 알겠다'라며

톡 하나 달랑 보내놓고 할 만큼 했다고 말하려는 거야?

참 편하네. 내가 너한테 아무 사정 설명도 안 해놓고는 오백 빌려달라고 했다 쳐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빌려달라는 얘기 해 놓고는,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는 못 빌려준다고 하는 널 나쁜 놈이라 말해.

이러면 정말 넌 나쁜 놈일까? 나쁜 놈은,

택일 하라고 떠밀어 놓고 평가하는 내가 정말 나쁜 놈 아닐까?"

 

라는 말을 해 주었습니다.

 

혹 위와 비슷한 태도를 재규씨가 '배려'라고 생각하신다면, 오늘부터는 아내를 배려하지 말고 그냥 재규씨가 해주고 싶은 걸 해주길 저는 권하고 싶습니다.

 

"아 그래? 난 너랑 뭐뭐 하려고 했는데…."

"너랑 뭐뭐 했으면 해서…."

"나 지금 퇴근하는데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라고 묻거나 말하지 말고, 그냥 하는 겁니다. 제가 위에서 '먹고 싶냐고 묻지 말고' 과일을 사 가라고 한 건, 그걸 물었을 경우 아내의 반응이 재규씨의 기대와 다르면 재규씨가 또 실망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제 예상으론,

 

신랑 - 들어갈 때 과일 좀 사가려고 하는데, 뭐 먹고 싶어?

신부 - 괜찮아요.

신랑 - 그래…. 알았어. 과일 말고 다른 건 뭐 먹고 싶은 거 없고?

신부 - 네. 괜찮아요.

 

라는 대화가 될 확률이 98.72% 이상입니다. 재규씨는 아내가

 

"과일? 천도복숭아도 되나요? ㅎㅎ 저녁 해놨으니까 빨리 와요~"

 

라고 얘기해주길 바라겠지만, 낯을 많이 가리고 말을 잘 안 하는 아내의 성격적 특성상 저런 일이 벌어지려면 서로의 귀를 파줄 수 있을 만큼 더 친해져야 합니다. 때문에 재규씨 역시 제 예상과 같은 대화가 될 걸 알고 있을 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한 번 더 노력해 본다'며 저런 질문을 하는 것일 테고 말입니다.

 

그렇게 안 될 걸 예상하면서도 슬픈 예감을 가진 채 또 묻지 말고, 방법을 바꿔보시길 권합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묻지 않고 행동해서 실망 할 계기 자체를 이쪽에서 걸러 버리는 겁니다. 제 경우는 확인 받으려 하지 않고 그냥 최대한 센스를 발휘해 사가는 편입니다. 체리나 자몽, 망고는 자주 먹는 과일이 아니니 사는 거고, 복숭아나 포도 역시 철이 아니면 먹기 힘드니 사는 거고, 바나나는 있으면 입이 심심할 때 먹을 수 있으니 사는 거고, 수박은 다 같이 먹을 수 있으니 사는 거고, 뭐 그렇습니다. 공쥬님 역시 뭘 사다줄까 물어보면 됐다며 그냥 오라고 하는 타입이라 제가 알아서 사갑니다. 

 

뭐든 다 묻고 맞춰주려고 하다 실망하지 마시고, 리드와 설득을 적절히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한 침대에서 자는 걸 아내가 어색해 한다는 이유로 그걸 맞춰주겠다며 '아이 낳을 때까지 각방'을 쓰는 건, 분명 좀 이상한 일입니다. 아내가 스킨십을 어색해한다는 이유로 그냥 방치하며 서운해 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은 아니고 말입니다. 재규씨가 아내보다 한참 오빠지 않습니까? 그러면 지금처럼 아내를 재규씨와 동급에 두고는 '왜 나처럼 생각하거나 행동하지 않을까?'라며 섭섭해 할 게 아니라, 아직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한 아내를 이끌어야 하는 것입니다.

 

"아내의 오빠가 저에게 싫은 소리를 해대도, 아내는 가만히 있습니다."

 

라며 삐칠 게 아니란 얘깁니다. 재규씨가 아내의 나이일 때 재규씨는 어땠는지를 한 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나이로만 치자면 그녀는 아직 여대생인데, 그런 그녀에게 '완벽한 아내, 완벽한 엄마'의 모습을 기대만 하진 마시고 함께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워나가시길 권합니다. 아내를 적으로 생각하며 배척하면 점점 더 멀어질 뿐입니다. 재규씨가 딱 1cm만 더 노력하면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그러지 않은 채 속으로만 '에라, 나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하며 한을 품진 마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하나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재규씨는

 

"우리가 헤어지고 싶다고 헤어질 수 있는 사이도 아니고,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헤어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한 집에서 그저 동거인처럼 살며 아내가 "죄송해요."라는 멘트밖에 할 일이 없어지면 헤어지게 될 수 있습니다. '결혼과 임신'이 그저 연애를 할 때보다는 그 관계에 대한 책임감을 훨씬 더 크게 갖게 만들어주는 것은 맞지만, 그게 '무슨 일이 있든지 앞으로 두 사람의 평생을 보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제가 한 말과 비슷한 얘기를 재규씨 아내의 오빠가 한 것에 대해 재규씨는

 

"그런 망언까지 한 장본인입니다."

 

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때문에 재규씨가 싫어할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런 이야기를 굳이 또 꺼내는 건, 재규씨가 '결혼과 임신'을 '평생 부부라는 걸 보증'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긴장을 늦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내와 각방 쓰고, 아내에게 화를 내고, 처가 식구들과 싸워 이기려 들다간 정말 헤어지게 될 수 있습니다. 재규씨의

 

"저희 어머니께서 전화해 새 애기 안무 물을 때마다

전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화목한 척 연기합니다."

 

라는 말에서 답답함을 이를 물고 참아내고 있다는 게 제게도 느껴집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내버려 둔 채 지금처럼 참기만 해선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재규씨가 아내의 오빠와 싸워 이긴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내에게 윽박질러 야단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 태도를 바꿔 이 답답함을 호소하며 도와달라고 부탁하시길 바랍니다. 함께 정말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는 걸 밝히며 도와달라고 하면, 이건 재규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단, 말만 그럴 것이 아니라 불편한 자리에도 참석하고, 싫은 사람과도 '내 아내의 가족이니까'라는 이유로 자리를 함께 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럼 재규씨의 진심도 그들에게 서서히 증명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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