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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남자에게 부담스러운 여자가 되는 이유는?

by 무한 2010. 6. 1.
사실, 여자가 남자에게 '부담스럽다'라는 말을 듣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1년이 넘도록 받은 사연 메일 중 남자에게 '부담스럽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들은 여자사람은 단 3명이었다. 그 중 두 분은 '신체적인 것'이 부담의 원인이었고, 나머지 한 분은 '학력'이 원인이었다. 이와달리 남자사람들의 사연은 절반가까이 '부담스럽다'는 말을 직접 들은 것이었다. 많은 차이가 보이는 부분이다.
 
이걸 설명하려면 또 생물학, 사회학 등의 이야기를 빌려와 여자는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가지는 까닭에 '깊은 관계'를 추구해 왔고, 남자는 자신의 자손을 되도록 많이 퍼트리려 '넓은 관계'를 추구해 왔다는 이렇다 저렇다 하는 이야기들을 해야 하는데 이건 재미없으니 생략하자. 궁금한 분들은 이전 매뉴얼에 길고 지루하게 설명한 부분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그렇다면 '부담스럽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고 부담스러운 여자가 될 일이 없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직접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없을 뿐, 분명 '부담스러운 여자'가 되는 경우들이 있다. 딱 떨어지는 대답대신 연락을 피하거나, 잠수를 타거나, 문자를 먹어버리는 상대의 '바디랭귀지'로 듣는 것이다. 자, 그럼 도대체 어떤 모습에서 상대가 부담을 느꼈는 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부담주지 않고 다가갈 수 있을 지, 오늘도 달려보자.


1. '좀 더'라는 생각이 들 때엔 쉼표를 찍자


지난 주에 '블링블링한 사연'들을 좀 보내달라고 했더니, 정말 재미있는 사연이 두개나 왔다. 두 사연 모두 여자사람이 보낸 사연인데, 첫 번째 사연은 뭐뭐반대 시위에 나갔다가 그 시위를 막던 '전경'과 사귀게 된 이야기였다. 자세하게는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해서 다 말할 순 없지만 그 격렬한 순간에도 물통에 적은 전화번호가 어느 커플을 만들었다고만 적어두겠다.

중요한 건 두 번째 사연이다. 우리의 주인공이 큰 수술을 하고 퇴원한 다음 날, 새벽에 폭풍처럼 진통이 몰아쳤다. 진통제를 우걱우걱 씹어먹어 봤지만 식은땀은 멈추지 않고 마루까지 기어나가 119를 불렀다. 넋이라도 있고 없는 상황에 119대원들이 들이닥쳤고, 주인공은 구급차를 탔다. 그리고 그 순간,

'아... 저 대원... 내가 꿈에 그리던...'

주인공의 옆에 앉은 그 대원을 봐서인지, 아니면 진통제가 그제서야 약효를 발휘했는지 집까지 삼보일배를 하며 갈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회복되었다. 응급실에 갈 이유가 없어진 주인공은 상황을 말했고, 구급차는 다시 집으로 향했으며, 다시 원기왕성한 솔로부대 여자대원으로 돌아온 우리의 주인공은,

'이런 초췌한 모습을 보여줘서 어쩌지.. 하지만 어쨋든 그를 만나게 되었잖아... 번호를 딸까.. 이 상황에서 번호를 딴다면 완전 이상한 사람 되겠지...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이런 생각들을 거듭만 하다 결국 아무 일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은 추리의 여왕이었다. 119대원이 집에 도착하기 전 확인전화 했던 번호로 연락을 해서 결국 번호를 따낸 것이다. 당장 영화로 만들어도 될 정도의 전개다. 그렇게 둘의 사랑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술의 후유증으로 그에 대한 기억이 점점 사라지는, 아 이건 훼이크고.

아무튼 연락처를 알아낸 뒤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신상정보를 캐고(응?), '꺄르르르'느낌의 대화를 나누며 점점 가까워졌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은 여기서 크고 아름다운 헛발질을 콤보로 하고 만다. 상대의 연락콤보에 정신줄을 놓고 작두를 타기 시작한 주인공은 식사중이라는 상대의 답장에

"나랑도 먹어요. 밥. 나랑도 밥먹어요. 네? 네? 네?"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먹이고 싶은 이런 문자를 보내버린다. 그리곤 뭐 나중에 같이 밥 먹자고 대답하는 상대에게

"언제 먹을 건데요? 네? 언제요? 언제? 언제?"

이런 새벽기도 나가고 싶어지는 문자를 전송했다. 주인공을 구원하소서. 그 후로 지금까지 둘은 연락두절된 상태다. 피구를 그렇게 잘 하던 통키의 아버지도 결국 금 밟아서 죽은 것 처럼 아무리 기분이 '업'되어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그런 까닭에 '좀 더'가까워 져야겠다는 마음이 쿵쾅거릴 때에는 페이스조절을 위해 '쉼표'를 찍어둘 것을 권한다. 우리의 주인공은 이미 상대의 머릿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통키의 아버지처럼 그려버렸다. 일단, 해결책을 찾기 전에 더 최악의 상황까지 몰아간 다른 이야기를 더 살펴보자.


2. 짝사랑 루즈타임에 내뱉는 말들


전후반 무득점, 곧 게임은 끝나는 데 마음은 급하고, 그 상황에서 극한까지 몰아가는 멘트에는 뭐가 있을까? 하얗게 불태운 멘트들을 살펴보자.

A.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붙잡으려고 내뱉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팽팽한 순간엔 이 말로 인해 진심을 전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대원들이 상대는 이미 줄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이 말을 꺼낸다. 후회할 일을 이미 진행해서 엎질러진 상황이거나 상대에게 실수를 한 후에 주머니 털어 로또 사는 기분으로 꺼낸단 얘기다. 돌아올 답을 이미 알고 있기에 더 슬픈 말이다.

B. 나한테도 기회를 줘야...
닫은 마음의 문을 잠그게 만드는 멘트다.
미련과 오기 등 복잡한 감정들을 섞어 들이댄다. 스스로는 자존심을 버려가며 이렇게까지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버릴 자존심도 없었다. 그닥 알맞은 비유는 아니지만, 회사 면접에서 떨어진 후에 찾아가서 "나한테도 직원으로 일할 기회를 줘야..."라며 부리는 억지와 비슷하다고 적어두겠다.

C. 그래도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어서 만족해...
마음이 잘 전달 되었을까? 위에서 말한 크고 아름다운 헛발질을 했을 수도 있고, 앞서 달려나간 기분 때문에 상대에게 '마음'이 아니라 '부담'을 전달한 것일 수도 있다. 의미부여하거나 추억하는 것은 공짜이며 마음대로 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지만,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상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게 없다면 더 쉬운 사랑만 찾게 될 것이다.

위의 세 멘트 모두 '부담'이 될 수 있다. 마지막 이라는 말은, 혼자 시작하고 혼자 끝내며 뱉는 말이기에 상대는 당신을 '관람'하는 기분이 들 수 있고, 기회를 달라는 말은 그냥 당신을 쉽게 생각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마음, 전달, 만족 같은 얘기들 역시 서로 책의 다른 페이지를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할 수 있고 말이다.

종종 이처럼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없다는 생각에 가위로 잘라 버린 뒤 나에게 글로 적어 '해결책'을 묻는 사람들이 있다. 거기엔 뭐라고 답해 줄 말이 없다. 나 역시 그 사연을 읽으며 '엎질러진 물' 보는 심정이란 얘기다. 그래서 짝사랑의 마지막이든, 연애의 마지막이든 당신이 끝낼 생각이 아니라면 '결론'을 내지 말라고 매뉴얼을 통해 말하고 있다. '결론'을 냈다면, 미련을 놓자.


3. 장구는 남자가 치게 놔두자


이제 해결법을 알아볼 차례다. 애정전선이 형성될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면 '과잉친절'부터 줄이자. 내 속에 살고있는 다중이를 불러내서라도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겠지만, 친절도 너무 과하면 좋지 않다. 더군다나 타고난 '친절녀'가 아니라면, 계속 보여줘야 하는 친절 때문에 본인의 속부터 타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건 우리끼리 하는 얘기지만, 너무 순종적인 모습만 보여주지도 말자. 순종적인 여자는 매력없다. 무조건 튕기라거나 밀고 당기기에 힘쓰라는 얘기가 아니다. 상대를 만나기 전 가지고 있던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가라는 얘기다. 그때는 분명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지도 않았고, 조울증 증상도 없었을테니 말이다.

또한 앞으로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 혹은 무슨 일을 하든 상대를 대신 변명하지 말 것을 권한다. 일부 대원들은 "괜찮아요 뭐뭐뭐 하시잖아요."라거나 "네, 뭐뭐뭐 하실테니까요." 등의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넓은 이해심을 보여준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그냥 거절을 받아들이는 한 방법일 뿐이지 절대 이해나 배려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미안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미안해 하도록 놔두고, 사과해야 하는 부분이 있으면 사과하도록 놔두자. 당신이 북을 쳤다면, 상대가 장구를 치게 놔두란 얘기다.

이전에 발행한 [여자에게 부담스러운 남자가 되는 이유는?]이라는 매뉴얼에 "자기가 혼자 해 놓고 보상받으려는 남자"라는 부분이 있었다. 이 부분은 여자대원들도 많이 보이는 특징이다. 부탁한 적도 없는 일을 하고, 바라지도 않았던 것을 주고, 상대의 의도와는 다르게 무언가를 한 뒤 보상은 상대에게 받으려 한단 얘기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라고 백날 생각해 봐야, 상대가 모르면 '헛발질'이다.



119사연의 주인공께는 위에서 나온 일들을 주의하며 마음의 고삐를 잡고 다시 천천히 연락해 보시길 권한다. '만남'을 들이대다 연락두절이 되었으니, 당장 오프라인을 노리기보다 하나 둘 알아갈 수 있게 문자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매뉴얼에서 "상대의 미니홈피를 아신다고 했으니 이것 저것 보면서 조금 멀리 돌아가는 문자를 보내보세요. 예를들어 상대가 치킨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면, 저녁 안부 문자로 '여름밤같아요. 이런 날에는 치맥이 딱인데. 반반 무 많이로.' 이정도로 흘리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느 휴일 늦게까지 푹 자고 일어나 아직도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것을 느꼈을 때나, 따뜻한 햇살을 여유롭게 손바닥에 올려놓으며 나른함을 느끼던 시간, 또는 밀린 일들을 모두 다 끝내고 기지개를 펴는 순간 처럼 당신에게 '여유'와 '행복'이 가득가득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 순간을 맞이 할 때, 마음 속에 그 순간을 꼭꼭 눌러 담아두길 권한다. 그래서 마음에 폭풍이 몰아치고 먹구름 낀 날이 계속 될 때, 담아둔 그 순간을 꺼내 당.신.다.운 페이스를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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