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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관심남에게 들이대는 세 가지 접근방법

by 무한 2010. 5. 27.
이전 매뉴얼들을 통해서도 이야기 했지만, 연애에 있어 '스킬'이라고 불리는 부분들은 꼭 객관적인 상황판단을 먼저 한 후 시행해야 한다. 한 대원이 보낸 사연을 보자.

노멀로그를 보고 3일간 문자한 뒤 하루 쉬면서 조절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다보면 그 오빠가 제게 마음을 열까요?


이건 뭐 김일병이 세 번 삽질하고 한 번 쉰다는 얘기랑 뭐가 다른가. 이러한 강약조절이 서로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느정도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노크하는 상황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얘기다. 동네 헬스클럽에서 "회원님 울끈불끈휘트니스 3개월 10만원 행사중입니다." 이 문자를 3일 보내고 하루 쉬고 또 3일 보낸다고 해보자. 등록하러 가고 싶은 마음이 꽃피는가? 객관적 상황파악 없는 스킬들은 모두 삽질에 불과하다.

스킬에 대한 매뉴얼을 발행하면 늘 "그런게 왜 필요하냐. 그냥 좋아하는 마음 있고 서로 사랑하면 그게 연애지 무슨 연애에 기술 따위가 필요하냐."라며 목에 핏대를 세우는 일부 대원들이 있는데, 맞는 말이다. 서로 좋아하고 사랑해서 진행되는 연애야 말로 다이아몬드 같은 것 아닌가.

그럼 하나 물어보자. 정말 좋아하는 마음과 서로 사랑하는 감정만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잘 하고 계신가? 현재 솔로부대원이라 대답이 곤란할 수 있으니 질문을 과거형으로 바꿔보자. 정말 좋아하는 마음과 서로 사랑하는 감정만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잘 할 수 있었는가? 

순종적인 상대에겐 오래 지나지 않아 함부로 대하는 것,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지만 자극이 되는 새로운 상대를 알게되면 한눈을 파는 것, 자신이 생각한 연애와 다른 모습을 보일 경우 자신의 틀 대로 연애를 이끌어 가려고 하는 것 등등 이러한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이건 그냥 좋아하는 마음이 부족하고 사랑하는 감정이 부족해서 그런 일이라고 할 생각인가?

뿌연 안개같이 막연히 '잘 되겠지'라는 생각은 '내 인생'에만 적용하자, 그러면 엉킨 미래가 찾아와도 나 혼자 고생하면 되는 것 아닌가. 상대에게까지 '감정'과 '마음'을 들이대며, "넌 왜 내마음 같지 않은거냐."라고 날카로운 모습 보이지 말란 얘기다. "정말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잖아."라고 말하는 이기적인 모습도 접어두고 말이다. 

연애의 '스킬'에 대한 이 매뉴얼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법으로 지정된 것도 아닌데, 또 매뉴얼에 목숨걸고 싸우자고 할 몇몇 대원들이 눈에 밟혀 이렇게 긴 서문을 적어버렸다. 지난 시간에도 이야기 했지만 어렸을 적 내가 '이오리'라는 학교 앞에서 산 아기오리를 죽인 것 역시, 오리에게 어떻게 뭘 해줘야 할 지 몰랐기 때문이다. 내가 그 오리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랬겠는가? 막연히 '감정'이나 '마음'에만 호소하는 들이댐이 아닌 현명한 들이댐의 기술, 함께 살펴보자.


1. The principle of least interest


역시 영어를 쓰니까 좀 있어 보인다.(응?) 말 나온 김에 잠깐 얘기하자면 외국인 남자와의 사연을 보내는 대원들은 해석된 문장을 적어서 보내주길 바란다. 그 외국인 남자가 보낸 메일이라며 원본을 보내면 난 또 그걸 붙잡고 "아, 이건 명사절, 명사 뒤의 과거분사는 끊고 수식" 이 난리를 쳐야 하니 말이다.

농담이고, 영어가 나왔다고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좋다. 그냥 문장이 예뻐 보이길래 영어로 적어봤다. 뜻은 "최소 관심의 원리"라는 거다. 저 예뻐 보이는 문장이 "어떤 관계에 상대적으로 덜 집착하는 사람이 더 큰 힘을 갖는다"라는 무시무시한 뜻을 가지고 있다.

"무한님 저에게 힘을 주세요.."


이런 메일을 보낸 대원들은 안그래도 이사해서 힘 없는 나에게 부탁하지 말고 저 원리를 통해 힘을 갖기 바란다. 당신이 힘든 이유는 연애에 '가분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 적게 사랑해서 힘을 가지란 얘기가 아니라, 힘든 상태라면 좀 덜어내란 얘기다. 특히 '짝사랑'진행중인 대원들은 상대를 향해 뻗고 있는 더듬이의 갯수를 줄이기 바란다. 자신의 일과표를 모두 '상대'로 채우는 것은 결국 '가슴앓이'만 남기기 마련이다. 일과표에는 친구도 넣고, 자기관리도 넣고, 가족도 넣고, 취미생활도 넣어야 한다.

이 첫번째 원칙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면 상대의 말 한마디에도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되고, 스스로 체념했다가 다시 희망을 갖는 등의 조울증 증상을 보이게 된다. 이쯤되면 연애의 기술이든 노하우든 다 소용 없어진다는 얘기다. 마음이 콩밭으로 가는 것을 막긴 힘들겠지만 당신의 '일과표'를 잘 세우면 '콩밭 죽순이'가 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2. 만남과 연락과 관심, 구걸하지 말고 만들자


시간 되냐고 묻지만 말고 빌려라. 그의 시간을 빌리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조금만 생각하더라도 약속을 잡기 위해 문자를 보내는 것 보다 훌륭한 방법이 있단 얘기다. 사진 동호회에서 만났는가? 그렇다면 사진 관련 책을 빌려라. 당신이 화이트밸런스에 대한 논문을 쓴 사진학과 전공이라고 해도 그에게 물어라. 남자는 '약속'은 거절해도 '부탁'은 거절하지 못한다는 생물학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빌리고 묻고 부탁해라. 단, 상대가 거금을 들여 DSLR를 구비했는데 그걸 빌리라는 얘긴 아니다. 10을 최대 중요도라고 했을 때 5정도 되는 것들을 빌리란 얘기다.

끼어들어라. 모임에서 상대를 만날 수 있다면 그 모임에 참가해라. 그게 방에 틀어박혀 머릿속으로 상대를 부풀리고 있는 것 보다 훨씬 효과가 있다. 혼자 거대하게 부풀린 상대의 모습에 질식사 하지 말고, 나가서 상대를 만나라는 얘기다.

"오빠가 저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맞나요? 아니라고 하면 바보될 것 같아서 무섭지만.. 음.. 저도 오빠를 더 알고 싶어요. 이거 정말 용기내서 쓰는 메일인데.. 우리 한 번 만나볼까요?"


이메일 보내면서 로또하지 말자. 혼자 마킹하고 답장 기다려서 숫자 맞추지 말고 나가라. 만나라. 얘기를 해라. 면접보는 것도 아닌데 왜 메일로 자기소개서를 써서 보내며 헛발질을 하는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친구랑 만나서 상대에 대해 장님 코끼리 만지지 말고 진짜로 코끼리를 만나서 만지라는 얘기다.

이과계열 남자에 대한 매뉴얼을 발행했을 때 어느 대원이 보내준 '연애성공사연'이 있었다. 이과에 살고 있는 수학과외선생님 스타일의 블링블링한 선배를 사로잡은 얘기였는데, 공대 계산기가 있으면서도 그 선배에게 계산기를 빌리고, 계산기 눈 감고 쓸 정도로 익숙하면서 "저 이거 어떻게 쓰는 지 하나도 몰라요."라며 그 선배에게 사용법 강의까지 들었다. 이 얘기를 보며 뭐 느껴지는 것 없는가? 혼자서 캔도 잘 따고, 포맷도 할 줄 알고, 집안의 수리도 척척 해 나가게 된 솔로부대원들은 더이상 '혼자서도 잘해요.'놀이를 하지 말라는 거다. 그가 할 '몫'을 마련해 주자.

아, 위의 커플은 부모님 상견례를 마치고 곧 결혼할 예정이라고 한다.


3. 똥차 수리 방법


전에 한 번 말한 적 있지만, 당신이 지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당신을 힘들게만 만드는 '똥차'일 수 있다. 이건 그 상대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가 아니라 현재 상황에 대한 상대적인 평가다. 꼭 연애가 아니더라도 당신이 '어떻게 저런 인간이 있냐'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친한 친구가 있는 것 처럼 당신과의 관계만 안 좋을 수도 있다.

참 미안하지만, 난 이게 그 사람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상황'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당신의 잘못일 가능성도 있다. 상대가 나오라고 하면 나오고, 아무런 반응을 안해도 혼자 알아서 애정공세를 하는 상대에게는 '고마움'을 느끼기 보다는 함부로 대하기 마련이다. 어렸을 적 내게는 크림을 바르고 면도하는 것이 '로망'이라 솜털이 보송보송 하게 있을 때 몰래 면도기로 밀어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의무적으로 해야 하니 그저 귀찮은 일이 되어버린 것 처럼 말이다.

이러한 '똥차'같은 상황이 되었다면, 가장 필요한 것은 '변화'다. 털털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겨드랑이 털을 기르라는 얘기가 아니라, 상대가 마음대로 정의내린 '당신'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단 얘기다. 단, 너무 '이거 봐라, 나 이런 모습도 있다'며 상대의 코앞까지 들이대진 말길 바란다.


짝사랑 진행중인 대원들이 보내는 사연에서 가장 큰 문제는 '2번'항목에서 발생한다. 마치 충분한 공부 없이 시험보듯, 상대에게 '고백'해서 결과만을 얻으려 한다는 거다. 이 결과가 좋지 못한 이유는 대부분 '1번'에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객관화 된 현실의 상대가 아닌 다른 상상속의 상대를 가지고 이상한 시험범위로 공부를 하니 당연히 '과락'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운이 좋아 합격을 하더라도 '네가 이런 사람인지 몰랐어.'라는 실망의 길이 펼쳐지게 된다.

정리하자면, 당신이 트랙으로 뛰어들란 얘기다. 일단 트랙에 들어가야 금메달을 따든 완주를 하든 중간에 기권을 하든 할 것 아닌가. 관중석에 앉아서 어떻게 될 지 점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누가 대신 해 주고 그러는 거 없다. 나중에 '친구와 주변의 조언'에 대한 매뉴얼에서 외부적인 요소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나눌 예정이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자신이 아닌 남에게 의존하는 것 만큼 바보같은 짓은 없다. 누구에게 뭘 부탁한다든지, 막연히 잘 되길 기원만 한다든지 하는 일을 그만두고 들이대 보잔 얘기다.

연애, 트랙에 들어서기 전 까지가 어렵고 답답할 뿐이지 막상 달리기 시작하면 친구와 닭꼬치를 먹는 것 처럼 할 수 있는 일이다.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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