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전혀 소질 없는 남자 외 3편
겨우 햄버거 따위를 먹고 체해서 자존심이 상한다. 그것도 원플러스원으로 주는 사은품 버거를 먹고…. 체한 까닭에 어제는 위아래위위아래로 거침없이 쏟아내고, 손을 따고, 엄지와 검지 사이를 열심히 주무르느라 글을 올리지 못 했다. 이번 주 작년에 온 사연들을 전부 끝내려고 했는데,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져 주말까지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온 몸에 힘이 없으며 목 주변 근육통으로 인해 괴로운 상태니, 오늘 매뉴얼은 힘을 빼고 살살 가보자.
1. 연애에 전혀 소질 없는 남자.
Y씨는 2년 째 노멀로그에 사연을 보내고 있는 모태솔로부대원이다. Y씨의 사연을 읽을 때면 난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끼며 한숨을 쉬게 된다. 토익시험이 코앞인데 아직 알파벳을 다 못 외운 대원을 대하는 느낌이랄까. 무엇을, 어디서부터 얘기해줘야 좋을지 솔직히 모르겠다.
우선, 그 '~용'이라는 말투는 제발 좀 집어 치우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2015년이다. 우리가 지금 열 몇 살의 나이로 하이텔이나 천리안에서 채팅하고 있는 것 아니잖은가. 그 즈음이 이성을 대하는 황금기였으며 그 이후로 이성과의 관계가 단절될 사람들은, 계속 채팅용어 같은 걸 써가며 이성을 대하곤 한다. 지금은 서른이 훌쩍 넘었는데 말이다.
"그래용~ 6시 30분에 약속대로 만나용~"
저런 표현은, 하는 사람의 느낌과 받는 사람의 느낌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 이쪽에선 "그래요. 그때 만나요~"하면 너무 딱딱해 보일까봐 '~용'이나 '~염'같은 걸 쓰는 건데, 그게 상대에겐 좀 모자라거나 이상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거다. 내 지인 중에도 "안냐세염~ H양에게 소개 받은 J에염. 소개는 오토래염~"따위의 말로 뭘 해보기도 전에 순식간에 차단당하는 지인이 있으니, Y씨도 주의하길 권한다.
그 다음으로는, 소개팅이나 이성과의 만남을 '일'처럼 생각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이번 주 일요일에 만나기로 약속했으면, 오늘과 토요일도 연락을 해야 한다. 그런데 Y씨는 약속을 정했으니 다 된 거라 생각하며 일요일 약속시간이 되기 전까진 연락을 하지 않는다. 이건 상대에게 관심도 없고 성의도 없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으니, 조금이라도 상대에게 마음이 있는 거라면 '대화'를 하길 권한다. 둘이 얼굴 보며 만나는 딱 그 순간에만 관계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라는 걸 잊지 말자.
해야 할 얘기가 많지만 허락된 지면이 많지 않으니 하나만 더 얘기하자. 상대로 하여금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들 만한 얘기는 되도록 하지 말자. 내가 만약 Y씨에게
"제가 아는 형님이 이번에 담배를 끊으셨더라고요.
아, 그리고 그 형님이 차도 바꾸셨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면, Y씨는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은가? '저 이야기를 내게 왜 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할 것 같지 않은가? 바로 저런 대화를 Y씨가 하고 있다. 상대가 "ㅎㅎㅎ", "ㅍㅎ"라는 반응을 했다고 해서 그게 진짜 상대가 즐거워하는 게 아니다. 그냥 딱히 할 말도 없고 해서 "ㅎㅎㅎ"할 수도 있는 것이니, 대화를 할 땐 지금 내가 하는 말이 두 사람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상대도 흥미를 느낄만한 것인지를 한 번쯤 생각해 보길 권한다.
아, 이걸 빼먹으면 안 될 것 같으니 이것만 더 얘길 하자. 상대에게 맹목적으로 맞추려고 하지 말자. Y씨는 나름 상대를 배려한다고 그러는 것 같은데,
Y씨 - 오늘 저녁에 볼까용?
상대 - 네. 그럼 전에 봤던 거기서 봬요.
Y씨 - 7시 30분까지 갈게용.
(잠시 후)
상대 - 아, 저 정말 죄송한데 오늘 늦게 끝날 것 같아서요.
Y씨 - 넹~ 그럼 담에 봐용~
위의 대화는 영혼이 없는 것 같은 데이트 신청과 리액션이다. 배려가 아니라, '아님 말고'식의 문답 같다. 남자라면 좀 박력도 있고 리드도 하고 그래야 할 것 아닌가. "넹~", "넹 그래용~"만 하지 말고, 하아, 좀 잘 해보자.
2. 결혼식 앞두고 쌍욕하다 헤어진 커플.
A양이랑 저랑 결혼을 앞둔 연인이라고 칩시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는 싸우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새 집으로 배송 오는 냉장고를 A양이 퇴근 후 받기로 했는데, A양이 그걸 깜빡 잊고는 친구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아직 업무를 하고 있던 제가 집에 달려가 냉장고를 받은 상황입니다. 그 상황에서 엄청나게 빡친 저는 말합니다.
"넌 제대로 하는 게 뭐냐? 냉장고 하나 못 받냐?
왜? 또 깜빡한 거냐? 너 붕어 대가리냐?
머리가 딸리면 부지런하기라도 하든지.
쳐 노는 게 그렇게 중요하냐?
너 전에, 너희 어머니도 자꾸 깜빡깜빡 하신다고 했지?
유전인가 보다 진짜. 이 정도면 장애다. 너랑 어떻게 살지 갑갑하다."
A양이 잘못한 게 확실하니 저 말을 다 받아들이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아무리 '있는 사실'만을 이야기 한다 해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말이라도 분명 더 부드럽게 이야기 할 수 있으며, 말을 할 때는 그 이후의 결과까지를 생각해 말해야 하는 것이고 말입니다. 위의 저런 말을 듣는 순간 A양의 눈이 돌아가 결혼이고 뭐고 다 끝내버리고 싶은 것처럼, 남친 역시 A양이 한 말을 듣고는 다 뒤집어엎어 버리고 싶었을 거라는 걸 한 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너희 집안은 진짜 이상하다. 특히 너희 아버지는…."
"넌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것 같다. 그 정도면 병이다."
"우리 부모님도 너희 집안이랑 너 마음에 안 들어 하신다."
A양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A양 부모님 앞에서도 이새끼 저새끼 찾아가며 말 가리지 않고 함부로 하는 남친, 그리고 결혼에 대해 수동적이며 소극적인 자세로 "날짜 잡아 봐라.", "아, 그 날짜는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남친 집안, 또 상견례 자리에서 예비 장인어른을 자신의 아버지에게 "이분께서는…."이라고 말하는 남친의 괴상한 태도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임이 분명합니다.
그럼 결혼을 안 하는 게 맞는 겁니다. 저걸 두고 A양이 계속 "나라면 안 그래.", "우리 집안은 안 그래.", "너는 이상해.", "너희 집안은 이상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진흙탕 싸움만 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A양은 화가 날 경우, 상대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골라 날카로운 이야기로 상처를 주는 단점이 있다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고맙게나 생각하며 회사 다녀.
그만 두면 할 것도 없는 놈이 무슨 맨날 나갈 궁리야.
그러니까 네가 그런 일이나 하고 있는 거야.
니 윗사람들한테도 그런 말이나 듣는 거고."
언젠가 남친이 푸념한 적 있는 이야기들을, 이렇게 A양이 화가 났다고 해서 저런 식의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은 일입니다. 만약 A양이 '엄마와의 갈등'에 대해 남친에게 털어 놓은 적이 있는데, 그걸 남친이 어느 날 A양과 싸우다 "그러니까 넌 너희 엄마한테도 그런 취급 당하는 거야."라고 말하면 입 안에서 유리컵이 깨진 느낌이 들지 않겠습니까?
이 관계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남친이면, A양이 남친 부모님에 대해 푸념을 해도 들어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그런 얘기 듣고는 남친이 A양의 기분을 달래고, 또 중간역할 잘 하며 풀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너희 집안 이상하다. 너희 아버지는 치매인 것 같고, 너희 어머니는 개념이 좀 없으신 것 같다. 뭐? 무슨 년? 내가 이런 말을 해서 너 지금 욕하는 거냐? 너 분노조절 장애냐? 넌 쓰레기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어떻게 '푸념'이겠습니까. 다음번에 연애를 하신다면 '우리'가 될 수 있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그럼 '나 VS 너'나 '우리 집안 VS 너희 집안'으로 나누어 배틀은 하지 않아도 좋으실 테니 말입니다.
3. 그 사람이 이별을 말한 '진짜 이유'는 뭐죠?
그 '진짜 이유'라는 게, K양이 '좋은 사람'이 되려 너무 노력한 까닭이 아닐까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K양의 맹목적인 이해와 배려로 인해 '진심을 감추고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고 할까요.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하지 않습니까? 연애 역시 초반에는 사소한 일로 토라지기도 하고, 또 귀여운 투정 등을 하며 견고해지곤 합니다. 너무 심각하진 않은 흥칫뿡, 같은 태도를 보이며 얼른 달려가 만나기도 하고, 또 "내가 그랬던 건 이러이러했기 때문인데, 그게 좀 오해가 된 것 같다."라는 이야기 등을 하며 서로의 신호를 재정비하기도 합니다. 연인이라 해도 둘은 오랜 기간 서로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이라, 말투나 표정, 행동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K양은 '마더 테레사'와 같은 태도를 보였던 겁니다. 그럴 경우 분명 다툴 일이 적어지긴 합니다만, 이해와 배려를 하는 쪽도 꺼림칙하고, 이해와 배려를 받는 쪽도 꺼림칙해질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이해를 위한 이해, 배려를 위한 배려로 보일 수 있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그러다 보니 연애 역시도, 연애를 위한 연애가 되고 맙니다. 잠시 대화를 하나 보겠습니다.
남친 - 에고 ㅠ.ㅠ 힘들지?
K양 - 웅.. 넘힘드러
남친 - 오빠가 어찌해주까?
K양 - 더 사랑해주기? ♥
남친 - 당연히 사랑하죵 ♥
K양 - 히히 (반함)(반함)
어쩌다 한 번 저런 대화를 나누는 건 그리 문제되진 않습니다만, 대부분의 대화가 저런 식이라는 건 문제가 됩니다. 속마음은 말하지 못한 채, 겉만 핥는 대화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런 연애를 하고 있는 연인들의 패턴을 보면, 계속 저러다가 싸울 때만 진심을 꺼내 놓고 대화합니다. 그럴 때만 하트 쏙 빼곤
"그런 건 아니고 내가 지금 많이 복잡한 생각이 들어서,
힘들어 하는 널 보면 더 복잡한 것 같아서 잠시만 시간을 갖자는 거야."
라며 길게 말을 하는 겁니다. 전 그들이 저런 대화를 좀 반반씩 섞어서 평소에도 진지하게 대화를 했으면 하는데, 안타깝게도 저런 대화는 헤어지기 직전에만 등장합니다.
"그는, 제가 자기한테 긍정적인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전 너무 당황했어요.
매일 하루 종일 연락해도 저런 낌새를 도저히 알아챌 수가 없었거든요."
평소 대부분의 대화가 "웅웅 밥먹엉♥", "보고시푸당~", "배고파 흑흑 ㅠ.ㅠ" 일 뿐이니, 당연히 알아채기 힘든 것 아니겠습니까? 연인과는 저렇게 대화를 할 뿐이고, 정작 알맹이에 해당되는 얘기는 지인들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 저도 참 가슴이 아픈데, 모쪼록 다음 번 연애에서는 남친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연애를 하실 수 있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내가 힘든 걸 다 말할 테니, 자기도 힘든 걸 나한테 다 말해라."라고 해서는 곤란합니다. 남자는 자신이 힘든 걸 여자친구에게 털어 놓는 걸 '스스로의 무능함을 내보이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힘들다는 얘기 한다고 뭐라고 할 게 아니라, 자기도 힘든 걸 나한테 말하면 되는 거 아니냐."라는 결론은 내지 마시길 권합니다. 더불어 입버릇처럼 '힘들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라도 부담스러워질 수 있는 법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꾸 어리광처럼 '힘들다'는 얘기를 했던 게 아닌가도 한 번 돌아보시길 권합니다.
4. 전 왜 이렇게 살아야 하죠?
죄송하지만 Y양에게는, 남자가 없이 좀 살아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치료가 끝나면 자살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건 Y양이 '살아야 할 이유'를 연애에서만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는 삶을 살아봐야 답을 찾으실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Y양의 첫 남친은 '사이비 교주'같은 사람이었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 구원과 도피처를 찾고 있던 Y양에게, 그는 '메시아'아 되어 주겠노라고 약속했습니다. 물론 당시 그는 이십대 중반의 얼치기였던 까닭에, 그럴 능력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의 구원이라는 것은 오로지 자신에게 의지하고 있는 Y양을 조종하는 것이었고, 때문에 모든 것이 Y양의 의지 부족, Y양의 노력 부족, Y양의 자존감 부족, Y양의 부정적인 생각 탓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형편없는 행동들에 대해서는 궤변으로 변명했고, 그런 것들도 전부 다 Y양의 잘못이 원인이 되어 벌어진 일이라고 했습니다.
"이제부터 쓰레기 짓이 정말 뭔지 보여줄까?"
"다음에 여자를 사귈 때에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여자를 만나야 되겠다."
"그래서 네가 친구가 없는 거야."
등의 말을 하기도 했고 말입니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이지만, 저 정도면 그냥 '미친 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양은 그가 메시아가 되어주겠다 약속한 까닭에, 저 말에 전부 수긍하며 스스로를 담금질 했습니다. 그가 위협하면 겁먹었고, 그가 "이건 네 행동에 대한 벌이다."라며 개차반처럼 굴면 그저 오들오들 떨기만 했습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어린이집 선생에 대한 사건이 있지 않습니까? 그 선생이 "교육적 차원에서 그런 거다.", "사랑하기에 그런 거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던데, 남친이 Y양에게 한 행동들이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Y양은 따귀를 맞은 뒤에도 김치를 주워 담던 그 꼬마처럼 그저 그에게 휘둘린 것이고 말입니다.
Y양의 두 번째 남친은 그냥 '연애가 하고 싶었던 남자'였습니다. 아마 Y양이 아니었더라도, 그는 자신과 사귀어주는 여자에게 그 모든 호의와 친절을 베풀었을 것입니다. Y양은 자신의 과거와 상처를 다 알고도 그가 감싸줬다며 거기서 사랑을 느꼈다고 하는데, 결국은 그도 Y양과의 연애에 흥미를 잃자 '다른 여자'를 찾지 않았습니까? Y양이 "구남친과의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것을 구남친에게 말해 치료 받고 싶다."라고 하자 그는 동의했고 말입니다. 그건 '착해서'라거나 '이해심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그냥 그러든 말든 상관없기에 허락한 것일 뿐입니다. 어차피 그에게 이 관계는 길게 끌고 갈 관계가 아닌 것입니다.
이렇듯 결국 끝날 수밖에 없는 연애를 반복하면서, 거기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다면 매번 헤어질 때마다 인생은 잿빛이 되어가고 우울함만 더해질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형편없는 남자들을 만났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Y양이 여기서 저주의 사슬을 끊지 않고 계속 가지고 간다면, 괜찮은 사람을 만나도 결국 이별하게 될 수 있습니다. 연애는 서로의 보금자리와 위안이 되어주는 거지, 상대만 Y양을 보듬어주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런데 Y양이 사귀자마자 자신의 과거와 함께 자신의 치부, 자신의 단점, 자신의 괴로웠던 추억들을 모두 꺼내 놓으면 상대는 질식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Y양이 본인의 정서적인 '치료'를 하겠다며 구남친과 계속 대화하며 극복하겠다고 말하면, 상대는 Y양을 좀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며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말입니다.
늘 얘기하지만, 본인이 극복해야 할 몫이라는 게 있는 겁니다. 그걸 계속 유보하며 다음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이 책임져 주길 바란다거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전 연인들에게 연락하며 치료해 달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실제로 그건 그들이 책임지거나 치료해줄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말입니다. Y양은 현재 어떻게든 사과를 받아내야겠다고 말하지만, Y양의 구남친은
"다 내 잘못이라는 거냐. 너는 잘못 없냐?"
"그래 내가 다 미안하다. 이제 됐지?"
라는 식으로 반응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런 상대에게 대고 '진실 된 사과를 해라'라고 말해봐야 Y양 입만 아플 뿐입니다. 그는 죄책감을 가지긴커녕, 이쪽을 미련이 잔뜩 남아 여전히 매달리고 있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미 제사까지 치른 관계를 다시 불러내어 사과 받으려 하지 마시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끔찍한 기억과 부끄러운 치부에서만 공감대를 찾으려 하지 마시며, 이렇듯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것보다는 스스로의 생활에서 그 이유를 찾으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예전엔 같은 반 친구들이 전부 이질에 걸려 학교 휴교할 때에도 난 멀쩡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장이 약해졌는지 모르겠다. 손에도 이상한 포진 같은 게 나서 피부과에 갔더니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하던데, 매일 이별사연을 몇 편씩 정독하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노래방에 갔던 게 언제인지, 악기를 손에 잡았던 게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 오늘은 공쥬님(여자친구)이랑 노래방에 놀러갔다 와야겠다.
다들 스트레스 확 풀리는 불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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