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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남자가 고백할 때 저지르는 최악의 실수들

by 무한 2010. 5. 13.
고백이란 라면 끓이는 것과 비슷하다. 애초부터 물조절에 실패하면 정확한 시간을 맞춰 끊여도 짜거나 싱겁게 되어 버리는 것이고, 물조절을 아무리 잘해도 시간을 못 맞추면 덜 익거나 불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고백에 '절대값'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취향이 다르지 않은가. 난 물 두 컵에 2분 54초 끊인 라면을 좋아하지만, H군(28세,무직)은 물 두컵 반에 면이 우동처럼 될 때까지 푹 익혀서 먹으니 말이다.

이처럼 '고백'에 대해 '이렇게 이렇게 하는 것에 제일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하긴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새벽에 술 먹고 전화해 고백하는 것을 말리고 있지만, 지인 중에 "그가 새벽에 술 먹고 전화로 털어놓는 진심에 반해 사귀게 되었다."는 커플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매번 "이건 제가 원하던 진행이 아닌데요.."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 대원이 있다면 오늘 매뉴얼을 주목하길 바란다. '대다수가 생각하는' 맛있는 고백(응?)에 비해 '즤랄꾸러기'로 전락해 버리는 고백들은 어떤 다른점이 있는지 김형사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다. 김형사 준비해.


1. 스스로 생각해봐도 웃길 상황들


시간이 지나면, 그 당시에 자신이 얼마나 그녀의 손발을 로그아웃 시켰는지 알 수 있는 고백들이 있다. 아, 그렇다고 너무 긴장하진 않아도 좋다. 문법도 틀리면서 메신저에 영어로 글을 남기면 멋있을 거란 생각에 단어 몇 개 모르는 영어를 낑낑대고 조합하거나 어디서 복사해다 붙이는 거 군대가기 전엔 누구나 한 번씩 저지르는 일들 아닌가. 평범한 남들과 달리 나는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상한 짓을 골라하던 것도 너무 부끄러워 할 것 없다. 지금까지 반복하고 있지만 않으면 되는 거다.

아직 이 '레테의 강'을 건너고 있거나, 앞으로 건너야 할 대원들은 그 '데미지'를 줄이기 위해서 나중에 생각하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중2병 공식'을 알아두길 바란다.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지?"


벌써 김대리는 얼굴이 빨개지며 창을 닫았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 멘트가 어떻게 들리는가. 아무 대책도 없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그냥 상대방에서 뭐라고 얘기라도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별다른 대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대가 '그래?' 정도로 넘기기 딱 좋은 고백이다.

저 상황에서 '퇴짜'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대부분이 '내 마음 알았다면 뭐라고 말 좀 해.'와 같은 답답함을 느끼며 곧바로 퇴짜행 급행열차에 올라타니 말이다. 그렇게 퇴짜를 경험하고 나서는 역시 더 대책없는 멘트를 꺼낸다.

"알았어.. 그럼.. 가끔 문자해도 될까?"


오늘 일산 장날인데, 일산시장 데려가서 뜨끈한 순대국밥 하나 말아주고 싶은 멘트다. 한 뚝배기 할 생각이 아니라면 대책도, 재미도, 감동도 없는 얘기들은 주머니에 넣어두자. 혼자 시작하고 혼자 정리할 거면 뭐하러 그녀를 끌어들이는가. 내 사정권 밖에 있는 상대에게 소리치고 던지고 하지 말고, 당신의 원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먼저란 얘기다.


2. 얼굴 못 봐서 죽은 귀신


얼굴 못 봐서 죽은 귀신은 분명 존재한다. 그건 주로 솔로생활을 오래 한 대원들에게 빙의 되는데, 이 귀신이 빙의 되면 '만나는 것'에 집착하며 '만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게 만든다. 라면으로 비유하자면 '스프'를 먼저 넣어야 하는지 '면'을 먼저 넣어야 하는지 고민하느라 라면 끊일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거다.

"언제 볼까요? 토요일에 시간 되세요?"


정상적인 진행이라면 그닥 무리가 없는 멘트다. 이 다음 멘트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표면적으로 문제가 드러나진 않는다.

(며칠 후)"이번 화요일에는 시간 되세요?"


자, 그러나 이마저 상대의 사정으로 거절당하게 되면, 얼굴 못 봐서 죽은 귀신이 빙의된다.

"저번 주도 미뤘는데, 화요일 날은 좀 보죠. 네?"


김형사, 체포해. 이젠 몹시 화가 나기 시작한 거다. 마음이 요동칠수록 이 '얼굴 못 봐서 죽은 귀신'은 더욱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를 겪고 있는 대원들이 보낸 사연메일엔 뭐라고 적혀 있을까?

● 그녀의 회사 앞에서 퇴근하길 기다렸다가라도 만날까요?
● 저도 자존심이 있어서 일주일간 연락을 하지 않을 거예요.
● 항상 선약핑계를 둘러대는 그녀, 충분히 두드린 것 같습니다. 고백할래요.



웹서핑중에 어느 댓글에서 읽었던 이야기가 있는데, 이 '얼굴 못 봐서 죽은 귀신'얘기와 어울릴 것 같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한 교수가 수업시간에 '선함과 악함'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었다.

교수 - 자네가 지금 30달러가 필요한데 내가 30달러를 준다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학생 - 선한 사람입니다.
교수 - 그럼, 자네가 지금 30달러가 필요한데 내가 20달러를 준다면?
학생 - 역시, 선한 사람입니다.
교수 - 내가 30달러를 필요로 하는 자네를 그냥 지나가 버리면?
학생 - 악한 사람이 될 것 같습니다.



이처럼 당신이 원하는 '만남'을 상대가 가져주지 않을 경우, 당신은 상대에게 화를 내거나 저주스러운 말을 할 위험이 있다. '얼굴 못 봐서 죽은 귀신'의 빙의는 결국 당신에게 상대를 '나쁜사람'으로 인식시키게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제 매뉴얼에서 한 이야기에 조금 더 덧붙여 이야기를 하자면, 그 문제를 만든 것은 당신이고 그 문제 때문에 괴로워 하는 것도 당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이 연애에만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다. 노멀로그를 운영하며 내게 사연 메일을 보내더라도 개별적인 답장을 보내는 것이 어렵다고 늘 양해를 부탁하지만, "제 메일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면 답장을 주세요."라거나, "저 이런 메일 보내는 사람 아닌데 진지하게 묻는 거니까 짧게라도 답장 보내주세요." 이런 얘기를 하는 대원들이 반 이상이다. 그 중에는 답장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웃으며 다가오던 모습과 돌변해 저주에 가까운 댓글을 다는 사람들도 있다.

나야 이미 자기 PC방에 오는 여고생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불혹의 대원에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는 게 좋겠다는 답장을 보냈다가 "네가 우리 사랑에 대해서 뭘 아냐, 죽여 버리겠다."는 얘기까지 들으며 복근이 단단해 져서 괜찮지만 당신이 반한 사람에게는 '내 요구'만 강요하지 말길 바란다. 전형적인 '선약'을 핑계로 하는 거절을 전해듣더라도 상대를 미워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얘기다. 실망이 덕지덕지 붙은 말로 상대에게 불만을 표시하거나 보채면 더 볼 거 없이 '찌질이'되는 거다. 


3. 뛰면서 즐기는 실수 한 잔의 여유 모음
 

하나하나 쓰다간 얘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속도를 좀 내야겠다. 이번 매뉴얼에서 다 다루지 못한 얘기들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어서 더 하기로 하고, 짧고 빠르게 하지만 강하게 상황과 멘트들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제가 나이도 있고 해서, 아무래도 결혼이 가능한 사람과 만나야 하는데..."


결혼 못 하면 죽는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게 아니라면 상대방 앞에서 '면접관'이 되지 않기를 권한다. 아직 상대의 목 뒤에 점이 있는 지 없는 지도 모르지 않는가. 서로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일치한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만난 지 며칠 안 되어서 몇 년 사귀어 온 사이처럼 혼자 애정공세 하다가 '결혼'얘기를 꺼내오는 상대가 부담스럽다는 여성대원들의 메일이 한 트럭 있다.

"학원에서 A양에게 고백했다 차이고, 연수 갔다 오던 비행기에서 만난 B양에게 고백했다 차이고, 제 인생은 퇴짜의 연속이군요. 요즘 동호회 C양에게 마음이 있는데 차일까봐 고백을 못 하겠어요.."


이전 매뉴얼들에서 몇 번이나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똑같은 사연들이 계속 들어온다. 자세한 얘기는 이전 매뉴얼들을 참고해 주시길 바라고, 짧게 얘기하자면 '서로 알아가는 과정'의 시작을 '고백'부터 출발하면 안된다.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고백은 상대가 당신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을 때 해도 충분하다. 한강 건너편에 있는 그녀에게 백날 소리쳐봐야 목만 쉰단 얘기다.

"그녀가 받아줄 게 확실하다면 어떤 위험이 있더라도 가까이 가죠. 근데 확신도 없는 상황에 노력하면서까지 하면서 그러고 싶진 않네요."


요행이나 바라며 핑계대는 것은 일종의 '병'이다.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상대에게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져도 금방 새로운 '불평'이 생길 것이고, '핑계'가 늘어갈 테니 말이다. 자신의 사랑을 '구경꾼'처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늘 '구경꾼'같은 얘기만 하는 것 아닌가.


역시 오늘도 긴 글을 읽었지만 머릿속에 '30달러'만 남아있는 일부 대원들을 위해 깔끔하게 정리를 해 보자. 오늘 매뉴얼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고백을 스피드퀴즈처럼 해서는 안 된다."

설명하는 입장에서는 누구나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왜 이렇게 못 알아먹냐."라는 기분이 들 것이다. '고구마'를 설명하며 "겨울에 먹는 거, 구워서! 구워서 껍질 벗겨서.. 아, 왜, 노란 거! 아 답답해, 길거리에서도 팔고, 왜 그거 있잖아. 그거." 이런 식의 고백을 하진 말라는 거다. 지금 이 부분을 읽으며 "와, 저렇게 설명을 못하냐."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막상 그 자리에 서면 똥꼬에 힘주느라 뇌까지 피가 가지 못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당신이 정확히 설명했는데도 불구하고 상대가 틀릴 수도 있다. 그 때에는 상대를 추궁하거나 불편한 분위기를 조성해 무언의 폭력을 사용하지 말길 바란다. 질문을 한 것은 당신이고, 틀렸다고 화 내는 것도 당신이지 않은가. "내가 겨울만 되면 이거 장사 한다 하잖아?" 이렇게 설명해도 "고구마"라고 나올 수 있는 게 먼저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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